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眼手術執刀錄
―執刀 第(-)3
없는 방이다 책상이 없다 의자가 없다 모자가 없다 꽃
병이 없다 달력도 시계도 없다 신의 시신처럼 혀가 없다
말이 없다 인간의 성기처럼 잠이 없다 목이 없다 아무에
게도 들리지 않는 아기 울음만 하염없이 울리는……. 없는
방이다 시간이 없다 계절이 없다 물증이 없다 나의 연애
처럼 앞뒤가 없다 너의 죽음처럼 이유가 없다 우리의 시대
처럼 불알이 없다 밤마다 머리 염색한 유령들이 노란 촛
불을 지피는……. 참혹의 방이다 없는 방이다 누가 열면
이미 없는 세계다 반성이 없다 뿌리가 없다 죄의식이 없
다 없는 암말과 없는 수말이 침대에 누워 ㅍㄹㄴ 정사를
야합 중인 칠흑의 방이다 없는 하늘 아래 없는 정부가 모
래 장성을 쌓는……. 없는 국가다 피살자는 무수하나 어
디에도 살해자는 없는 공공(空空)의 불가사의 제국
개안수술집도록
함기석, 민음의 시 3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