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긴 글이 될 지도 모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액션게임에서 화력으로 캐릭터의 강약을 따지는건 참 웃기는 일입니다.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이란건 참 옛날옛적부터 있던 장르죠.
파이널 파이트부터 시작해서 더블 드래곤, 에얼리언vs프레데터, 캐딜락, 천지를 먹다, D&D, 야구왕 등등...
(대부분이 캡콤작인것같지만 예전엔 걔들이 워낙 이런걸 잘만들었잖아요.)
이런 게임들의 캐릭터를 보면 개성이 다양합니다.
파워는 센데 느리다든지, 파워도 세고 속도도 빠른데 리치가 짧다든지, 속도는 빠른데 파워가 조루라든지 모든 능력치가
평균적이라든지... 심지어 그냥 대놓고 약해빠진 캐릭터도 있었지만 뭐 그런 캐릭터는 논외로 치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다양한 캐릭터로 클리어를 노리는게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이죠.
물론 지금와서야 클리어는 당연한거고 그 과정만을 즐기는 쪽이 된 것이 메타의 변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최근에 와선 그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클리어는 당연하니 좀 더 쉬운 난이도를 원하고, 난이도가 쉬워지기 위해선
캐릭터가 더 편하게 몬스터를 잡아야하며, 그걸 위해 스킬에 더 많은 편의성과 화력을 바라게되죠.
그 절정에 달한게 던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건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캡콤작 D&D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의 마법사죠.
보스전에서 마법만 뻥뻥 갈겨대면 높은 점수와 보스 막타의 쾌감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았던 캐릭터입니다.
반면 이 캐릭터는 파티원들의 암을 유발시키는 주범이기도 했죠. 약하기 그지없는 평타와 별 도움도 안되는 초급마법만
깨작이며 마법스크롤이 나오는 상자는 독점하고 보스까지 마법 한번 안쓰고 아끼다가 약하기 그지없는 체력으로
픽픽 쓰러져 혈압을 팍팍 올려주는 캐릭터였습니다. 오직 보스전에서의 간지 한번을 위해 수많은 역경을 넘고 파티원들까지
발암시켰던 캐릭터죠.
던파엔 그런 리스크가 없습니다. 그냥 버튼 한번 눌러주면 방 하나가 정리되는 스킬이 너무나 많거든요.
이젠 몬스터와 마주쳐 싸우기보단 몬스터가 공격하기도전에 방을 비워버리는게 던파 캐릭터의 미덕이 되버린 상황입니다.
때문에 화력이 그 캐릭터의 미덕이 되어버렸죠. 액션게임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만 그게 실제로 일어나버렸습니다.
던파는 이제 이걸 바꿀 수도 없습니다. 이런 메타가 확립된 상황에서도 신 캐릭터는 계속 추가되어왔고 기존 캐릭터는
그런 방향성으로 개편되었으며 이젠 던파의 아이덴티티이기까지 하니까요.
이젠 몬스터는 쓰러뜨려야할 대상이라기보단 얼마나 빨리 넘는가 하는 장애물에 불과합니다.
그 넘어가는 속도가 캐릭터의 강약을 결정하죠. 이게 액션게임인가요, 아니면 장애물 달리기 게임인가요?
버튼하나 눌렀을때 캐릭터가 이리저리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몬스터를 전멸시키는걸 감상하는게 액션게임이라면
슈퍼로봇대전도 훌륭한 액션게임입니다. 마침 딱 비슷한게 슈퍼로봇대전도 화력이 높을수록 강한 기체 취급을 받죠.
다른 점이라면 슈로대는 회피력도 중요하게 쳐준다는 정도일까요?
액션게임과 SRPG의 비교인데도 SRPG쪽이 생존력을 높게 쳐준다니...
그런 점에서 클로저스는 나름 균형을 잘 잡았던 편입니다. 정슬비 패치 이전까지는요.
그 이전 캐릭터에 대한 제 생각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세하는 갓세하라며 칭송받으며 가장 강력한 화력을 뽐내고 돌진계 스킬이 다양하여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킬이 근접하지 않으면 제 위력을 낼 수 없고 고정형 몬스터(헤카톤케일)에게 화력이 급감하며
광역기가 부실하기에 적 공격에 쉽게 노출되어 생존력이 떨어집니다.
에어리얼이 주력이라 추가대미지 효과를 받기도 좋지만 반대로 공중에서 적의 공격패턴이 나타났을때 회피기동이
매우 한정되기 때문에 부활석도 쉽게 날아가죠.
서유리는 기동력이 뛰어나고 스킬연출도 간결하여 적의 공격을 회피하기 가장 쉬운 캐릭터입니다.
스킬이 광역공격 위주라 흩어진 적을 굳이 모으지 않아도 손쉽게 정리가 가능하며 스킬구성이 알기 쉽게 되어있습니다.
다만 속도를 얻은 대신 화력이 그만큼 희생되었으며 공격이 간결하여 적 패턴에 대응하기 쉽기도 하지만
스킬연계 구성이 부족한 수준을 넘어 군데군데 벌레먹은 수준입니다. 이건 캐릭터의 개성이라기보단 디자인 미스죠.
