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헌터의 전설-
단아한 목조건물이되 주인의 포스를 설명하듯 수많은 병장기와 무구들이 장식된 실내에 중앙상석의 턱수염이 덥수룩한 사내를 필두로 7명의 무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나 정적을 깨는 첫 대상은 중앙상석의 사내였다.
“어이가 없군요...당신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거요?”
사내가 조용하게 입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기는 시리도록 날카로웠고, 이젠 질문의 답변을 들을 차례였다. 7명의 무인 중 사내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앉은 후드차림의 무인이 대답했다.
“국왕의 지시아래 행동한 것뿐이다... 라는 무책임한 말은 하고 싶지 않군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희는 공국의 녹을 먹고 사는 국민이자 국왕의 병장기일 뿐입니다.”
후드차림의 무인은 궁을 장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궁사였고 목소리로 가늠하기에 무인은 여성임이 분명했다.
“그 의도는?”
“공국의 국경 수비 강화를 위해 질좋은 재료들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명령을 받은 공국 휘하의 직속 헌터들 중 마스터급 3인을 비롯해 총 24인의 정예헌터들이 아젤라티 성루로
길을 떠났으나....“
잠시금 말을 흐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녀였다.
“결과는?”
“맹주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아젤라티 성루엔 테오 테스카토르 라는 고룡족이 살고 있어야
맞겠죠...“
“그렇소. 그럼 아니었단 말이오?”
턱수염의 사내는 깍지낀 손으로 턱을 괴며 그녀를 조용히 응시했으나 그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서 우린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생태계의 순환 진리로 보아 그건 말도
안되는 광경이었지만 닥친 상황에서 저희가 할 일은 살아남는 일 밖에는 없었습니다.....
빌어먹을...그곳엔 테오 테스카토르를 뜯어먹고 있는 4마리의 금관급 티거렉스들이 있었
습니다.“
“마...말도안돼”
“그게 사실이오!?”
여기저기서 탄성을 비롯 믿지 못하겠다는 류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테오 테스카토르는 고룡족 중 아젤라티 성루에 살고 있으며 사족보행과 비행을 주로 하는 몬스터였다. 테오는 염화의 막을 두르고 있으며 그 광폭함이 고룡족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난폭한 몬스터였고 마스터급 인물이 포함된 클랜에서만이 포획이나 토벌이 가능했
으나 그것역시 어느덧 오래된 옛날 얘기로만 전해져 오고 있었던 터였다. 하물며 고룡족들
이 멸종되었거나 백년잠에 빠져 고대 유적지로 숨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던 찰나에 공국
에서는 그 고룡들을 상대로 질좋은 재료쯤을 기대하고 있었던 실수를 범한 것이었다.
쾅!-
사내... 그의 손짓 한번에 실내는 다시금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찾아들고...
“그 이후는?”
“후.....마스터들의 지휘로 우린 4개 팀을 짠 뒤 금관 티거렉스를 한 마리씩 맡기로 했습니다. 혈투는 질기도록 길게 이어지던 군요...그리고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음?”
그녀의 말에 내포된 ‘그녀’라는 표현...
그것은 분명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볼 수 없었다. 실제 일어난 혈투의 현장에서 마스터들을 능가하는 초인적인 어떤 인물이 나타났다는 신빙성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순간이 아니었기에...
“나나....테스카토르.....”
그녀가 표현한 ‘그녀’라는 존재
테오 테스카토르는 고룡족 중 유일하게 암수를 이루고 있는 고룡이었고 테오의 암컷이 바로 나나 테스카토르라는 고룡이었다.
