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후, 기상 악화로 숲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지금쯤이면 숙소에 도착했을텐데. 비는 왜 지금 오는거야? 더울땐 구름 한점 없이 깨끗하더만..."
장작을 모으고 있던 HK416이 궁시렁거리며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그래도 평소에 못하던 캠핑 할 수 있잖아. 난 좋은데? 안그래 꼬마?"
"괜찮은 경험인것 같네요."
UMP9은 언제나 긍정적이었다.
난 그녀의 그런 면이 좋았다.
"나 왔어. 주변에 강이 있더라고."
"흐엑...너무 힘들어..."
UMP45와 G11이 물고기를 들고 돌아왔다.
"양심도 없는 녀석들... 나만 힘든일 했네."
HK416은 불만을 장작에게 표출했다.
나는 파이어스틸을 이용해 HK416이 던져준 마른 장작에 불을 붙였다.
몇번 불똥이 튀더니 금새 활활 타올랐다.
UMP45와 UMP9는 나무 장대에 손질한 물고기를 꽂아 불에 올렸다.
그리곤 모두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모닥불 주변에 두꺼운 통나무를 몇개 놓고 그 위에 다닥다닥 붙어 불을 쬤다.
"야, 축축하니까 저리 가봐."
"에... 저긴 빗물이 자꾸 튀긴단 말이야... 그리고 난 너가 좋은걸?"
"또 뭔소리야."
"416씨도 좋아하면서. 킥킥."
HK416은 내 정수리에 살살 꿀밤을 먹였다. 아주 안좋아하는건 아닌가보다.
"아이고..."
"어디서 엄살이야. 살살때렸거든?"
"옛날에 은신처가 없었을 때, 이렇게 살아가던 때도 있었지. 기억 나?"
"당연하지. 딱 이렇게 비가 오는 낭에 언니랑 나랑 맷돼지도 잡았잖아."
"그게 7일만에 식사였나? 근데 그것마저 비때문에 살짝 부패했었지. 정밀 처절하게 살았구나.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만 말이야."
"지금은 잘 살아있지만. 새로운 가족도 있고!"
비는 우리 모두의 심신을 달래주었다. G11은 졸음을 참지 못했는지 총을 세워 머리를 받히고 졸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나고 생선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다 됐다. 하나씩 빼 먹어."
"잘먹겠습니다~"
생선에 나무향이 살짝 스며들었는지 입속에 훈연향이 퍼졌다. 생선살은 적당히 익혀져 부드럽게 살이 뜯겼다. 간소한 저녁이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
모두 고픈 배를 채우고 다음날을 위해 하나 둘씩 바닥에 누워 잤다. 나도 가방을 배개로 삼아 머리를 베고 피로한 몸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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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들리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주변은 아직 어두웠다.
모닥불은 아직 불이 붙어있었고, 그 주변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HK416이었다.
"뭐야. 너 안자?"
"방금 깼죠. 여기서 뭐하세요?"
"불 살리고 있지. 다시 자. 피곤할라."
나는 조용히 HK416의 옆에 앉아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모닥불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주무셔요. 제가 불 볼게요."
"됐어. 난 별로 안피곤하거든. 그리고 곧 있으면 45가 교대하기로 했어."
HK416은 턱을 괴고 장작을 넣었다.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음... 45씨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전엔 천적이였지. 정말 마음에 안들었어."
"그런데 지금은요?"
"...괜찮은것 같아. 얘랑 같이 있으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거든."
HK416은 옆에있던 큰 나무장작을 뜯어 모닥불에 넣었다.
불은 활활 타올랐다.
"예전에, 그리폰에서 추락한 드론을 회수해달라고 했지. 근데 회수하다 45가 갑자기 쓰러졌어. 우산때문이었지. 45의 마인드맵을 고치러 전자전을 펼쳤어. 그때 45의 과거를 봤는데... 사연이 많았어. 꽤나 끔찍했지."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를 한번 살려줬거든. 반군하고 싸울 때 반군의 전차를 상대하고 있었지. 운이 안좋게도 내가 처리 대상으로 된거야. 근데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던놈이 TNT를 들고 자폭했어."
"그래서 팔에 상처가 있었군요."
갑자기 뒤에서 UMP45가 나타났다.
"남 과거 이야기 말하는게 취미인거야♪"
"어이구 깜짝아. 소리좀 내고 다녀 이년아."
"내가 뭘. 너가 둔한거야."
"허 참."
UMP45는 HK416의 옆에 앉았다.
"자. 이제 들어가도 돼."
"잠 안와. 여기 있을거야."
HK416은 주변에 있는 장작을 주워 UMP45에게 넘겨주었고, UMP45는 손도끼를 주워 장작을 반으로 갈라 모닥불에 넣었다.
"아무튼 그래."
"그럼 다음질문.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을 수 있나요?"
"그건 내 옆에있는분에게 물어봐."
"어... 45씨?"
"내가 대답해 주길 원하는거야?"
"네. 궁금한걸요."
"사실 별거 없어. 나를 위해 다른사람을 밟는거지. 어디서 이건 통해. 우리같은 경우는 방해하는 것들을 없애는거지.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안돼. 결국엔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게 되거든. 사회에 나가면 알게 될거야. 아마 이 일보다 더 잔혹할 수도 있어.
우리는 이렇게 자급자족하면서 살 수 있지만 밖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지. 돈이 곧 생명이야. 돈때문에 사람이 살거나 죽을수 있어. 참 웃기지 않아? 그깟 종이 때문에 이 난리를 치니."
UMP45는 살짝 우울해보였다. 그녀의 흉터가 모닥불에 비쳤다.
"말이 길어졌네. 잠깐 옛날 생각을 했거든."
"아니에요. 덕분에 조언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그럼 다행이군."
옆을 보니 HK416은 졸고 있었다.
"얘 데리고 가. 난 잘대로 잤어. 아마 3시간 후면 해가 뜰거야."
"그럼, 전 쉬러 가보겠습니다."
"어. 3시간 뒤에 봐."
HK416을 G11의 옆에 눕힌 뒤 베낭에 머리를 베어 뒀다. 그리고 다시 내 자리에 가서 누웠다.
UMP45의 얼굴이 모닥불에 조금씩 비쳤다.
나는 눈을 감고 끝도 없는 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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