게임에 있어서 큰 영향을 주는 에어리얼 추가대미지를 거의 받을 수 없는 시스템도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세하처럼 주력으로 쓰진 않더라도 선택지 자체를 주지 않는건 이야기가 다르니까요.
이슬비는 몬스터 대상이 아닌 지역대상으로 화력폭격을 가하는 원거리 딜러입니다.
지역 대상이란 말은 몬스터의 패턴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상대의 상태에 관계없이 거리만 맞는다면
안전하고 강력한 딜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선 확실히 초보자용 캐릭터라고 할만합니다.
하지만 게임 특성상 마나회수를 기본공격에 의지해야하여 가장 낮은 방어수치로 근접전을 펼쳐야한다는 점은
그 자체로 패널티라 할 수 있으며 추천받는 무기인 랜턴, 마법봉, 낫이 전부 느려터진 공속이란 점에서 이 점이 더 부각됩니다.
원거리 공격은 x축으로만 향할뿐 y축으론 넓지 않기에 결국 개개별로 떨어진 몬스터를 따로 잡아야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있었습니다지만 그 점은 더 밑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체험해본 바로 각 캐릭터별로 소모한 부활석은 세하>슬비>유리라고 할수 있겠네요.
세하는 강력하긴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를 안고 돌격해야하며 슬비는 안전한 위치에서 공격하지만 정작 생존기가 없어
위급한 상황에선 대책이 없습니다. 유리는 그 점에선 대단히 유리한 지분을 차지하고있죠.
세하가 결전기 두방이면 에어리어 최종보스몬스터도 피가 빈사상태라 스킬 몇 방만 간단하게 날려주면 끝이란 이야기가
퍼져있는데, 실제로 해본바론 세하도 스킬쿨 다 돌려도 보스몬스터 피가 한참 남아 패턴 다 보고 2번째 결전기 콤보까지
가는 상황도 종종 나옵니다. 지역 엘리트무기 7강씩 맞춰줘도 이러니 생존력도 무시할 수 없는 스텟이란 말이죠.
이렇게 보면 각 캐릭터간 밸런스가 잘 잡힌 편은 아니지만 나름 추구하는 개성이 뚜렷하며, 유리의 시스템적 결함과
슬비의 마나회수에 따른 문제만 해결해주면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새가 잡힐 수도 있었습니다.
(제이를 언급하지 않는건 제 제이가 아직 구로역을 빠져나오질 못해 캐릭터에 대한 파악이 덜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강 무기를 이용한 보스 순삭 타임레코드나 특정기술로 보스 HP를 몇줄까는가 하는 VS놀이는 이 시기에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들만의 리그였고 유리유저도 유리일섬이나 고치면 우리도 그냥저냥 만족할 수 있다 하는 분위기가 많았습니다.
난이도 관련으로 던파와 비교하는 폭탄이 수시로 터져댔지만 결국 이 게임은 던파가 아니고 스펙이 어느정도 되는 유저라고
몬스터가 만만하게 보이는 게임은 아닌지라 생존력 또한 하나의 스텟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게 정슬비 패치로 날아가버렸죠.
정슬비의 스킬인 공간압축은 정말 실드도 치지 못할 개사기 스킬로 게임의 메타를 순식간에 바꿔버렸습니다.
몬스터의 패턴이 어찌됬건 지정지역에 광역범위의 몬스터를 끌어모아 홀딩시키는 이 스킬은 안정성, 딜링,
편의성에서 메타를 바꿔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정슬비가 나오기 전 긴방은 페이즈마다 각자 결전기를 때려박고 각개전투를 하는 모양새가 대부분이였습니다만,
이젠 정슬비가 공간압축으로 몬스터를 모은 사이 몬스터에게 최대한 딜링을 많이 주는 사이클이 돌아버린거죠.
어디서 많이 본 풍경 아닌가요? 던파입니다. 스킬 하나가 파티원 전체의 생존력을 책임져줌으로써 더이상 생존력이
스텟으로 평가받지 못하게 된거죠.
기존에 있던 몹몰이 스킬은 충격파, 0거리포격, 옥돌같은 찰나의 순간만 모아지거나 범위가 좁다거나 하는
단점이 있던 반면 공간압축은 훨씬 넓은 몬스터를 안정적으로 모으며 심지어 홀딩까지 시키는 스킬입니다.
단순히 성능 자체만 좋을뿐만이 아니라 슬비 자신의 단점도 없는거나 다름없게 만드는 스킬인거죠.
타 캐릭터 유저들의 반발이 당연한 상황이고 역시나 유리유저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황당한게 그 반발의 방향성입니다. 공간압축이란 스킬의 불합리함을 부각시키고 유리란 캐릭터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해치기보단 하이브리드 캐릭터의 안습함(그것도 던파의!)을 주장하며 유리의 화력부족을 성토하기 시작한거죠.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일섬 대미지 비교, 클리어 타임 비교, 몬스터 피가 몇줄 까졌다느니 하는 글들과
대미지 좀 올려주면 다 괜찮아! 하는 댓글들을 보면 머리가 다 아파질 정도입니다.