“나나는 나타나자마자 티거 한 마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나나의 출현을 알게 된 티거들은 동시에 나나를 향해 뛰어들었어요. 졸지에 제 삼자가 되어버린 저희들은 사상자를 수습하고
성루의 외곽 성벽 쪽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죠. 금관급 티거 네 마리의 협공은 그야말로 잘 짜여진 정예 헌터들인 듯 나나를 정신없이 공격하기 시작했고, 녀석들은 마치 훈련이라도 받은 듯 나나의 머리를 먼저 공격해 염화의 막을 없애버리고는 서서히 물어뜯기 시작했어
요.“
그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는 그녀는 그때의 묘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주먹을 움켜쥐고는
힘겨운 듯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상황이 악화되고 그녀 혼자의 힘으론 티거 네 마리를 상대할 수 없음을 느끼자 나나는 날아오르려 했고 아시다시피 티거는 활공 상태를 활용할 뿐 비행을 할 수는 없습니다.
날아오르려는 나나를 몇 번이고 떨어뜨렸지만 나나는 죽어가면서 필사적으로 날아오르려
했고 몸이 뜯겨나가는 고통속에서 마침내 날아오른 나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탑을
향해 미친듯이 날아갔죠.“
“아젤라티 성루의 고탑이라면.. 그 존재를 깨운 것이오?”
“아마도요... 나나는 엇갈려진 생태계의 순환진리를 티거의 탓과 인간의 탓으로 되돌리려는 듯 고탑의 그 존재를 향해 날아가버리고....얼마되지 않아 그 존재를 지키며 백년잠에 들었던 나머지 마룡들이 다 깨어난 듯합니다.“
실내에 착석한 7명의 인물들은 그 이야기를 들은 직후로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골똘히 생각에 빠져잇는 듯 했으나 사내는 눈을 지긋이 감고 미간을 찌뿌리고는
턱수염을 만져대고 있었다.
“그 이후로 비룡들의 이상 생태가 시작되었다는 말이오?“
“네 맞습니다. 그 이후로 비룡들의 공격적 성향이 목표를 인간으로 돌려놓은 듯 합니다... 하여 공국의 국왕께서 헌터연맹의 맹주님께 친히 부탁하시어 공국 근교의 몬스터 출몰 지역으로 정예 클랜을 파견하시어 헌팅을...”
“웃기는 소리 하지마시오!”
그녀의 말을 딱 잘라먹는 사내였다.
“진정하십시오 맹주님.”
그러자 지금껏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오른쪽의 첫 번째 사내-묵빛 태도를 장비한 무인이 맹주에게 조용한 어조로 간청했다.
“명령이 아닙니다. 저희는 맹주님과 맹주님의 헌터 연맹의 정예 클랜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입니다. 국왕께서는 공국의 국고를 열어 보물과 갖가지 희귀 자원들도 아끼지 않으
시겠다 하셨으니 노여움을 푸시고 고려를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은 간청의 어조였고 그의 말을 들은 맹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찌뿌린 인상을 거
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필요없소. 헌터연맹은 자체적으로 헌팅 목표를 성립할 것이며 이후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
로 헌팅을 하고 자시고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요. 우리에겐 비룡이든 고룡이든 클랜의 목표
가 된다면 공국이 원하는 지역으로 헌팅이 가능해질 수도 있으나 아직은 계획이 없으니
간청이든 명령이든 필요없으니 돌아가시오.“
“흠... 맹주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허면 이후 혹시라도 공국의 근교로 헌팅 계획이 있으
시면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그건 가능하겠습니까?“
“좋소. 기대는 하지 마시오. 지금도 빽빽이 짜여진 헌팅이 각 지역에서 수도 없이 들어오고
있소. 연맹은 댓가를 바라고 헌팅을 하지 않소. 물론 연맹에서 필요한 자원이 있다면 거침
없이 헌팅을 감행하겠으나 연맹은 클랜들의 소수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자체적 혹은 소수
클랜으로 움직이므로 내가 그들의 맹주라고 해서 그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소.“
“네 맹주님.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두사람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맹주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목조건물을
빠져 나갔다. 맹주와 각 클랜의 마스터만 남은 실내는 이제야 한층 분위기가 가라앉은 듯
서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맹주, 클랜 카라얀에서 이번에 쇼군 기자미 은관급 헌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괜찮겠죠?”
