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봉암리. 1번 국도 파주 문산, 개성광역시 방향 상행선.
수도군단 제55기동사단 헌병대대 제1전투중대 검문소.
「불심검문中」
눈 내리는 어둠을 뚫고 삼색 위장무늬 코란도 스포츠 차량의 전조등 불빛과 함께 줄지어 따라오는 소형전술차량과 버스, 그리고 중형트럭들의 행렬이 나타났다.
제2차 한국전쟁 이후 통일된 대한민국 땅에서, 수도 서울과 38도선 이북지역을 이어주는 길 중 가장 빠른 길인 통일로는 그 위상과는 달리 대체로 한적한 편이었다. 덕분에 간이로 세워진 검문소 건물 안에서 핫팩 터뜨리고 시간을 떼우고 있던 검문소 병력들은, 아무도 달리지 않는 도로 위에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군차량 대열에 신속하게 길가로 나와 다가오는 차량들을 바리게이트로 유도하였다.
난데없이 바리게이트와 철침판과 드럼통으로 이중 삼중으로 도로를 봉쇄한 검문소 병력들의 등장에 코란도 스포츠 차량이 점점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고, 뒤따라 오던 버스와 중형트럭 행렬도 덩달아서 속도를 늦추더니 이내 검문소 앞에서 차량을 완전히 멈춰세웠다. 하지만 기어봉을 파킹에 둔 채로, 차량의 엔진 시동까지 끄지는 아니하였다. 정작 눈 앞에 바리케이드에는 큰 글씨로 시동정지라고 써져 있었음에도 말이다.
멈춰세운 군용 코란도 스포츠를 향해, 지금은 오르카 저항군의 시티가드 경감이지만, 이 때는 전역 만을 바라보던 말년 대위 검문소장이 다가와 차창을 두들겼다.
“충성!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창문 좀 내려주시겠습니까?”
“...”
창문을 내리자 어깨 위에 대령 계급장을 단 두 명의 장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검문소장은 차렷자세를 취하곤 우렁차게 경례를 해보였다.
“충성!!!! 대위, 소!! 민!!! 아!!!! 근무 중 이상없습니다!!!!”
“음, 그래. 수고가 많아.”
그렇게 창문을 다시 올리려던 찰나, 검문소장이 창문 위에 손을 턱-! 하고 올리며 저지하였다.
“대령님, 죄송하지만 어느 부대 소속 누구신지 말씀해주시고, 저희 수하에 좀 응해주셔야 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가 지금 이 도로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지나가는 차량들마다 불심검문을 하고 있고, 이는 군 차량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위, 난 수도군단 직할부대장인 3경비단장 고영도 대령이야. 여기 이 쪽은 700특공연대장 진민기 대령이고.”
“우린 지금 군단장님 명령에 따라 육군본부로 도망간 반란군 수뇌부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중이었다네. 그러니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길 좀 비켜주지 않겠나?”
“상황은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절차는 절차라서 말입니다. 전 차량 제 지시에 따라 시동을 꺼주시고, 차에서 좀 하차해주시겠습니까? 10분이면 됩니다.”
“대위, 유도리란 이런 상황에서 부려야 하는 거야. 자네야 10분이라고 쉽게 말하고 있지만, 뒤에 행렬을 보게. 10분안에 다 끝낼 수 있는지. 여기서 시간이 늦춰질수록 우린 반란군 녀석들을 놓치고야 말 걸세.”
“그럼 5분 안에 끝내드리겠습니다.”
“뭐...?”
검문소장의 말에 얼척이 없는지, 제3경비단장 고영도 대령은 차에서 내려 위압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이봐 대위, 방금 내가 말한 거 못 들었어? 여기서 노닥 거릴 시간 없다고 몇 번을 말해?”
“만약에 훈련이었으면 저희도 적당히 유도리를 내어드렸겠지만, 보시다시피 실제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그냥 보내드리기에는 저희 입장이 좀 많이 곤란합니다.”
“뭐?? 곤란해???”
“이 새끼 말 뽐새 봐라?? 야, 너 어디 소속이야?!”
