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미노 후유히의 편지 (氷見野冬陽の手紙)
쿠로사와 씨에게
하루카를 찾아주세요.
실종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역시 '사람 찾는 일'이라서 받아들여주시기 힘들까요.
경찰에 신고도 해 봤지만, 또 카미카쿠시일지도 모른다고,
전혀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않아요.
하루카가 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혼자서 떠날리가 없어요.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거에요.
저 자신의 불행이라면 얼마든지 견딜수 있지만,
하루카가 괴로워하는건 견딜수가 없어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하루카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괴로워서 숨조차 쉴 수가 없어요.
하루카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저는 알수 있어요.
그러니까 빨리 찾지 않으면...
그때도 하루카와 저의 소중한 사진을 찾아주셨었잖아요.
정말 감사했어요.
이번에도 힘을 빌려주세요.
후유히가 남긴 메모 1 (冬陽の残したメモ 一)
히카미 산에 대해서 알아봤다.
옛날에는 '영적인 장소'였다고 한다.
'영적인 장소'라고해도, 신성한 장소의 의미가 아닌,
'죽기 위한 장소'였다고 한다.
그때문인지, 지금은 '자살의 명소'이다.
하지만, 하루카가 혼자서 죽을리가 없다.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이외에도 카미카쿠시의 산이라고 적혀있었다.
산에 들어갔던 사람이 사라져 버렸다는 얘기가 있는데,
산에 이끌려 홀린듯 들어간 사람들도 있고,
자기 스스로 들어간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히카미 산에 홀리기 쉬운 기질]이라는 문장을 찾았다.
감이 좋은 사람, 신경질적인 사람, 가족이 없는 사람,
기가 약하고 착한 사람, 라고 쓰여진 것을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하루카에게도 맞아 떨어지는게 있다.
하루카는 착하고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나에게 조차 마음을 열어준 친구
태평한듯 하면서 감이 좋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걸 맞추기도 했다.
...카미카쿠시일거야.
그런데, 카미카쿠시 당한 사람은 어디로 가는걸까?
상상하면 할 수록,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지며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린다.
후유히가 남긴 메모 2 (冬陽の残したメモ 二)
하루카가 없어지고 나니,
뭘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카가 없어지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하루카가 얼마나 소중한,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사람이었 다는 걸 알았다.
하루카가 내 방에서 돌아간 그때
내가 뭔가를 해 줄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그때 내가 뭔가 말을 해줬다면, 하루카는 어딘가로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계속 이런 생각만 들어, 너무 괴롭다.
기다리는 게 이렇게 힘든 것 이었다니.
내가 사라지는 편이 나았다.
내가 사라졌어야 했는데.
하루카가 돌아오면 전하고 싶은게 있다.
같이 끝내기 전에,진심을 말해도 괜찮겠지.
하루카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하자.
진심을 말하자.
후유히가 남긴 메모 3 (冬陽の残したメモ 三)
하루카와는 유치원 때부터 함께였다.
자주 생각이 난다.
유치원 졸업식 때 불렀던, [추억의 노래]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하루카를 보고있으면
하루카도 나를 쳐다 봤다.
그때의 추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최근 그 시절의 일이 자주 떠오른다.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그 노래를 흥얼거릴때마다, 눈물이 난다.
분실물 의뢰서 (失せ物探しの依頼書)
의뢰자:
의뢰품: 일기
기향: 있음(고인의 사진)
상세: 돌아가신 어머니의 일기를 찾는다.
혼자서 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각이 알고 싶다고 함.
고인의 것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
결과: 고인에게 소각을 부탁받은 간병인 여성이 소지.
나쁜 기운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관계자들끼리 처리하도록 함.
의뢰자:
의뢰품: 고인의 장롱 열쇠
기향: 있음(고인의 사진)
상세: 의뢰자 본가의 장롱의 열쇠를 찾는다.
이미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있음.
기향 및 의뢰품이 고인의 것이므로
주의가 필요.
결과: 고인인 의뢰자의 부모의 뜻에 의해, 카미카쿠시 된 상태로 발견.
고인의 공양을 주의하며 인도함.
의뢰자:
의뢰품: 약혼 반지
기향: 있음(반지 상자)
상세: 연인으로 부터 받은 반지를 찾는 의뢰.
연인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다고 함.
곧 약혼을 앞두고 있다.
결과: 자택의 책상 위에서 발견.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상태로 되어 있었다.
의뢰자: 호우죠 렌
의뢰품: 애도 사진 앨범
기향: 있음(애도 사진)
상세: 책을 집필하기 위한 자료.
히카미 산 주변에선 과거, 사후 사진을 찍는 풍습이 있었다고 함.
좋지 않은 장소이지만, 대상이 오래된 물건이므로, 위험은 적을것이라고 생각됨.
유리도 알고 있는 사람의 의뢰이므로, 조금은 하기 쉬울 것이다.
결과: 여관의 구관 부근에서 발견.
그 그림자는 유리를 물 속으로, 저승으로 끌어가려고 했다.
나 혼자서 했어야 했다.
유리를 산에 가까이가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영견 메모 (影見覚書)
[영견]이라는 것은 과거의 그림자를 보는 것.
과거의 그림자를 쫓아서, 행방을 알수 없게 된 물건이나,
[안보이게 된]물건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분명히 거기에 있어야 하는데, 그 존재가 여러가지 이유로
[안보이게 된]물건들.
주인의 잊고 싶다고 하는 극단적인 의식으로 인해,
제외되어 버린 것. 소유자가 세상을 떠나 물건의 힘이 약해져서
누구에게도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그리고 저승에 반 정도 들어가버려서, 영정으로 보이지 않게 된 것.
