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사시미, 회칼, 스위스
회칼: 자,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번만 인정을 베풀어 주십시오!
사시미: 인정? 그게 네놈 입에서 나올 말인가? 모름지기 사람이란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거야. 너 같은 놈을 잠시나마 형제라고 생각했던 내가 창피하구나!
회칼: 사사사 살려줘!! 어, 스위스!! 이놈 좀 말려봐! 우리는 형제같은 사이잖아?
스위스: ......
회칼: 스위스!! 뭐하는거야!! 내가 죽는다니까?!
사시미: 다음생에서는 배신같은 거 하고 그러지 마라!
회칼: 으.. 으아아악!!
삼총사와 배
과거
사시미: 어이 회칼! 왜 아직도 안오는거야?
회칼: 사..사시미! 그.. 잠시 일이 있어서.
사시미: ..같이 있는 놈은 누구냐?
회칼: 아니, 아는 형..
(빠악)
건달: 크우우웁!! 크허헉!
사시미: 사람을 잘못 골랐구만! 감히 내 형제에게 삥을 뜯으려고 하니 말이야.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인가?
건달: 크으.. 이 씹새가!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품에서 칼을 꺼낸다)
건달: 뒤져!!
(스학)
건달:으아아악!! 피.. 피가!!
사시미: 나 사시미다!
건달: 히..히익!! 사시미..라고?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주십쇼!!
사시미: 개같은 놈.. 꺼져버려!!
(건달 퇴장)
사시미: 기분 잡쳤군. 어이, 회칼! 안가냐?
회칼: 어..어! 어서 가자, 사시미!
스위스: 얘들아! 둘이서 뭘 하는거야?
그때에 우리는 순박한 시골청년들이었다. 고아원 출신인 우리들은 살벌한 환경속에서 서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짓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보며 삼총사라고 불렀다.
사시미: 그래, 스위스, 무슨 일로 부른거야? 남친이라도 생겼냐?
스위스: 얘, 얘가 뭐래는거야! 너 설마 모르는거야? 오늘이 회칼 생일이잖아!
사시미: 뭐얏?!
스위스: 친구생일인데 최소한 식당이라도 가야 하지 않겠어?
사시미: 이.. 이런.. 내가 회칼의 생일을 잊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회칼: 너무 무리할 필요없어. 차피 너희들 주머니 사정은 내가 잘 알잖아? 이런날엔
소주 한병 사다가 한강에서 담소나 나누면 그만이지!
스위스: 고딩이 술은 무슨 술! 그렇게 삐쩍 말라갔곤. 그 돈이면 국밥이나 한그릇 해야지!
회칼: 아니, 국밥이 곱절은 더 비싼..
사시미: 스위스 말이 맞아. 그래도 꼴에 친구인데 술한병으로 퉁칠 순 없지!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 꼼짝말고 기다려!!
(사시미 퇴장)
회칼: 이.. 이런...
스위스: 쟤, 돈 나올데가 어디 있다고 그래? 저러다 사고치는거 아닐까모르겠네.
잠시후
사시미: 국밥 먹자! 내가 싸왔어!!
스위스: 어 왔어? ..사..사시미!! 너 얼굴이 왜 그래?!
사시미: ... 아무것도 아냐!!
회칼: 사시미.. 설마.. 아까 그 건달에게 돈을 받는 대신 맞아준다거나 한건 아니지?
사시미:... 이래서, 눈치빠른 놈은 싫다니깐.
스위스: 어이가 없네! 우리가 거지야? 그놈 어딨어? 묵사발을 만들어주자!
사시미: 그만둬! 그놈과는 이미 끝났어. 내일에는 내일의 해가 뜨는 법이라구.. 오늘일은 잊어 버리면 그만이야.
회칼: ......그럼 먹을까?
스위스: 미친놈! 밥이 넘어가냐?
그때 대충 감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돈이 없고 부모없는 고딩이라 알바도 할 수 없던 사시미는 자신이 손봐준 건달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얻어맞아가며 받아온 돈으로 국밥을 사온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한 삼총사가 된건 그 날일지도 모른다.
스위스: 여기 맛집이네! 때마침 노을도 예술인걸!
회칼: 고마워, 얘들아... 내겐 최고의 생일이었어. 너희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사시미: 흥, 닭살돋게시리. 고작 이것밖에 안되서 미안하다. 나중에.. 언젠가는 크게 쏠테니까! 기대하라구!!
회칼: ...남들이 보기엔 우리가 거지처럼 보인다 해도!
스위스: 거지 맞잖아.
회칼: 이렇게 서로를 위해 아낌없이 나누는 우리야 말로 일류다!!
사시미: 하핫!! 그래! 올해도 잘 부탁한다!
스위스: 술도 안 마셨는데 취했냐고~
그 강철같았던 우정이 깨질 줄이야 누가 알았으리랴...... 칼을 쓰는 솜씨가 남달랐던 사시미는 고운 심성에도 불구하고 건달의 길을 걷게 되었고, 술을 좋아한 스위스는 작은 술집사장이 되었다. 그러나 왜인지 공부를 잘 했던 회칼은 난데없이 건달이 되어 사시미의 후배가 된 것이다. 그렇게 삼총사는 스위스의 술집에서 훗날 다시 만났고, 공통적으로 형편이 좋지 못한 이들은 자연스레 다시 만남을 이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행복해보였다. 회칼이 사실 경찰의 길을 걸어 동네 조폭을 뿌리뽑기 위해 사시미의 조직에 위장잠입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남이었다면 그저 증거만 모으고 경찰들을 불러 쳤으면 그만이지만, 우정이라는 든든한 담벼락이자 두터운 족쇄에 묶인 회칼은 사시미에게 건달생활을 중지하라는 부탁을 스위스에 술집에서 말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건달에 세계에 오래 있던 사시미는 경찰이라는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날만큼 어두운 세계에 세뇌되어 있었고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었다.
친구를 위하는 우정이 잔인한 보복으로 돌아온 것이다.
회칼: 으윽.. 제.. 제발.. 사시미! 난 진심으로 널 위해
사시미: 닥쳐!! 배신자 새끼가! 감히.. 감히 날 속여?!
(뻐억)
회칼: 커헉!!
스위스: ......
그리고 스위스 역시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어릴적부터 싸움보다는 친구와의 술자리를 즐기던 방탕한 생활때문이었을까? 사실은 그녀의 술집이라는게 범죄자인 사시미가 빌려준 검은돈으로 지어진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구린 돈을 받으면 당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결국에는 약점이 되고 마는 것이다. 돈 앞에 우정은 바람앞에 등불과 같았다.
사시미: 그래.. 아직도 나를 회유할 작정이냐?
회칼: 사..시미.. 너도 나도.. 제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어..?
사시미: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해!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게 아니란 말야!
제길! 굽히지 않는다면 난 너를 죽일 수 밖에 없어!
회칼: ......우리는... 삼총사잖아...?
스위스: !!
어릴적에 스위스는 도서관에서 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악마의 백과사전이라는, 옛날 블랙유머집이었다. 거기 나온 우정에 대한 문장은 왜인지 그녀의 무의식속에 아직까지도 박혀있었다. 우정: 날씨가 좋은 날은 두 명이, 하지만 날씨가 나쁜 날은 한 명밖에는 탈 수 없는 배.
(푹) (털썩)
사시미: ......제길...
스위스: 아..아아....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