차에서 내린 고영도 대령은 자신의 계급으로 검문소장을 찍어누르며, 검문소장의 수하에 불응하고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왔다.
하지만 검문소장은 눈 앞의 대령이 언성을 높혀 말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차분하게 응대하였다. 고영도 대령의 반란군 수뇌부가 육군본부로 도망쳤으니 어서가서 체포해야한다는 말은, 검문소장에게는 귀에 씨알도 안 박힐 소리였다. 애시당초 반란군 수뇌부가 육군본부로 향해 도망치는 중이라는 말 자체가 미심적기도 하였고 말이다. 도로 전체를 통제하여 지나가는 차량마다 검문하고 있는데, 그걸 놓쳤을 리가.
아귀가 맞지 않는 말에 검문소장은 제3경비단장 고영도 대령을 향해 물었지만, 고영도 대령은 오히려 지금 자신을 의심하는 거냐며, 어디 대위 주제에 따박따박 대령한테 말대꾸하고 그러는 거냐며 쿠사리만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문소장은 꿋꿋하게 은하수 수뇌부가 육본으로 도망갔다면 이 길로 도망을 갔을 텐데 은하수 장군들은커녕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며, 재차 사실 확인을 요구하였다.
“이노무 새끼 이거봐라, 이게 바이오로이드 출신이라고 아주 겁대가리를 상실했지 그냥, 어?!?”
“니 직속상관 누구야, 이 새끼야?!?!”
“예, 서홍련 중령이십니다.”
“55사 헌병대대장 서홍련 중령~???”
“예, 그렇습니다.”
“서홍련 중령이라면 나도 잘 아는데, 야이 자식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대장이 상관을 이따우로 대하라고 가르쳤어, 어?!?!”
“아닙니다.”
“하지만 검문 간 수하에 불응하는 인원에 대하여서는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하셨습니다. 여차하면 체포하고, 때에 따라선 사살할 수도 있습니다.”
“무, 뭐...?! 사, 사살...?!?!”
“너 이 새끼가 보자보자하니ㄲ...!!!!”
“중대장님, 대대장님으로부터의 연락입니다!!”
고영도 대령의 손이 기어코 올라가려던 그 순간, 검문소에서 급한 듯 뛰쳐나온 병사가 타이밍 좋게 난입하였다.
대대장으로부터의 연락이라는 말에 소민아 대위는 눈 앞에 고영도 대령과 번갈아가면서 본 뒤, 지긋이 반쯤 감은 눈으로 고영도 대령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 잠시만 대기해주시겠습니까?”
“너희들 혹시라도 차량 움직이지 못하게, 잘 감시해.”
“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소민아 대위는 검문소 안으로 들어가 통신병으로부터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예, 충성. 대대장님.”
- “야, 고영도 대령이 지금 거기있어?!”
“예, 그렇습니다. 검문 중인데, 수하에 불응하고 있어서 잠깐 소동이 좀 있었습니다.”
- “그럼 진민기 대령은?!?!”
“같이 있으십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 “그렇단 말이지...?”
- “후우우우우...”
- “... 1중대장?”
“예,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 “내 말 놀라지 말고 똑바로 잘 들어.”
- “합참의장님께선 이미 납치 도중에 사망하셨고,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은하수가 지금 육군본부로 도망가고 있다.”
“예, 저도 방금 그렇게 전해들었...”
“... 네?!?!?”
- “5군단에선 육군본부 뿐만 아니라 개성대를 점령할려고 3사단 전 병력과 5사단 1개 보병여단을 출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우리도 지금 미군 부대랑 함께 그 새끼들 합동본부 점령하려는 거 저지할라고 지금 막 출동하려던 찰나였다.”
