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레조넌스
용주기사(드래그너)들의 전주곡
제1화 공주와 노래의 무녀(전편)
등장인물
소니아 : 아스트리아 왕국의 공주. 지기 싫어하고 여장부 성격. 통칭 ‘번개왕녀’
키리카 : 엘프족의 노래 무녀. 사람과의 회화는 능숙하지 못하지만 심성은 상냥하다.
알베르왕 : 소니아의 아버지. 총명하고 지혜로운 왕이며, 아스트리아의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바로우즈 단장 : 아스트리아 왕국의 용맹한 기사단장. 알베르왕과는 전우였다.
1
"전령! 전령 담당은 어디있나!"
"서둘러라! 군의를 불러라! 폐하가... 알베르왕 폐하가!"
고함 소리가 교차하는 전장에 호위 무관들의 비통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신화의 대지, 알프헤임섬. 고대에 신과 용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 마지막 전장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섬.
아득한 시간이 지난 지금, 이 땅은 사람과 사람이 피를 흘리는 곳이 되었다.
흘러넘치는 끈적한 피와 피. 서로 부딫히는 철과 철. 설령, 위엄 있는 신일 지라도, 총명한 용일지라도, 그리고 그만한 힘과 지혜를 가지지 못한 보잘 것 없는 인류일지라도--
자의식을 가지고 의견과 이해의 차이가 있고, 그리고 욕망이 있는 한, 결국 피하기 어려운 것이 '전쟁'인 것처럼 보였다.
알프헤임 일대를 영토로 삼고 있는 소국 아스트리아는 최근 십년 동안 제국주의를 내걸고 위세를 떨치는 대륙의 패권국가 론발디아에 의한 거듭된 침공을 받아왔다.
국력이 수십배가 차이난다는 론발디아 제국군을 지금까지 몇 번이고 물리쳐 올 수 있었던 것은 아스트리아왕 알베르의 개인적 무용과 그의 손아래 사용되는 신화의 무기의 위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 조준된 화살의 비가 알베르왕에게 들이 닥쳤다.
몇 발은 왕이 방패로 막아냈지만,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왕의 어깨와 허벅지에 강철의 화살촉이 깊게 박혔다!
알베르왕은 말위에서 한 바퀴 구르며 지면으로 떨어졌다.
"왕이....!"
"폐하!"
거한의 기사단장 바로우즈가 곧장 달려가 왕을 일으켰다.
"아직 화살을 뽑으면 안된다. 의사를 불러라! -- 폐하, 폐하!"
정신을 잃었던 알베르왕은 힘겹게 눈을 떴다.
"별거 아니다, 가벼운 상처일 뿐이다.... 바로우즈 나를 말위로 올려주지 않겠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즉시 후방으로 물러나 주십시오...!"
"그러나.... 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 터"
"지금 이대로는 생명이 위험하십니다. 그렇게 되면 사기 저하 정도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런가..... 뒤는 부탁하네"
"맡겨주십시오. 후퇴를 개시하겠습니다"
"국민을 볼 면목이 없군....."
그 때 보인 국왕의 비통한 표정은 그 곳에 있던 모든 자들의 마음에 깊게 새겨졌다.
*
"아버님"
입장을 알리는 시종의 예고 소리도 기다리지 않고 소니아는 스스로 문을 열어젖히고, 금속의 발자국 소리를 내며 들어갔다.
수도 마르가. 아스트리아성까지 퇴각한 알베르왕은 긴급 수술을 받았다. 박혔던 적의 화살은 왕의 건강을 현저히 저하시켰다.
마취가 풀리고 면회가 가능하게 된 것을 알자마자, 그녀는 부왕의 병실로 달려간 것이다.
"왕녀전하....공주님...그 모습은--"
바로우즈경은 그렇게 말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있던 알베르왕도 미간을 찌푸렸다.
"소니아. 어떻게 된 것이냐. 그 모습은"
알베르왕의 외동딸은 아버지의 목소리에 예전만큼의 생기가 없음을 알아차렸으나, 그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여성용 장비가 없어서 보물고를 뒤졌어요! 하지만 4대 전 쯤에 왕족 출신 여기사가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전례가 있으니까 안된다는 말은 듣지 않겠어요"
브란쉬 왕가의 왕위 계승권 제1위, 왕녀임과 동시에 여공작인 소니아 브란쉬 공주는 평상시라면 드레스로 몸을 두르고 있어야할 터이나, 그것을 벗어 던져버리고 대신 몸에 두른 것은 여성용 갑주였다.
