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
미국식 다이너에 차를 주차하고, 칠리 콘 까르네를 먹어 버프를 받은후, 초코보를 타고 필드에 나가 몹을 때려잡는 모습은, 낯설다기 보단 신선했다.
중세 판타지든, 근미래 스팀펑크든 어떤 세계관도 흥미롭게 녹여내는 파판이라 완전 색다른 배경, 그리고 최초 오픈월드가 주는 15의 첫인상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게임 전체에 바이러스 처럼 퍼져있는 많은 문제점들은 이 좋은 첫인상을 차근차근 좀먹게 되었다.
- 전투
싸우고, 성장하고, 진행하는것은 RPG의 기본이다.
조작을 연습하고, 전술을 궁리해서 승리하고, 경험으로 성장한 후, 어려워 쩔쩔매던 적들을 손쉽게 제압하게 되며 내가 강해졌다는 재미를 느낀다.
나는 15의 전투에서 이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첫째, 카메라워크 (이게임 모든 단점을 통틀어 가장 최악)
락온을 한다는건 내가 이 타겟을 항상 "나의 정면"에 고정하고 있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15의 카메라맨은 락온을 그 타겟을 "따라가라"로 알아들었나 보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몬스터들중 하나가 녹티스에게 덤벼들며 화면 바깥으로 사라지고, 그 타겟을 따라가기 위해 시점이 180도 휙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떄부터 타겟은 내 왼쪽에도 있고, 오른쪽에도 있다. 난 R1버튼을 꼭 쥐고 있지만, 카메라맨은 멘탈을 놨다.
특히 던전같은 좁고 어두운 실내에서 대형 몹들을 만나면, 정말 답이 없어지며,
전투시 거리 멀게, 타겟 카메라 속도 최고, 동료 액션 카메라 OFF 등 모든 옵션을 이리저리 만져봐도 이 돌고도는 난장판을 해결하지 못했다.
둘째, 밸런스
초반 AP를 액션에 투자하는 순간 전투 난이도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회피시 마나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회피율은 거의 무적의 수준이 되며, 마나가 떨어지면 맵 시프트로 1초만에 풀로 충전한다.
발동시 무적인 시프트를 매 전투마다 수도없이 쓸수 있으며, 동료 커맨드 역시 연출 내내 무적이다.
HP가 0이되도 전투불능이 아닌 핀치일 뿐, 오히려 구해주면 사이어인 마냥 버프받고 강해진다.
셋째, 회복 아이템
난 혼란,토드에 걸린 "본인"이 "스스로" 만능약 먹고 1초만에 회복되는 걸 보고 어이가 털려 버렸다.
파판 시리즈에서 상태이상은 전투에서 최고의 위험요소다. 무기 깡댐에 올인한 동료가 혼란에 걸려 (당연 컨트롤 불가) 우리편을 한방에 썰어버리기도 하며,
전원 석화/토드에 걸려 디버프가 풀리기 전에 광역마법 맞고 전멸 하기도 한다.
그러나 15는 전혀 문제없다. R2를 누르고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만으로 언제,어느상황이던 모든 위험은 1초만에 해결된다.
엔딩볼때까지 피닉스의 꼬리를 딱 한번 써봤다. 하늘에서 깃털이 떨어지는 연출이 여전히 똑같나 보려고.
- 유저 인터페이스
오픈월드에서 유저가 하는 플레이는 크게 세가지다. 퀘스트, 자유탐험, 빠른이동.
무수히 많은 오픈월드 게임들 대부분이 제공하는 편의기능들이, 15는 어째서인지 대부분 빠져있다.
첫째, 퀘스트
퀘스트를 수락하는 순간 R3라던가 버튼을 눌러 줌으로서 바로 액티브 퀘스트로 만드는건 요즘 게임에서 흔히 볼수 있다.
15엔 없다. 퀘스트 메뉴에 들어가 리스트에서 찾아야 하며,
이 퀘스트 리스트는 레벨별로 정렬도 안되고, 지역별로 나눠있지도 않으며, 선택해서 액티브 되어있지 않으면 월드맵에 표시조차 되지 않는다.
