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힐스키 롯본키힐즈 케야키자카 플라자의
한 레지던스에서
길 건너편의
코우카 홀딩스 그룹 본사에 있는 대회의실을 향해
렌즈를 겨누고 있던
프리랜서 카메라맨
츠고 노리타츠(津郷憲辰)는 위화감을 느꼈다.
창밖을 바라보던 목표 중
하나가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올해로 25년 넘게
사진을 찍고 있는 츠고 노리타츠가
소위 파파라치 세계에 들어온 것은
그가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교 4학년이던 시절 선배의 제안 덕분이었다.
미래가 없는 사진학도였던 그에게
선배 중 하나가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는 제안을 했고,
그는
별생각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고 보니
그 알바라는 것이
파파라치 사진을 전문으로 다루는
황색 언론의 기획 취재였던 것이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전문으로 파헤치는
사진 전문 주간지는
한 여배우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고,
그 여배우의 사생활을 파헤치기 위한 팀을 꾸리고 있었다.
츠고 노리타츠가
그 팀에
아르바이트로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처음
그 세계에 들어간 츠고는
대박을 터트렸다.
선배들이 입수된 정보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때,
그는 반대로 행동했다.
흘러나오는 정보들이 위장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목표인 여배우와 오랫동안 함께한
코디네이터를 추적했고,
그 덕분에
그는 두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도쿄 외곽의 한 맨션에서
다른 시간에
같은 문을 열고 나오는 여배우와 정치인의 사진이었다.
츠고는
그 사진 두 장으로 50만 엔을 받았다.
그게 한동안
이쪽 업계에서 최고라는 칭호를 받았던
츠고의 시작이었다.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든 츠고는
그 이후에도
여러 장의 특종 사진을 찍었다.
몇 명의 유명 스타들이
그의 카메라에 의해
‘프라이데이 당하게(フライデーされる, 파파라치 사진이 찍혀 잡지에 실려 신세를 망쳤다는 관용구)’
되었다.
그가 찍은 사진의 값은
계속 올라갔고,
그만큼
그의 명성도 올라갔다.
명성을 얻고,
얻은 명성만큼 일이 지겨워지던
그때,
그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리고
일을 제의했다.
전속이 되어서,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의 사진을 찍어 주면 된다는 조건이었다.
고정급은 30만 엔,
일이 생기면 착수금도 30만 엔,
사진을 찍으면
성공 보수 150만 엔 플러스알파.
츠고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일을 받아들였고,
몇 해 동안
그들의 전속으로 지시를 받아
사진을 찍었다.
일이 있건 없건
고정급으로 30만 엔이 나왔다.
일이 생기면
사진을 못 찍어도 30만 엔이 나왔다.
찍으면
사진 품질에 상관없이
150만 엔이 무조건 지급되었다.
돈보다
더 츠고의 마음에 드는 것은
시간이었다.
어디로 가서
누군가의 사진을 찍으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때,
시간이 지정되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보통 그리 길지 않았다.
길어 봤자 4~5시간이었다.
40시간 넘도록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목표를 기다리면서
차 안에서
페트병에 오줌을 받아 가던
연예계 파파라치 시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좋은 조건이었다.
그들이 츠고에게 원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어디에서
누구의 사진을 찍었는지
절대로 발설하지 않을 것.
츠고는 발설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그들과 일을 해 올 수 있었다.
츠고는
자신에게 일을 주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이런 좋은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편으로
그 정체를 알려 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제 저녁
그는 새 지시를 받았다.
이메일에는
코가힐스케 케야키자카 테라스 건물과
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라는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코우카 홀딩스 그룹 본사 대회의실 창문과
두 명의 일본인 학생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츠고는
지시에 따라
어젯밤 이곳 레지던스에 도착했고,
장비를 세팅하고,
각도를 잡았다.
그리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목표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행운의 여신이 그를 돕기라도 하는 듯
목표들은
창가에 자리를 잡았고,
덕분에 그는
질 좋은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 낼 수 있었다.
슬슬 그들의 대화가 끝나간다고 생각하던
그 찰나에,
방에 있던 두 남자 중
한 남자가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위화감이 찾아 온 것이다.
목표 중 하나인 남자가
자신을,
정확히는 렌즈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럴 리 없다.
츠고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절대로 발각될 리가 없다.
130만 엔이나 하는
200-400 줌 렌즈의 최대 구경이 128mm나 되기는 하지만
목표와 렌즈 사이에는
도로가 놓여 있다.
더군다나
아주 잘 위장해 놓았다.
대구경 렌즈가
커튼 사이에 숨어 있다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망원 장비 없이
맨눈으로 렌즈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절대로.
츠고는
자신에게 느껴지는 위화감을
애써 무시했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츠고는
꽤 많은 돈을 모았다.
이제 이 일을 안 해도 될 정도로,
작은 스튜디오 하나 정도는 차릴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모아 두었다.
올해만 하고
그만두어야 되겠어.
츠고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회의실 안에서
마주 보며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그 파파라치 옆에서
대형 카메라로 위장한
전문 저격총으로
저격준비를 하고 있던 저격수도
잇토키의 시선을
저격용 스코프로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스코프 렌즈에서 눈을 땠다.
저기 옆에 있는 얼간이는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저격수는
본능적으로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저 소년과
방금 방에 들어온
다른 소년은
자신을 확실하게 파악했다고.
하지만
저격수는 억지로 그 예감을 누르면서
다시 대회의실로 조준을 맞추었다.
대회의실과
자신이 있는 곳 간의 거리는
아무리 길어도
200미터 내외의 거리
프로 저격수라면
얼마든지 표젹을 맞추고도 남을
그런 거리였다.
하지만
그 저격수는
곧바로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황당한 상황에
빠지기 시작하고
그것은
그 파파라치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들이
조준하고 있던 목표물 중 하나가
갑자기 대회의실을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이
이리저리 거닐기 시작했는데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습이
말 그대로
나 쏴주쇼 하는
그런 느긋한 움직임이었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조준점을 맞추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들다고나 할까?
아니
아예 불가능했다.
딱 이 지점이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곳에 조준을 맞추는 순간
순식간에
그 소년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그런 황당한 움직임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야만 했지만
그 둘은
단 한 번도
그 소년에게 조준점을 맞추지 못했다.
그렇게
그들이
쿠도 신이치에게 농락당하는 동안
그 방에서
한 명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으니.........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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