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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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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미래는 장편입니다. 전편을 보고 오시는 편이 이해가 쉽습니다.
*검색창에 "조금미래" 키워드 입력하시는 것으로 모두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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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
등을 태우는 작열의 열기가, 생각을 아지랑이처럼 흐릿하게 만들고.
뜨거워.
증발하는 눈물방울은, 땅에 닿기도 전에 덧없이 사라져, 누구에게도 보이는 일 없이.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결코 몸을 태우지 않는 불꽃은, 가슴 깊숙한 곳을 무자비하게 불태우고.
-아파.
매마른 목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 몸을 불사르면 이 고통이 사라지는 걸까.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잿가루조차 남김없이. 새하얗게 하늘에 녹아들면- 그러면. 나의 죄는 사라질까.
죄다. 죄인이다. 너의 죄다. 죄인으로 태어난 존재다. 속죄해라. 속죄해라. 속죄해라.
의문도 가지지 않고. 저항을 시도하지도 않고,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그야 당연히, 나는-
“하악....!”
반쯤 막힌 숨을 뱉어내며 침대에서 몸을 벌컥 일으켰다.
“...! ...!!!”
물.
바짝 말라붙은 목구멍이 갈구하는 대로, 머리맡을 더듬어 움켜쥔 물병을 들고 벌컥벌컥. 마구 들이켰다.
갈라진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던 목구멍이 간신히 진정되고, 호흡도, 겨우 돌아왔다.
그러나.
그런데도.
-뜨겁다.
등이, 목이, 온몸이, 폐가, 숨이, 모든 게- 뜨거워.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숨으로.
짠뜩 찌푸려진 얼굴을 한 채 냉장고를 향해, 찬물을 꺼내 마구 들이켰다.
“...하아.”
수그러들어가는 열기가- 몸을 태우는 불길이 간신히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고.
거칠어진 숨을 겨우 가라앉혔다.
불꽃은. 없는데도.
몸을 태우는 열기도, 더러운 웃음소리도. 다그치는 목소리도. 이제는 없는데.
여전히 몸을 태우는 불꽃만은 남아 몸을 태운다.
왜- 그런 질문은 진작에 사라졌다.
-부족해.
아직도. 아직도, 아직도-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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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수도에서 열차를 타고 1시간.
나의, 가족들의 저택이 있는 도시- 제 2의 수도 스타티스에서는 열차를 타고 1시간 반.
도시의 소음, 분주한 목소리, 그 모든 것에서 동떨어진- 아니, 현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마치 이곳만 중세로 돌아가 버린 듯한 풍경.
영봉(靈峯)이라 불러도 좋을 신비한 산세와 그 사이 고고하게 솟은 첨탑이며 종루-
이곳은, 연합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교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거대한 건축물이자, 하나의 도시다.
즉, 신성교회의 총본산.
즉, 에클레지아 에오롬.
교황을 비롯한 여러 성직자들의 거처이자 성지 중 하나로, 그 옛날의 어느 ‘가장 작은 국가’ 과 비슷하게. 광대한 넓이의 대성당 자체가 하나의 도시 취급인 곳.
그 한가운데, 그러니까, 관광지로도 나름 유명하며, 그 입지 탓에 신도도 많은 중앙 광장에서...
나는 곤경에 처해 있었다.
“물러서 주세요!! 이렇게 몰려드시면 곤란합니다!!”
“거기!! 줄 넘어오지 마세요! 그보다 그 이전에 정숙하란 말입니다!!”
“제 3 예배당에서 사람 좀 모아와! 얼른~!!”
....... 그러니까.
내가 천군, 즉 이 종교에서 교황 즈음 되는 위치라고 한 건 기억하지?
한 번 생각해 보자고.
여기. 에클레지아 에오롬은... 쉽게 말해서, 어어어엄청 먼 과거 구인류 시대에는 바티칸 시국인가? 거기 정도의 위치란 말이야.
그리고 내 직급, 그러니까 천군의 의미는 구세주지 않은가.
한 종교의 구세주가 그 종교의 성지에 아무 예고도 없이, 사람들을 물리지도 않고 방문했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답이 이거다.
지금 나는 무시무시한 숫자의 사람의 파도에 휩쓸리기 직전인 것이다.
사제들이며 수녀들이 필사적으로 막아 주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힘에 부치는지 어딘가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나, 진심으로 이단심판관을 불러올지 고민하고 있는 것도 같고.
여러모로. 난장판이다.
“....... 으음, 실수했는걸,”
“... 뭐, 신시아를 레이에게 맡겨서 먼저 들여보낸 게 정답이었군그래.”