내 현재 위치의 근처에서 할수 있는 퀘스트 몇가지를 하고 싶어도, 맵에 표시되어 있지 않으니 퀘스트 리스트를 봐야하고,
퀘스트 리스트를 하나 하나 내리면서 보면 월드맵 동서남북 정신없이 움직이는 마커를 보게된다.
퀘스트 히스토리 물론 없기에, 퀘스트를 하다말고 나중에 다시오면 내가 어디까지 했는지 알수 없다. 퀘스트 정보는 최초의 내용만 담고 있으므로.
그리고 이 모든걸 다 떠나, 퀘스트 자체가 재미없다.
한국mmo에서 흔히 볼수있는 'A에 가서 B를 얻은 후, C에게 갖다 줘라' 심부름을 JRPG 양대산맥 파판에서 할줄은 몰랐다.
둘째, 자유탐험
분명 오픈월드이나, 초코보 점프, 레갈리아TYPE-D 점프로도 넘을 수 없는, 맵을 가로막고 있는 지형들이 너무나도 많다.
바위도 기어오를 것 같은 TYPE-D는 묘목 하나에도 굉음을 내며 멈춰 버리고,
완전판 TYPE-F 역시 저공비행하다 나무에 닿을 것 같으면 친절한 자동 크루즈 컨트롤로 차를 띄운다.
이런 것들 때문에 내가 자유롭게 월드를 활보한다는 느낌이 계속 방해받는다.
셋째, 빠른이동
오픈월드 게임에서 전투 다음으로 많이 한다고도 볼수 있다.
일단 로딩은 아주 쾌적하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주차장들도 많아 촘촘히 이동이 가능한것도 좋다.
그러나 빠른이동을 하기 위해선 한번은 주차를 해야 한다는 시스템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때문에 무의미하게 4인방이 느릿느릿 내렸다 타는걸 봐야한다.
빠른이동은 반드시 차에서만 할수 있는건 이해 하지만, 오프로드에선 불가능해서 다시 차도로 몰고 돌아와야 하는건 그저 불편할 뿐이다.
- 스토리
RPG에서 전투가 뇌라면, 스토리는 심장이라 하겠다.
너무나, 너무나 많은 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간 중간 몇 페이지씩 찢겨나간 헐어버린 책을 읽는 기분이다.
주인공은 왕자 -> 왕국을 적의 습격으로 잃음 -> 다시 탈환하기 위해서 힘이 필요함 -> 이 힘은 세가지. 크리스탈, 전왕들의 무기, 6대 신(소환수)
-> 이중 6대 신의 힘을 얻기 위해 약혼녀를 만나야 함 -> 이후 동료 셋과 힘을 모아 왕국을 되찾는 것이 궁극목표
이것이 15를 아우르는 스토리의 기본 뼈대다. 루나프레나의 존재는 주인공 외 모든 캐릭터들중 가장 중요하다.
이 중요한 존재를 게임 중후반에야 겨우 등장 시켜야만 했다면, 그 긴 시간동안 캐릭터 빌딩이 또렷이 되야 했다.
그러나 주인공과 10여년전 유년시절을 같이 보낸 장면만 지겨우리만치 주구장창 컷씬으로 보여준 것이 전부다,
왜 주인공과 떨어져 보내게 되었는지?(납치) 떨어져 있는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그녀의 오빠인 레이브스라는 자는 누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의수)
이 모든 해답을 얻기 위해선 파판:킹스글레이브라는 프롤로그식 영화를 봐야 한다는걸 알았을땐 정말 말문이 막혔다.
15 본편에서만 보여준 스토리텔링으로는,
여주는 "손잡고 싶었는데, 정말 좋아했는데 흑흑흑", 남주는 "날 그동안 정말 좋아했구나 흑흑흑" 이 전부가 되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루나의 죽음이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고, 유년시절을 같이 보냈을 뿐인 루나의 죽음에 슬퍼하는 녹티스에 연민을 느낄수 없었다.
