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 마지막 제노 지바의 죽음 이후, 인간 헌터들의 무기 발전은 끝없이 이어져왔다. 신대륙의 발견인 아이스본을 시작으로 준비가 한창이던 시절. 그들은 하나의 거대한 탄두 안에 여러개의 탄환을 담을 수 있는 탄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탄은 헤비 보우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것과, 여러 발의 발사를 하면 헤비보우건 자체가 영구히 망가져버리는 바람에 수렵에서 불편함이 많다는 것을 문제로 상용화 되지는 않고 있었다.
--
허나 역전 개체를 넘어선 변이종 개체의 발견과 수렵을 통해 얻은 재료들은 무기의 성능을 전폭적으로 비약시켜주었고, 헤비보우건 중에서도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탄을 쏟아내는 ‘버스터 거너’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두 번째 울음.
언제나 연구원 비상소집나팔은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결과를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저...저거 뭐에요?”
“오...이런.”
조사단 헌터들의 시선이 부화기에서 갓 깨어난 새끼 리오레우스가 아니라 하늘을 향했다.
하늘은 마치 검은 메뚜기 떼가 밀려오는 듯 보였지만, 점점 그 형체가 가까워 지고서야 수백마리가 넘는 비룡종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들 무기 챙겨!! 조사거점을 지켜야한다!!”
소드마스터의 외침이 들리고, 이내 신 대단장의 지휘가 속행되었다.
“헌터랭크 20 미만의 헌터들은 전부 발리스타와 대포로 향해라! 연구원과 견습 헌터들은 모두 부화기랑 알 챙겨서 지하 벙커로 들어가 숨어!!!”
고대수의 숲 밀림지대에서 조사거점까지는 그나마 거리가 있다.
속도가 빠른 비룡종들 이라면 순식간에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불길을 뿜어대겠지만, 숙련된 헌터들이라면 늘 장비를 차고 다니고, 승산이 있다.
오히려 사냥에 미친 헌터들은 오히려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혐오하는 몬스터들을 학살할 기회라고 여기는 자들도 몇 보였다.
“리오레우스라...수십 수백마리가 오라고 해! 특수격투장에서 5마리도 한번에 잡아봤다 이거야!”
“허튼소리 마라! 아무리 비룡이라 한들 방심해서는 안돼!”
하필이면 대부분의 헌터가 사냥을 나간 시점이라 조사거점의 지상에는 그리 많은 군사 수가 있지는 않았지만 총 합은 200 가까이 되었고, 소드마스터와 신대단장을 포함하여 80명 남짓한 고랭크 헌터들이 있었다.
고랭크 헌터들은 순식간에 체계를 갖추었고,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가장 서로에게 전투 피해가 덜 가는 대형을 만들어 냈다.
인간 헌터들에게 있어서 가장 다행인 것은, 현재 조사거점에 11기 단장으로 가장 유력한 리멘이 있다는 것.
“1층부터 3층까지 최전방 1열에는 건랜스! 거점 중앙마다 태도와 차지액스 배치! 해머와 쌍검, 조충곤은 2층과 3층에 숨어서 기다린다! 랜스는 최종방어태세를 갖추고 보우건들을 지켜!”
리멘의 지시는 명확했다. 아무리 하늘을 나는 비룡종이라고 해도 인간을 공격하려는 이상 상공에서 지상으로 높이를 낮춰야만 하고, 그러는 동안 해머와 조충곤, 쌍검과 한손검의 단차공격이 상공을 어지럽힌다.
제공권을 잃은 비룡들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비룡들은 몬스터 학살자들이 즐비한 1층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게 되어 있다.
“대검들은 차지액스의 대형으로 서! 혹시라도 서로의 공격이 대형을 무너트리지 않게끔 조절해라! 다들 명심해! 중심은 보우건들이 하늘에서 격추하는게 중심이지 너희들이 활약하는게 아냐!”
리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루기 어렵기로 소문난 헌터들이 일제히 응답의 함성으로 답했다.
끼익.
