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젖은 메모 (水に濡れたメモ)
그 석양이 이곳에도 온다면
이제 곧 끝날 것입니다.
그 뒤, 큰 산울림이 있고
모든 것이 흘러 넘칠 것입니다.
넘쳐서, 모두 끝난다.
다행이야
끝나니까.
끝나니까, 모두를 마중 나왔어.
끝이 오기전에 제대로 죽자.
유리의 메모 1 (夕莉のノート 一)
마음이 약해지면, 숨을 쉴수도 없다.
기력을 쥐어짜내, 겨우겨우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이렇게 한 번의 호흡을 겨우 끝내고 나서
다음 한 호흡. 그리고 다시 다음 한 호흡.
지쳐서, 살아갈 기력도 바닥까지 드러나고
죽음을 의식할 정도로 [보이게]된다.
속삭이면서, 길을 한 가득 메우며
다가오는 사람들.
얼굴이 뭉개진 사람.
몸이 망가진 사람.
눈이 없는데, 나를 계속 보고 있는 사람.
계속 울고 있는 사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가만히 참은 채로
모른척 지나가게 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들은, 나를 계속 보고 있다.
내가 있어야 할 장소는
이곳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나았을 거야.
분명히 나았어.
루이의 수첩 4 (累の手帳 四)
선생님은 그 사진 속 여성에게 홀려있다.
여성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인데.
선생님이 변해간다.
어쩔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변해간다.
나는 이대로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대로의 관계.
어느 쪽도 아닌 관계.
하지만, 언젠가는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생님은 어느 쪽이 좋으실까?
미코모리 지방의 풍습 (水籠地方の風習)
[미코모리 님]
히카미 산의 주변에서는, 일 년에 한 번,
히카미 산으로 부터 물을 받아오는 풍습이 있다.
사람들은 이 물을 [미코모리 님]이라고 부르며
물통 등에 담아서 집에 모셔놓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사용한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는, 이 물로 아이를 목욕 시키고
죽은 사람이 나왔을 때는, 이 물로 몸을 씻어준다.
이것은 물에게 받은 혼을, 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의 풍습이다.
또 한가지, 이 물이 사용되는 [야마나키]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미코모리 마을에 사는 노파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히카미 산이 야마나키를 하시면
미코모리 님을 사용하고 틀어박힌다.
히카미 산에서 [산 울림]이 일어날 때,
이 물에 들어가거나, 이 물로 몸을 적신채로,
집 안에 가만히 있는다.
산울림은 불길함의 상징이 되어, 정화의 물로
몸을 적시는 등의 행동으로, 불길함으로 부터
몸을 지키는 풍습이라고 생각된다.
틀어박힌 뒤, 날이 밝으면, 여자아이가
부름을 받을 때가 있다.
산으로 부터 부름을 받는다.
이것은, 산울림이 있고 미코모리 님을 사용하여
그 불길함으로 부터 몸을 지키고 나면,
날이 밝고 나서 여자 아이가 산으로 부터
부름을 받는다, 즉 카미카쿠시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에 얽힌 일화 (写真にまつわる逸話)
옛부터 미코모리 지방은, [애도 사진]이 전해진
지방이기도 하면서, 사진에 얽힌 일화가 많다.
대부분은 [사진에 혼이 빨려들어간다]라는 미신으로
사진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인데, 그 중에는 당시의
풍습이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엿볼수있다.
아래의 두 이야기는 사진의 구조나,특성을
이해한 것이기도 하면서, 이야기로서의 무서움도 갖추고 있다.
[사라지다]
한 남자가 오래된 책에 끼워진 한 장의
사진을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그 사진에는 흐릿한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이 찍혀 있었다.
친구는 그 그림자를 보자마자
[악]하고 비명으로 지르고, 사진을 두고 그대로
집을 뛰쳐 나갔다.
그 남자가 남겨진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점점 그림자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에 찍혀진 것은, 그 친구였다.
그 뒤, 그 친구의 행방은
알수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사진 신부]
마을에서 특히 평판이 좋지 않은 게으름뱅이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결혼했다]라며 주위사람들에게 알렸다.
