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호출-2-
아, 이제 그만 하자고.
왜 또 여기냐고?
이 녀석들 지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뭐만 하면 지하로 끌고 와 무슨 납치범들도 아니고 좀 더 인텔리하게 하자고 마법결계 같은 걸로 방비하고 전면이 유리창으로 된 고층 건물의 그런 멋스러운 곳에서 이야기 나누자고~
“와줘서 고맙군 잭슨”
그런 나를 환영한 것은 저번과 같은 안톤이 아니라.
“이야~이거 비서분께서 상석에 앉아 있다니 무슨 일 있으신 건가요?”
길드장 얀 캐리어,
“시답지 않은 가식은 집어 치우지 내 손에 이걸 쥐어준 시점에서 안 통할 거란 사실은 네가 더 잘 알텐데?”
그렇게 말하면서 길드장이 꺼내든 것은 저번에 있었던 일을 무마하기 위해 건네준 모험가 길드 공적치 카드였다.
길드장은 공적치 카드를 마치 트럼프카드 날리듯이 나에게 날렸고 나도 가볍게 받아들었다.
“......도대체 네 녀석이 뭐 하는 놈이길래 길드 본부에서 그렇게 받들어 모시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하, 그런 말을 듣고도 저를 이렇게 불러내다니 용감하시네요?”
협박에 가까운 나의 언동에 길드장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옆에서 비서처럼 서 있던 안톤 길리배트의 얼굴도 새하얗게 질렸다.
“용...감? 용감이라......하하 이거 참 이 자리에 앉고서 그딴 말을 지껄이는 녀석을 만나는 건 처음이야...”
“그렇담 본인의 인생경험이 부족한 건 아닌지 재고해 보시는 게 어떠신지?”
무기를 안 들었다 뿐이지 혀로 서로를 베고 찌르는 설전 속에서 나를 여기까지 안내하느라 휘말린 리나와 비서로서 대동안 안톤의 얼굴은 백지장에 버금갈 정도로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시덥잖은 문답은 그만 집어치우자구, 이번에 널 부른 건 네 녀석에게......의뢰? 아니......부,부탁, 그래 부탁이 있기 때문이다”
부탁이라는 말이 어떻게 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지 단어를 말하면서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의뢰든 부탁이던 아무래도 좋은데......길드 본부로부터 전언 받지 않았나? 이런식으로 행동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
아무래도 저기압으로 일그러져 있던 얀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일그러졌다.
“...나를 길드 본부의 펜대나 굴리는 떨거지들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하는 그런 얼치기들과 같은 급으로 보지 마라 불쾌해서 견딜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길드장의 분노를 그냥 웃어넘긴다.
“길드본부에서 그렇게 싸고 돌 정도의 녀석이라면 뭐 한가락의 재주라도 있겠지!? 만약 없다고 대답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네놈의 목을 분질러주마!”
“재주가 있는지 없는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인가?”
길드장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넘어 전사의 표정을 뛴다, 시건방지게 앉아있던 자세에서 바로 출수 할 수 있는 자세로 앉은 자세를 고치고 가시바늘같이 뻗어온 살기의 다발이 얼굴을 저릿하게 만든다.
“휘~유 뭐야 길드장 그 정도 실력이면 그냥 댁이 나서는 게 빠르지 않아!? ”
물론 불가능하다는 것은 안다, 모험가 길드 법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안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렇다고 입을 닫을 이유 또한 없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기 싸움만 하다가는 끝이 없다, 슬슬 본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큭! 이 쯤 하지, 애초부터 신경쓰고 있었거든.”
“뭐?”
“사자의 미궁 클린 의뢰말이야, 결국 끝까지 못 했잖아? 난 한 번 시작한 일을 중간에 접는 건 싫어하거든?
하지만 일의 난이도가 그 전이랑은 극단적으로 달라졌잖아? 그러니까 추가 보수가 필요하다구 그것도 어지간한 걸로는 성에차지도 않으니까 말이야~“
나의 이 극단적인 갑의 자세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얀의 표정은 의외로 평온했다, 아까전처럼 일그러지지도 않았고 전의에 불타지도 않았다.
“보수? 보수라...맞는 말이야, 여태까지의 시덥잖은 잡소리와는 달리 이제야 나도 납득할 수 있는 말을 해 주는군, 좋은 징조야 이제야 대화가 성립하겠어”
“말이 기내 그래서 보수는?”
