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때운 뒤 우리 두 사람은 하룻밤 자기로 하였다. 난 괜찮으니 계속 움직여도 된다고 했지만, 키스는 지금 자신의 마력이 바닥 직전이라서 더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이유라나? 마력이 있어야 함정에 걸려도 빠져나가고 몬스터랑 싸울 수도 있으니까.
두번째로...
"앗 따가-"
"엄살은-"
키스는 자신의 하얀 손으로 내 볼에 난 상처와 코 주변에 약을 발라주었다. 따끔함이 내 피부를 찌르면서 지독한 약 냄새가 내 코를 찔렀고.
"제때 발라주어야지 그래야 코나 얼굴에 염증 같은 거 생기지 않거든. 우리 성운군 귀여운 얼굴에 염증 나면 안 되지?"
마치 아픈 어린애에게 아프지 말라는 듯 호오-하는 입김을 넣는 키스였다.
"이러니 아프지 않죠 성운군?"
"네 아프지 않습니다 키스 누님."
정말로 아프지 말라고 하는 거였네. 붕대까지 새로운 것을 붙여 준 뒤 확실히 붙이려는 듯 한 손으로 탁탁 얼굴에 붙인 붕대를 때리는 키스였다. 약으로 발라진 피부는 여전히 쓰라렸지만 그래도 시간 지나니까 아픔이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약 효과 덕분인지 몰라도.
"그건 그렇고 우리 이렇게 있어도 돼?"
요리 도구를 비롯해 화살을 정리하던 나는 복도를 향해 바라보았다. 사자 얼굴이 벽이 있는, 마치 무언가가 튀어나올 거 같은 어두운 복도를.
"이렇게 무방비로 쉬었다 가는 쉬면 습격 당할지도 모르잖아. 아까 전 그 버섯 하고 뿔토끼가 또 나타날지 누가 알아."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요 성운군."
키스의 손에는 주전자 비슷한 것이 들려 있었다. 마치 알라딘에서 나오던 요술램프와 비슷한 이 주전자를 키스가 톡톡 치더니 주전자 물대 끝부분에 촛불과 같은 작은 불씨가 켜졌다. 자세히 냄새를 맡아보니 무언가의 은은한 향이 나오고 있었고.
"향기가 나네? 은근히 향기롭고?"
"이렇게 불을 붙이면 램프 안에 넣어둔 마력석 덕분에 우리의 기척을 가려져서 몬스터들의 눈에 피하게 되."
말을 끝내면서 바닥에 놓인 램프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까 푸른색의 안개가 은근슬쩍 나오는 거 같기도 하고.
"이렇게 해서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이렇게 마도구를 이용하거나 성직자가 보호막을 걸어서 몬스터들이 오는 것을 방지해. 두 개 다 못하는 상황이면-"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하더니 딸랑-하는 소리가 들려온 뒤 은으로 만들어진 종이 모습을 드러냈다.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는 한 두 번 딸랑 하였고.
"이렇게 종을 여러 개 줄로 달아서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하기도 하지.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랄까."
"그렇게 된다면 위에 말한 예시 두 개와 달리 한 사람은 깨어있어야 하잖아. 많이 피로해질 거 같은데?"
"적어도 습격 당해 파티 전멸당하는 것보다 낫지."
얘기하던 도중 모닥불의 불이 어느 정도 사그라져 있길래 장작을 하나 던졌다. 불의 따뜻함 덕분인지 마음이 편해졌고.
"기분 묘하네."
"뭐가"
"그냥…. 모든 것이 지금도 낯설어서."
태양 빛 한줄기도 없었다. 창문조차 존재하지 않아 지금 낮인지 밤인지 모르는 상태였고. 빛이라고는 모닥불과 키스가 꺼낸 램프의 촛불과도 같은 크기의 불빛 정도? 나는 우리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는 장작불에 양손을 내밀었다. 따뜻했다. 따스한 손길이 내 손을 이루어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원래 같으면 종로 거리를 조리용 가방 들고 걸어갔을 텐데. 주변에 보이는 수많은 가게들과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따스한 햇살을 맡거나 비 맞으면서 말이지. 막상 여기에 갇히니 그리워 지네.”
“모든 모험가들이 항상 느끼는 거지. 처음에는 몰랐다가 막상 던전으로 와보니 그 당연한 것들을 자연적으로 그리워하게 된대. 특히 오랜 시간 동안 던전에 있을수록 말이야. 그래서 대다수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나온 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태양빛을 보는 거야.”
그도 그러겠네.
항상 익숙했던 것들 그리고 당연히 여겼던 것들을 보다가 갑자기 주변의 환경이 바뀌어져 버리니 이젠 그 익숙한 것들이 보고 싶어졌다.
피부를 때리는 태양 빛의 따뜻함과 폐로 들어가는 밤하늘의 서늘한 공기...하지만 던전에는 이 두 가지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던전 특유의 어두움과 텁텁한 공기만 존재할 뿐.
"너무 걱정하지마 성운아."
키스는 아까부터 그녀의 하얀 피부의 무릎 위에서 자는 블레이즈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하였다. 코골이 까지 하면서. 부럽네 저녀석.
"어떤 던전이든 간에, 들어오는 문이 있다면은 반드시 나가는 문이 있을 테니까.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핑크 머리색 미소녀 연금술사를 비롯해-"
말을 잇기 전 키스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양 검지로 자신의 입가를 올리면서.
"그 예쁜 연금술사를 위기에서 지켜주고 맛난 요리를 해주는 멋지고 귀여운 네가 있는데 무서울 게 뭐 있어-"
"그래그래."
마치 그녀를 따라 하듯 미소가 그려지면서, 얼굴이 붉혀진 듯 양 볼이 뜨거워졌다.
"너무 염려하지 마."
처음인듯했다.
"내가 수십번 아니 수백 번이든 너를 지켜줄 테니까."
보기만 해도 잠에 깰듯한 미소녀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것도 핑크색 네추럴 웨이브 머리카락을 가진 앰버색 눈동자의 미소녀가 나한테.
Chapter.1
던전에서 핑크 머리 미소녀를 만났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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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챕터 1 끝마쳤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소감및 피드백 적어주시면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