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블레이드는 태생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영화적 체험과 게임 사이의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하면서
전통적인 장르게임의 메카닉을 그다지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 않죠. 따라서 게임은 게임다워야지 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합니다.
영화적 측면으로 보면 전통적인 게임에 위치하면서 영화의 대중적인 속성만 골라뽑은 언차티드 같은 게임과도 달라요.
오히려 이 게임은 정신질환자의 환상과 내적 갈등, 외부의 압력과 극복 과정을 심지어 북유럽 신화적 판타지 배경을 통해 묘사하는 영화로 쳐도 상당히 매니악하고 상업주의와 거리가 먼
소재와 접근법을 취하고 있죠.
결국 전통적인 장르 게임과 또다른 의미로 전통적인 대중영화 팬들 모두에게 어필하는 걸 포기한 기묘한 게임이 되었는데,
재미있는건 그게 이 게임의 미덕이라는 거죠.
기존의 대중들에게 익숙한 걸 포기한 대신 이 게임은 지금까지 아무도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지만, 게임이라는 매체만이 가능한
정신질환자의 혼란스런 내면세계와 현실왜곡의 경험을 플레이어에게 설득력있게 체험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정신병이라는 소재를 설득력 있게 동시에 아름다우면서 다큐처럼 지루하지는 않게 체험한다는 도무지 말이 안될 것 같은 경험을 실제로 만들어낸거죠.
미술과 음향, 게임플레이가 모두 이 하나만을 위해 디자인 되었다는건 초반부만 플레이해봐도 자명해집니다.
주변 사물과 환상의 룬문자의 유사성을 강박적으로 찾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퍼즐 방식은 세누아의 정신질환과 완벽히 부합되는 묘사면서 동시에 게임 진행수단용 퍼즐로서의 기능을 잃지 않았죠.
성장요소도 없고 비교적 단순하다는 전투도 세누아의 정신세계의 싸움이라는 측면의 묘사로서는 훌륭합니다. 특히 후반부 포커스 한 상태에서의 반짝거리는 형광 사이에서 칼질하는 세누아의 모습은
거의 아름다울 지경인데, 물리적 세계의 실제 싸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내면세계에서의 갈등에 대한 비유라고 보면 딱 맞는 묘사죠.
예를 들어 세누아가 젤다나 톰레이더에 나올 법한 돌을 밀고 스위치를 맞추는 퍼즐을 하고 있었다면 세누아의 정신병이 지금처럼 생생하게 느껴질까요?
아니면 전투 필살기 게이지가 있고 데빌 메이 크라이나 갓오브워처럼 화려하게 무기를 바꿔가며 콤보를 해댔다면요?
아마 전통적인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조금 더 있었을지 몰라도 세누아라는 인물묘사와 상황에 대한 설득력은 훨씬 덜했을겁니다.
물론 이 게임의 마이너적인 소재나 묘사가 전에 없었던 건 아닙니다. 특히 최근 몇년 간 인디게임 붐이 일면서
기존의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게임소재에서 벗어난 심층적인 주제의 게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개발사가 택한 정신질환의 생생한 체현에 필수적인 '영화적인 이미지' 전달을 위해서는 레트로 도트 그래픽의 인디 게임이 아닌
정말 영화같은 그래픽이 필요했고, 그동안의 인디 게임들의 한계를 넘어서
닌자 씨어리는 소규모 개발진을 가지고 이를 실현시켰습니다. 게임의 그래픽은 거의 차세대 수준으로 보일정도로 충분히 영화적이고, 기술적으로나 미술적으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개발사가 말한 aa퀄리티의 인디게임이라는게 단순히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고, 이런 탑급 퀄리티로 마이너한 소재를 완벽하게 묘사한 게임을 체험하는 건
적어도 앞으로 2~3년 동안은 절대 흔히 할 수 있을 경험이 아닐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테지만 타협하지 않고 게임이라는 매체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개척한 닌자 씨어리 개발진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네요.
