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디스아너드 트레일러를 보고 신비로운 느낌이 참 마음에 들어서 구입을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팀에서 사서 나흘간 플레이했는데 순수한 게임 플레이 자체는 흠잡을 데 없고, 독창적인 플레이 방법이나 스킬 사용 등은 정말 괜찮더군요. 근데 사실 정말로 기대하고 있던 부분인 스토리나 세계관 부분에 있어서는 꽤나 실망이 크네요...
스팀펑크 요소에 더해 고래에서 짠 기름으로 돌아가는 기계들의 디젤펑크와 마법까지 더해서 세계관은 참 독특하고 잘 만들었습니다. 그걸 받쳐주는 여러 디자인들도 대단하구요. 근데 정작 게임 내에서 이런 세계관에 대한 설명은 거의 나오지가 않아서 전부 책을 읽고 유추해야 하고, 씨프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도 강한 개성을 가진 여러 세력들(오버시어들, 고래잡이꾼들, 깡패들, 군대)의 입장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퀘스트 같은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메인플롯에 아주 약간 연관되어 있을 뿐이라 플레이어가 디스아너드의 개성넘치는 세계관을 즐길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여제암살의 비밀을 해결한다는 메인플롯 자체가 디스아너드만의 특징적인 여러 요소들(고래기름으로 굴러가는 세계, 아웃사이더, 마법, 전염병)이랑은 조금도 상관이 없어요 =_=; 공들여만든 세계관을 왜 묵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메인 스토리 자체도 뭔가 프롤로그 부분이 잘린 듯한 느낌이 들어서 상관이자 애인인 여제의 복수를 하는 주인공의 심정도 잘 안느껴지고 감정이입이 잘 안됩니다. 복수 자체도 뭔가 반전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음모자들을 찾아가 하나하나 족친다는 매우 단순한 플롯이지요. 물론 단순한 플롯이 나쁜건 아닙니다. 여왕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한다는 충성스런 기사님이라는 컨셉은 전형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굉장히 강렬한 면모가 있어서 그걸 잘 살리면 명작이 나오는데, 전혀 그런 강렬한 감정이 안느껴집니다. 사실상 주인공이 자기 손으로 복수를 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옥에서 탈출을 하는것도 충성파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고 그 이후에 어떻게 복수를 할건가에 대한 방향설정도 펜들턴과 헤이브락이 일방적으로 던져주는거지 주인공이 자기 머리로 생각해서 하는게 아니죠. 그저 손만 빌려줄 따름입니다. 심지어 트레이드마크인 가면조차도 왠 추레한 공돌이가 만들어주는걸 받아 쓴 것뿐... 어크 시리즈의 에지오가 처음 쓰는 후드가, 죽은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가면관련 연출은 얼마나 싱겁습니까;
차라리 트레일러처럼 아웃사이더라는 자가 던져준 초능력을 활용해서 감옥을 탈출하고, 그 이후에는 자기 손으로 하나하나 복수를 이룩해나가는 쪽이 훠얼씬 더 전형적이면서도 감정이입도 잘 되고 조작법도 직관적으로 익힐 수 있고 그림이 나오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금같은 스토리를 정한건지 모르겠습니다 =_= 아예 그부분에 신경을 안썼다면 차라리 상관없겠습니다만 인터뷰들 보면 스토리 설정에도 꽤나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스토리가 이모양인지 답답하네요. 게다가 에밀리의 아빠가 XXX라는 부분은 뭐, 조금만 눈치가 있으면 예측이 가능하다고 해도 잘만 가꾸면 엄청난 떡밥을 던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대체 그건 왜 안써먹고 지금처럼 찍 던져버리고 끝내는 건지?!
게다가 계속해서 나와서 떡밥을 던지고 가는 아웃사이더는 그야마로 맥거핀... 초능력 주고 가끔 룬 준다는거 빼고는 여제의 복수라는 메인플롯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황당한 인물이죠; 게다가 위퍼들을 만들어낸 질병도 뭔가 악마라던가 세계관의 핵심과 연관되어 있을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역시 그 정체는 대단히 허무한 것이었습니다 =_= 결론적으로 메인플롯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결국 게임플레이와 세계관 설정 자체는 최고급인데 그 세계관을 활용하는 방법과 스토리텔링은 그 좋은 가능성을 한 절반정도밖에 활용을 못합니다. 새삼 시나리오라는게 얼마나 게임에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네요.. 아 물론 스토리에 한정하면 그렇다는 거고 그냥 순수한 게임플레이 부분만 본다면 정말로 탁월했습니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