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퓨전음악, 현실은 불협화음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불협화음" 입니다. 오픈월드, 총격전 등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여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하고자 했으나, 막상 그 결과물은 참담했습니다. 추리 파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강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추리게임으로서의 재미
현장을 직접 조사하고,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청, 시청, 신문사 등에서 참조 문헌을 찾아서 수사에 필요한 단서를 찾고, 사건 현장을 그림을 그리듯 재구성하고, "마인드 팰리스" 라는 것을 통해 수집한 단서들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꽤 재밌습니다. 물론 가끔씩 진행이 막힐 정도로 불친절하다 싶은 구간도 있어서 공략을 찾아봐야 할 때도 있었지만, 추리를 통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충분히 재밌었습니다.
결론이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라는 점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개별 사건의 결말에만 영향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가끔씩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꺼내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이 부분은 게임을 직접 해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왜 넣었는지 의문인 총격전
제작진이 액션 요소를 가미하고 싶었는지 총격전을 넣었는데,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맵의 구조가 약간 달라지는 정도를 제외하면 전투는 모두 동일합니다. 셜록에게 주어지는 무기라고는 한 번에 최대 6발까지 장전 가능한 자동권총 한 정, 그리고 시야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켜서 무력화시키는 가루 뿐이죠. 난이도도 거의 차이가 없다보니 쉽게 질립니다. 9~10명 정도의 적을 제압하면 끝입니다.
총격전의 존재 의의라고는 각 지역에 하나씩 있는 도둑 소굴을 토벌하는 것 뿐인데, 이것도 일종의 미니게임에 불과합니다. 필수가 아니라 옵션이죠. 오픈월드랍시고 넣은 컨텐츠인데, 게임 속 세계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은 하나도 못합니다. 그냥 시간 떼우기 + 돈벌이용 컨텐츠일 뿐이죠. 참고로 사건 해결을 통해 버는 수익만으로도 게임 진행에 지장이 없습니다. 옷가게에서 의상을 수집할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의미없는 총격전을 하며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죠.
독이 된 오픈월드
이 게임 최대의 실수는 오픈월드의 도입입니다. 굳이 오픈월드로 만들 필요가 없었어요. 제가 게임을 하면서 자주 다녔던 곳이라고는 기껏해야 시청, 경찰서, 신문사 등이 전부였습니다. 수사 자료, 신문기사 등 수사에 필요한 각종 참고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건을 의뢰받기 위함이었죠. 기존의 선형 어드벤쳐 방식으로 제작했더라도 이 장소들을 구현하는 데엔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사건 현장의 위치를 찾고 이동하는 과정을 통해 "직접 뛰는 재미" 를 구현하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솔직히 지칩니다.
보물찾기는 재미도 없는데 보상도 그닥 의미도 없었고, 섬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나 사건에 대해 알아보는 "코르도나 이야기" 도 추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며, 위에서 언급한 도둑 소굴은 시간 떼우기용 컨텐츠에 불과했습니다. 오픈월드로 만들어놨는데 정작 생명력을 불어넣는 요소는 하나도 없죠. 유비식 오픈월드도 이것보단 나을 겁니다.
오픈월드의 도입은 퍼포먼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PS5에서 플레이했는데, 평상시에는 60fps로 매끄럽게 구동되다가 야외에서 뛰어다니면 프레임드랍이 미친듯이 발생했습니다. 걸을 땐 문제가 안됐는데 뛸 때는 시간 당 로드해야 하는 오브젝트의 양이 늘어나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오픈월드 개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한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상당히 거슬리는 사이드킥
이번 작품은 21세의 셜록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서 영원한 파트너 왓슨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 왓슨을 대신하여 등장한 캐릭터가 존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의 정체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놈이 더럽게 거슬리고 도움이 안된다는 걸요.
셜록 옆을 항상 따라다니면서 온갖 수다를 떨어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성가신데, 셜록이 틀린 추리를 할 때마다 온갖 훈수를 두며 일지를 남기는 등 성질을 건드립니다. 그 훈수도 도움이 되는 훈수도 아니고요. 마치 잼민이가 덩치만 커져서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라고 옆에서 깐족거리는 것같습니다. 왓슨이 등장하기 전이라는 건 알겠는데, 굳이 얘를 넣었어야 했나 싶긴 해요. 물론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 합니다만, 게임 내내 옆에서 잼민이처럼 굴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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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확실히 화면 잠깐 돌린 사이에 도둑 소굴 앞에 서있는 NPC의 인종이 바뀌기도 하더라구요. 싱킹 시티에서의 오픈 월드 실패의 리벤지라도 노린 것 같은데, 오히려 좀 미묘해진 느낌... | 21.11.25 12: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