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멕시코. 멕시코시티 골목의 어느 바.
“이걸로 라스 알마스 카르텔 뿐만 아니라 멕시코 내의 이름 날리는 모든 ㅁㅇ 카르텔들은 모조리 소탕됐어. 이건 그들에게 있어서 그저 악몽의 시작에 불과해.”
멕시코 특수부대인 로스 바케로스의 지휘관인 알레한드로 바르가스는 맥주 한 잔을 거하게 마신 뒤, 격려하듯 시몬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시몬. 자네도 알다시피 남미의 카르텔들은 국가별로 다 커넥션이 이어져 있지 않나? 이대로라면 카라카스의 카르텔이 무저니는 것도 시간 문제야.”
“자네의 아내를 위한 복수도 이제 머지 않았어.”
“고맙군.”
“아, 그나저나, 거 와야할 사람이 또 안 오네. 아무리 높으신 분이라고 하지만, 이리 늦어도 되는건가?”
“그 말, 나는 와야할 사람이 아니란 소린가?”
“자네 사시사철 언제 어디서나 진지한 그 놈의 태도부터 고치는게 어떻겠나? 사람이 농담도 좀 하고 너스레도 좀 떨면 받아치고 웃고 좀 그럴 줄 알아야ㅈ...”
- 딸랑~ 딸랑~
“생맥주 하나. 500으로.”
술집을 방문하는 이의 축복을 함께해주는 작고 귀여운 종소리와 함께, 도통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예쁘고 잘생긴 남자가 들어와 알레한드로 바르가스와 시몬 블랑코의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였다.
그는 우르지크스탄의 테러 단체인 알카탈라-알자디드와 결탁한 남미 ㅁㅇ 카르텔 연합 소탕 작전의 총 책임자, 이번 작전 수행 부대인 TF-141의 지휘관인 러셀 유진 벨리코프 현 USSOCOM(미합중국 특수작전사령부)사령관이었다. 알레한드로 바르가스와 시몬 블랑코가 앉은 자리에 합석한 벨리코프 대장은, 카운터에 대고 거품이 가득한 부드러운 생맥주 한 잔을 주문하곤 두 사람에게 내가 너무 늦었느냐며 너스레를 떨며 물었다.
“아하하... 내가 너무 늦었나?”
“아휴, 참 빨리도 오십니다, 진짜. 역시 높으신 분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봐, 안 그래? 우리랑 급이 다르잖아, 완전.”
“바로 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장관님이 잠깐 얼굴 좀 보자시잖아, 그래서 좀 늦었지.”
“장관이? 자네를?? 아니 CIA랑 DEA(미국 ㅁㅇ단속국) 국장도 아니고 펜타곤에서?”
“좀 그럴 만한 내부사정이 있어. 조금 있다가 이야기 해줄게. 우리랑도 관련된 거니깐.”
“흐음... 자네가 그렇다면야.”
“아 그렇지, 유진. 예전에 몇 번 얼굴 봐서 알지? 시몬 블랑코야. 시몬? 이 쪽은 러셀 유진 벨리코ㅍ...”
“알아, 누군지.”
“내가 설마 현장 지휘관 얼굴이랑 이름도 모르리라고.”
“그건 그렇긴 한데, 이렇게 사석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잖나.”
벨리코프 대장과 바르가스 대령은 예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절친한 사이였지만 시몬 블랑코는 그렇지 않았다. 임무를 위해 이전부터 몇 번 협업을 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사석에서 만난 건 거의 처음이었다. 사실 시몬 블랑코는 이들에 비하면 굉장히 젊은 연배이고, 오히려 그들보다 한참 어린 사람이었다. 거기에 벨리코프 대장과 바르가스 대령 둘 다 1세대 슈퍼솔져인 반면에 시몬 블랑코는 2세대 슈퍼솔져이기도 했다. 정작 액면가로는 이 셋 중에서 오리진 더스트 빨을 가장 많이 받아 스무 살에 나이가 멈춰버린 벨리코프 대장이 훨씬 어려보이긴 했지만.
베네수엘라군 특수부대 출신의 명망있는 경찰특공대원인 시몬 블랑코는, 이번 북대서양·환태평양 조약기구, 미 중앙정보국, ㅁㅇ단속국 공조 하 탈레반 이후 신생 무장 테러 조직인 알카탈라-알자디드와 협력하고 있는 남미 ㅁㅇ 카르텔 소탕 작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선보였다. 태스크포스 141의 대원들 모두가 다 한 가닥 하는 양반들이었으며, 현장 지휘관으로 발탁된 벨리코프 대장은 말할 필요도 없고, 당장 그 옆에 바르가스 대령마저도 장성 진급을 미루고 계속 현역에 남아있을 정도로 상당히 유능한 군인이었지만, 시몬 블랑코는 단언컨대 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인물이었다.
마치, 이번 작전 자체가 그를 위한 무대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지만 능력과 별개로 인간관계는 영 별로였다.
벨리코프 대장을 반갑게 맞이하여 주는 바르가스와 달리, 시몬 블랑코는 그로부터 다소 거리를 두었다.
아니, 거리를 두는게 아니라 그를 경계하는 것에 가까웠다.
“... 그래서 뭐?”
“그래서냐니? 이 기회에 둘이 서로 친해져 보는 게 어때? 혹시 또 몰라? 미군 4성 제독님의 비호를 받을 일이 또 있을 지?"
“그런 비호라면 필요 없네. 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어.”
시몬은 알레한드로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무안함을 느낄 만한 말을 툭하고 내던지며 맥주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알레한드로는 그런 시몬을 보며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곤 유진에게 대신 사과하였다.
“... 미안해, 원래 이런 친구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알레한드로의 사과에, 유진은 넉살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했다.