이런 이유들로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것은, [귀환시킴]을 행하여
현세로 돌아올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물건]이 아닌 [사람]이 사라져버린 [카미카쿠시]는 부주의하게
쫓아서는 안된다.
그 사람을 숨긴건 [저승]의 사람, 즉 령에 의한 것이고, 그 령은
주변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귀환시킴]을 하기 전에,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죽음의 산, 히카미 산 (死の山 日上山)
영산(영적인 산)인 히카미 산은 주변 지방에서는
옛 부터 두려움의 존재였다.
옛날에는 그 산을 향해 다리를 향하고 자는 것 조차
금지되어 있었다고 한다.
산 속은 생과 사가 애매하게 섞여있는 장소라고 전해지며,
땅거미가 질 때면, 저승으로 부터 죽은자가 헤매어 나오기
때문에, 산으로 잠기는 석양을 보는 것도[죽음에 홀린다]라고
하여 금지되었다.
지금도 [죽음을 동경하는 자는 산에 이끌린다]라고 전해지며,
[카미카쿠시]를 당한 사람들의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산에 들어갔고, 그 유해는 찾을수 없었다.
히카미 산 정상에 있는 히간 호수의 바닥에는
산에서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그때 모습 그대로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관광지화에 의해 그런 불길한 전승은 사라진 것으로 생각됐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관광지가 된 히카미 산에서 일어난 재해에 의해
저주받은 산, 죽음의 산이라는 인상이 강해지고, 그대로 사람들에게
각인 되어 버렸다.
히카미 산은 지금도 [자살의 명소]로서, 두려움의 장소가 되어 있다.
텐트에 있던 메모 (テントにあったメモ)
이곳에 온지 몇 일이 지났을까.
세어봐도 이제는 의미가 없는 숫자일 뿐이다.
서둘러 죽을 필요는 없다, 라고 생각해 준비를 하고
오기를 잘했다. 이곳은 느낌이 좋다.
혼자서는 외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기척을 느낀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소문대로 경계가 애매한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서 보려고 생각했는데, 접근하기 전에
모두 도망쳐 버렸다.
그 아이들도 이 산에 들어온 것일까.
아니면, 버려진 것일까.
누군가가 거친 숨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서워서 숨을 죽이고 숨어있었다.
죽는 것은 좋지만, 저건 싫다.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을 봤다.
얇은 천을 뒤집어 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이쪽을 보고 그대로 사라졌다.
그 사람은 어느 쪽 사람이었을까.
또 만나게 될까.
그 사람은 매일 나타나, 나를 보고 있다.
시선을 느끼는 것 만으로 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문득 정신이 들고 보면 없어져 있다.
계속 보고 있으려니 사라진다.
목소리가 들렸다.
부르짖는 듯한, 노래와 같은 슬픈 목소리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나는 아니다.
그것이 슬프게 느껴졌다.
가지고 왔던 물건이 다 떨어졌다.
이제 아무것도 없다.
이곳은 좋은 곳이다. 이제 아무래도 좋다.
이걸로 잘 됐다. 이곳에 와서 다행이다.
그 사람이 와 준다.
나를 데려가 줄까.
부르고 있다.
가야겠다.
가라앉은 메모 (沈められたメモ)
석양을 보고 있으면, 울고 싶어진다.
나는 이제 돌아갈 장소가 없다.
돌아가도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가 있지만, 아무도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산 속이었다.
땅거미가 질 때 산에 들어와서는 안된다.
할머니가 항상 말씀하셨었는데.
그런데 발이 계속 움직여, 이곳에 와있다.
석양이 점점 커지고, 숨을 쉬기가 곤란해질 정도
석양이 다가온다.
그런데도 발은 멈추지 않고 이곳으로 왔다.
뭔가 적지 않으면 안될거 같아서
서둘려 이것을 적는다.
물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 전에 적지 않으면...
뭘 적으면 좋지?
아.. 부르고 있어
이제 들어가야 해.
해가 지기 전에.
쥐어서 구겨진 메모 (握りつぶされたメモ)
책에서 읽은 히카미 산의 전승은 정확했다.
자살을 봐서는 안된다.
그 여자가 목을 매다는 것을 봤다.
몇 번이고, 몇번이고 봤다. 이제 싫어.
도망쳐도 이곳으로 돌아온다.
어느샌가 나도 그것을 하고 있다.
몸이 멋대로 움직여서 그 여자와 똑같이.
그때는 그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죽는 데에는 의외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생각했다. 점점 의식이 멀어진다.
다리를 잡아당기는 여자가 보인다.
석양이 보이고...
정신이 드니 또 이곳에 있다.
나는 이미 죽었을 텐데.
또 저걸 보게되고,
또 저걸 하게 되나.
점점 짧아져 간다.
이제 가야한다.
유서로 보이는 종이조각 (遺書のような紙片)
이곳이 좋겠다.
여기라면 혼자서 죽을 수 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서두를 것도 없이.
이제 망설이지 않는다.
단지, 침착하게, 조용하게 죽고싶다.
인생은 슬픔, 고통, 증오 뿐이다.
이 모든 것에 지쳤다. 이제 충분하다.
녹다만 메모 (融けかかったメモ)
이곳이 좋겠다.
여기라면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는다.
나만의 장소다.
여기서 조금씩 녹아 가면 된다.
물처럼 되서, 흙으로 녹아,
초목에 녹아, 나는 사라진다.
꿈이었나.
무녀처럼 보이는 하얀 옷의 여자가
계속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움직일 힘도 남아있지 않은 나를
그대로 보고만 있다.
싫은 느낌은 없었다.
사람이 날 보는게 싫어서
사람이 날 내려다보는게 싫어서
여기에 왔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렇게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안심이 된다.
여기에 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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