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스템 관련해서야...원체 기대는 없었지만 역시나더군요. 전투 시스템에선 포식이 모든 밸런스를 망쳐놔버렸고...적의 인자를 습득해 캐릭터를 강화시켜보자는 컨셉을 챙겨보려한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즉사기로 만들어버리니 잡졸 전투는 죄다 포식으로 시작해서 포식으로 끝나버리더군요. 차라리 포식계열 스킬들을 데미지를 낮추고 즉사 확률을 없앤 뒤 오로지 포식계열 스킬로 막타를 쳐야 인자를 획득할 수 있게 했다면 유저들이 여타 공격 스킬들을 더 활용하게 됐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물리계열 속성은 결국 그 캐릭터들 고유 속성인데 어차피 마법 속성으로 약점 쳐도 똑같은 메리트를 받으니 물리계열 스킬을 쓸 이유가 하나도 없고...여태껏 했던 다른 컴파일하트 게임답게 다양성이랍시고 이거저거 막무가내로 집어넣었다가 서로 밸런스가 안맞아서 쓰는 것만 쓰이고 나머지는 죄다 사장되는 언제나의 컴파일하트 게임의 수순이었습니다.
게다가 전작인 데엔리에서는 필드에서 각 캐릭터에 해당하는 기믹 앞에 다가가면 저절로 그 캐릭터의 기믹이 사용되도록 해놓고는 왜 바르니르 와서는 일일이 캐릭터를 변경해줘야 하는건지...신옥탑2 때도 그랬지만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편의성이 오히려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들쑥날쑥함이 참 할말 없게 만드는군요. 라포넷의 기믹은 무조건 한 방향에서만 활성화되게 해놔서 메모리점프로 뒤에서부터 앞으로 진행하면 못건너가게 만들지 않나...
게임성 관련해서야 말 꺼낼 만한건 비판 뿐이고 비판할 것들도 산더미라 각설한다지만...이번 작품은 캐릭터나 스토리도 너무 대충 만든 느낌이라 더 실망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컴파일하트 게임이 그나마 내놓을 만한 요소라곤 캐릭터나 스토리 뿐일텐데 대충 컨셉이나 콘티만 잡아놓고 뼈대나 세세세하게 파고들진 않은 채 내놓은 느낌이었습니다. 존재감이 제일 희박한 타이틀히로인 미네사부터 해서...하나같이 뭔가 갈등요소를 만들것 처럼 등장해놓고 그냥 버리는 패로 대충 갖다 버리는 악역들...특히나 악역들 관련해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대충 써먹고 버린 느낌이 강해서 곱씹을수록 짜증나네요. 데엔리 악역들보다도 더 대충 쓰다버린 느낌입니다. 첫 인상은 마녀의 저주니 용에게 먹히는 숙명이니 외부세력들의 압박 등 마녀들의 다크판타지로 진행될거 같은 느낌으로 선사해놓고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앞에서 보여준 갈등요소들이 다 별거 아니었다고 치부하고 갖다버리는게 너무 짜증났습니다. 그렇게나 마녀들을 핍박해왔으면서 자기들의 신앙이 왜곡됐다는걸 알았다고 바로 태세전환하는 봉황청이나 샤를로타에 대한 복수심만으로 오랫동안 참아왔더니만 주인공 일행에게 진실을 듣고 여동생들의 만류에 그냥 복수를 포기하는 벤티카나...독기 품은것처럼 보여줘놓고 사실 뻥카였다고 처리해버리는 식이 무슨 어린이 동화집도 아니고 악역들의 집중을 다 흐트려놔버린 느낌입니다. 차라리 끝까지 마녀사냥에 집착하다 죽어버린 코벨리아가 더 악역다운 악역이라고 느껴질 정도로요. 정작 그 코벨리아도 봉황청에 반기를 들면서까지 마녀사냥에 집착하는 이유를 보여주지 않았기때문에 처음 봤을땐 그냥 정신줄 놓은 캐릭터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요. 진엔딩 루트의 벤디카를 보고나니 오히려 코벨리아 정도면 바르니르 내에서 훌륭한 악역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봅니다. 코벨리아와 쌍으로 초반부터 분위기 잡던 또 하나의 메인 악역 듀란도르는 뭐 해보지도 못한채 퇴장해버리고...이럴거면 뭐하려 봉황청이니 이블레이븐이니 악역 포지션의, 캐릭터도 아닌 집단 단위의 악역들을 만들어서 이도저도 아닌 채로 버리는건지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용의 저주를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단순한 이야기로만 폭을 좁히고 악역으로는 벤디카만 남겨서 벤디카나 주인공 일당에게 더 집중해줬어도 지금보단 스토리의 흥미가 더 오르지않을까 싶습니다.
