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眼手術執刀錄
―執刀 第(-)7
파리의 부활절이다 햇볕에 항아리가 흑갈색으로 타고
있다 시계 R 누가 저 흑인 수녀의 수족을자른 걸까 목이
없다 시계 A 갈라진 등뼈 사이로 조선간장이 흘러내려 말
라붙고 수면엔 껍질 벗겨진 흰 달걀들이 무인도처럼 둥둥
떠 있다 시계 i 슬픈 이역의 해도(海圖)다 해저에서 누가
장송의 오카리나를 부는 걸까 물속으로 중세 이단교의 비
밀 성가처럼 퍼져 가는 적란운 시계 N 갈라진 하늘에선
상한 생선들이 쏟아지니 시계 B 비린 복음이다 개선문 위
에서 처형된 여자 셋이 십자 빨대로 비눗방울을 분다 시
계 O 몽마르트 지나 에펠탑 지나 도로로 골목으로 참수
된 자들의 환영이 이단 무지개로 떠 있다 시계 W 해는 중
천에서 숨은 신의 머리칼을 산발한 채 웃고 파리 떼가 들
끓는 거리다 죽은 시계들이 색색의 성가를 부르는 부활절
이다
개안수술집도록
함기석, 민음의 시 3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