고영도 대령과 진민기 대령 앞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냉정, 침착, 차분함을 유지하던 검문소장 소민아 대위가, 무전기 수화기 너머 들려온 대대장의 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크게 놀랐다. 합동참모의장을 납치한 은하수 수뇌부가 육군본부로 도망가고 있다는 소리는 방금 고영도 대령에게서 들었지만, 이미 사망하셨다는 소식은 소민아 대위도 처음 듣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여기있는 병력들 모두가 처음 듣는 소식일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5군단이 개성대 3군 합동본부를 점령하기 위해서 2개 사단을 출동시켰다니, 이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소민아 대위는 대대장의 말을 정년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하여 되물어보려고 했지만, 이윽고 들려오는 소식이 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 “그리고 사단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 “우리 군단 직할대 3경비단이랑 700특공연대 둘 다 은하수에 넘어갔다고...!!!!”
“그럼 지금 저게 설마...?!”
- “지금 군단 전체에 수배령이 떨어졌다.”
- “고영도랑 진민기 바로 체포해. 반항하면 사살해도 좋다.”
“아...”
“알겠습니다...!!!”
대대장의 체포 지시를 받은 뒤, 소민아 대위는 즉시 검문소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검문소 앞에는 수도군단 직할대장인 700특공연대장 진민기 대령까지 운전석에서 하차해서는 고영도 대령과 합세하여 검문소 병력들을 향해서 계급을 위시로 하여 고압적인 태도로 위압을 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손으로 초병들을 밀치는 것은 기본이고, 심한 욕설과 인격모독은 덤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감히 누가 누구한테 뭘 한다고?!”
“니들 인생 쫑나고 싶냐, 어???”
“야!!! 고영도, 진민기!!!!”
“으음???”
“니들을 부대 이탈 및 반란 죄목으로 긴급 체포한다!!!!”
“야, 뭐하고 있어, 저것들 체포해!!!!”
검문소에서 뛰쳐나온 소민아 대위가 헌병들에게 지시하자, 사태파악을 하느라 잠시 멈칫하던 헌병들이 총기를 겨누고 곧 고영도 대령과 진민기 대령에게 다가가 그들을 체포하기 위하여 천천히 다가갔다.
고영도랑 진민기 뿐만 아니라, 헌병들은 대열을 뒤따라오던 버스와 트럭에게도 다가가 차창을 거칠게 치면서 하차할 것을 지시하였다.
“순순히 무장해제하시고, 이리로 나오십시오!!”
“다른 분들도 모두 순순히 무장해제하고 차량에서 하차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런 ㅆ...”
검문소장의 체포 명령 소리에 진민기 대령은 눈 앞의 헌병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여기서 이대로 헌병대 따위에게 잡힐 수는 없었으므로, 주위 눈치를 보던 진민기 대령은 눈 앞에 헌병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그머니 자신의 권총 주머니에 손을 가져다 대 잽싸게 뽑아들어 눈 앞에 헌병을 향해 격발하였다.
자칫 검문소 위병에게 먼저 총을 맞고 죽을 수도 있을 순간이었지만, 특공연부대와 특전사를 다녀간 경력의 짬은 제 아무리 바이오로이드 출신 군인 앞이라 할 지라도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진민기 대령은 오히려 대담하게 권총을 뽑아들어보였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ㄲ...?!?!”
- 탕!!!!
“으윽?!?!?!”
- 탕!!! 타당!!!! 탕!!!!
진민기 대령이 먼저 권총을 뽑아들어 눈 앞에 헌병을 향해 맞추자, 옆에 있던 또 다른 헌병이 그 즉시 조정간을 단발로 두고 제압 사격을 가하려 하였다. 그러자 고영도 대령도 마찬가지로 품에서 권총을 뽑아들어 헌병에게 겨누어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곧 이를 시작으로 트럭과 버스에서 내린 제3경비단과 제700특공연대 병력들도 통일로를 점거하고 있던 55사단 헌병중대 병력들과 교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헌병 중대 병력들과 차에서 하차한 3경비단, 700특공연대 병력들이 한데 뒤섞여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고작해야 1개 전투중대 규모 밖에 되지 않는 검문소 헌병 중대는 순식간에 3경비단 병력과 700특공연대 병력 사이에 낑겨 갓길 1번 국도 검문소 한 복판에 사실상 포위되고 말았다.
- 타다다다당!!!! 타다다당!!!!
“상황발생!!! 상황발생!!!!”
