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 적 읽은 영웅담에 등장하던 인물이 실제가 되어 세상에 나타난 것만 같았던 이를 알고 있습니까.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났다는 이야기에 혹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한데 모인 게 아닐까 싶었던 그 영웅을 알고 있습니까.
모두가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두가 그 모습을 보았으며, 모두가 그 사실을 겪었습니다. 명명백백히 우리의 앞에서 다른 차원 너머의 강대한 괴물들을 쓰러뜨리는 그 모습을 우리 모두가 지켜보았습니다. 위험 앞에서 절대 쓰러지지 않는 그 굳센 등을 모두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영웅님은 어디로 가신 겁니까. 제 몸 하나 아끼지 않고 달리던 영웅님도 끝내 시간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이가 구해짐을 받았고, 또 많은 이가 구원을 받았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하늘 위 저 너머까지, 그 힘이 닿지 않은 곳은 없었으니. 모두가 그이에게 감사했고, 모두가 그이에게 은혜를 입어왔습니다.
하지만 영웅은 늘 자신을 그냥 사람이라 했습니다.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으면서. 영웅처럼 행동하면서. 언제나 그냥 모험가일 뿐이라 했습니다.
누군가 묻기를, "어찌하여 위업을 이룬 당신이 그냥 사람입니까? 남들은 평생에 한 번도 겪지 못할 모험을 하셨잖습니까?" 이에 모험가님은 고개를 내저으며 답하길, "정말로 위대한 자였다면, 후회로 남을 일은 없었을 겁니다."라고 하였으니.
무엇이 당신을 후회케 합니까. 무엇이 당신을 상처입힙니까.
당신은 자신의 무력함으로 죽어버린 이가 있다 하였습니다. 당신은 판단을 그르쳐 구하지 못한 이가 있다 하였습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이가 있다 하였습니다. 그 모든 얼굴이 가슴 속에 남아있다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영웅이라 불릴 분이라 했으나, 당신은 쉽게도 그것을 부정하였습니다. 그 얼굴들이 잊히지 않는 이상 어디까지나 그냥 사람일 뿐이라며.
그리고 이렇게, 끝내 당신은 무엇도 잊지 못한 채 시간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숲속에서 나오지 않던 한 소녀를 찾는 것으로 시작된 당신의 모험은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 있습니다.
당신은 이야기가 되고, 책이 되고, 역사가 되어, 미래영겁 기억될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당신의 이름은 기억될 것이며, 앞으로도 당신의 이름이 불릴 것입니다. 동화 속에서, 노래 속에서, 장대한 대서사시 속에서.
그리고 끝에는 후회와 상처를 끌어안은 채 잠이 든 당신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구하지 못한 이들을 생각하며 상처받는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당신.
모두가 영웅이라 이르던 자였으나.
그럼에도 언제나 사람이었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언제나 사람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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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븐가드가 990년, 오큘러스가 1007년. 여기까지가 17년
카인 잡을 쯤이면 100살이 된 총검사가 총과 칼을 휘두를 것입니다
아무튼 모험가도 사람인데 언젠간 죽겠지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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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60대 총검사 | 21.12.09 14: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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