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고블린 슬레이어 (6)
“다시 확인하겠다. 뭘 할 수 있지?”
“우리? 일단 나는 날개팔이 있고, 총이 있고, 의수가 있고, 힘이 있어. 넓은 데로 가면 이 검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거든.”
“나는 도구를 나만의 공간에다가 보관했다가 소환할 수 있고, 워프를 마음껏 쓸 수 있어. 아, 불이나 얼음, 번개를 일으킬 수 있고.”
“그런가. 네로 네 검은 무거워 보이더니, 힘이 있다면 휘두르는 게 가능하겠지.”
“나처럼 레드 퀸을 휘두를 수 있는 녀석이 더 있겠지. 녹트는 무기가 내가 본 것 말고도 더 있나?”
“뭐, 여러 가지. 내 선왕들의 각 무기들이 같은 계열이 아니라서 상황에 맞는 무기를 써.”
“그런가.. 내 지인 중에 창을 다루는 녀석이 있는데, 이런 말을 했더군.”
“뭐라고 그랬어?”
“전사가 무기의 질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류지만, 잘 드는 검을 완벽히 다룰 수 있는 가로 전사의 격이 달라진다고 그랬다.”
“그러셔.”
“당연하지. 그래야 멋지게 싸울 수 있으니까.”
“멋지게?”
“묵직하게, 빠르게, 정확하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으면, 그걸 화려하게 다루는 거야. 그게 싸움의 멋이야.”
“그런가.. 멋지게.. 그렇지만 한계가 있지 않나?”
“한계?”
“너희 세계들도 같을지는 모르지만, 마법을 쓰는 데에는 횟수가 있다.”
“음.. 지칠 때까지?”
“것보다, 지쳐도 계속 싸우는 게 우린데 상관없잖아.”
“아, 그랬지. 그럴 때 밥상을 뒤집듯이 역전도 했고.”
“... 그런가..”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 네로.. 너희 영웅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모험자와 비교하자면, 백금급이다.”
“그야 우린 스톤 키퍼라서 멀티버스를 수호해야하는 사명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그저 네로로서..”
“나는 루시스의 왕이자 멀티버스를 다스리는 왕인 왕중왕으로서 나서가 있는 거니까.”
“왕중왕? 그게 뭐냐?”
“우린 월드 유니티를 이끌고 멀티버스를 위협하는 악당들을 수차례나 무찔러서 멀티버스를 여러 번이나 구했거든.”
“그래서 나와 같은 주인공인 녹트가 멀티버스를 아는 세력들에게 멀티버스의 왕이라는 의미로 왕중왕이라고 불려지고 있어. 그것도 절대유일한 왕들의 왕이라고.”
“.. 그릇이 매우 크군.”
“그런.. 걸지도.”
“왕중왕이라면 절대로 그 이름을 버리지 말고 소중히 여겨라. 하지만, 아까워하지 말고 쓰는 게 좋아. 왕중왕의 책임은 어떻게 보면 축복이니까.”
“그래. 고마워, 고블린 슬레이어.”
“그런데..”
계속 가다가 고블린들이 나타나자, 네로가 고블린들을 향해 블루 로즈를 연사해서 고블린들을 하나씩 박살내기 시작했고...
“불알도 요만한 게 까불고 있어!!”
“그러게!!”
내가 고블린들 사이로 워프한 바로 패왕의 대검으로 고블린들을 패왕의 대검의 톱날로 단숨에 베어버린 뒤에...
“흡!!”
고블린 슬레이어가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단검으로 베면서 호흡을 해주는 반지를 손가락에다가 끼더니...
“녹트, 불을 일으킬 수 있다고 그랬지?”
“뭐하려고!?”
“몇 발이라도 좋다. 마음껏 일으켜라!”
“왜인지 모르겠지만, 알았어!!”
나보고 불을 일으켜달라고 하자, 나는 불을 일으켜서 다섯 개의 매직 보틀에다가 보관하고는...
“받아!!”
다섯 개 다 네로를 향해 던졌고...
“홈런이다, 씨발 것들아!!”
네로가 레드 퀸으로 다섯 개의 매직 보틀을 한꺼번에 쳐서 다른 쪽의 고블린들을 향해 날렸고, 날려진 매직 보틀들이 고블린들에게 부딪치자마자 깨져서 보관되어 있던 불들이 나와 고블린들을 불태웠는데...
“바베큐가 되어보라... ?”
갑자기 주변의 아직 불타지 않고 죽지 않은 고블린들이 쓰러졌고...
“예전, 지인이 말했었지. 불꽃이라는 건, 타오를 때에 다른 것을 소모한다고 하더군.”
“뭐!?”
“너희의 상식과는 다르겠지만, 에테르인가, 플로지스톤인가.. 아마 그것일 거다. 나는 연금술사가 아니라 잘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지면 숨을 쉴 수 없다고 하더군. 어지간히 불을 피우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지. 좋은 기회였다.”
“나는 불의 연기를 마셔서 쓰러진 거라고 생각하는 데.. 야 임마, 하지 마!”
“안다, 네로. 일망타진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마음껏 불을 일으킬 수 있다면, 평범하게 공격하는 것이 빠르겠어.”
“그건 당연하지!!”
그 틈을 노린 내가 쓰러진 고블린들을 향해 무기들을 쏴서 고블린들에게 맞춰 전부 쓸어버렸다.
“평범한.. 공격인가..?”
“녹트네 집안은 저게 보통이야!”
“그런가..”
12화 고블린 슬레이어 (7) / 유미 인 투 케이브 (4)
“수고를 끼쳤군, 녹트. 어디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
“아니, 괜찮아. 아직 팔팔하니까 더 생성한다면 더 생성할 수 있어.”
