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리아 사거리에 도착한 화랑은 눈에 띄는 약재 상점 한 곳을 선택해 들어갔다.
뭔가 아기자기한 가게 간판에 이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약재상인은 토끼 귀를 가진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였다.처음엔 여자아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슴은 평평했으며 차려 입은 옷차림은 나 남자니깐 헷갈리지마 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서오세요 최고의 품질!질 좋은 상품만을 취급하는 래빗 상회의 마스터 하야비 로샨 입니다”
씩씩하게 자신을 소개한 약재상은 반인반수에 모습으로 거의 인간에 가까운 얼굴이었다.과일를 취급했던 퓨.맘튼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난 이브에게 받은 종이를 하야비 로샨에게 건네주었고 그는 목록을 보고는 얼굴을 붉히며 민망한 시선으로 날 힐끔 보고선 돌아서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준비해 드릴께요.. ”
아무래도 환자를 나로 착각한 느낌이 강했다.이곳에 찾아오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 될 테니 딱히 상관없지만 다소 기분은 나빴다.
수많은 진열장 안에 괴상하게 생긴 양서류 동물이나 벌레들이 유리병 속에 나열되어 있었고 이름 모를 약재들이 벽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바닥 아래 진열장에도 형형색색에 가루가 담긴 유리병이 있었으며 카운터 뒤쪽 창고에도 값비싼 약재를 보관하는 듯 보였다.
하야비는 천 조각을 여러개 펴고서 약재들을 그곳에 담아 정성껏 포장하기 시작했다.그리고는 징그럽게 생긴 양서류 동물이 담긴 물병과 색이 무척이나 화려한 버섯도 넣어주기 시작했다.
“손님 목에 걸린 세피로스 목걸이를 보니 드워프의 친구 같아 알려드리는 거지만.. 밤거리의 여인들과 잠자리를 갖지 마세요.. 그녀들중 몇몇은 남자들에게 병을 퍼트리죠.. 차라리 노예를 사셔서 외로움을 달래시는 것이 건강에 이로울 거에요”
역시나 날 환자로 생각한 모양이군..
억울하지만 로제타를 위한 일이니 참아 보련다.
“참고 할게요..”
하야비는 총 9가지 약재와 기타 4가지 재료들을 내 가방에 담아 주었다.
가격은 무려 12금화나 되었다.
“우와 비싸군?”
“모두 고급 약재들 뿐이니깐요.. 그래도 당신이 드워프의 친구이기 때문에 3금화70실링을 깎아 드린거에요.. ”
그렇게 많이 깎아줬단 말이야?
갑자기 하야비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앞으로 이곳을 단골집으로 애용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고 하야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난 화랑 에거시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한다”
하야비는 부담스럽다는 얼굴로 손을 뒤로 숨겼다.저 반응을 보아 성병 거린 인간과는 딱히 손을 잡고 싶지 않다는 투로 보였다.역시 단골은 그만 둘까?
하야비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나 역시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해주었다.
그렇게 인적드믄 곳에서 포탈을 열고 이브의 연구실로 들어섰고 그녀가 말한 약재들을 가방에서 꺼내주기 시작했다.
대략에 준비를 마친 이브는 9가지 약재와 4가지 재료를 확인하고는 나에게 얼마를 썼냐고 질문했다.
“12금화나 들어갔어...”
이브는 뜻밖이라는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약재중에 멘드레이크가 있었기 때문에 16금화 이상은 써야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더욱이 약재상들은 마법사나 사제차림을 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대부분 바가지를 씌우는 일도 있었다.
“흥정에 재주가 있나보구나.. 저렴하게 구입한 거야.. ”
역시나 싸게 구입했군?
드워프의 친구.. 이거 정말 쓸만한 타이틀인 걸?
“내가 워낙 말재주가 뛰어나다 보니..뭐...”
“울보치고 제법이네”
아.. 말끝마다 울보 울보.. 이거 언제까지 써 먹을 거냐?
남자한테 울보라고 하는 건 대단히 실례가 된다고 이 아가씨야!제발 일기를 통해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날 본 이브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잔잔하게 미소를 머금고 5가지 약재와 양서류가 들어간 병을 들고 아궁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아궁이는 발화액을 태워 불을 만들어 냈으므로 연기는 나지 않습니다)
아궁이로 건너간 이브는 작은 솥단지에 5가지 약재를 집어넣고 거기다 민달팽이처럼 생긴 양서류도 함께 넣었다.혹시 저걸 약으로 만들어 먹진 않겠지??
남은 4가지 약재도 식수에 넣고 끊이기 시작했고 3가지 재료 중 두 가지를 꺼내 하나하나 손질하기 시작했다.로제타는 얌전히 의자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 이럴 땐 도와줄 거 없냐고 물어보는 게 예의 같은데?”
이브는 날 바라보며 저렇게 말했다.난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다가갔고 이브는 나무 상자를 열어 보여주었다.