신대단장이 조사거점 회의 탁자 옆에 있는 한 레버를 내리자, 조사거점의 바닥이 미친 듯이 공진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유니언광석과 옥염석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바닥이 솟아올랐다. 나무로 된 바닥으로는 전투를 하다가 자칫 모두 바다로 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초고출력 해방베기는 주의해! 고출력 해방 베기로 대체한다! 한손검은 전투를 지양하고 슬링어를 위주로 전투를 돕는다! 전원 위치로!!”
수렵피리 헌터들은 음율이 닿는 최대 위치마다 배치되어 끊임없이 음율을 쏟아냈다.
부산스럽게 준비가 끝날 때 즈음 가장 선두에 늙어 죽어가는 리오레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크에에에엑!!”
그는 거의 추락하다시피 조사거점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는데, 스스로의 주둥이에서 새어나오는 불꽃을 제어하지 못해 입 주변과 얼굴이 화상으로 끔찍하게 녹아내리고 있는 형상이었다.
“뭐야저거..?”
맨 선두에 있던 건랜스 포격부대는 용향포를 준비하다가 가장 선두로 추락하는 리오레우스를 보며 갸우뚱했다.
“넘기자! 넘겨! 어차피 저 정도면 뒤에서 순식간에 도륙낸다! 저 한 마리를 위해 용향포를 쏘기엔 화력이 아까워! 다들 용향포 대기! 이후 군집 무리가 도착하면 발사할 수 있게 미리 예열시켜 놓는다!”
“예! 알겠습니다!”
가장 고참인 킨테라의 지휘앞에 포격 건랜스 부대는 방패를 들어 전투 대기 태세를 유지했고, 그들의 움직임을 본 리멘과 1층 내부의 헌터들은 추락하는 리오레우스를 최대한 빨리 도륙내기 위해 무기를 준비했다.
*
“후우...제대로 쏴야 할텐데...”
이제 막 헌터랭크 25를 갓 넘긴 헌터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 번에 수십개의 탄환을 연속 발사해야하는 버스터 거너의 특성상, 한번이라도 방아쇠를 빠르거나 느리게 당기는 순간 전투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있기에. 난생 처음 겪는 비룡종의 무리공격에 긴장의 땀이 손잡이 사이로 배어들고, 잠시 손의 힘을 풀었다 다시 쥐는 순간이었다.
“야...야! 저거 격추해!!! 격추해!!”
“네..네?”
파-앙!
헌터는 분명 저격용 집탄(저격용탄의 성분을 응축시켜놓은 탄. 최소 2~15배의 성능을 낸다)을 장전해 놓았으리라고 생각했다.
허나 탄환은 푸욱!소리를 내며 리오레우스의 미간에 정확히 꽂힌 정체불명의 집탄은 그의 몸을 관통하지 않고 얼굴에 박혀버렸다.
“...푸욱?”
“야 이 ㅁㅊㅅㄲ야! 격추시키랬지!”
순식간의 리멘의 얼굴이 굳어지고, 그는 온 몸을 휘저으며 사자후와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다들 피해!!! 중앙자리에서 피해!!”
그러나 그가 고함을 칠 때야 말로 헌터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다다르고, 비룡들의 날개짓소리. 그들의 위협 포효소리. 가장 가까이 다가온 늙은 리오레우스의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겹쳐 있는 상황이었다.
쿠광-!!!!
단단하기로 소문난 유니언광석의 파편이 튀기고, 늙은 리오레우스는 그대로 바닥에 ‘추락’해버렸다.
인간들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내던져 공격의 희생양이 되려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까의 헌터의 실수가 이제야 위력을 발휘했다. 저격용 집탄이 아닌 그 탄환은 바로 ‘네이팜탄’. 일반적인 철갑유탄에 나나 테스카토리의 화염을 추출해 넣은 탄환이었다. (훗날, 이 사건 이후의 역사는 그 헌터가 당긴 방아쇠를 앞으로 헌터와 몬스터들의 관계를 영원히 뒤바뀌게 만들 거대한 실수의 격발이라고 보고 있다.) 한번 닿은 불길은 웬만하면 꺼지지 않는 데다가 폭발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니 노바’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탄환을 ‘집탄’해 놓았다. 그게 머리에 박힌 노년기 리오레우스가 조사거점의 1층 중앙으로 곤두박질쳤다.
“너...이 강아지...지금 뭘...”
(IP보기클릭)123.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