누가봐도 알기 쉬운 특징이지만 유리는 화력을 희생하여 생존력과 속도를 갖게 된 캐릭터입니다.
화력을 위해 다른 부분을 희생한 세하나 슬비와는 다른 스테이터스를 가졌다는거죠.
그 화력을 위해 희생했던 생존력과 편의성, 유틸까지 한방에 갖게 된 슬비가 이상한걸까요, 아니면 속도와 생존력을
가졌지만 화력을 가지지 못한 유리가 이상한건가요? 물론 그 유리의 화력이 지나치게 약하기에 보스에서 마나포션
수십개를 빨아가며 결전기 열댓방을 박아넣어야 겨우 쓰러뜨릴 수 있는 수준이라면야 암만 스피드스타라해도
저런 솜펀치는 좀 아니지! 하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건 아니잖아요?
문제가 있는건 클로저스란 게임에 던파 스킬을 가져온 슬비지 유리의 화력이 아닙니다.
유리 유저들이 원하는대로 화력을 세하나 슬비까지 올린다 생각해보세요.
이미 화력, 생존력, 편의성, 범위 모든걸 가진 슬비와 유리는 아쉬울게 하나도 없습니다만 그 화력을 위해
광역공격과 생존력을 희생한 세하는 무슨 생각이 들까요? 너프당한게 하나도 없음에도 지금 유리와 마찬가지로
어딜가나 남캐는 관짝이지 씁 하면서 못질 짤방이 올라오기 시작할겁니다.
그렇게 징징된 결과 세하 딜이 올라가면 당연히 이렇게 상향평준화된 화력에 맞춰 몬스터의 스펙이 조정될테고,
세하에 비해 딜이 딸리는 슬비와 유리는 다시 징징대기 시작하며... 이하생략하지만 이와같이 진행되는 과정은
던파에서 많이들 보셨기에 다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화면 전체를 버튼하나로 끝내는 스킬이 나오겠죠.
이름은 각성 결전기! 쯤 될까요?
이런 모습이 된 클로저스는 캐릭터 클래스가 적고 일러빨만 좀 받쳐주는 던파 하위호환 게임이 될겁니다.
서브타이틀을 붙이자면 (몬스터)장애물 달리기 게임2쯤 되겠네요.
지금 정슬비의 장애스러운 공간압축이란 스킬도 큰 문제지만 유저들의 인식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에 대한 관념이 던파에 매여서 떨어져나오질 않아요.
그게 아니라면 유리는 화력만 올려주면 된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어느 창시타분이 생각나네요. Xe호가 디렉터를 맡고난 뒤 장비에 강화가 생기고 레이드 몬스터에게 어떻게해도
회피 불가능한 패턴이 생기자 방어구를 고강하고 넌 때려라 나도 때릴련다 하며 뺑뺑 돌아댄 후
그게 최적 딜링사이클이라는걸 깨닫고 더이상 마영전은 액션게임이 아니라며 씁쓸해하던 모습이요.
아직 클로저스는 그런 상황까진 가지 않았습니다.
던파처럼 몬스터 패턴이 나오는게 트롤링이고 미스난거다라는 어이없는 상황이 되기엔 너무 젊은 게임이에요.
지금 정슬비가 그 갈림길이 아닌가 합니다.
던파의 줄기를 타서 그 하위호환으로 가느냐, 아니면 클로저스라는 새로운 길을 가느냐 하는 점 말이죠.
나딕은 캐릭터 밸런스에 대해선 생각보다 유저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받아들이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유저들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면 충분히 게임으로서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다 믿고 있습니다.
물론 캐쉬정책은 지들 맘대로 하겠지만요. 휴;
ps.
글을 쓰다보니 초기에 쓰려던 내용과 좀 바뀐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정리... ㅅㅂ 솔직히 퇴고하긴 귀찮습니다. 봐주세요. ㅠㅠ
아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슬비를 까자는 내용이 되버려서 슬비 유저분들이 분개하실 수도 있는데,
저도 슬비를 주캐로 하는 슬비콘입니다.
슬비는 귀엽고 사랑이죠. 저와 같은 분들이 결코 성능 때문에 슬비를 선택한 게 아니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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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파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 겜은 시작부터 던파인 것 같은데요. 던차처럼 안 만들려면 지금처럼 몬스터 슈아 떡칠 해놓은 후, 마나만 차면 결전기 날리게 만들어선 안되죠. 슬비 공간압축은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 것 뿐. 사실 크게 다를 것도 없습니다. 생존력도요. 사실 제가 생각하기엔 생존력도 세하가 짱이에요. 패턴을 피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패턴이 나오기도 전에 죽이는 거니까요. 실제로 저는 세하로 보스전이 귀찮아질때는 그냥 일단 결전부터 먹이고 쿨타임 찰때까지 빙빙 돕니다. 결전기 세방먹이면 안 죽는 보스가 거의 없더군요. 아, 물론 결전기 먹일 기회가 없는 헤파나 마나를 없애는 아스타로트만 빼놓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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