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아직까진 집이 나가지 않은 모양이다.
누군가 이 집을 매입해서 이사를 왔다면 짐들이 한가득 쌓여 있을 테니 말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현관 입구엔 영문을 알 수 없는 내용에 쪽지가 붙어 있었다.
쪽지를 읽은 휴이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집 내 놓음..문의 에거시 여관?에거시 여관이라는데?”
에거시라는 성은 엘리샤가 내게 직접 지어준 준 것이다.이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관 이름을 저런 걸로 지었는지 이해 할 수 없다.나라면 자매 여관이나 햇님과 달님으로 지었을 텐데 말이다.
“휴이,이 집을 구매하고 싶어.. 내가 직접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너한테 이 일을 부탁하고 싶은데?어때?”
갑작스러운 제안에 휴이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거리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얼추 보기엔 이곳은 4개 도시중 한 곳처럼 보였다.
“여긴 대체 어디지?”
“이곳은 에텔 도시 북쪽 자락에 위치한 곳이야.. 추억이 있는 집이라 다른 녀석에게 넘겨주기 싫어서 그래..”
휴이는 내 생각을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텔 북쪽 자락에 위치했다면 집값은 그다지 비싸지 않을 것이다.많이 쳐 봐야 150금화 정도다.하지만 기왕지사 조금 더 입지 좋은 곳도 많을 텐데.. 이곳에 터를 잡으려는 이유는 도통 알 수 없었다.
“에거시 여관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헤레 시장까지 바래다 줄테니.. 그녀로부터 이 집에 권리 증서를 가져왔으면 좋겠어...”
“그녀?아는 사이야??”
작은 한숨이 나도 모르게 세어나왔다.
“아는 사이긴 한데.. 날 싫어해서 말이야..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그래도 네 신분 증서로 계약하게 되면 어차피 들통이 날텐데?”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네 이름으로 매입해줘..”
휴이는 눈을 크게 뜨고서 꽤나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려 150금화 상당에 토지 소유주를 자신의 명의로 등록하겠다는 제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자신을 믿어 준다는 이야기가 되는 만큼 휴이는 책임감을 느끼고 이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마음먹게 된다.
“부담 되는걸?그래도 친구 좋다는 게 뭐야.. ”
“고마워 휴이..”
내 이름으로 이 집을 사도되지만 그럼 그 녀석과 만나게 되는 걸.. 날 보고 싫어하는 건 둘째 치고 더는 그녀들 앞에 나타나지 않을 생각이니깐... 무엇보다도 휴이는 가난한 영주님이지만 내 뒤통수를 칠 만큼 비열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이 집은 내가 매입하고 차후 명의를 너한테 넘겨줄게.. 내가 귀족이라 증여에 대한 세금만 내면 무리 없이 너한테 넘어 갈거야”
“고마워...”
난 휴이에게 백금화 20개를 넘겨주었고 그는 백금화를 주머니에 넣어뒀다.
그리고는 헤레 시장쪽으로 포탈을 열어 주었다.
“그럼 저녁때 이 집에서 만나”
“알았어”
휴이는 포탈을 통해 헤레 시장으로 넘어갔고 난 노예소녀를 데리고 부엌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너와 내가 밥을 먹게 될 거야..”
자신의 보금자리?
소녀는 고개를 들고 텅빈 공간 주위를 돌아보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평 남짓한 쪽방에 누워 여러 남자들을 상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지옥 같은 곳에서 내보내달라고 에레오 여신께 매일 밤 기도 드렸지만 신은 그 어떤 답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3년에 걸쳐 셀 수 없는 남자에게 5실링을 받고 관계를 맺어 왔다.성병에 걸려 더는 쓸모가 없어지자 주인은 자신을 폐기처분하기 위해 또다시 노예 시장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화랑의 목소리가 점차 소녀에 귓가에 생생히 들리기 시작했다.
기쁜 듯이 부엌을 소개하는 화랑은 소녀를 데리고 2층 계단으로 올랐고 방 두 개를 보여주었다.
하나는 햇볕이 잘 드는 방이었고 다른 한곳은 거리 풍경이 잘 보이고 바람이 잘 통하는 방이었다.
“자!골라 하나는 네 방이야”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린지 오래였다.
정신과 몸은 만신창이가 됐고 미소를 지어본 것도 까마득하기만 했다.
아직 관계 한번 가져본 적도 없는 깨끗한 노예도 충분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자신한테 이토록 잘해주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소녀는 선택을 망설이며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할 수 없이 내가 먼저 방을 골랐다.
처음 썼던 엘리샤의 방을 선택했다.미야의 방을 보면 죽은 그녀가 떠올라 도저히 저 방에선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이 방 써도 되지?어?”
소녀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고 난 그녀를 데리고 미야가 썼던 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미야를 데려갔던 호수가로 포탈을 열고 소녀를 그곳으로 데려갔다.이름을 알 수 없는 분홍색 깃털에 두루미 같은 새들이 여유롭게 호수가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푸름이 가득한 풍경이 아름다운 호수를 더욱더 빛내는 것 같았다.
