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숨의 "어떻게 이게 가능해?"는 레벨 디자인
편집증적인 완성도로 만들어진 하이랄은 덩그러니 던져진 유저들에 대한 자신감
어디로 가야하냐고? 어디로든 가. 우리가 만든 하이랄은 빠짐 없이 재밌으니까 어디로 가도 상관 없어.
몬스터는 딱 만만치 않을 정도로 강하고, 절벽은 겨우겨우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높게, 지형 사이의 거리는 딱 적절하게 멀다.
야숨은 전투, 퍼즐, 스토리, 모든 것이 여행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다. 그리고 그만큼 완벽한 여행을 내놓는다.
저기에 가볼까? 하는 흥미가 식지 않는 것은 그곳에 빠짐 없이 보상이 준비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
그리고 그 보상이 여느 게임의 보물(상점에선 잡템가격)처럼 맥빠지지 않고 착실히 쌓이는 것이 체감되기 때문.
야숨은 여행, 그리고 여행할 야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왕눈의 "어떻게 이게 가능해?"는 크래프팅
크래프팅 자체로는 왕눈보다 뛰어난 게임도 이미 있지만, 대부분이 시뮬레이션 게임.
오픈월드에서, 심지어 빼곡히 채운 오브젝트를 이용해서 크래프팅하고 또 전투에도 활용한다는건 좀...근데 그게 됐다? 이게 왜 진짜?
왕눈은 컨텐츠가 확장됐지만 야숨 같은 치밀한, 편집증적인 완성도는 없다. 이걸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건 과정을 봐야하기 때문.
이미 야숨에서 여행했던 맵을 다시 여행하게 해봤자 처음 같은 설레임은 없다. 맵을 확장했다. 맵이 넓어진만큼 이동력도 강화했다.
로켓 방패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왕눈에선 야숨처럼 대쉬도 못쓰고 스테미너 아슬아슬하게 절벽을 기어오르는 경험은 없다.
절벽을 오르는게 재밌는데 없어졌다고 문제 삼는게 아니다. 편의성은 재미를 보장하지 않는다.
디아블로 4 프롤로그에서 버그로 종결템부터 먹고 시작하면 이게 재밌을까? 밸런싱은 언제나 중요하다.
왕눈은 강력해진 기능에 어울리는 필드를 확장했다. 하늘 섬 사이를 날아다니고, 지저는 지상만큼 빼곡하게 컨텐츠로 채워져 있지 않다.
왕눈은 재미를 어디로 가볼까? 에서 뭐든지 해보자!로 옮겨놓았고, 처음에는 굳이? 싶었던 블루프린트는 이 뭐든지를 뒷받침한다.
나 같은 경우, 폭탄 묶음을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온갖 방법으로 떨구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나니움 4개로 전술폭격이 쌉가능이다 ㅋㅋㅋㅋ
연기버섯으로 설치하고 터트리고, 열기구를 타고 오르내리며 떨구고, 비행기에 붙힌 채로 돌격 카미카제하고, 투석기를 만들어 던지고...
그리고 블루프린트를 활용하기 위한 자원-조나니움을 위해서는 지저를 탐색해야만 한다.
야숨에서 탐험하기 위해 스테미너/인벤토리를 늘려야 하고 그걸 위해서는 탐험을 해야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놨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놀기 위해 조나니움을 늘려야 하고 그걸 위해서 탐험을 해야하게 만들어놨다.
야숨은 2008년 쯤에 중학교 소풍으로 가서 놀았던 에버랜드다. 왕눈은 2023년에 가는 에버랜드다.
시설도 기구도 모든 면에서 왕눈이 더 발전했지만, 더 설레고 재밌던건 어쩔 수 없이 야숨이었다.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2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