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3에 이은 유리달의 저먼 로드스터 날림 속성 프로젝트 두 번째, 메르세데스 벤츠 SLK입니다.
현재 유통되는 벤츠류 키트 중에서 가장 구하기 쉽고 만들기 편한 것 중 하나인데,
그에 따라 작년 초 제가 처음 만들 자동차가 레벨의 A160이 아닌 이 SLK가 될 예정이었으나
소형인 A160이 더 만만해보인다는 이유로 바꾸었다가 고생을 좀 했었죠.
실제 작업 기간은 열흘 남짓이지만 박스를 열어 계획을 세운 것으로부터는 근 2년만이로군요. --;
'SLK'는 Sportlich, Leicht, Kurz(또는 Kompakt), 즉 벤츠의 '스포츠용 경량 소형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포르쉐의 박스터, BMW의 Z3(현재는 Z4) 등과 함께 로드스터의 붐을 다시 일으켰던 주역 중 하나입니다.
오픈형 로드스터의 단점인 빈약한 소프트톱 또는 조립과 해체가 번거로운 하드톱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이 SLK에서는 하드톱 뚜껑을 전자동으로 여닫는 '바리오 루프'로 해결함으로써 상당한 화제가 되었고
이후 많은 로드스터들이 이런 전자동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트렁크 용적이 줄었지만)
SLK는 2004년 이후 현재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수퍼카 SLR의 외관을 본뜬 신형 R171로 교체되었는데
이 키트는 1997년 처음 데뷔할 당시의 R170이 되겠습니다.
역시 키트에 대해서는 제품의 간략한 리뷰를 참고하세요. ^^;
속성 완성을 표방하였으므로 제작은 당연히 스트레이트입니다.
타미야답게 별다른 문제는 없는데... 어째서인지 조향장치의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하더군요.
딱히 걸리는건 아닌데 미묘하게 뒤틀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지장은 없으므로 패스.
차체색은 타미야의 마이카 블루입니다. 차가 납작평평하다보니 반사 무늬가 정신없네요. ^^;
이 SLK는 엉덩이가 많이 올라붙은 편이죠.
지금의 R171이야 6기통 3,500cc의 엔진을 얹는 게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지만
R170이 등장할 당시에는 4기통 2,300cc에 수퍼 차저를 붙인 것이 가장 고성능의 모델이었습니다.
디테일업이랄 것까진 없지만 보닛, 휠, 스티어링의 엠블렘은 별매 메탈 트랜스퍼를 이용하였고
헤드램프가 보디와 일체로 사출되는 과정에서 생략된 윙커(깜빡이)의 안쪽 전구를
0.8mm 황동선을 박아 간단히 만들어 주었습니다. 없으니까 너무 휑하고 밋밋하더라구요.
막힌 그릴은 질색하는 편이지만 저 작고 많은 구멍을 일일이 뚫어줄 엄두는 나지 않아 포기.
그 외엔 타미야답게 적당히 깔끔하고 적당히 밋밋한 적당한 키트였습니다.
그래서 쉽게쉽게 금방 끝낼수 있으리라 생각했었건만, 일대 삽질을 하게 되었는데..--
SLK는 비교적 얌전한 외관과 다르게 인테리어가 꽤 요란한 편이어서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투톤까지야 당연하다지만 무슨 크롬 테두리 두른 곳이 이렇게 많은지. 정작 잘 보이지도 않네요.
내부 색상은 저에게 있는 것 중에서 지정색(쿼츠)에 가까운 것을 찾다 나온 항공기용 IJN 그레이.
삽질의 발단은 이번에 새로 사용해본 SMP의 캔입 클리어였습니다.
여태 거의 모든 마감재류를 GSI의 수퍼클리어 계통으로 해결하고 있었지만 한 번 시험삼아 써봤죠.
그런데 뿌릴 때도 분사압이 너무 강해서 약간 놀랐지만, 일주일이 지나 완전 건조시킨 상태에서도
뭐가 닿았다 하면 바로 흠집이 나버리는 약한 피막 강도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매우 조심히 다루는데도 크고작은 흠집은 늘어만 가고, 어쩌다 보닛 위엔 큰 상처도 생겨버리고,
그거 없애보려고 사포질하다 온 구석이 까지고, 피막이 얇아지니 광내기도 두렵고...
하여간 재도색만 안하는 선에서 온갖 삽질들을 실컷 했죠.
저 트렁크 위에 보이는 하얀 점들은 모두 흠집에 빛이 반사되어 보이는 것들입니다. T_T
제 사용법이나 습관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SMP의 클리어는 다시 쓰고싶지 않습니다.
타미야의 이 SLK 키트는 실차와 생김새가 달라 욕을 먹는 대표주자 중 하나이기도 한데,
만들어놓고 돌려보니 역시 바퀴와 타이어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 크고 튼실한 타이어 덕분에 SLK가 오프로드나 랠리용 차량처럼 보이기도 하죠.
따라서 신발을 바꾸고 서스펜션을 줄이는 작례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저에게는 여분의 타이어도 없거니와 이것은 어디까지나 속성이므로 그냥 넘겼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앞뒤 부분 사이의 균형이 좀 안맞는 느낌이라는것인데,
이것은 하드톱을 얹으면 어느정도나마 해소되긴 합니다. 아니 뭐 꼭 이 키트가 아니더라도,
BMW의 Z 시리즈나 포르쉐의 박스터 시리즈가 지붕을 올리면 바보 인상이 되어버리는 것에 반해
벤츠의 SLK 시리즈는 하드톱을 얹은 쿠페 모양이 훨씬 완성도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시 SL 시리즈의 막내뻘이랄까나.
그러나 하드톱 부품이 구입 당시부터 러너에서 반쯤 분리되어 게이트 부분이 뜯겨나간데다
칠하고 광내어 비닐에 밀봉해 두었건만 약한 피막 덕분에 박스 안에서 흔들리며 완전 곰보가 되어
도저히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진에서 반사광 사이로 보이는 점과 선들이 모두 그것이죠.
정석대로라면 싹 벗겨낸 후 다시 도색해야 하겠지만 원래 반쯤 바보가 된 부품이었던데다
그 시점에서는 그저 한시바삐 끝내고 싶은 생각 뿐이라 그냥 포기하였습니다.
인수자의 의향을 물어봐야겠지만, 이 SLK에 다시 뚜껑이 얹힐 일은 다시 없을 듯하네요.
하여간 상당히 간편하고 쉬운 키트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조심해도 늘어만 가는 흠집 덕분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게 만든 SLK였습니다.
정말 중간에 때려치우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건만 어떻게 저떻게 간신히라도 끝낸 것은
'저먼 로드스터'라는 간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테죠.
이런 결과가 나와버려 받을 사람에게 적지않게 미안하지만
뭐 다음 기회가 또 있을 것이므로 그때 만회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제멋대로 90년대 저먼 로드스터 프로젝트,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털썩.
타미야 - 메르세데스 벤츠 SLK (리뷰)
메르세데스 벤츠 SLK 간단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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