전체가 잘 다듬어진 은색을 띄고 있으며, 금색의 가장자리 장식이 꾸며져 있다. 스커트 형상의 갑옷의 아래는 짙은 흑색.
그것이 소니아 본인의 긴 흑발과 잘 어울렸다.
왼쪽 건틀렛에는 적의 검을 방어하기 위한 작은 원 방패가 장비되어 있다. 그리고 가는 허리에는 세형의 장검을 차고 있었다.
검 손잡이에 새의 날개의 장식이 붙은 왕가에서 전래되는 보검 중에 하나다.
"소니아, 그건 의례용이다"
"충분히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말려도 소용없어요. 댄스보다도 검술 쪽이 특기인 건 아버님도 아시잖아요. 저, 할 수 있어요"
"너는 훈련과 실전의 차이를 모른다"
"기치가 명확하지 않으면, 병사는 싸울 수 없어요. 그렇죠? 항상 아버님이 말씀하셨던 말인 걸요"
소니아는 아버지의 침대 바로 곁에까지 나아가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풀어 칼집 쪽을 쥐고 손잡이 부분을 천천히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크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충성에 의혹이 있으시다면 지금 당장 이 목숨을 끊으십시오. 나의 충성을 인정하신다면 그대의 검으로써 보좌하게 해주소서"
그것은 기사들이 자신의 복종을 나타내기 위해 행하는 서약의 의식이었으나,
소니아의 그것은 협박과도 같은 울림을 내포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당장 자신을 기사로 인정하라고 그녀는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아버지와 딸의 눈싸움이 계속되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생각되었던 긴장 끝에 꺾인 것은 부왕 쪽이었다. 부상을 입어 당분간은 전장에 설 수 없는 것도, 왕의 대행자가 필요한 것도 확연했던 것이다.
깊은 한숨을 쉬고 그는 마지못해 건재한 쪽의 팔로 검을 받아 들고 축복의 인을 그린 뒤, 딸에게 돌려주었다.
검을 허리에 다시 찬 딸은 아버지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후련한 표정이었다.
이것이 기사 공주 소니아 -- 항상 전장에 선두에 서고, 스스로 적과 칼을 맞부딫히며 후에 경외의 뜻을 담아 적.아군으로부터 <아스트리아의 번개 왕녀>라고 칭송받게 되는 소녀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근위대는 제가 맡겠습니다. 아버님, 이걸로 물러나겠어요"
가볍게 발걸음을 돌리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로 소니아가 퇴장한 후, 바로우즈경이 감개무량한 듯이 말한 것은 다음과 같다.
"아마도 저렇게 젊은 세대가 성장해 나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한가?"
알베르왕의 미간에는 말괄량이 딸을 둔 아버지 특유의 고뇌가 새겨져 있었다.
"정말 그러할까?"
그리하여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2
그 날 그 때, 소니아는 아스트리아성의 알현의 방에서 옥좌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곁에 있었다.
시종의 손에 의해 양쪽의 문이 크게 열어 젖혀진다. 그곳에서 거의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고 입장한 인물의 모습에 소니아의 시선이 강하게 이끌렸다.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두려움 없이 우아하게 다가오는 인물은 여자라고 하기 보다는 아직 소녀였다.
연령은 자신과 동일한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존재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긴 군청의 스커트에 맞춰진 민족적인 상의를 두르고 스카이 블루의 띠로 허리를 동여매고 있었다. 소맷자락이 무척 길고 우아했다.
그 소매를 통과하는 팔이 가늘었다.
금실과 같은 긴 머리카락은 높은 곳에서 묶여 올려져 있었다.
눈동자는 말하자면 아주 맑은 하늘의 색과 닮아 있었다.
그 옆으로 단검처럼 가늘게 솟은 귀가 있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요정 --- 엘프다.
소니아는 엘프라는 인종을 처음 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눈앞을 천천히 걸어오는 그 소녀 엘프는 말하자면 '특제품'이었다.
-- 존재감이, 무서울 정도로 맑았다.
마치 유리 세공품에 생명이 깃든 것 같았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와 같은 모습이 되고 싶다. 한 순간 그런 생각이 든 것을 소니아는 부끄러워하며 마음속에서 지웠다.
