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의 만남
북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내는
본인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했다
넉넉하게 봐줘야 08학번 아니면 09학번
나이 대신에 학번을 대는 자는 무례하다
ㅂㅅ이나 암 걸리겠다 같은 말을 쓰는 자도 마찬가지
절대로 무례할 수 없는 북클럽에서 무리하게도
무례하고 싶어졌다 물의를 일으켜도 괜찮겠다
패고 싶었다 북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내를
사내는 대학에 딸린 기숙사에서 살았다
룸메이트 중 한 명이 장애인이라 말했다
그 장애인의 엄마가 이것저것 잘도 찾아 먹더라 하였다
그 장애인 때문에 대학 새내기 시절이 망했노라 했다
북클럽의 사람들은 복잡한 속내로 사내의 속을 셈했다
쟤가 나온 학교가 스카이였나, 인서울이던가 몇 학번이
라고 했지
나는 몇 학번이더라 내가 어느 대학 무슨 과를 나왔지
친구는 기숙사에 살았고 다른 친구는 자취를 했지
참 가난하고 좋았지 참 겁 없는 녀석이었지
나는 마치 가솔린처럼 사내를 조지고 싶었는데
ㅂㅅ 같았고 암 걸리겠고 너 장애냐 이따위 말도
공정하게 쓰면서
하지만 북클럽에서 만난 우리는
옳은 사람 착한 사람 특히 정치적으로
우리 사회는 그래도 점점 좋아지지 않겠어요?
북클럽의 사내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ㅁㅁ 버린 이야기, ㅁㅁ 버렸다는 선배의 허풍을 입
을 헤벌리고 들은 이야기, 이가 다 빠진 창녀가 묘사된 소
설을 도서관에서 빌려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읽은 이야기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였다
장애인의 룸메이트였던 사내와
북클럽에서 만났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서효인, 문학동네시인선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