10의 유우나를 보자, 등장과 동시에 환광충의 소멸하는 혼을 달래며 슬픈 얼굴로 슬픈 춤을 춘다.
이 컷씬 하나 만으로, 저 여주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전부 묘사한다.
15의 루나프레나가 칸나기로서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메뉴->캐릭터 란의 짧은 설명이 다다.
4인방 역시 루나 못지 않게 중요하다. 게임의 시작부터 끝 전부를 같이 하기 떄문이다.
왕자와 3인의 호위병이자 친구들, 젊은이 넷이서 캠핑하고, 낚시하고, 사진찍고 여행하는 컨셉은 리뷰 맨 위에 말했듯 상당히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렇지만 루나프레나와 마찬가지로, 이 각각의 젊은이가 주인공과 어떤 과거가 있었고, 주인공의 삶에 얼마만큼 함께 해왔는지 알수 없다.
게임내 퀘스트를 다 깨는동안 한두번 정도 나온 주인공과의 1:1 선택형 다이얼로그가 전부이기 떄문이다.
그리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녀석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에필로그 DLC를 사야 한다는 걸 알았을떈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게임이 알려주지 않으니, 난 저 동료의 스토리를 알수 없다. 스토리를 모르니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프롬프토가 마도병 출신인걸 밝혔을때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고 넘어가게 되는 이유가 이 떄문이다. 관심이 없기 떄문이다.
엔딩 끝에 캠핑장의 텅 빈 네 의자 장면을 봐도, 개발자의 의도와는 달리 딱히 아련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 무작위로 도려낸 듯한 스토리 때문에, 몇시간을 쉬지않고 챕터 서너개를 진행해도, 일주일에 1시간씩 해온듯한 붕뜬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쉬운점을 적으려 했는데 비판으로 점철되어 좀 씁쓸하다.
파판 15는 나에게 "씁쓸" 한 타이틀로 기억될듯 싶다.
PS. 게임 중반쯤 진행했을때,
제국군이 쳐들어와 제러드를 살해한다. 아이리스는 그걸 목격했고 심히 절망한다,
그.런.데! 4인방이 복수하러 기지에 쳐들어 갈땐, 이미 다 잊었는지 아주 소풍가는 줄, 사진찍고 신나 어쩔 줄 모른다.
기지에 도착해선 4인방은 '사람을 잡아 심문해야돼, 미행하자' 하고 칼리고를 미행하며 이색기가 제러드를 칼로 살해한 놈인걸 알게되고, 붙잡는다.
그.런.데!
녹티스: "칼리고 어딨어?"
4인방의 인텔리, 브레인이자 요섹남 이그니스 왈: "누구한테 맞겼는데 도망갔대"
녹티스: "그래? 뭐 언젠가 또 만나겠지"
이때 도대체 뭐하자는 놈들인지 궁금했다.
여기에 아라네아가 화룡점정 멘트를 때린다
"퇴근시간이 지나서 싸우지 않아. 또 보자고 귀여운 왕자님 후훗!"
이때 정말 심각하게 게임 그냥 지울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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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토리 보면서 벙찐게 한두번이 아님 특히 루나 연설하는도중에 녹티스를 10년만에 봤는데 어제만난친구 오늘 또 본마냥 고개 한번 끄덕이고 퇴장하고 끝 그장면에서 연설끝나고 녹티스 쳐다보고 눈물 한방울이라도 흘리면서 퇴장했으면 좀더 몰입됐을텐데..그딴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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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부분이 많네요. 조리있게 잘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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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토리 보면서 벙찐게 한두번이 아님 특히 루나 연설하는도중에 녹티스를 10년만에 봤는데 어제만난친구 오늘 또 본마냥 고개 한번 끄덕이고 퇴장하고 끝 그장면에서 연설끝나고 녹티스 쳐다보고 눈물 한방울이라도 흘리면서 퇴장했으면 좀더 몰입됐을텐데..그딴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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