마을의 남자들은 영문을 모른채 축하를 해주었지만,
게으름뱅이 남자는 자신의 신부를 보여주지 않았다.
확인을 하러 간 사람에게 물어보니, 남자는 분명히
집에 들어갔고, 집안에서 여자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단지, 안을 들여다 봐도, 남자의 등 밖에 보이지 않았고
여자는 집안에 정말로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몇일 뒤, 그 남자가 집에서 나오지 않게 되자,
걱정을 한 마을의 남자들 중 한 명이 확인을 하러 갔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한 장의 오래된 사진만이 남아있었다.
그 사진에는 얼굴을 가린 신부 옆에
없어진 남자가 찍혀있었다.
사진을 본 남자는 그 사진 속의 신부가
웃고 있는 듯이 보였다고 한다.
유혼이라고 불리는 의식 (幽婚と呼ばれる儀式)
죽은 뒤에 행해지는 결혼의 풍습은
다른 나라에도 있는데, 히카미 산에도 [유혼]이라고
불리는 의식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명혼, 사후혼 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풍습은
미혼인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로서 행해진다.
히카미 산에 전해지는 유혼은, 인간 기둥이 된
무녀들에게 남자와 중매를 시켜주는 것인 듯하다.
일본의 다른 지방에 전해지는 같은 풍습에서는
죽은 사람에게 가공의 반려자를 만들어서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봉납한다.
하지만, 히카미 산에서는 무녀의 반려자로
살아있는 남자를 초대해 중매를 시킨 듯하다.
한번 초대된 남자는 산의 규칙에 따라
살아서 산을 내려갈 수 없었다.
즉, 유혼은 기둥이 된 무녀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손님]을 초대하여, 함께 기둥이 되게 하는 의식이
아니었을까.
무녀는 평생 산을 내려가지 못한 채 , 기둥이 되어
마음 속에 품은 상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무녀의 전승과 여성관 (巫女の伝承と女性観)
히카미 산의 무녀들은 산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에 들어가, 죽음으로 인도하는 존재였다.
때문에, 무녀는 공포의 대상으로,
[무녀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
혼이 빠져나간다]라고 여겨졌다.
실제로 무녀의 령을 봤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히카미 산의 괴담으로 정착 되어가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일본의 전승, 문화에는
여성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많이 포함되어있다.
무녀란 무엇일까?
물에 젖은 여자, 죽음으로 이끄는 여자.
히카미 산의 무녀는, 물의 마녀 사이렌 이야가
떠오른다.
히카미 산의 전승의 마지막 부분에는,
모든 무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무녀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기인된 사건이 아니었을까?
마가츠히: 황천을 비추는 태양으로 이승의 태양과는 다른 것.
히카미 산과 석양의 전승 (日上山と夕陽の伝承)
[히카미 산]은 그 이름 그대로, 태양을 모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옛날에는 [히카미 산(陽神山)]라고 썼다는 설도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산 주변에는 특히, [석양]에 얽힌 전승이 많이 남아있다.
산에 들어가려면 석양이 질 때가 아니면 안된다.
이것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산에 들어가는 경우,
저승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라고 하는
[(땅거미가 지는 시간)大禍刻]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석양이 산에 걸려 있을 때에는 산을 쳐다 봐서는 안된다.
특히 [산울림을 동반한 '마가츠히']의 때에는, 집안에 들어가서
밖으로 나와서는 안된다.
[마가츠히]는 재앙의 신으로여겨졌다.
죽음을 바라지 않는 자에게, 히카미 산의 석양은
불길한 것이면서, [마가츠히] 즉, 재앙으로 인식되었다.
산울림에 관해, 다른 지방에도 재앙의 전조로서 전해지고 있다.
히카미 산의 산울림은, 동시에 [물이 운다] 고,
생각되기도 하여, 그 물 소리는 무녀의 소질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들린다고 한다.
어떤 전승에는, 이 시간에 미코모리라고 하는,
물에 들어가 틀어박히는 의식을 한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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