그 나무 상자 안에는 인삼마냥 노란 빛깔에 분홍 봉오리를 가진 작은 계집아이가 묶인 채 누워 있었다.상자를 열자 거세게 버둥거리며 재갈 물린 입을 통해 신음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는데 마치 유괴된 아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크기는 고작 해봐야 10센티도 안되 보였다.
“이게 뭐야?왜 여자 아이가 벌거벗고 누워 있는 거지?”
로제타와 난 묶여 있는 소인족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브는 수술용 메스처럼 생긴 작고 날카로운 도구를 쥐어 줬다.
“정확히 여자아이처럼 보이는 약초야..너희 세계엔 저런 약초가 없나 보구나?저건 멘드레이크라고 불러.. 봉오리가 분홍색인 것을 보아 최상품을 받아왔네.. 봉오리는 자르지 말고 몸에 칼집을 내고서 작은 솥단지에 대고 쥐어짜서 즙을 뽑아줘.. 본체는 바로 가져오고...”
무표정한 이브를 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살아 움직이는 피규어 인형마냥 사람하고 똑 닮은 이것에 몸에 칼집을 내고 짜내라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날 빤히 바라보던 이브는 몹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로제타를 치료하고 싶어?그럼 멘드레이크가 필요해.. 왜 포주가 로제타를 되팔려고 했겠어?그건 비싼 치료비를 쓰기 싫었기 때문이야.. 12금화면 아리따운 여성 노예를 몇이나 살 수 있는 돈이야.. 멘드레이크의 가격은 무려 7금화씩이나 해.. 저걸 쓰지 않는다면 로제타의 병도 고칠 수 없고 약을 산 의미도 없어져.. 내 말 알아들었으면 겉모습에 흔들리지 말고 작업이나 도와줘.. ”
이브가 냉정하다기 보단 내 심약한 부분을 탓하며 한 손으론 맨드레이크를 잡고서 날카로운 도구를 멘드레이크 들이댔다.그러자 멘드레이크는 눈물을 흘리며 힘껏 바둥대고 있었다.
인간은 살기위해 도축을 한다.
건강해지기 위해 곰의 웅담도 꺼내 먹는다.그러나 약초지만 손끝에 전해지는 이 부드러운 피부에 감촉 어린아이 체형에서나 볼 수 있는 분명한 신체적 특징들.. 거기다 저 초롱초롱 빛내는 눈동자.. 아무리 봐도 요정 빰치는 저 귀여운 외모..
난 칼을 내리고 애상적 감성에 빠져 들었다.
머뭇거리는 날 지켜본 이브는 한숨을 작게 내뱉었다.
“화랑.. 내가 할테니 그거 줘...”
내게 다가온 이브는 멘드레이크를 잡으려 했지만 난 멘드레이크를 뒤로 숨기며 고개를 저어보였다.내 행동에 살짝 짜증이 난 이브는 눈썹을 찡그렸다.
“도와달라고 말한 건 너야.. 이제 와서 관두겠다면 기꺼이 시간낭비를 그만 두겠어”
으하.. 짜증난 표정이 무섭다만..
“다른 약초는 없는 거야?비슷한 친척뻘 되는 그런거 말이야”
“있어.. 하지만 효능은 만드라고라_칠리 보다 멘드레이크가 더 뛰어나.. 그러니 그거 이리내!”
이브는 내게서 멘드레이크를 뺏기 위해 안간힘썼지만 키와 힘에서 밀리는 입장에서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이내 책 더미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진 나와 이브는 남이 보면 충분히 오해할 만한 자세로 뒤엉겨 있었다.꼭 러브 코메디에 한 장면처럼 난 이브에 가슴을 쥐고 있었다.
이브는 얼굴을 붉히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손 좀 치워주지 않을래?”
얼빠진 주인공들처럼 비명을 지르며 손을 때진 않았다.
그저 침착하게 손을 거두며 이브의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미안..”
쑥스러움과 같은 어색한 감정이 물밑처럼 몰려왔다.내 사과를 받은 이브의 얼굴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태어나서 처음 누군가 자신 위에 올라왔고 가슴마저 허락해 버렸다.
창피함과 부끄러운 감정을 처음 느낀 이브는 바닥에 흘린 멘드레이크를 주웠고 난 그녀에 팔을 강하게 구속했다.
“뭐하는 짓이야?”
“만드라고라_칠리로 하자”
“싫은걸..당장 내 팔 놓고 비켜주지 않을래?네 엉덩이가 내 골반을 누르고 있어서 아프단 말이야”
이브의 말을 듣고 정신을 번쩍 차린 난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브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그녀는 내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 후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향해 손을 치켜 들었다.
폭풍 따귀를 직감한 난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브는 내 볼을 쌔게 꼬집고는 이리저리 비틀었다.
“아아아아!!아퍼!!”