“카라얀 클랜에서? 괜찮군. 마스터 히로시, 이번엔 신참들도 좀 데리고 가라구. 훈련소에서
보아하니 해머 실력이 많이 늘었더군.“
“허허 맹주님. 아직 신참들이라 은관급에 데려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려구요.”
등에 병장기를 어디서든 장비하고 다니는 헌터들의 삶-그들에게 공국의 사신들은 존재 가
치 자체가 없는 듯 보였으나 그들에겐 그보다 더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야 할 삶의 과제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었으니 그렇게 보일리도 만무한 일이었다.
“이런 망할 공국 같으니라고.... 예전 내 조부께서 말씀하셨었지..... 고룡을 포획하고 고룡의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그들의 심장에 일침을 가하던 전설적 헌터들의 삶.... 그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자의든 타의든 그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클랜 마스터들이여...“
“예! 맹주!”
읊조리듯 내뱉는 그의 말 한마디에 클랜의 마스터 4인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헌터의 전설이 부활할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부터 그대들과 그대들의 소중한 동료들은
지금까지 보지도 못한 몬스터와 비룡족, 고룡족들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며 필요 이상으로
더한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허나 우리는 우리에게 지워진 헌터의 삶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원한다면 싸워 이기면 자신의 것이 된다. 헌터의 전설을 만들어보자.”
헌터의 전설-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클랜의 마스터들은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려 옴을...
마치 어린아이가 부푼 꿈을 안고 선물 상자를 열어봄직한 상기된 얼굴로 그들은 마음속으로
각자의 다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시대의 풍화로 누려보지 못했던 진정한 헌터의 삶.
비룡의 존재를 뛰어넘어 검 한자루에 의지해 고룡의 함성에 맨몸으로 맞서던 헌터의 전설.
그들에겐 어릴 적 동화처럼 들려오던 그런 삶이 도래했으며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더한 역경
과 고난이 닥쳐올 것임을 짐작하기 전에 이미 몸이 반응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들
에게 그것은 결코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었다.
-헌터의 전설-
단아한 목조건물이되 주인의 포스를 설명하듯 수많은 병장기와 무구들이 장식된 실내에 중앙상석의 턱수염이 덥수룩한 사내를 필두로 7명의 무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역시나 정적을 깨는 첫 대상은 중앙상석의 사내였다.
“어이가 없군요...당신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거요?”
사내가 조용하게 입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기는 시리도록 날카로웠고, 이젠 질문의 답변을 들을 차례였다. 7명의 무인 중 사내의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앉은 후드차림의 무인이 대답했다.
“국왕의 지시아래 행동한 것뿐이다... 라는 무책임한 말은 하고 싶지 않군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저희는 공국의 녹을 먹고 사는 국민이자 국왕의 병장기일 뿐입니다.”
후드차림의 무인은 궁을 장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궁사였고 목소리로 가늠하기에 무인은 여성임이 분명했다.
“그 의도는?”
“공국의 국경 수비 강화를 위해 질좋은 재료들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명령을 받은 공국 휘하의 직속 헌터들 중 마스터급 3인을 비롯해 총 24인의 정예헌터들이 아젤라티 성루로
길을 떠났으나....“
잠시금 말을 흐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녀였다.
“결과는?”
“맹주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아젤라티 성루엔 테오 테스카토르 라는 고룡족이 살고 있어야
맞겠죠...“
“그렇소. 그럼 아니었단 말이오?”
턱수염의 사내는 깍지낀 손으로 턱을 괴며 그녀를 조용히 응시했으나 그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서 우린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생태계의 순환 진리로 보아 그건 말도
안되는 광경이었지만 닥친 상황에서 저희가 할 일은 살아남는 일 밖에는 없었습니다.....
빌어먹을...그곳엔 테오 테스카토르를 뜯어먹고 있는 4마리의 금관급 티거렉스들이 있었
습니다.“
“마...말도안돼”
“그게 사실이오!?”
