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케이브 오브 다크니스 (8) / 유미 인 투 케이브 (10) / 고블린 슬레이어 (15)
“아무것도 없어..”
“그러게, 히비키. 큰 방인데 특징이 안 보여.”
“막다른 길이네. 싸우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 하는 거 미안하지만, 너무 걸어서 피곤해졌어..”
“괜찮으세요? 물이라도 마시겠어요? 이제 잠깐은 쉬어도..”
“응, 쉬어 둬. 탐색이나 경계는 이쪽에서 할 테니까.”
“그러자. 아스카, 부탁할게.”
“맡겨둬.”
계속 나아가다가 제법 큰 방에 도착했는데 길이 막혀버리자, 일단 히비키와 소치기 소녀, 여신관이 잠시 쉬었고...
“그나저나 막다른 길이라니, 왜지?”
“으음.. 지도에서 채운 부분을 보면 뭔가가 있을 법한데.. 놓쳤나? 그런 거면 다시 돌아가 볼까..?”
나와 엘프 궁수가 길이 막힌 이유를 생각하다가...
“무, 뭐야!?”
“이, 이건?!”
우리들의 눈앞에...
...
“계, 계단이..!”
“성공한 것 같네요.”
그랬더니 한쪽 벽이 열리더니 계단이 나왔고...
“방금 벽이 열리면서 던전 전체가 흔들린 걸 보면..”
“다른 곳에도 길이 열린 건지도 몰라요, 유미 님.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길이 아니라면, 이곳으로 내려가는 것이..”
“동료들과 합류할 수도 있겠군.”
우리들은 동료들과 만날 가능성에 약간 안도했다.
...
“홉을 그렇게 전부 죽이고 챔피언마저 손쉽게 죽이다니.. 압도적이군.”
“이래야 스톤 키퍼지.”
“방금 그 녀석들은 스톤을 안 쓰고도 다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지만.”
“써야 할 때가 있나 보군.”
“있어. 그럴 때는..”
“살기를 품어야 해.”
“그런가.. 영웅이면서 피를 흩날리는가..”
“영웅은 원래 찬바라 인생이라서 그래.”
“그것 때문에 미쳐버려서 타락해지는 걸 조심해야하고.”
“... ?”
“뭐야?”
“?”
이때, 한쪽 벽이 열리더니, 거기서 계단이 나타났고...
“계단?”
“우리들 이외의 누군가가 장치를 움직였나?”
“그럴 거야, 고블린 슬레이어. 아마 어딘가에 있을 다른 동료들이겠지.”
“우리가 불빛을 킨 것처럼 누가 계단문을 열었다는 거네.”
“그러게, 네로. 그렇다면..!”
“내려가면 다른 애들과 만날 수도 있겠어!”
“그래. 아직 고블린이 남아있을 테니.”
“걔네들에게도 고블린은 그저 쬐그만 쫄따구 새끼들에 불과해.”
“못 이긴다면 애초에 월드 유니티에 합류할 수도 없으니까.”
“그런가.. 그럼, 계속 가자.”
“당연하지! 기다려!!”
“만나서 여길 클리어해주겠어!!”
우리들은 그 계단으로 밑에 갔다.
...
“꽤나 분위기가 바뀌었어.”
“네, 히비키 씨. 더 인공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이 구역이 중심부인 것 같네. 드디어 던전 마스터가 나오시는 건가?”
“그와 합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계단으로 밑으로 이동한 우리들은 유적지 같은 층에 도착했고...
“뭐, 오르크볼그라면 괜찮을 거야. 고블린이 상대라면 절대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게다가 저 계단도 우리 외의 누군가가 살아있으니까 나온 거잖아? 그렇다면, 오르크볼그나, 캡틴 쪽일 거야, 분명!”
“맞을 거야, 엘프 궁수. 아니면 네로 씨나 녹트 씨일지도.”
“아! 그 둘을 잊었네! 깜빡했다~.”
“실제로, 길었던 던전도 슬슬 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실지 잘 모르겠지만..”
“던전엔 그다지 안 가봤지만, 아마 여기서부터가 후반인 건 맞을 거야, 여신관.”