“네 엉덩이에 깔린 나도 아팠어!시킨 일도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서 왜 방해를 하는 거야 이 울보야!”
단단히 짜증난 이브는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내 뺨을 위 아래로 비틀고는 속이 후려하다는 듯이 작업대로 건너가 도구를 이용해 멘드레이크의 몸에 칼집을 냈고 솥단지로 걸어가 있는 힘껏 비틀어 즙을 짜내기 시작했다.
저 가여운 멘드레이크는 홀쭉해진 모습으로 짙은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그 다음 말라버린 멘드레이크를 가져와 4가지 약초를 넣었던, 끊는 액체속에 통째로 잡아넣은 이브는 물약 색깔을 관찰하고는 포션 진열장에서 백색 가루를 꺼내 50g를 집어넣고는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색깔과 냄새 그리고 액체에 농도를 보아 거의 완성된 것 같아 보였다.
문득 방금 전 화랑과 뒤엉킨 상황이 떠오른 이브는 그의 따듯한 손에 체온을 떠올렸다.
이브는 화랑을 차갑게 째려봤고 그 날카로운 시선을 느낀 난 즉시 시선을 피하고 로제타를 데리고 멀지 감치 떨어졌다.
한 시간이 지나 백색 연고와 갈색 연고가 모두 완성되자 이브는 그것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백색 연고는 잘린 유두 부위에 바르는 약이고 갈색 연고는 생식기 속에 발라야 해.. 둘 다 엄청난 통증이 있을 거야.. 그건 상태가 그만큼 나쁘기 때문이지..하지만 일주일간 꾸준히 바르면 회복 될 수 있어.. 그리고.. ”
이브는 진열장에서 바이올렛 포션을 3개 꺼내고는 화랑에게 건네주었다.
“식후 매일 100g씩 먹이도록 해.. 목에 염증이 치료되고 몸에 독소가 빠질거야.. 굉장히 귀한 약이니깐 낭비해서는 안돼.. ”
“고마워...”
“감사합니다”
내가 이브에게 고마움을 표하자 로제타도 머리 숙여 인사를 건넸다.
여러 가지로 번거롭게 만드는 친구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낀 이브는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낼 곳은 구했어?”
“에텔 도시에 좋은 집을 봐뒀어.. 거기서 지내려고..”
“그래.. 근데 스마트폰 말인데.. 정확히 이건 뭐하는 물건이었어?신이 구축해 주기 전에 말이야”
스마트폰에 본래 용도는 게임기도 휴대용 컴퓨터도 아닌 전화기다.
난 그것을 이브에게 설명해 주었다.이브는 갑자기 붉은색 펜같은 것을 꺼내고는 쉐도우1이 쓰던 스마트 폰에 화면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난 신기함에 붉은색 펜에 대해 물었다.
“자세히는 알려줄 수 없지만 쉐도우1에 잘린 손가락을 주재료로 시험작을 만들어 본거야..다행히 실험은 성공적이니 그가 죽으면 여분을 만들거야.. ”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놈은 죽어 마땅하고 저런 처분을 받아도 싸다.그러나저나 그놈을 대체 어디 가둬 둔거지?굶겨 죽일 샘인가??
만약 나도 누군가에게 붙잡혀 갇히게 되는 최후에 상황이 오면 시간 오래 끌지 말고 혀 깨물고 죽어야만 한다.시기를 놓치면 18번 굶어 죽는 엄청난 고통이 기다릴 테니 말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내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나기 시작하며 우렁차게 진통이 올리기 시작했다.
난 너무나도 놀라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냈고 놀랍게도 전화번호는 나로부터 온 것이었다.
대체 어디서?
난 전화를 귀에 대고 “여보세요”라는 너무나도 그리운 문장을 내뱉었다.
하지만 대답은 오지 않았다.
그때 곧바로 상대방도 나에게 여보세요?라고 대답했는데 그건 놀랍게도 여성에 목소리였고 그 목소린 마치 이브 같았다.
“내 말이 들려?”
이브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난 얼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 볼 필요가 있겠지만.. 이게 본래 상대방과 대화하는 용도라면 두 개가 생겼으니 당연히 연결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테스트해 봤어”
놀라워 놀라워 놀라워!!!
“내 번호는 어떻게 안거야?”
“설정쪽 맨 위쪽에 네 이름을 클릭해서 이름과 번호?를 클릭해서 알았지.. 재밌는 부분은 수정을 누르면 이름은 바뀌지 않지만 네 번호는 바꿀 수 있다는 점이야.. 만약 내가 번호를 바꾸고 너에게 전화를 걸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번호 변동이 가능하다?!
그럼 이브와 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통화가 가능하게 되는 건가??
문자 메시지도 보낼 수 있는 걸까?영상통화는?!
만약 그렇게 되면 이건 엄청난 발견이자 대 혁신임이 틀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