스토리하니 정말 아쉽다고 해야할지...왜 그랬는지 묻고싶을 정도로 화가 나는 부분은 노멀엔딩과 진엔딩의 차이점이라고 봅니다. 노멀엔딩이나 진엔딩이나 최종보스를 잡으러가는 과정은 거의 비슷한 동선과 흐름을 지니면서 어째서 각 엔딩마다 인물들의 심리나 생각, 마음가짐이 그리 달라지게 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종보스를 만나러갈 때까지만 해도 두 엔딩 모두 누군가가 별의 용이 되어 희생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인데 노멀엔딩에서는 희생에 대한 각 히로인들의 고뇌라던가 제피의 결단과 각오가 굳어지고 확고함을 증명해주는 과정을 집중해서 잘 보여줘놓고 진엔딩에선 그런 장면들이 싹 사라져서 몰입이 안됐습니다. 다른사람들 말마따나 노멀엔딩이 오히려 이 게임의 진엔딩에 제일 부합하다고 느껴질 정도로요. 벤디카의 경우도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주인공 일행과 부딪치는 최후의 악역인데 노멀엔딩에서는 끝까지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로서 잘 수행하다가 진엔딩에서는 그런 모습 하나도 안보여준 채로 바로 선량한 편으로 돌아서니...아무리 '사실 착한 녀석이였어' 클리셰라지만 갈등과 증오, 복수심이 깊은 만큼 그런 악역이 돌아서게 되는 과정을 잘 표현해줘야 좋은 클리셰인거지 너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돌아서니 캐릭터가 순식간에 바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제피나 주인공 일행도 진엔딩에서는 희생에 대한 고뇌나 결의, 각오같은게 하나도 없이 그냥 최종지역에 가면 어떻게 되지않을까라는 가벼운 모습만 보여주니 주인공인데도 집중이 되질 않고...쓸데없는 데서 분량 쓰는 대신에 최종장에서만이라도 주인공 일행과 벤디카에게 분량을 투자해줬으면 이렇게나 집중 안되는 주인공 일행과 악역이 나오진 않았을텐데 싶습니다. 사실 그것보다 제일 화가 나는건 진엔딩의 흐름을 노멀엔딩만큼만 썼어도, 차라리 노멀엔딩이랑 똑같이만 썼어도 진엔딩이라는 느낌을 받았을텐데 이건 그냥 모두 살아남아서 행복했습니다 말고는 아무 의미없는 엔딩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스토리나 악역,주변인물도 문제지만...여태껏 했던 컴파일하트 게임 중에 제일 히로인들에게 박했던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건 히로인들 간의 케미나 일상적인 서브스토리, 혹은 제피와의 호감도 등 캐릭터관련 컨텐츠들을 기대했는데 정말 분량이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데엔리도 히로인 둘씩 엮어서 케미 서브스토리 하나씩은 있었는데 바르니르는 완전히 독고다이 형식뿐이고...호감도 이외엔 서브스토리 그런건 죄다 갖다버렸고...신옥탑 시리즈 정도의 분량이 조금 아쉬우면서도 적당히 분량을 챙겨줘서 좋은데 그마저도 안됐습니다. 여동생 캐릭터들에게 휘둘리는 제피라던가 호구잡히기 쉬운 카리카로와 호구잡기 쉬운 샤를로타의 본격적으로 투닥대는 케미라던가...개인적으로 샤를로타와 카리카로 콤비로 서브스토리 나오길 기대했는데 실망 밖에 돌아오지 않네요. 게임성이니 스토리니 그런것보다 히로인들을 활용한 서브스토리 쪽이 너무 부실한게 이 게임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봅니다. 하다못해 특전에 부록으로 넣어준 각 히로인들의 단편집 스토리를 인게임 서브이벤트로만 넣어줬어도 이렇게 배신감 느껴지진 않았을텐데...
결국 바르니르에서 건질거라곤 특전 부록들밖에 안남는군요. 일본에서 점포특전으로 배포했던 태피들보니...이미 바르니르는 발매 전부터 컴파일하트 내부에서도 게임으론 가망없으니 부속품들로 건져볼려고 작정했던거 같습니다. 그래도 죄다 쓰다만 캐릭터들 사이에서 샤를로타가 제일 매력적이었다고 봅니다. 스토리 내에서의 역할이나 성격, 캐릭터성, 과거 등을 따져봤을때 제일 호감이 가고 관심이 가는 캐릭터였습니다. 일러레 빨도 없진 않지만...성우분 연기도 꽤나 캐릭터에 잘 들어맞는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