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융합되는 고독 (1)
미코토가 아텔을 데리고 어느 무너진 곳으로 숨은 뒤에...
“하아.. 하아..”
“아텔, 상처가..!”
“조금, 힘을 과하게 썼던 모양이네.”
“아텔이 죽어버려.. 그런 거 싫어..!”
“넌, 아직 날 믿어주는 거니?”
“아텔이 뭘 하려던 건지는, 잘 모르겠어. 그 사람들 말처럼, 안 좋은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아텔에겐 중요한 일이지? 그렇다면, 나는 믿어. 친구니까.”
“고마워.. 그렇다면, 나를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어.”
“도와줄게. 어떻게?”
“내 몸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아.”
“이렇게..?”
미코토가 아텔의 부탁에 따라 아텔을 오른손으로 대더니...
“그 몸, 빌릴게.”
아텔이 빛나면서 사라졌다.
“아텔이.. 내 안으로..”
“(내 몸은 다쳐서 약해졌으니까, 네 몸을 빌린 거야. 괜찮아, 시간이 지나 내가 회복되면, 다시 떨어지는 것도 가능해.)”
“다행이다.. 이렇게 있으며, 괴롭지 않겠네.”
“(그래. 다만.. 너도 위험에 휘말리게 될 거야. 미안해..)”
“괜찮아. 괴로울 때 지켜줬던 아텔을 위해선걸. 나도 힘낼게.”
...
“유감스럽게도 마도사를 놓친 결과로 되어버렸군. 네로?”
“?...”
“말 걸지 마, 키리야. 네로는 자존심이 너무 상해져서 매우 분노하고 있어. 잘못하다 맞을 거야.”
“이거, 아텔을 제대로 잡고 그 소녀에게 한 방 먹이기 전까진 안 풀리겠는데? 저번에 비슷한 걸 내가 옆에서 봤어.”
“알겠다, 녹트, 니코. 그런데..”
“미코토와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서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반드시 생각처럼 일이 풀리기만 하지 않는다, 나노하. 그리고, 이게 마지막 기회인 것도 아니지.”
“맞아. 그런데, 그 소녀는 누구야?”
“조사부가 곧 알아낼 거다, 스트레인지.”
“그래.”
“아텔을 지키려고 했다니.. 대체 어떤 관계야?”
“아텔의 협력자인지, 조종당하는 건지.. 지금으로선 모르지, 녹트.”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걱정이에요..”
“찾아내믄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제이.”
“응.”
아텔을 붙잡지 못한 지 몇 시간 후, 우리들은 월섬여학관의 시노비방에 다시 모였고, 새롭게 합류한 자매를 봤다.
“그러하니, 지금 할 수 있는 것, 그건 자기소개. 키리에 플로리안이에요. 잘 부탁해.”
“키리에.. 네로의 여친 이름과 같네.”
“그래? 이쪽이 언니인 아미티에 플로리안이에요. 아미타라고 불러주세요.”
“너희들은 린디의 호출로 왔뎄지?”
“네, 스트레인지 씨. 전투 잡무, 뭐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나노머신이라고!? 그거 굉장한 기술인데~!? 나한테도 좀 가르쳐줘라~!”
“아, 네, 니코 씨..”
니코가 마음에 들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놓친 아텔은, 더욱 기계수를 강화해서 양산하고 있겠죠.”
“그런 상황에서 전력이 늘어난 건 이쪽으로서도 다행이지, 린디. 상황을 고려하면, 월드 유니티의 일원을 부를 생각이 들 정도니까. 그래서, 저들은 시공관리국의?”
“아니요, 키리야 씨. 둘은 엘트리아 출신으로, 전투기술뿐만 아니라, ‘포뮬러’라는 술식 무장에도 정통하답니다.”
“호~, 그게 포뮬러라고 부르는 구나~!”
“네, 니코 씨. 그리고 또 한 가지, 2명을 파견한데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이유? 무슨 이유인가요?”
“그 건에 대해선, 좋은 보고가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할까요, 하야테 씨?”
“아미타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기대하면서 기다릴게요.”
“또 하나, 몇 시간 전에 네로와 나노하를 지켜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네, 당분간 여기서 신세를 지겠습니다.”
24화 융합되는 고독 (2)
“키리야 님!”
“왔군.”
키리야 옆에 시노비가 나타나 보고용 두루마기를 키리야에게 전해주고 사라진 뒤에, 키리야가 두루마기를 펼쳐서 내용을 봤다.
“어때, 키리야?”
“그 소녀의 출신을 조사한 건 아주 간단했다, 녹트. 그것도 나쁜 의미로..”
“?”
“유메노 미코토. 그녀에게 있어서 유명한 건 그녀의 죽은 부친인데..”
“부친이?”
“과학자였지만, 진심으로 마법을 믿어서, 학회에선 이단자로 취급하고 있다.”
