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네타카는 잠에서 깨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진통제에서 깨어났다.
그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던
그녀의 남자친구
아니
그 남자,
사쿠라바 잇토키가
끔찍한 소식을 전해 준 뒤에야
츠네타카에게
진통제가 허용되었다.
온몸을 지배하는
육체적 고통에 신음하던 츠네타카는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진통제를 맞고 잠이 들었지만,
츠네타카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꿈을 꾸었다.
악몽이었다.
악몽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그 끔찍함을
다 표현해 낼 수 없는
그런 꿈을 꾸었다.
꿈에서 츠네타카는
미국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영화에서 봤던
오렌지색의 수의를 입고
겁에 질린 눈으로
교도관에 이끌려 감옥으로 끌려 들어갔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
그에게
시선이 날아와 꽂혔다.
꿈속에서
츠네타카는 두려움을 가득 안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죄수들을 바라보았다.
죄수들은 웃고 있었다.
기대하는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츠네타카가
자신의 방으로 배정되기를 기대하는
웃음이었다.
츠네타카는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였음에도
그 시선이 보였다.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보였다.
그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츠네타카는 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이 상황이 꿈이었으면,
그런 생각뿐이었다.
여기다.
간수가 말했다.
미국 교도소임에도
교도관이 일본어로 말했지만,
츠네타카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츠네타카는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복도를 걷고 있었는데,
어느새
한 감방 안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근육질의 남자가
츠네타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츠네타카는 잠에서 깨어났다.
악몽 때문에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진통제 효과가 다하면서
몸에 고통이 찾아오고,
고통이 의식을 깨운 것이다.
츠네타카는 잘 뜨이지 않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육체적 고통도 깨어났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경계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츠네타카는
아직 꿈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악몽에서 깨어났지만,
여운이,
정신적 고통의 여운이 온몸을 흐르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츠네타카는
깨어나고 싶었다.
이 꿈에서,
이 악몽 같은 꿈에서
다시 한번 깨어나고 싶었다.
이 꿈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악몽이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깨어나고 싶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츠네타카는 시선을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사쿠라바 잇토키 였다.
***
노크도 없이 들어온 잇토키는
잠시 츠네타카를 보다가
의자를 끌고 와 침대 옆에 앉았다.
“깨어 있었군.”
잇토키는
자신을 바라보는 츠네타카를 보면서 말했다.
“좀 어떤가.”
잇토키가 물었다.
츠네타카는 말이 없었다.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쉬는데 내가 방해가 된 건가?”
잇토키가 물었다.
“살…….”
츠네타카가 입을 열었다.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잇토키가 말했다.
“살려…… 줘.”
츠네타카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 있었다.
잇토키는
말없이
잠시 츠네타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하면 자네를 살려 줄 수 있겠나.”
잇토키가 말했다.
“도, 도와줘.
자네가,
자네만이 나를…… 나, 나를…….”
“내가 어떻게?”
“제발
미, 미국만.
미국만 안 가게 막아 주면.
내, 내가 자, 자네가 원, 원하는 것을
저, 전부 다.”
“너무하는군, 자네는.”
잇토키가
츠네타카의 말을 끊었다.
“이보게, 히로시.”
잇토키가
고개를 살짝 흔들면서 말했다.
“나에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 그게 무슨…….”
츠네타카가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부탁할 상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나?”
겨우 뜨고 있던
츠네타카의 부어오른 눈이 커졌다.
“나는 자네를 친구라고 생각했네.
그런데
자네는 나를 배신했지.
그래, 배신.”
잇토키가
‘배신’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나직하게 읊조렸다.
“나에게 여자를 붙이고,
내 여자 친구에게는 약을 먹였지.
그뿐만 아니라
그녀를 지켜 내지도 못하고,
위험에 빠트렸지.
그런데……
나에게 도와 달라고 하다니,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말일세.”
잇토키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감정을 실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히로시.”
잇토키가 조용히 말했다.
“도와 달라고 했나?”
츠네타카는
잇토키의 나직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 느꼈다.
“미국에만 안 가면 되는 건가?”
츠네타카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목에 감겨 있는 깁스 때문이기도 했지만,
깁스가 없었다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을 것이다.
잇토키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분노가
그의 고막에서
공포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잇토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의 입을
천천히 츠네타카의 얼굴로 가져갔다.
“안 가게 해 줄 수 있지.”
잇토키의 말에
츠네카의 눈이 커졌다.
“죽으면 안 가도 되겠지.”
그 말이
츠네타카에게는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나는 말이지.
솔직히 재판이고 법정이고
그런 거 다 필요 없이,
그저 자네를
내 손으로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야.”
잇토키가 목소리를 더 낮췄다.
그렇지만
츠네타카의 옆얼굴에 바싹 붙어 있었기에,
츠네타카는
그 소리가
더 크게, 강렬하게 들려왔다.
“그렇게 하고 싶군.
지금 당장
이 손으로 자네 목을 졸라 버리고 싶군.
아니,
그건 너무 편안한 죽음이지.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들고
자네 발끝부터
뼈를 다 조각내면서 올라가고 싶은 기분이야.
그렇게 하고 싶어.
아주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말이지.”
잇토키의 속삭임에
츠네타카는 몸을 떨었다.
“도와 달라고?
도와줄까?
아프기는 하겠지만,
미국에 가서 변기 노릇을 하는 것보다는
덜 고통스럽지 않겠어?
아니, 고통의 강도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지 못하겠군.
하지만
훨씬 짧기는 할텐데 말이지.”
잇토키가
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때 문이 열렸다.
“뭐 하는 짓입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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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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