여기저기서 탄성을 비롯 믿지 못하겠다는 류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테오 테스카토르는 고룡족 중 아젤라티 성루에 살고 있으며 사족보행과 비행을 주로 하는 몬스터였다. 테오는 염화의 막을 두르고 있으며 그 광폭함이 고룡족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난폭한 몬스터였고 마스터급 인물이 포함된 클랜에서만이 포획이나 토벌이 가능했
으나 그것역시 어느덧 오래된 옛날 얘기로만 전해져 오고 있었던 터였다. 하물며 고룡족들
이 멸종되었거나 백년잠에 빠져 고대 유적지로 숨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던 찰나에 공국
에서는 그 고룡들을 상대로 질좋은 재료쯤을 기대하고 있었던 실수를 범한 것이었다.
쾅!-
사내... 그의 손짓 한번에 실내는 다시금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찾아들고...
“그 이후는?”
“후.....마스터들의 지휘로 우린 4개 팀을 짠 뒤 금관 티거렉스를 한 마리씩 맡기로 했습니다. 혈투는 질기도록 길게 이어지던 군요...그리고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음?”
그녀의 말에 내포된 ‘그녀’라는 표현...
그것은 분명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볼 수 없었다. 실제 일어난 혈투의 현장에서 마스터들을 능가하는 초인적인 어떤 인물이 나타났다는 신빙성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순간이 아니었기에...
“나나....테스카토르.....”
그녀가 표현한 ‘그녀’라는 존재
테오 테스카토르는 고룡족 중 유일하게 암수를 이루고 있는 고룡이었고 테오의 암컷이 바로 나나 테스카토르라는 고룡이었다.
“나나는 나타나자마자 티거 한 마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나나의 출현을 알게 된 티거들은 동시에 나나를 향해 뛰어들었어요. 졸지에 제 삼자가 되어버린 저희들은 사상자를 수습하고
성루의 외곽 성벽 쪽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죠. 금관급 티거 네 마리의 협공은 그야말로 잘 짜여진 정예 헌터들인 듯 나나를 정신없이 공격하기 시작했고, 녀석들은 마치 훈련이라도 받은 듯 나나의 머리를 먼저 공격해 염화의 막을 없애버리고는 서서히 물어뜯기 시작했어
요.“
그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는 그녀는 그때의 묘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주먹을 움켜쥐고는
힘겨운 듯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상황이 악화되고 그녀 혼자의 힘으론 티거 네 마리를 상대할 수 없음을 느끼자 나나는 날아오르려 했고 아시다시피 티거는 활공 상태를 활용할 뿐 비행을 할 수는 없습니다.
날아오르려는 나나를 몇 번이고 떨어뜨렸지만 나나는 죽어가면서 필사적으로 날아오르려
했고 몸이 뜯겨나가는 고통속에서 마침내 날아오른 나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탑을
향해 미친듯이 날아갔죠.“
“아젤라티 성루의 고탑이라면.. 그 존재를 깨운 것이오?”
“아마도요... 나나는 엇갈려진 생태계의 순환진리를 티거의 탓과 인간의 탓으로 되돌리려는 듯 고탑의 그 존재를 향해 날아가버리고....얼마되지 않아 그 존재를 지키며 백년잠에 들었던 나머지 마룡들이 다 깨어난 듯합니다.“
실내에 착석한 7명의 인물들은 그 이야기를 들은 직후로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골똘히 생각에 빠져잇는 듯 했으나 사내는 눈을 지긋이 감고 미간을 찌뿌리고는
턱수염을 만져대고 있었다.
“그 이후로 비룡들의 이상 생태가 시작되었다는 말이오?“
“네 맞습니다. 그 이후로 비룡들의 공격적 성향이 목표를 인간으로 돌려놓은 듯 합니다... 하여 공국의 국왕께서 헌터연맹의 맹주님께 친히 부탁하시어 공국 근교의 몬스터 출몰 지역으로 정예 클랜을 파견하시어 헌팅을...”
“웃기는 소리 하지마시오!”