“그렇군요, 아스카 씨.”
“하지만, 그래도 방심은 안 돼.”
“여기 이 던전은 악의가 느껴져. 한순간도 노리지 않을 의지를 품은 악의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24화 유미 인 투 케이브 (11) / 고블린 슬레이어 (16)
“아까부터 외길이 계속되네요.”
“그렇네요, 유미 님.. 기분 탓인지 고블린의 출현 빈도도 줄어들었어요.”
“중심이.. 가까운지도 모르겠어요.”
“중심? 검의 처녀, 무엇을 알고 있지?”
“하트 오브 더 메일스톰. ‘죽음의 던전’에서는 지하 4층이 그랬죠. 죽음을 비축하는 장소와는 별도로, 설비한다고 할까.. 순환시킨다는 말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현재로서는 예에 불과하지만, 이 던전의 중심부에는 그런 것이 있지 않을까 해요, 캡틴.”
“그런가.. 그렇다면, 이 던전은..”
“제단 같은 거죠. 신을 모시는 장소와는 별도로, 기도를 드리는 장소가 있으니까요.”
“말 그대로 ‘신역’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네요.”
“아마 그렇겠지, 유미. 이 던전이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건 변함없다. 그럼 그런 장치가 넘치도록 있겠지.”
“말씀대로입니다. 여기서부터 보다 교활하고 악랄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돼요.”
“지금부다 더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 말씀이시죠, 대주교님?”
“네.”
...
“멈춰라.”
“?”
“왜? 뭐가 있어?”
“이 앞 통로에 함정이 있다.”
“뭐?”
“있어?”
계속해서 길을 가다가 갑자기 함정이 보였고...
“사방의 지면에 조금이지만 가동의 흔적이 있다. 아마 벽의 석판 자체가 ‘문’이겠지. 문 안쪽에서 수많은 고블린들이 숨을 죽이고 있어.”
“그래? 그럼 잘 됐네!”
“더 사냥을 즐길 수 있겠...”
“잠깐.”
“?”
“또 뭔데?”
“이번엔 저기를 태운다.”
“태워?”
“녀석들은 매복에 익숙하지만, 매복을 당하는 것엔 익숙하지 않다. 문 앞에 독을 뿌리거나, 휘발유에 불을 붙이면 된다. 불은 녹트가 많이 일으킬 수 있는 이상, 전력 절약을 위해서도 소모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그게 간단하다.”
“그러냐?”
“그래. 내가 신호를 보내면 불을 붙여라. 기다려.”
“빨리해.”
“사람 애타게 만들지 말고.”
고블린 슬레이어가 함정인 벽을 열어서 너머에다가 휘발유가 든 가죽 물통을 던지고 물러난 순간에...
“지금이다!”
“알았어!!”
내가 그 가죽 물통을 향해 왼손에다가 생성한 불을 던져서 정확히 맞춰 가죽 물통을 태웠고, 거기서 불타는 휘발유가 나와 벽 너머를 불태워서 고블린들이 벽 너머에서 튀어나오자...
“지옥으로 돌아가라고, 이 쬐그만 씹장생 새끼들아!!”
네로가 멀리 있는 고블린들을 블루 로즈로 쏴맞춰서, 가까이 다가온 고블린을 걷어차거나 양쪽 날개의 주먹으로 쳐서 죽였고...
“생각보다 많았군.”
나머지 고블린들은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딱 걸려서 제대로 도륙당했다.
“문 안쪽에 숨어 있던 고블린들은 전멸,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온 녀석들도 전부 잡았다.”
“그렇게 다 잡아서 좋은 게 있어? 우린 다 잡는 편을 좋아하지만.”
“적에게 정보를 내어준 채로, 살려둘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우리가 지나간 길을 우리 이외의 누군가가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아, 걔네들 잊을 뻔했네.”
“함정을 방치하기보다는 알아챈 쪽이 파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파티와 떨어져 있는 이상, 할 수 있는 건 해둬야 한다.”
“넌 진짜 착하네.”
“동료 생각도 하고.”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