“여기서 씻도록 해.. ”
소녀는 하루 두 번 도시 수로에서 씻을 수 있었다.
그것도 감시자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화랑은 소녀에게 거품 가루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난 한 숨 잘 테니깐.. 다 씻으면 가방에 옷을 꺼내 입도록 해.. ”
딱히 봐도 상관없었다.
이젠 남자 앞에서 속살을 들어내는 것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의 벗은 몸을 봐도 부끄럽거나 낯 뜨거운 감정 보다는 의무적으로 해야 할 것만을 떠올릴 뿐이었다.
하지만 화랑은 양손을 베게 삼아 그대로 누워 버렸고 잠시 구름을 보다 잠이 들어 버렸다.
소녀는 넝마조각 같은 옷을 벗고는 호수가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사타구니 쪽에 몰이 닫자 쓰라림이 느껴졌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다.주인에게 받은 거품 가루를 사용해 물과 희석해 몸을 씻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 거품 가루를 써봤지만 소문으로 익히 들어 사용법은 알고 있었다.
거품에선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그리고 피부를 검게 덮고 있던 더러운 흔적들도 모조리 씻겨 내려갔다.
이가 득실거리던 머리카락도 거품 가루를 사용하니 개운함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호숫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소녀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가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낮잠을 즐기는 자신의 주인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시각..
에거시 여관으로 향하던 휴이는 어렵지 않게 그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이미 그 여관은 오픈 초기부터 엄청난 입소문과 함께 많은 이들이 찾는 식당겸 여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1층에 있던 1인실 8개를 모두 부셔버리고 일반 식당으로 개조했다.
2층부터 4층까진 모험가와 상인이 숙박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리 정돈을 해 놓은 상태였다.
평수도 100평이라 제법 규모가 나가는데다 실내 구조도 꽤나 고급진 느낌을 전해 주고 있었다.
“에거시 여관에 어서오세요”
주점 종업원 복장을 한 15살가량에 소녀가 살가운 미소를 띄워 보였다.
대부분 12살에서 14살 사이에 소년과 소녀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며 손님들 접대를 하고 있었다.
“전 페이라고 합니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페이 발렌타인은 친절한 미소를 지어주며 휴이의 반응을 기다려 주고 있었다.
“난 집을 사려고 온 사람인데.. 이곳 주인과 만나고 싶군”
매번 집을 사기위해 여러 사람들이 찾아 왔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돌아가 버렸다.페이는 휴이를 한차례 훑어보고는 잠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서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20개에 테이블은 문정성실을 이루며 북적거리고 있었다.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소년은 익살스러운 웃음으로 손님들과 대화를 즐기며 음식과 술을 날랐고 16살 정도에 얌전한 소녀는 어딘가 불안한 서빙을 하고 있었지만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페이가 주방에 들어가고 3분이 지나 여관 주인으로 생각되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 주방 두건을 눌러 쓰고 앞치마를 걸친 채 휴이 앞에 걸어왔다.
“전 에거시 여관에 점장 엘리샤 벨릿입니다.. 반가워요”
엘리샤가 나오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들이 휘바람을 불며 아우성 거리기 시작했고 그녀는 손님들을 매섭게 쏘아보며 밥이나 처 드셔!라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손님들은 깔깔 거리며 엘리샤를 위해 잔을 들었다.
“여긴 좀 시끄러우니 직무실로 가요..”
엘리샤는 카운터 뒤쪽에 마련된 문을 열어 주었고 휴이는 허리를 살짝 숙여 그곳으로 들어갔다.
2평 반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는 책상 하나와 서랍장이 여러 개 있었고 벽에는 종업원들에 스케줄 표가 정신없이 붙어 있었다.
랜턴 덕분에 실내는 그다지 어둡지 않았지만 꽤나 협소한 직무실이었다.
“이곳에 점장이라고 하셨는데?주인 어른은 어디 계시죠?”
“집 때문에 오신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래서 주인어른과..”
“그 집은 주인어른 것이 아닌 제 겁니다.. 그리고 주인어른은 사정이 있어 부재중이에요.. 재대로 찾아 오셨으니 저와 이야기를 진행하시면 됩니다.”
휴이는 꽤나 불편해 보이는 원형 의자에 앉았고 엘리샤도 의자에 앉아 본격적으로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에 사실거죠?”
“네?얼마나 살거냐구요?그 집에 공시 시가대로 살 생각입니다만”
“죄송하지만 그럼 팔 수 없어요...”
휴이는 벙뜬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엘리샤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을이 아닌 이상 모든 도시는 사법 관리국이 지정한 시세에 맞춰 토지를 거래하고 있다.
“사법 관리국이 지정한 가격대로 팔 생각이 없다?이 말씀인가요?”
“맞아요.. 그런 헐값에 집을 넘길 생각 없습니다.. ”
혹시 그 집을 살 때 사기를 당한 것일까?