“것보다, 연기 마실 뻔했네! 마실 것 같아서 그 호흡 반지를 꼈냐!?”
“너희는 마력으로 호흡할 수 있으니 괜찮았다.”
“그렇지만, 만약에 근처에 있을 생사람도 잡을지도 모르니까 하지 마!!”
“그런가.. 알겠다, 네로.”
“나 참.. 어쩌다 그런 괴짜가 됐냐?”
불에서 나는 연기를 어떻게든 처리한 후, 우리들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고...
“그런데 넌 정면으로 안 덤벼?”
“무슨 말이지?”
“너네 세계에선 어떨지는 몰라도, 싸움을 걸 때에 주로 정면돌격을 하냐고? 우린 죽지 않고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렇게 하거든.”
“때와 상황, 모험자에 따라서도 다르지. 은밀하게 잠입해야 하는 경우도,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 숨어 들어갈 일이 있구나.”
“던전에 도전하는 것만이 모험은 아니지. 괴물들하고 싸우는 것만이 모험자가 아니지 않은가.”
“그럼 네가 택한 모험이 고블린과의 전쟁이냐?”
“특별.. 하지는 않다.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고는 하더군.”
“너와 비슷한 녀석이 있어서 이해가 돼.”
“걔는 지금쯤 휴가 즐기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한텐 재능이 없다. 모험자도 아니다. 그렇다면, 항상 전력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방법은 없다.”
“뭐? 모험자가 아니라고?”
“나는 이런 방법 외에 다른 건 모른다. 그리고 이런 건, 아무래도 모험이 아닌가 보더군. 모험자로서라면, 내 일행이나 다른 녀석들.. 아니면 너희 영웅들 쪽이 훨씬 훌륭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원.”
“우리한텐 모험으로 보이는데, 뭐가 신경 쓸 일이야?”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우리는 주어진 패로 승부를 낼 뿐이니까. 내가 가진 패는 이거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승부는 이것이다.”
“자학하고 자빠ㅈ... 어?”
모험에 대해 얘기하면서 가다가, 눈앞에 고블린들이 나타난 것을 보고는...
“왔구나, 이 쬐끄만 개새들아!!”
“다시 사냥할 시간이다!!”
나와 녹트가 먼저 고블린들을 향해 돌격했다.
“그게, 너희의 모험.. 인가.”
...
“‘죽음의 던전’이요?”
“네, 유미 님. ‘가장 깊은 던전’이라 불리는 던전들 중 하나입니다. 저도 예전에 발을 들인 적이 있어요. 이 던전의 공기는, 그것과 매우 닮아있어요. 그 던전은.. 죽음을 쌓아두죠.”
“그곳은 수많은 죽음들이 있다는 거군, 검의 처녀.”
“네, 캡틴. 모험자의 죽음, 괴물의 죽음.. 최하층에 있을 던전 마스터가 어떤 자인지에 따라 다릅니다만, 무시무시한 괴물, 방대한 재물, 상상을 초월하는 마술의 함정. 죽음을 만들어내고, 그 죽음을 쌓아가는 거예요. 모험자만 있으면, 그 순환은 완성되는 거죠.”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곳 같네요, 대주교님.”
“그렇죠.”
“그렇다면, 여긴 그런 종류의 던전이라고 봐도 되겠군.”
“그런가요?”
“무슨 의미지?”
“여러분들이 아시는 던전들은 정말로 약탈과 살육을 위해서만 존재하시지는 않습니까? 끝도 없이 생겨나는 무서운 괴물과 귀중한 보물. 죽이고 죽기 위해 모이는 모험자. 마을에는 넘쳐날 정도로 많은 재물. 지금까지도 답파 되지 않은, 이 가장 깊은 던전의 안쪽에서 당신들을 기다리는 던전 마스터는, 과연 어떤 자일까요.”
“그건 모르죠.”
“여기에는 고블린만이 있다고 보장할 수 없으니까.”
“그것을 확인하려는 의지가 있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죠. 던전에 들어가는 모험자의 목적은 오로지 부와 명예뿐. 그리고 남는 건 죽음과 종이 한 장 차이인, 잘 타지 않아 빨갛게 달아오른 재와 같은 모험의 나날..”
“... 하지만 영웅은 타인을 지킨다. 만일 던전에 들어간다면, 타인을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것. 우리에게 던전 마스터의 정체를 알려는 의도가 있다면, 그 이유는 그 던전 마스터가 악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과 모험자가 각각 느끼는 모험은 같아보이지만, 그 본질을 잘 살펴보면 근본부터 다르다는 걸 알 수가 있어요. 지금 우리의 목적은 이 던전의 정체를 알아내고 여러분과 같이 탈출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아, 진지해.. 저기, 대주교님..?”
“후후, 죄송해요. 상황은 알고 있지만, 던전은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조금 흥분했네요.”
“그럼 검의 처녀 씨는 이 던전 마스터가 누군지 아시나요?”
“단언하지는 못하겠네요. 하지만 ‘게이트’와 같은 고도의 마법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는 던전인 경우, 아마 맞을 가능성이 크겠죠.”
“너희 세계의 ‘게이트’는?”
“저희 ‘게이트’는 잃어버린 주문이에요. 신대의 마술사들, 위대한 ‘플레인즈워커’ 분들만 다룰 수 있죠. 그 안쪽에 무언가가 있다는 점에선 틀리지 않았다.. 고 생각해요.”
“결국 확인 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캡틴?”
“그래, 유미. 이게 진짜로 신들의 게임.. 워게임에 말려든 기분이군.”
“그걸로 괜찮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