“와아아아... 사령관님인 거 눈치채면 이렇게 되어버리는구나...”
순서대로 나, 칸, 그리고 티아멧의 말이었다.
티아멧이 말한 대로,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실수로 누구인지를 드러내 버려서 일어난 참사다.
말했지? 나는 항상 내 분위기를 숨겨서 정체까지 숨긴다고.
근데.
... 그게 안 통하는 사람들이 아주 가끔. 있다.
리리스처럼 기척을 아예 숨기는 정도가 아니라서 그런지, 내 저택이 있는 스타티스에서는 장을 보고 있는 나를 보고 누군가가 깜짝 놀라는 일이 가끔 있긴 한데.
... 아무래도. 여기에 그런... 감이 좋은 사람이 끼어 있었던 건지.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인간이 눈을 크게 뜨더니 외친 것이다.
‘초대님이 오셨다!’ 라고.
아주 크게.
저 멀리까지 들리도록.
...그 결과가 이 꼴이다.
그나마 신시아는 잽싸게 상황을 파악한 레이에게 안겨 사람이 몰리기 전에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러지 못한 나와 칸, 그리고 티아멧을 비롯한 일행들은 완전히 발이 묶였다.
“당신이 뭐라고 말하면 듣지 않을까?”
“으음, 저 사람들한테 들린다는 보장이 있어야 말이지.”
“원래 이 정도는 아니잖아요...? 평소에는 줄도 잘 지키시던 분들이 왜 이렇게...”
“...10년 전을 예전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는 둘째치고, 동감이야...”
원래는 질서정연하게, 내가 갈 자리도 만들어 준 채 얌전히 환영해 주던 사람들이 왜 이럴까- 싶었다가도, 문득 깨달았다.
그런 때는 항상 내가 예고를 하고 방문했거나, 아예 정체를 숨기고 들어온 뒤에야 들어와 있다고 발표를 해서...
그래서 내가 바깥에 나설 때까지, 그 사이에 진정시킬 시간여유가 있었던 거구나...
“베로니카가 좀 화내겠는데.”
“좀?”
“.....베로니카가 많이 화내겠는데.”
...좀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말았기에 나 역시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망했네.
“여러분~!! 천군님께서는 업무가 있으십니다!! 비켜 주세요!!”
“우선 물러서서 길을 만들어 주세요!! 계속해서 소란을 피우시면 체포되실 수도 있다구요!!”
...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인파를 막는 사제단 여러분과 수녀님들에게 굉장히 송구스러워졌다.
아니, 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그나저나 이래서야 접근은커녕 발 한 번 옮기기도 어렵겠는데...
“으음, 저기?”
일단 내 말을 들을지 무시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 보자 싶어서 입을 열었으나, 응. 당연하게도 인파는 내 말을 듣지 못한다.
...못 들은 건지 못 들은 척 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난동을 피운다는 느낌이 아니라 유명인을 본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하는 느낌이라는 걸까...
“...유명인이 와서 구경하는 사람들 같다고 생각했지, 방금.”
“... 다 보여?”
“당신 생각을 내가 모르겠나... 하아. 당신 정도의 인간이 고작 유명인이라는 단어로 설명이 되는지부터 생각해라. 인류의 대영웅. 초대 최고지도자. 신성교회의 천군. 기타 등등. 그런 인간이 당신 아닌가...”
“......... 딱히 원했던 건 아니라고? 진짜로.
“그렇겠지.”
... 진심으로 한탄을 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간신히 참고.
나는 저 멀리서 붉은 안광을 빛내며 달려오는 베로니카를 발견하고서야 안도(그리고 곧 찾아올 무시무시한 잔소리의 폭풍에 대한 공포)가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100퍼센트 잔소리다.
신성한 예배당 앞에서 이런 소란을 일으키다니 아무리 천군님이라지만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없으신 겁니까 앞으로는 제발 부탁이니 조금만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시고-
...같은.
...
앞으로는 올 때 미리 공지해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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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차분한 목소리가 방을 채웠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우리 딸 좀 잘 부탁할게.”
나는 칸의 옷자락을 잡고서 안절부절못하는 중인 사랑스런 딸아이를, 곁에 선 티아멧이 토닥토닥 진정시켜 주는 걸 보며 피식 웃곤 말했다. 다행히 둘은 어느새 친해진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도, 티아멧... 벌써 그런 모성 넘치는 표정을 짓는 거야...?
...아무튼. 그 말에, 와아- 하고, 모여 있던 그들, 즉 신성교회의 천사들... 전(前)쿄헤이의 천사들이 작게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인사하실까요?”