“알파 브라보 검문소에서 3경비단과 700특공연대와 교전 발생!!!! 즉시 증원병력을 요청한다!!!!”
총성이 뒤엉켜 아군끼리 총격전이 벌어지는 아수라장 속에서, 혼란한 틈을 타 두 대령들은 다시 코란도 스포츠에 탑승하였다.
진민기 대령과 고영도 대령이 탑승하자 뒷자리에 누워 삽시산 계속 몸을 잔뜩 구부려 숙여 몸을 숨기고 있던 윤도철 육군참모총장이 은근슬쩍 고개를 들며 말하였다.
“야, 앞만 보고 밟아!!!!”
“알겠습니다!!!!”
- 부아아아아아앙!!!!
“멈춰!!!! 멈추라고!!!!”
- 타당!!! 타다당!!! 타다다다다당!!!!!
진민기 대령이 엑셀을 있는 힘껏 밟자 차량의 순간 RPM이 최대로 올라갔고, 곧길가에 놓여진 철침판은 핸들을 거칠게 꺽어 피하고, 바리게이트와 드럼통에 충돌하였지만 신경쓰지 않으며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하창수 육군참모차장과 육군특수전사령관, 그 외에 은하수 소속의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 기타 은하수 소속 회원들을 태운 소형전술차량들이 뒤따라갔다.
차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헌병대 대원들이 재빠르게 달려가서 사격을 가하였지만, 이미 빠른 속도로 검문소를 탈출해버린 차량을, 그것도 방탄 처리가 된 차량을 맞춰서 멈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다가 3경비단 병력과 700특공연대 병력들이 은하수가 도망칠 수 있도록 직접 응사를 하며 헌병대를 꽉 잡아놓은 덕분에 도망치는 은하수 수뇌부 일당들을 추격할 수 조차 없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대놓고 총을 겨누고 아군 부대끼리 교전을 유발한 진민기 대령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병력들을 그대로 현장 검문소에 놔두고 와야만 했지만, 어차피 육본으로 가면 5군단 예하 병력들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버려도 상관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저렇게 검문소 하나 날려준다면야 자신들에게있어 땡큐 그 자체였다. 적어도 길목을 막고 있는 장애물 하나는 날려버리는 셈이 될 테니깐 말이다.
진민기 대령은 코란도 스포츠의 시속을 거의 100km/h로 넘게 밟으면서도, 슬쩍 뒤를 돌아서 윤도철 대장에게 말을 건넸다.
“참모총장님, 괜찮으십니까?!?!”
“어어...”
“나 멀쩡해~!”
“총장님, 5군단장으로부터 연락입니다.”
“어어~ 그래, 그래. 내 바꿔도.”
고영도 대령이 무전기를 조작하고 나서 곧 바로 수화기를 윤도철에게 건네주었다.
- “총장님, 지금 어디까지 오셨습니까?”
“우리 방금 봉암리 지났다.”
“55사단 이것들이 길에 검문소를 설치를 해놨더라고.”
- “총장님, 그러면 거기서 자유의 다리 방향으로 오지마시고 조금 걸리더라도 자유리 통해서 만우리에서 정동리 방향으로 타고 오십시오. 저희도 지금 55사단과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여단이 개성대로 진격하고 있다는 첩보를 전해받았습니다.”
“정동리로??”
- “예전에 개성단지에서 사용하던 뒷 길이 있습니다. 지금은 계룡대가 개성대로 이전하면서 공사 차량들 드나들 때까지만 쓰다가 폐쇄한 임시교량인데, 뒷길로 오시면 저희 병력들이 가서 먼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하~ 어딘지 대충 알겠어.”
“알았다, 1시간 내로 보자.”
- “예, 알겠습니다. 몸 성히 오십시오, 충성!!!”
“... 이야~ 이래서 동생 잘 둬야된다니깐.”
“이대로 내가 알려주는 길로 주욱~ 육본으로 가라, 알긋나?!”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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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하나회 때문에 우리 군은 간부들끼리 그 흔한 동아리 하나 못 만든다고 합니다... | 24.02.17 21: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