유리와 같은 소녀는 화살통은 가지고 있지 않았고, 칠기세공이 새겨진 활만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그녀는 왕의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엘프류의 깊고 여유 있는 인사를 한 뒤, 인간 풍의 스커트를 붙잡고 무릎을 굽히는 인사를 했다. 어떠한 예절 교사라도 혀를 내두를만한 완벽한 인사다.
"처음 뵙게 되는 영광을 내려주셔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바다를 건너 먼 대륙의 웰란트국으로부터 온 저는 현지의 12선왕씨족의 하나, 아르마씨족의 딸 키리카, 키리카 토와 아르마라고 합니다.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심하고 배려 깊은 인사, 깊이 전해받았네"
알베르왕은 키리카의 당당한 말솜씨에 감명을 받은 듯 했다. 소니아에겐 그것이 약간 거슬렸다.
"키리카공은 용인기 -- 용익궁 코토노카구라를 계승한 용주기사라고 들었네만"
"네. 송구스럽지만 폐하와 동일합니다. 여기에 지니고 있는 것이 코토노카구라입니다"
"그것을 보여주지 않겠나?"
"여기에"
늘어선 자들로부터 "오오"라는 작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신화시대의 무기 -- 용인기 코토노카구라는 엘프들의 나라 웰란트의 지보(至宝)였다. 그것을 거리낌 없이 무방비로 내미는 것에 대한 놀람이었다.
알베르왕은 대신 전달하려한 시종을 손으로 제지하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옥좌에서 내려와 성스러운 활을 직접 건네받았다.
그것은 장궁이라고 하기엔 약간 짧아, 작은 체구의 여성이 다루기에 적합해 보이는 활이었다. 검게 칠해져 있었으며, 재질은 금속이 아닌 것은 확실했으나,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벚꽃의 장식이 새겨져 있었고, 활시위 이외에도 8개의 가는 줄이 평행으로 쳐져있었으며, 활이면서 하프이기도 한 특이한 물품이었다.
"이것이.....용인기, 용익궁인가....."
"그렇습니다. 신화의 옛날, 빛나는 용 --- 황룡님이 인류에게 내려준 일곱 개의 악기,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음..."
한 때, 천년보다도 좀 더 오래전, 아직 이 세상에 위대한 용들이 존재하던 시절. 인간과 엘프와 용들은 서로 화친하고, 존중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용족의 수장인 황룡은 그 친애의 증거로써 자신의 몸의 일부를 소재로 악기임과 동시에 무기이기도 한 7개의 보물 '용인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4개를 엘프족에개 3개를 인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 보물은 무기로써 사용하면 무패의 힘으로 적을 무찌를 수 있고, 악기로써 사용하면 용과 마음을 교감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신룡대전'이라고 불리는 한 축의 신과 다수의 용족의 전쟁에서 모든 용이 멸망해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이 악기로 마음을 소통할 상대는 없다.....
그러나--
'무패의 무기'로써의 의미는 아직 인류에겐 크다.
그저 단 하나의 무기와 단 한 명의 전사에 의해서 전쟁의 판도 그 자체를 바꾸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휘두르면 적을 분쇄하고, 연주하면 아군에게 활력을 부여한다.
옛날 신화의 용들은 거대한 힘과 무한의 마력을 갖춘 세계 최강의 영수라고 일컬어져 왔는데, 그것과 동등한 힘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기는 '스스로 사용자를 선택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택받지 않은 자가 다루려고 하면 용의 저주가 내린다.....는 그럴듯한 소문까지 있다.
용인기에게 선택 받아 이것을 다루는 것을 허락받은 자를 사람들은 존경을 담아 '용주기사'라고 부르고 있다.
(저 아이가... 용주기사....)
소니아에겐 눈앞의 소녀는 너무나도 가련해서 '기사'라는 단어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다른 것을 제쳐두더라도, 저 가느다란 팔로 당기는 활은 약하지 않을까.
알베르왕은 용익궁 코토노카구라의 하프 현에 손가락을 대고 연주하려다가, 그 손을 멈췄다. 선택받지 않은 자가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라는 듯이. 왕은 활의 방향을 바꾸어 살며시, 어린애를 넘겨 주는듯한 손놀림으로 보물을 키리카에게 돌려주었다.
"키리카 공"
알베르왕은 손바닥으로 소니아를 가리켰다.