“...아, 아... 안녕, 하세요... 자, 잘 부탁드려요.”
그들 중 누구도 위협하거나 심지어 표정을 굳히고 있지 않건만, 방금 전 만났을 뿐인 ‘언니’들 상대로는 역시 긴장을 풀기 힘든지, 신시아는 잔뜩 겁을 먹은 채였다.
그런 소녀를 보며, 나는 어쩔 수 없나. 하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보다시피,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니까.... 실수를 하는 일이 있어도 너희들이 너그러이 넘어가 주면 고맙겠어.”
“네에~ 아, 저희 자기소개는 안 하나요?”
“으음, 그러고 보니 너희를 잘 모르겠네... 아자젤, 네가 소개 좀 해 줄래? ...아, 그리고. 신시아를 부를 때. 절대 아가씨, 도련님 같은 존칭은 쓰지 말 것. 별명, 이름, 애칭으로 부르는 건 상관없어.”
내 자식들이 태어날 때마다 모두에게 하는 말이었다.
...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블랙 웜이라던가 콘스탄챠는 도련님, 아가씨라는 호칭을 고집하지만...
“으음, 그럼 신시아?”
“네, 네?”
“자, 여기 있는 언니부터 차근차근 소개해 줄 테니까, 잘 들어주세요.”
그리고 아자젤은, 빙그레 웃으며, 자신부터 시작해 엔젤까지, 차근차근 주위에 선 이들을 설명해주었다.
신시아는 ‘언니’ 들이 “잘 부탁해요.” 라거나 “잘 부탁하지.” 라거나, “긴장하지 말아요” 라는 말을 할 때마다, 전혀 긴장을 풀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지만... 으음, 괜찮겠지?
그리고 엔젤의 “잘 부탁해요~”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소개가 끝나자, 신시아는, 마구 떨면서도 결의에 찬 눈동자를 하고는,
“그, 그러니까, 저는, 신시아, 라고 해요. 일주일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고. 누가 봐도 연습에 연습을 거쳤다고 생각할 만한 굳은 자세와 목소리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 진짜로 괜찮겠지. 내 딸?
첫날부터 사라카엘에게 악의 없는 지적 한 마디를 듣고 울거나 하진 않겠지...?
남몰래 사라카엘에게 실례가 될 만한 고민을 하는 나는 내버려둔 채, 칸은 아자젤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편의를 봐 준 것에 감사하지. ...교황 성하.”
“제발. 칸 대장님까지 그러지 마세요.”
저를 그렇게 놀리시는 건 천군님 한 분으로 족합니다... 하고,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 아자젤에게 칸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하긴 신시아에게까지 교황 성하라고 불리게 되면 큰일이니 그만하도록 할까. 신시아?”
“으, 응?”
“이따가 언니도 이야기하겠지만. 그냥 편하게 언니라고 하면 된다. 알았지? 추기경님이라거나 교황님이라고 안 해도 되니까,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
“노, 노력해볼게...!”
딱히 노력하라고 한 말이 아닐 텐데...
그런 내 웃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시아는 ‘편하게, 편하게,‘ 하고 누가 봐도 바짝 기합이 들어간 채 중얼거린다. 진짜 괜찮을까.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하는데...?
“...뭐, 아무튼. 잘 부탁하지. 교황청 여러분. 다음 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오면 되겠지?”
“네. 아아, 데리러 오실 때는 두 시간쯤 여유를 두고 오세요.”
“음, 알았다.”
이러나 저러나, 이미 이야기는 끝났으니 나는 뭐라고 더 말할 게 없지만...
으음.
“신시아?”
“네, 네?”
“혹시나 좀 많이 힘들다 싶거나, 엄마나 아빠가 보고 싶으면 전화하면 된다? 절~대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되니까. 알았지?”
“아... 네!”
...존댓말 안 써도 되는데...
칸에게는 반말을 쓰면서 왜 나는 존댓말이야... 라는 말은 가까스로 참았다.
...애초에 아빠라고 부르기도 힘들어하잖아....
....... 뭐, 차차 해결되겠지.
해결...
...해결되겠지?
그런 걱정은 일단 뒤로 하고, 나는 미소지으며 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 옛날 티아멧이 그랬듯 한순간은 움찔했지만, 피하지는 않은 채, 신시아는 나를 올려다보며, 긴장으로 바짝 굳어버린 입가를 아주 약간이지만 풀었다.
그 모습에, 무심코 기쁘게 웃고 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그럼... 난 먼저 가 볼게... 들를 곳도 몇 군데 있고. 일도 있으니...”