그녀의 말을 딱 잘라먹는 사내였다.
“진정하십시오 맹주님.”
그러자 지금껏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오른쪽의 첫 번째 사내-묵빛 태도를 장비한 무인이 맹주에게 조용한 어조로 간청했다.
“명령이 아닙니다. 저희는 맹주님과 맹주님의 헌터 연맹의 정예 클랜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입니다. 국왕께서는 공국의 국고를 열어 보물과 갖가지 희귀 자원들도 아끼지 않으
시겠다 하셨으니 노여움을 푸시고 고려를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은 간청의 어조였고 그의 말을 들은 맹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찌뿌린 인상을 거
둘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필요없소. 헌터연맹은 자체적으로 헌팅 목표를 성립할 것이며 이후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
로 헌팅을 하고 자시고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요. 우리에겐 비룡이든 고룡이든 클랜의 목표
가 된다면 공국이 원하는 지역으로 헌팅이 가능해질 수도 있으나 아직은 계획이 없으니
간청이든 명령이든 필요없으니 돌아가시오.“
“흠... 맹주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허면 이후 혹시라도 공국의 근교로 헌팅 계획이 있으
시면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그건 가능하겠습니까?“
“좋소. 기대는 하지 마시오. 지금도 빽빽이 짜여진 헌팅이 각 지역에서 수도 없이 들어오고
있소. 연맹은 댓가를 바라고 헌팅을 하지 않소. 물론 연맹에서 필요한 자원이 있다면 거침
없이 헌팅을 감행하겠으나 연맹은 클랜들의 소수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자체적 혹은 소수
클랜으로 움직이므로 내가 그들의 맹주라고 해서 그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소.“
“네 맹주님.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두사람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맹주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목조건물을
빠져 나갔다. 맹주와 각 클랜의 마스터만 남은 실내는 이제야 한층 분위기가 가라앉은 듯
서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맹주, 클랜 카라얀에서 이번에 쇼군 기자미 은관급 헌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괜찮겠죠?”
“카라얀 클랜에서? 괜찮군. 마스터 히로시, 이번엔 신참들도 좀 데리고 가라구. 훈련소에서
보아하니 해머 실력이 많이 늘었더군.“
“허허 맹주님. 아직 신참들이라 은관급에 데려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려구요.”
등에 병장기를 어디서든 장비하고 다니는 헌터들의 삶-그들에게 공국의 사신들은 존재 가
치 자체가 없는 듯 보였으나 그들에겐 그보다 더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야 할 삶의 과제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었으니 그렇게 보일리도 만무한 일이었다.
“이런 망할 공국 같으니라고.... 예전 내 조부께서 말씀하셨었지..... 고룡을 포획하고 고룡의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그들의 심장에 일침을 가하던 전설적 헌터들의 삶.... 그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자의든 타의든 그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클랜 마스터들이여...“
“예! 맹주!”
읊조리듯 내뱉는 그의 말 한마디에 클랜의 마스터 4인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헌터의 전설이 부활할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부터 그대들과 그대들의 소중한 동료들은
지금까지 보지도 못한 몬스터와 비룡족, 고룡족들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며 필요 이상으로
더한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허나 우리는 우리에게 지워진 헌터의 삶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원한다면 싸워 이기면 자신의 것이 된다. 헌터의 전설을 만들어보자.”
헌터의 전설-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클랜의 마스터들은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려 옴을...
마치 어린아이가 부푼 꿈을 안고 선물 상자를 열어봄직한 상기된 얼굴로 그들은 마음속으로
각자의 다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시대의 풍화로 누려보지 못했던 진정한 헌터의 삶.
비룡의 존재를 뛰어넘어 검 한자루에 의지해 고룡의 함성에 맨몸으로 맞서던 헌터의 전설.
그들에겐 어릴 적 동화처럼 들려오던 그런 삶이 도래했으며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더한 역경
과 고난이 닥쳐올 것임을 짐작하기 전에 이미 몸이 반응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들
에게 그것은 결코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었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