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당신이 결혼 따위 생각하지 않는 여자였으면 좋겠
어 우리 그냥 연애만 하자 사랑이 현실에 갇히는 건
끔찍해 결혼은 천민들의 보험일 뿐이야 진부해 그냥
연애만 하자 서로의 눈을 바라보자구 구속하는 일 따
위 구역질난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야지 밤에 내
게 전화하는 건 구속받는 기분이어서 싫더라 주말에
약속 잡는 사람들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정서적 난민
같아 주말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어야지 당신은 내게
뭔가 요구하지 않을 사람 같아서 참 마음에 들어 상
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이야 천박해 그러
니 우리 쿨하게 연애하자구 참, 내가 전화 받기 곤란
할 만큼 바쁜 사람이란 거 알지? 전화는 항상 내가
먼저 할게 사랑해 이런 느낌 처음인 것 같다 우리 좀
더 일찍 만날 걸 그랬지?
상처적 체질
류근, 문학과지성 시인선 3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