다소 의문이 들었지만 엘리샤의 요구대로 먼저 가격을 먼저 선 제시했다.
“좋습니다.. 그럼 150금화를 드리죠..”
“250 금화.. 여기서 한 푼도 깍아 드릴 수 없어요”
왠만한 번화가에 위치한 집도 잘만 구매하면 250금화에 살 수 있었다.
이건 완벽한 횡포였다.휴이는 엘리샤을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집 어디가 250금화에 가치가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그걸 납득 시켜주시지 않으면 그런 말도 안돼는 가격은 인정 할 수 없습니다”
“250금화에 가치는 없어요.. 하지만 파는 사람 마음이니깐요.. 문제 있나요?”
헉!저런 말을 이토록 당당하게 하다니?
다시 말해 호구하나 잡아서 비싸게 팔아버리겠다는 한탕주의나 다름 없었다.
화랑은 그 집을 사고 싶어 했고 휴이는 공시 시가대로 해결하려는 너무나도 안일한 자세로 엘리샤와 마주하고 있었다.
“전 바보가 아닙니다.. 그런 얼토당토 안는 가격에 흥정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절 손가락질 하며 비웃겠죠.. 난 그 집을 사서 되파는 토지 매매 중개인이 아닌.그 집에 살고 싶어 사려는 겁니다.. 그러니 저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도 유익한 시세로 흥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세요?옷차림이나 생김새로 보자면 결코 평범해 보이는 분은 아닌걸요?당신은 아직 소개조차 해주지 않으셨으니 뭐하는 분인지 몰라도 집은 250금화입니다.1년이 지날 때 마다 10금화씩 깍을 거고 최하 170금화에 매매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하한가에 구매하고 싶다면 8년있다 찾아 오세요”
화랑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무서운 여자애 였다.하지만 휴이 역시 물러 설 수 없었다.화랑에게 백금화 20개를 받아 오긴 했지만 꼭 남겨서 가져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제 소개를 아직 하지 않았군요.. 실례 했습니다.. 휴이 로이드 라고 합니다.. 엘시노어를 다스리고 있죠”
휴이의 소개가 끝나자 엘리샤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평상시에 모습을 되찾았다.영지를 가진 귀족이 도시에 집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영주나 되시는 분이 그런 곳에 집을 구매하려는 것을 보아 굉장히 가난한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엘리샤는 그의 처지를 생각해,5금화를 깎아주기로 마음먹었다.
“245금화 드리죠.. ”
휴이는 얼빠진 표정을 짓고서 너무나도 도도한 엘리샤를 응시하고 있었다.
“겨우 말입니까?”
“겨..겨우라뇨!5금화씩이나 깍아 드렸습니다만!”
고작 5금화와 5금화 씩이나라는 생각에 차이가 격돌했다.
그이상 한푼도 깍지 않겠다는 엘리샤의 시선을 의식한 휴이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휴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화랑은 엘리샤와 만나길 꺼려했다.
그건 아마 화랑과 엘리샤 간에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엘리샤라는 소녀는 여관 이름을 에거시 여관이라고 지었고 여관의 사업주인 주인어른은 부재중이라고 말해줬다.그렇다면?
“전 이곳 주인어른과 아는 사이입니다”
엘리샤의 눈썹이 살며시 꿈틀거렸다.
그러나 전혀 믿는 눈치는 아니였다.
“그는 이상한 마법을 쓰는 인물이죠...”
휴이는 최소한에 정보를 노출해 엘리샤에 반응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이상한 마법이라는 대목에서 엘리샤의 표정은 크게 움직였고 휴이는 확신을 가지고 화랑에 대해 이야기를 지속하기 시작했다.
“텔리포트를 하거나 마법 문을 만드는 상당히 재주 많은 사람이었죠”
휴이 말이 끝나자 엘리샤의 표정은 완전 변해있었다.
그러더니 휴이의 어깨를 잡고 다그치는 얼굴로 목소리 톤을 높였다.
“어디서 보셨죠?그는 영주님 영지에 머물고 있나요?아니면 다른 곳에 있나요?”
휴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거래에 실마리를 잡았으며 주도권 또 한 가져오게 되었다.
“정보를 원하시나요?그럼 저택을 170금화에 파시죠..”
엘리샤는 세상에 믿을 수 없군요!이렇게 치사하게 나오다니!라며 도끼눈을 뜨며 휴이를 노려봤지만 그는 눈썹 하나 꿈쩍 하지 않았다.
애초에 250금화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세워 배짱식으로 흥정을 시작한 것은 엘리샤 였기에 휴이도 그다지 상황을 봐줘가며 거래 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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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입은 본편부터 시작하며 2화 부터 천천히 작업중입니다.
19금 노출씬은 김을 붙이거나 성행위 자체는 최대한 축소및 넘기겠습니다.
연재 주기는 일정하진 않지만 최대한 빨리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