“벌써요? 조금만 더 있다 가시지...”
“다시 왔을 땐 좀 더 머물다 갈 생각이야. 티아멧도 여기 와서 쉬고 싶다고 그랬고.
원래는 오늘부터 여기서 며칠간 그녀와 머물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으나-대외적으로 개방되지 않은 곳은 조용하기도 하고, 산등성이에 지어진 만큼 조금 이동하면 산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들도 있으니...
...티아멧에게는 아무래도 평생 동안 강하게 나갈 수 없을 것 같다.
150년 넘는 기다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데 결혼식도 미뤄지고... 이번엔 또 신혼여행 겸 휴가 미뤄지고... 혼례 금방 끝나서 피곤할 텐데 곧장 여기저기 이동하고...
...설마 키르케나 리앤처럼. 자식들한테 내가 얼마나 속 썩였는지 다 말해버리는 건 아니겠지.
너네 아빠가 말이지 옛날엔 말이다 이런저런 일로 얼마나 엄마를 고생시켰는지- 하고.
........뭐, 그래도 할 말 없긴 하지.
아무튼.
“으음, 그럼 정말로 가 볼게. 신시아. 언니들 말 잘 듣고, 힘들거나 하면 전화해. 알았지?”
“네, 넷!”
“그래그래. 착하다. 아, 그리고 엔젤...”
내가 가까이 와서 귀 좀 대 보라는 제스처를 취하자(그녀에게는 필요없는 동작이긴 하지만) 그녀는 네에~ 하며, 날아왔다.
...
“...엔젤, 실내에선 좀 걷지? 너 그러다 운동부족 된다?”
“저보다는 사라카엘 님이 더 걱정스럽.... 아아앗!! 화, 화내지 마세요, 사라카엘 님! 죄송해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사라카엘이 눈동자를 빛내는 걸 보지 않고도 황급히 사과한 그녀는 에헤헤, 웃어넘기려 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신데요? 뭔가 부탁하실 거라도?”
“아아... 다른 게 아니라. 엔젤 네가 신시아를 좀 챙겨줬으면 좋겠어서 말이지.”
“네? 제가요?”
엔젤이 무어라고 말하려는 듯 하기에, 나는 잽싸게 “아니, 아니” 하며 말했다.
“물론 말이지? 네가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는 건 잘 알지만. 네가 추기경단의 일원이고 교황 보좌로서 굉장히 바쁘다는 것도 알고 천사로서 해야 할 일도 많다는 것도 알고, 신시아에게 오롯이 신경을 쏟아 줄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도 잘 아는데, 응? 그래도 엔젤 너는 신시아가 어떤 기분인지 뭘 원하는지 정도는 바로바로 파악해 줄 수 있으니까, 응? 내가 부탁 좀 할게. 아니, 이렇게 부탁할게. 이번 일주일 동안만 다른 일 제쳐두고 우리 딸내미 좀 봐 줄 수 없을까?”
...왜 나는 항상 말을 하면 변명조로 끝나지?
아무튼. 비굴해지기 시작한 말을 이으려던 나였으나 엔젤이 허둥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지, 진정하세요! 저는 딱히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다구요.”
“아.”
“저야 당연히 기쁘죠. 아가씨... 아니, 시아 양으로 괜찮으려나? 아무튼 시아 양을 보는 걸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다구요. 제가 잘 봐 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 휴. 그럼 큰 걱정은 덜었네.”
엔젤이 봐 준다면... 어느 정도는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사라카엘이나 베로니카가 엄격하게 구는 것 정도일 텐데...
“신시아라고 했지? 시아라고 불러도 되나?”
“네? 네... 괘, 괜찮아요.”
“음, 잠깐만 기다려라. 네게 주려고 언니들이 준비한 게...”
“사라카엘 님. 그건 이따가 다 같이 드리기로 했습니다.”
“... 다들 모여 있잖나. 베로니카.”
......... 괜한 걱정이었네.
“으음, 그럼... 진짜 가 볼게. 일주일간 잘 부탁해.”
부디 우리 딸내미가 힘들어할 만한 일이 없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조금 긴장이 누그러진 듯한 신시아에게 손을 흔들어 주곤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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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을 나선 직후.
“자... 그럼.”
나는 방금 전까지 지었던 웃음을 완전히 지우고, 수도가 있는 방향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오랜만에, 제대로 일하러 가 볼까.”
오랜만에,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런 직감이 들었으니.
"우선은, 그래. 교도소가 먼저인가?"
중얼거리며, 나는 천천히 걸어나갔다.
하늘은, 여전히, 아직도, 맑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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