"이게 내 딸 소니아다. 나를 대신해서 지금은 전장에 나가있지"
한 박자 늦게 자기소개할 때임을 깨달았다. 소니아는 한 박자 더 생각해서 왕녀로써의 의례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무관으로써의 인사를 선택했다.
가슴에 손을 대고, 직립부동의 예를 취했다.
"아스트리아의 기사, 소니아 브란쉬입니다. 키리카님"
키리카가 "어머"하며 놀라는 얼굴이 보였다.
소니아는 한 순간 "계획대로야"라는 기분이 되었으나, 아버지가 다음에 발언한 말로 그런 기분은 날아가 버렸다.
"소니아여. 키리카공은 부상한 나를 대신해서 원군으로써 우리 군에 참가해 줄 것이다"
"에?"
"론발디아는 우리 웰란트의 엘프에게도 적이랍니다"
키리카는 거의 소리도 내지 않고 소니아의 앞으로 나아가, 소니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을 잡았다. 무섭도록 가늘고 낮은 체온의 감촉이 느껴졌다.
"함께 싸워요. 키리카라고 불러주세요"
"에?"
*
"아버님! 이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알베르왕의 집무실에 거의 신경질적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니아는 집무 책상에 양손을 찧고, 거의 머리 박치기라도 할 듯한 기세로 부친에게 따지고 있었다.
바로우즈경은 옆에 선채로 가만히 있다.
(끼어들었다가 부녀지간 싸움의 불똥이 튀는 건 사양이야)
라는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다.
응접 소파에 예절 바르게 앉은 키리카는 점잖은 얼굴로 경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따질 것도 없이, 방금 말한 대로다"
알베르왕은 잘 울리는 테너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스트리아와 웰란트 왕국은 서로 우호국이다. 그 우호국에 원군을 요청했다. 상대국은 흔쾌히 응해준 것이고"
"나로썬..... 역부족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소니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리 말하지는 않았다. 너는 잘 하고 있어"
그러나, 소니아에겐 그 말은 위로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소니아는 입술을 굳게 닫았다. 입 속에서 필사적으로 씹어 삼키고 있는 것은 쓰고 떫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부들부들 떨려, 그 진동이 집무 책상의 펜 꽂이를 작게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소니아는 천천히 뒤돌아 소파에 앉아 있는 키리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돌아가 주세요. 우리 군에 원군은 필요 없습니다. 저희들만으로 훌륭히 나라를 지켜내 보이겠어요!"
그러자 키리카는 기죽은 듯한 모습도 없이 가련한 미성으로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왕명을 맡고 이 땅에 온 몸. 전투 한번 치르지 않고 돌아가라고 해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들의 땅은 우리들이 지키겠다고 말했어. 참견은 사양이야"
"이 알프헤임의 섬은 오래전에 엘프의 성지이기도 했던 장소. 이 땅이 전화에 휩쓸리는 것을 저희들은 바라지 않습니다"
"이야기 중에 진심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 걸 가리키는 말이네. '너희들에게 맡겨 둘 수 없다'라고 말하는 거랑 같잖아"
키리카도 이말에는 결국 입을 닫았다.
엘프소녀의 점잖은 가면이 언제부턴가 벗겨지고 있었다. 그 밑에서 나온 것은 분노를 내포한 눈. 그리고 그 밑에는 풍선처럼 '푸우'하고 부푼 볼--. 간단히 말하자면, 얼굴을 보면 거기엔 "열받아"라고 써 있었다.
"흥. 본성을 드러냈잖아"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소니아"
알베르왕의 날카로운 어조가 딸을 제지했다.
"이것은 양국간에 결정한 사항이다. 철회는 없다. 잊지 마라. 우리나라는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다. 너희들은 힘을 합쳐 적과 맞서라. 이상이다"
3
"잠깐! 방해되잖아!"
"그쪽이야말로! 방해됩니다!"
소니아와 키리카가 서로를 향해 비방했다.
황야의 전장.
론발디아군이 내보낸 강행정찰대를 한창 무너뜨리고 있는 그 도중이다. 아스트리아군의 전선부대는 적에게 진형 상황을 읽히지 않도록 항상 야영지를 변경하고 있으며, 또한 각 요새의 부대원 배치수를 끊임없이 변동시키고 있다. 수비의 형태를 고정하게 되면 적에게 쉽게 대책을 읽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론발디아측은 소수 정예의 정찰대를 내보내게 되었다. 아스트리아측의 제압지에 강경히 진입하여 종횡무진하고 아스트리아군의 최신 정보를 입수하여 복귀한다고 하는 일종의 결사대다.
