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괴물
초보운동권 시절 한 국방색 야전잠바 선배가
담배연기 자욱한 카페 밀실에서
여러 낯선 선배 ‘동지’들을 가리키며
이쪽은 ‘투스타’ ‘쓰리스타’이고
저쪽은 ‘아직 완스타’라고 엄숙하게 소개했다.
나는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깜빵 갔다 온 횟수에 따라
평소 경멸하던 욱사 출신 장군들의 계급장대로
‘완스타’ ‘투스타’로 부른다는 것과
또 한 번은 ‘아직’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세상이 적당히 좋아진 수십 년 뒤
난 그 야전잠바들의 선견지명에 또 놀랐다.
별의 숫자만큼 입신양명이 증명되었던 것이다.
멀리 내다보고 일찍부터 스펙을 쌓은 그들에게
영화 속의「기생충」이 외쳤다, ‘리스펙―!’
어렴풋이 기억을 독점한 상이군인들이 떠오른다.
수많은 추모제마다 펄럭이는 기억투쟁은
처음엔 점이었다가 선을 그어 면으로 확장되더니
마지막엔 말뚝을 박아 깃발 대신 별들을 달았다.
촛불을 삼킨 스타 괴물들이 지상을 배회하고 있다.
악의 평범성
이산하, 창비시선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