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울음.
“키에에엑! 케엑!”
작열하는 태양빛이 태풍을 이기고 사람의 옷을 벗게 만드는 날씨에 어느 한 둥지에서, 태동을 끝낸 리오레우스 한 마리가 부화했다.
“응? 뭔소리야?”
부화장 안쪽을 훑어보던 한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드디어... 깨어났다!! 깨어났어!!!”
갓 트인 울음소리와 동시에 새끼는 눈을 뜨지도 못한 채로 둥지 사이를 헤집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넋놓고 보고 있던 조사단의 한 고참이 소리쳤다.
“빨리 대장님한테 보고하고! 야 조사단 뭐해! 빨리 거기 연구원 비상소집나팔 불어!”
“예...예? 아 예!”
후임은 비상나팔을 집어들어 있는 힘껏 바람을 불어 넣었고, 뿌우-하는 소리가 조사 거점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음? 이 소리 비상소집나팔 아니에요?”
“엥? 아? 야 뭐해 달려!!”
3층 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있던 연구원들은 바로 아래에서 들려오는 비상 나팔 소리에 허겁지겁 장비를 챙겨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고, 조사단장들과 공방에서 무기를 주문하던 다른 조사단들도 하나 둘 슬금슬금 관심을 표했다.
그도 그런것이 유저의 죽음 이후로 7년 전 마지막 제노 지바의 죽음때 한 번. 그리고 시기별로 조라 마그다라오스의 접근이 가까워질 때 빼고는 절대 울리지 않던 비상 ‘연구원’비상소집나팔이 울렸으니, 조사단들에게는 얼마나 큰 일인가 궁금할 만도 했다.
“야 비상소집나팔 아니냐?”
베이스 캠프 안에 있던 한 신입 조사단이 허겁지겁 준비를 시작했다. 왼쪽 신발은 오른발에, 옷은 거꾸로, 모자는 바지와 옷 사이에 껴 있었다.
“어이구 ㅂㅅ...소리 들어봐 소리. 연구원 비상소집나팔이야 그냥 가서 구경이나 좀 해보자”
그런 그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남자가 소리를 들으라며 베이스캠프 밖을 가리켰다.
“엥? 연구원 비상소집나팔은 다른거임?”
“어. 딱 두 가지 경우에만 나팔을 불고, 우린 굳이 안 가도 됨.”
“아 그래? 괜히 서둘렀네. 근데 두 가지는 어떨때임?”
“이래서 기초 교육도 안하고 그냥 잘 때려잡아서 조사단 되는 애들이 없어야 돼...하나는 우리한테 신의 축복이 내려질 만큼 대단한 연구 성과가 있을 때.”
“오... 또 하나는?”
“우리가 ↗됐을 때.”
“아하! 그럼 이번 건 무슨 경우일까?”
“뭘 물어? 그러니까 구경하러 가자는 거지.”
조사단이 대강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베이스 캠프에서 조사거점으로 도착했을 때. 이미 조사거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적이 있었나?”
“원래 조사거점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수용 가능했어?”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의 행렬은 북적임을 넘어 장엄할 정도였다. 교역선이니 응원함이니 어떠한 외부의 무언가가 도착해도 이만큼 모인 적은 없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서로의 밟을 밟아가며 중앙으로 향하려는 두 조사단에게, 신대단장의 등이 보였다.
“조사단장님!”
“아? 오 풋내기들 왔는가?”
“이거 뭐 때문에 이렇게 많이 모인 거에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음... 그래. 자네 말대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군.”
“예?”
“2019호 유정란이 부화했네.”
“예? 잘못 들었습니다...?”
“저번에 자네들의 선배인 리멘이란 자가 채취해온 리오레우스의 난소 있잖나?”
“네”
“그 난소 안에 들어있던 알 7개중 5개가 중간에 썩어버리고, 나머지 두 개의 알 중 하나가 부화기에서 성공적으로 부화를 마쳤어.”
신대단장의 표정이 한 층 더 짙어졌다. 이 부화가 가져올 파급력을 미리 상상이라도 해 본 건지, 그의 눈은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인간의 손에서 처음으로... 몬스터가 부화한걸세.”
녹색 생동감 가득한 나뭇잎 틈이 둥지가 되어야 할 리오레우스는 인위적인 온습도가 공급된 거대하고 삭막한 부화기 안에서.
“크르륵...!”
자신을 가득 메운 인파의 웅성거림에 두려워하며.
처음 그 유약한 눈을 떴다.
*
[깨어났다.]
조사거점을 빙 돌며 배회하고 있던 체구가 작은 리오레이아. ‘은빛 눈’이 고대수의 숲의 한 거대한 나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말을 전했다. 은빛 눈이 도착한 곳에는 어두운 그늘 사이로 일반적인 리오레이아보다 몇배는 더 거대해 보이는 변이종 리오레이아. ‘금빛 역린’이 날개를 축 가라앉히고 앉아 있었다. 그녀가 내쉬는 숨소리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진공하고 있었다. 금빛 역린은 천천히 날개를 들어 꼬리로 자신의 체중을 버티고 일어섰다. 이름처럼 높게쳐든 목 사이의 한군데에서 거꾸로 난 금색 빛깔의 역린이 반짝였다. 그녀의 주변으로 하나 둘 리오스과의 비룡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고대수 숲의 수많은 줄기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개체수였다.
“쿠오오!!”
가장 선두에 선 노년의 리오레우스가 주둥이 사이로 분노를 토해냈다. 자신의 신체를 컨트롤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 말을 하지 못하면서도 주둥이를 벌려대는 안쓰러운 포효에서 불길이 침처럼 힘없이 튀었다.
[나의 죽음으로! 과거의 유산이 새로운 희망을 보이기를!! 인간들이여! 저주받아라!]
그는 힘차게 날개를 펼쳤으나 비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었다. 넝마처럼 헤진 날갯죽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처투성이에 한쪽 눈은 애꾸가 되어 희게 탁변해버린 리오레우스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떨궈 조사거점을 향해 날아올랐다.
아니. 추락했다.
금빛 역린 또한 늙은 리오레우스를 따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들 찢어진 날개를 펼쳐 들어라. 하늘은 우리의 것이다.]
이후 하늘 한쪽을 까맣게 메울 만큼 수많은 비룡들이 조사거점을 향해 비가 쏟아져 내리듯 돌진했다.
[가자! 하늘을 떨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