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바라보던 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문 옆에 서 있는 아이힝거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태도와 목소리는
평상시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지만,
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감추지 못하는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불쌍한 사람.
그녀에 대한
완의 생각이었다.
저 여자를 비롯해
이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은
모두 종교적인 열망으로 그들의 주인을 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 예전의 완이라도,
MSS에 의해 도구로 사용되던 그 당시에도
완은 생각이란 것을 할 수는 있었다.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
어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저들은
마치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듯,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커다란 불경이라는 듯,
저들의 주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겠어요.”
완이 말했다.
“저녁 시간은 오후 8시입니다.”
아이힝거 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완은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얀 베르그만의 겨울 별장은
다른 저택과는 달리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식당이 1층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유럽식 저택은
식당을 G층(Ground floor)이라고 불리는
지상층에 배치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오래된 저택은
보관상의 이유로
식재료 창고를 지하에 두었고,
운반과 조리의 편의를 위해
주방과 식당을 지상층인 G층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얀 베르그만의 겨울 별장은
G층이 아닌 1층,
일본이나 한국의 관점에서
2층에 식당이 위치해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보덴호의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오후 8시가 조금 지난 시간,
바로 그 식당에
완이 있었다.
완은
아무런 감정 없는 눈을 하고
식탁에 앉아서
식기로
자신의 앞에 놓인 송아지 안심을
한입 크기로 썰고 있었다.
그녀의 맞은편에는
얀 베르그만이 앉아 있었다.
그도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에 집중하고 있었다.
식당 안에는 네 명이 있었지만,
10명은 앉고도 남을
대형 식탁에 앉아 있는 사람은
완과 얀 베르그만, 둘뿐이었다.
다른 두 명은
두 사람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식당 안은 조용했다.
두 사람의 손에 들린 식기가 접시에 부딪히는
작은 소리가 간간히 들릴 뿐,
그들 사이에 대화는 전혀 없었다.
완에게는
익숙한 분위기였다.
얀 베르그만과 저녁을 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한달 동안
여러 차례 식사를 같이했었지만,
그때도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말없이 각자의 음식을 먹었고,
식사가 끝나면
완은 자신에게 배정된 감옥으로 돌아갔다.
가끔 식사 후에
차를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화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얀 베르그만이
불편한 것은 없는지 물으면
완이 없다고 대답하는 정도였다.
평상시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얀 베르그만과의 저녁 식사가
이날은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는
식사를 끝낸 완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이었다.
얀 베르그만이
차를 마시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그것도
식당이 아닌 서재에서.
그 제안에 가장 놀란 것은
저녁 식사 내내
완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아이힝거 부인이었다.
그녀는
완에게
절대 그 제안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완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얀 베르그만의 제안을 수락했다.
제안을 수락한 이유가
아이힝거 부인의 강렬한 눈빛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얀 베르그만의 눈빛 때문이었다.
할 말이 있다고,
그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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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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