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기로 한 사람
우리 모두 잘 아는 그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내일 올 거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자랐다.
‘그는 내일 올 거야’라는 말은 그에게는 거의 이명이었
다. 내일은 내일로만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같은 피가
흐르는, 같은 극이 맞닿기 직전의 막대자석처럼, 오늘이
가닿을 듯하면 다음 날로 튕겨 나갔다, 내일은
내일은, 말이야, 새벽부터 예보대로 비가 올 거야, 하
지만 금세 그치고 북향의 네 창문 앞까지 햇빛이 올 거
야, 바람이 올 거야, 길모퉁이를 돌면 기다렸다는 듯 떠
돌이 개가 네게 올 거야, 문득 낮달이 올 거야, 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네 얼굴 쪽으로 쏟아져
올 거야, 그리고 사우디 사막에서 창문 만 개만 달고
온다던, 그가 꼭
올 거야, 내일, 내일만큼은
흰밥과 푸른 국 앞에서, 생일보다 슬픈 소식을 들은 듯
그는, 유리병처럼 투명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고, 눈물
이 알약처럼 엎질러져서, ‘내일’이 당장이라도 벌컥 열고
들어올 듯한 문틈으로 굴러 들어갔다.
결국 그는 무수히 쏟은 눈물을 평생 절대로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 죽은 이의 옷들이 가득 든 영원처럼 무거운
장롱 밑으로 굴러 들어간 구슬들처럼, 모두 ‘내일’ 밑으
로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내일은 역시 내일도 오지 않을 테니.
어느 날 문득 차임벨이 울리고, 내일로 가는 일인용 엘
리베이터에 올라타듯 입관하며 그는 순식간에 내일로 이
동했다. 여태 오늘에 남겨진 사람들이 떨군 몇 개의 유리
구슬처럼 둥글고 단단한 눈물을 밟고 미끄러져
내일로 내일로 휩쓸려, 파도조차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해변으로 갔다.
그는, 내일 올 거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살았다.
급기야 그는, 평생을 기다리다가, 단 한 번의 기회에
내일로 건너갔다. 아버지인 그와 아들인 그와 친구인 그
가 오기로 한 내일로.
조문 온 사람들은 그의 아들에게, 그는 내일 오기로 했
다고, 전했다.
만약 우리의 시 속에 아침이 오지 않는다면
김중일, 문학과지성 시인선 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