소니아와 아스트리아군에게 있어서는 이 들을 적진에 돌려보내서는 안된다. 아군의 정보를 넘겨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적의 강행정찰대가 돌입 해올 때 마다, 이것을 임기응변으로 격파하는 것이 아스트리아군의 만성적인 과제가 되었다.
"정면으로 공격한다! 발도!"
소니아가 외치자, 아스트리아군의 하얀 날이 일제히 번쩍이며, 하늘을 향했다.
"돌격!"
애검을 휘둘러 내리자, 소니아와 그녀의 발도대는 일제히 돌격했다.
선두에 선 것은 소니아 본인이다. 자세를 낮게 하고 땅을 미끄러지듯이 달려, 날카로운 찌르기로 최초의 적병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쓰러진 적의 갑옷을 짓밟으며, 스쳐지나가 듯이 다음 적에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전장의 중심에서 은의 갑옷과 하얀 검날이 번개의 섬광처럼 미친듯이 춤춘다. 적 부대는 선두를 강하게 두들겨 맞자, 기세가 꺾여 주춤했다.
"생각보다 꽤 하는군요...."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조금 거리가 떨어진 나무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키리카다.
그녀는 '그럼 시작해볼까요'라고 중얼거리고 보궁 코토노카구라의 손잡이를 가볍게 쥐더니 눈에 보이지 않는 화살을 활시위에 메겼다.
그리고 매우 손쉽게 현을 울렸다.
아무것도 없었을 터인 키리카의 손에서 빛의 탄환이 생겨나 날아갔고, 긴 청백색의 꼬리를 끌자 --- 다음 순간 폭발. 적진의 측면을 할퀴듯이 날려버렸다.
단단히 밀집 진형을 구축하고 있던 적 부대는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저것이.....용인기...."
소니아는 검을 맞부딫히면서 그 위력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용인기를 손에 든 용주기사는 한 사람이 한 군대에 필적한다고 한다.
그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분해....)
그렇게 말할 뻔 했던 것을 목 안에서 꾹 참는다.
그러자, 그때.
"아, 우왓!"
소니아와 근처의 근위병들이 폭풍에 휩쓸렸다. 얼굴을 숙이고 충격에 견뎠다. 아군의 진격 속도는 그것으로 인해 저하되었고, 결국 일시 정지해버렸다. 코토노카구라의 빛의 탄환이 소니아의 바로 앞에 떨어진 것이다.
"뭐하는거야!? 이봐! 방해 되!"
소니아가 외친다.
"당신의 공세가 느린겁니다. 그쪽이야말로 방해됩니다!"
"저녀석......"
소니아는 으득으득 이빨을 간 후, 검을 들어 호령을 내렸다.
"전군! 방향전환! 우측으로 빠져나가라! 등 뒤로 돌아간다!"
"잠... 그런 식으로 하면 난전이.... 활을 쏠 수가... 봐 이럴줄......"
키리카가 멀리서 가녀린 어깨를 한껏 들썩이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적과 아군이 섞여 난잡해져버렸다.
이래서야 경솔히 화살을 쐈다가는 아군에게 맞아버린다.
목 안쪽으로 웃-하고 신음한 뒤,
".....일부러 그런건가요, 설마"
키리카는 코로 크게 숨을 들이킨 후 이~하는 얼굴을 했다. 답답한 듯이 활의 현을 핑핑 울려댔으나, 결국 참지 못하고,
"아아 정말! 손닿는 대로 쏴버릴 거에요!"
전장의 주위에 빛의 탄환을 분별없이 방방 쏘기 시작했다.
적과 아군 주위가 크레이터 투성이가 되기 시작했다.
지면에 생긴 구멍에 다리를 헛디뎌 적, 아군 구별 없이 병사들이 넘어지고, 넘어졌다......
이 싸움은 후에 아스트리아 전사상 드물게 보이는 대혼전으로써 기록되어졌다.
이 소설은 http://www.famitsu.com/sp/resonance_novel/에서 연재되고 있는 공식 프리퀄 소설입니다.
한 화씩 번역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레조넌스가 상당히 잘 나온 것 같던데 잘 팔려서 후속작이 나왔으면 하네요. ^^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