(IP보기클릭)104.205.***.***
이주 동감합니다. 글도 잘쓰시구요. 저도 막연하게만 갖고있던 감상을 너무나도 구체적으로잘써주셔서 속이 시원합니다. 제가 이게임관련하여 악평들을 보면서 느낀거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는 정말 어필하기어려운 작품이아니었나 싶습니다. 전 게임을 통해 분위기를 경험하는걸 하나의 미덕으로보기에 게임내내 거의 걸어다녔습니다. 뛰어야할것같은때만뛰구요. 그런데 여기선 그 부분이 엄청난 단점으로 묘사가되어있더군요. 그리고 실제싸우고있는듯한 긴장감있는 전투도 지루한 단점으로 그리고 참신함에 놀라던 퍼즐들에도 지루하기짝이없는 행위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지더군요. 전 게임을 길게하지못합니다. 깊게하지도못하구요. 젊은 친구들이 파고드는깊고깊은 게임들보단 이렇게 짧지만 강렬한 체험을 주는 게임을 선호합니다 확실히 나이든 세대인가봅니다. 많지않은 액션의 종류, 게임 구성의 단순함, 반복적인 플레이는 분명 단점이될수도있을겁니다. 하지만 AAA 급 오픈월드 겜이나 몇안되는 누구에게나 찬양받는 게임들과 비교당하기보다 이게임자체가 갖는 가치와 제작진의 노력으로 평가받았으면 하네요. 여기 상당수의 까는 글들을 보니 플레이조차 안햐본 사람들이 많더군요. 단순히 리뷰만 보고 또는 남이까니까 동참해같이 까는 사람들도 많네요
(IP보기클릭)210.101.***.***
글 엄청 잘쓰시네요.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만. 게임이 좀 급하게 나온감은 많이 있어보입니다. 볼륨이 너무 적은것도 그렇고 , 볼륨도 적은데 반복적이 요소는 너무 많은것도 그렇죠. 여러가지 실험적인 부분 빼고 단순히 게임성 자체만으로 봤을때 노잼겜은 부정할수 없을듯 합니다. 부족한 부분 신경쓰고 느긋하게 나왔으면 좋았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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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청 잘쓰시네요.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만. 게임이 좀 급하게 나온감은 많이 있어보입니다. 볼륨이 너무 적은것도 그렇고 , 볼륨도 적은데 반복적이 요소는 너무 많은것도 그렇죠. 여러가지 실험적인 부분 빼고 단순히 게임성 자체만으로 봤을때 노잼겜은 부정할수 없을듯 합니다. 부족한 부분 신경쓰고 느긋하게 나왔으면 좋았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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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동감합니다. 글도 잘쓰시구요. 저도 막연하게만 갖고있던 감상을 너무나도 구체적으로잘써주셔서 속이 시원합니다. 제가 이게임관련하여 악평들을 보면서 느낀거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는 정말 어필하기어려운 작품이아니었나 싶습니다. 전 게임을 통해 분위기를 경험하는걸 하나의 미덕으로보기에 게임내내 거의 걸어다녔습니다. 뛰어야할것같은때만뛰구요. 그런데 여기선 그 부분이 엄청난 단점으로 묘사가되어있더군요. 그리고 실제싸우고있는듯한 긴장감있는 전투도 지루한 단점으로 그리고 참신함에 놀라던 퍼즐들에도 지루하기짝이없는 행위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지더군요. 전 게임을 길게하지못합니다. 깊게하지도못하구요. 젊은 친구들이 파고드는깊고깊은 게임들보단 이렇게 짧지만 강렬한 체험을 주는 게임을 선호합니다 확실히 나이든 세대인가봅니다. 많지않은 액션의 종류, 게임 구성의 단순함, 반복적인 플레이는 분명 단점이될수도있을겁니다. 하지만 AAA 급 오픈월드 겜이나 몇안되는 누구에게나 찬양받는 게임들과 비교당하기보다 이게임자체가 갖는 가치와 제작진의 노력으로 평가받았으면 하네요. 여기 상당수의 까는 글들을 보니 플레이조차 안햐본 사람들이 많더군요. 단순히 리뷰만 보고 또는 남이까니까 동참해같이 까는 사람들도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