“설마, 이 세계에 마법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그건 아니다, 린디. 이 세계의 마법은 인법으로 되어 있기에 시노비와 같이 대중에겐 극비로 숨기고 있다. 이 과학자는 문학으로 묘사되는, 이른바 이상한 힘을 믿었던 거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본업인 연구를 진행하면서 마법의 존재를 구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스트레인지. 다만, 믿더라도 마법의 존재를 망신(妄信)했던 건 아니고,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자세였지. 이런 말을 남겼더군. “과학에도, 마법의 존재 여지를 남겨둔 편이 재밌지 않겠나.”라고.”
“과학자가 마법을 믿으려 했다니, 윽수로 유머있는 아재였구만.”
“멀티버스를 아는 과학자는 마법을 직접 보고 믿고 있으니까, 하야테. 그래도 연구 쪽에는 그 사상을 집어넣진 않았다. 연구했던 건, 아주 착실하게 실용적인 금속 재료계 분야였더군.”
“마법의 연구를 본업으로 한 게 아니었네.”
“그래, 니코. 미코토는 모친을 일찍 잃고, 그런 부친과 같이 행복하게 살았지만, 몇 년 전에 부친의 연구실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고로 부친과 다수가 죽은 것으로 비극이 시작됐다.”
“비극?”
“마법을 믿었던 점을 매스컴이 곡해해서, 재밌고 유쾌하게 거론한 게 원인이었어. 사고의 원인이 전부, 머리 이상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탓이라고..”
“!!!”
“너무해..”
“이로 인해 사람들의 비난의 눈초리는 당연히 혼자 남겨진 딸에게 집중됐고, 학교 안에서만이 아니라, 미코토를 떠맡은 친척조차 심한 취급을 하며 상처를 준 적이 많았다.”
“이런..!”
“그럼, 미코토는 계속 혼자서.. 나는, 미코토의 마음을 전혀 몰랐던 거야..”
“... 야, 네로.”
미코토의 비극을 듣고 나서, 나는 네로에게 감상을 물어봤고...
“그래서..? 그게 뭐?”
네로는 차가운 반응을 보여줬다.
“네가 무슨 클라우드처럼 흥미 없다는 재스쳐냐? 따라와.”
이에 역정이 난 나는 네로의 오른팔을 강제로 잡고는 월섬여학관 최상층으로 워프해 데려갔다.
“이제야 이해가 됐어. 미코토는 겨우 오랜만에 생긴 자신을 이해하는 친구를 지키려고 했던 거야. 무작정 때린다해도 변하지 않을 수 있어.”
“그래서 뭐?”
“너, 저번에 미코토를 봤었다고 나노하가 말했거든. 어땠어? 확실히 말해!”
“.. 쓸쓸해보였다, 어쩌래?”
“지금의 미코토는 누구도 믿지 않고 있어. 그래서 아텔을 전력으로 지키려고 했던 거야. 설령 상대가 나쁜 짓을 한다고 해도, 그걸 용인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선을 넘게 될 거야. 그걸 막을 생각이 너에게는 있어?”
“그래, 있어.”
“그럼 다같이...”
“이번엔 나 혼자서 할 거야! 내가 바보라고? 내가 어리석은 괴물이라고? 쌩지랄하고 자빠졌어!! 어디서 입이 뚫린 게 잘났듯이 까불고 있어!!”
“네로..!”
“방해하지 마!”
자신이 혼자서 할 거라는 객기를 부린 네로는 나를 밀치고는 그대로 최상층에서 나갔고...
“버질처럼 바보 같은 짓하지 말라고..!”
나는, 그런 네로를 걱정했다.
...
“나노하, 괜찮아?”
“응, 괜찮아 페이트. 걱정끼쳐서 미안.”
“그 애가 말한 거, 신경 쓰이는 거야?”
“응.. 가족도 친구도 있는 나는, 미코토의 마음을 모를 거라고 들어버렸어. 그 말대로야. 나는, 상냥한 가족이 있고,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있고, 시공관리국의 동료도 있어. 모두 소중한 존재고, 그 사람들도 포함해서, 나인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그게 전부 없어져서 외톨이가 됐을 때, 어떤 기분일까 같은 건 생각한 적도 없었어.”
“...”
“아텔 씨를, 단 하나뿐인 친구라고 말했었어. 외톨이인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믿는 것이, 아텔 씨인 걸까? 그런 아텔 씨를 지키려고 한 미코토를, “너는 잘못됐어”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데..”
“... 나노하, 있잖아.. 옛날엔 나도, 친구로 부를만한 사람은 전혀 없었어. 하지만, 나노하가 내 이름을 불러줘서.. 친구가 되어줬어.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어.”
“페이트..”
“자격이 없다고 말하지 마. 기분을 모른다면, 알아가면 된다고 생각해. 물론 나도.. ?”
“이 통신.. 린디 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