“현장 지휘관인 내가, 부대원이 투정부리는 것 정도야 어련히 잘 이해해줘야 하지 않겠어?”
“하아... 자네도 참...”
물론 벨리코프도 성깔 하나는 시몬 블랑코 못지 않았다.
시몬 블랑코가 웃음기 하나 없이 상대방에게 동일한 유효타를 날리는 느낌이라면, 벨리코프는 방심하다가 세게 카운터를 때리는 느낌이다. 시몬도 방심했었던 모양인지, 훅 들어온 벨리코프의 말에 헛기침을 하고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기사 초면에 예의없게 굴은 건 자신이니 벨리코프에게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덕분에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한 술자리가 만들어진 가운데,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먼저 입을 연 것은 알레한드로였다.
“그래서, 장관이 바쁘신 자네를 왜 마이애미에서 워싱턴까지 오라가라 한 건가?”
“아, 그거 말인데...”
알레한드로의 물음에 벨리코프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위를 둘러본 후 낮은 톤의 목소리로 말하였다.
“... 후속 작전을 중단하기로 했다.”
“뭐????”
알레한드로 뿐만 아니라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잠자코 술을 홀짝이고 있던 시몬도 당혹스러운 반응을 내보였다.
“알카탈라가 카스토비아의 베르단스크를 공격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어. 우린 다음주에 베르단스크로 갈거야.”
“아니 그러면 여긴 어쩌고?”
“그러니깐 잠정 중단.”
“잠정 중단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시몬이 물었다.
조금 격앙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어조로 묻는 시몬에게, 벨리코프가 단조로운 어조로 답했다.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는 소리다. ㅁㅇ 카르텔이랑 연계해서 테러를 저지르려던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이젠 연결책이 아니라 그 녀석들을 잡으러 가야한다는 거지.”
“여긴 그냥 내버려두자고????”
“... 그렇지. 그런 소리지.”
벨리코프의 대답으로 잠시나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한결같이 분위기를 돗구던 알레한드로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벨리코프를 바라봤다.
이 불편한 침묵을 깨뜨린 것은 시몬 블랑코였다.
“... 남 일이라고 참 속편하게 대답하는 군.”
“이봐, 미국 대장양반. 당신이야 맘 편하게 아무렇지 않게 지껄인다고 한다지만 적어도 나한텐 아니야. 여긴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으면서 인사한 사람이 다음 날 아침에 총 맞아 뒤진 사체로 발견되는 게 일상인 곳이라고.”
“누구한테? 바로 산타 마르타 같은 카르텔 같은 놈들한테.”
“사람들이 매일 같이 ㅁㅇ 카르텔 놈들한테 죽어나가고 있어. 아무런 죄 없이. 그저 아침에 출근하러 나갔다가 총 맞고 뒤지고, 점심에 식사하러 나갔다가 납치당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오는데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윤간당하는게 여기 남미의 일상이야. 카르텔 놈들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서 지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다고. 근데 이제와서 좀 해방이 되나 싶었는데, 후속 작전을 잠정 중단한다고???”
“하나 물어보지. 남미에서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나라가 몇이나 될 것 같아????”
“나라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그럼 지금 우리라도 나서서 놈들을 계속 잡아들이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면 우리가 굳이 왜 남의 나라까지 와서 이 깽판을 치고 그래야 하나????”
“우리 목적은 알카탈라에 무기와 자금을 조달하는 카르텔 녀석들을 잡아다 족치는 거였지, 카르텔을 몰아내는 게 아니었어. 애초에 그건 부수적인 목적이었다고.”
“그래... 테러 조직에 지원을 해주는 카르텔을 잡는 거. 의도는 좋아. 나도 그건 좋다고 생각해.”
“... 근데 정작 그 알카탈라인지 탈레반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의 테러 대상이 애초에 미국 말고 더 있었나?!?!”
시몬 블랑코가 자리에서 일어나 벨리코프를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어이, 시몬.”
“결국 니들 좋자고 한 일에 또 우리는 그저 이용만 당했던 것 뿐이지!!!”
“나 뿐만 아니라 이 녀석도!!!!”
“테러를 막는다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
“세계 평화가 아니라 미국의 평화를 위해서겠지!!!! 오롯이 미국이 일궈놓은 세계 질서를 위해서 말이야!!!!”
“그만 해, 시몬!!”
“네 녀석들이 말하는 세계 평화인지 세계 질서인지 뭔지는 난 하등 관심없어!!!!”
“그저 내가 이번 작전에 굳이 쌔가빠지게 고생해가면서 자진해서 자원한 건, 최소한 내 나라 이곳저곳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있는 파리, 바퀴벌레같은 새끼들을 내 손으로 확실하게 몰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알아?!?!?!”
“시몬!!!!”
흥분하여 벨리코프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다가오려는 시몬을 향해 알레한드로가 마주 일어서 호통을 치며 일어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소란 직후에 흐르는 불편한 침묵. 그것은 술자리에 모인 세 사람 뿐만 아니라 술 집에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의 입을 조용히 다물게 만들기 충분했다.
대화 소리가 멈추고 술집 안에 모두가 숨죽인 채 세 사람을 향해 시선을 집중한 가운데...
“... Cerote(ㅆㅂ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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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인게임의 에르네스토 대신 알레한드로 바르가스를 등장시켰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다!!
아... 아ㅈ...! 아자...! 아자ㅈ...!!!!
저번에도 공지하였지만, 최근 연재속도가 줄은 이유는 초인 시리즈와의 협업 콜라보 때문입니다. 제독 시리즈도 봐주시고, 콜라보 협업 작품도 많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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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ㅈ ㅇㅈ ㅇㅈㅈ | 24.04.07 16: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