솔직히 궁금했다 저 오만하고 건방진 길드장이 도대체 보수로 어떤 걸 제시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보수는 나다”
“......?”
????????
뭐? 이 여자는 지금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거지 머리가 마치 쇼트된 전구마냥 파직파직 소리를 내면서 과열 되는 것 같다.
“......난 여자가 그런 말 하게 하고 좋아하는 그런 변태가 아니다......그,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게 좋지 않을까?”
“?”
잠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해 의문스런 얼굴을 띄우던 길드장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르더니 끝내는 붉게 잘 익은 사과마냥 발갛게 물들었다.
“너, 너 이 자식!? 무,무,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내,내가 말하려던 그런 게 아니야!!”
그렇게 한 차례 윽박을 질러대던 길드장은 잠시 심호흡후에 진정된 것인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어떤 이유인지, 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어,
그리고 거기에는 나같은 사람의 도움이 필수 불가결 아니겠어? 그런 의미에 보수로 나를 준다는 것은 나와의 친분을 보수로 건다는 뜻이다”
나는 길드장의 말을 잠시동안 천천히 음미하듯 장고를 거친 끝에 말을 이었다.
“......그거 어차피 길드본부 사람들이 너에게 부탁한 사항아니야? 구태여 그런 귀찮은 일을 해 가면서 너와의 친분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나?”
“너는 그런 얼굴도 모르는 얼간이들의 명령에 억지로 움직이는 나와 내 스스로 너에게 협조하는 나 중 어느쪽을 고를래?”
놀랍다, 폼으로 저런 어린 여인의 몸으로 에이던 같은 거대 도시의 길드장을 하고 있는게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그녀가 던진 거래의 내용은 거꾸로 풀이해보자면 내가 이 보수를 받아들이지 않을겨우에는 앞으로 공적치 카드의 권한으로 무언가를 요구할 때 그녀는 결코 최선을 다해 응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점이다.
빙 둘러 말해서 이 쪽에서 일 대충하는 꼴을 보기 싫으면 의뢰를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대담하고 건방지고 또한 자신감이 넘친다.
딱 내가......
“...싫어하는 타입이군”
그러니까...
“일단 얻어터지고 온 녀석들이나 만나러 가자고”
“큭! 받아들인 걸로 이해하도록 하지”
이렇게 에이던 모험가 길드장 얀 캐리어와 @#$#$#%^% 조니 잭슨 사이의 거래가 성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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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정적이 머무는 병실의 안에는 5명의 부상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세간에서는 에이던 던전거리의 기대받는 신성이라 불리는 카리아 파티, 그들이야말로 이 병실의 주인이었다.
그 중 세명 뱅크와 아일리 그리고 플레어는 부상이 심해서 아직 까지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경상인 로리와 카리아도 그들이 격게된 일련의 사태로 완전히 마음이 꺾여버려 있었다.
데몬 나이트
S랭크 모험가를 목표로 하는 자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세간에서 떠드는 '관문' 이라고 불리는 마물들이 존재한다.
그 첫 번째는 용종의 위계 중 위에서 네 번째에 존재하는 용언 마법과 비행, 브레스 까지도 사용하는 주룡主龍[PRIME DRAGON]
두 번째는 야수계통 몬스터 중에서도 초고속 이동과 전격과 화염을 사용하는 고등 야수 몬스터 실버니악 그랜드울프[silverniac grand wolf]
세 번째는 부정형에 계속해서 변형하고 어지간한 물리공격에는 면역인데다 생명력도 어마어마한 슬라임의 상위 몬스터 울트라 블롭[ULTRA BLOB]
네 번째는 어지간한 마법에는 내성을 가진 초거대 무기물 마법 생물, 마법의 철로 만들어진 전투 골렘 마기니움 골렘 [MAGINIUM GOLEM]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가 언데드 계열 마물 중 최강 중 하나라 평가받는 끝없는 재생력과 기사의 검술 그리고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데몬 나이트[DEMON KNIGHT]
카리아는 알게 모르게 자신이 있었다.
에이던 최고의 유망주라 불리는 자신이라면 이 S랭크 관문 몬스터들도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닐거라는 자신이......
하지만 아니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스킬’들은 데몬 나이트에게 아무 소용이 없었고 자신은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굴 뿐이었다.
그렇게 무모하게 앞으로 나선 자신을 지켜주느라 뱅크와 아일리, 그리고 플레어가 중상을 입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도망치게 하기 위해 신쥬는 자신의 몸에 부담이 되는 기술을 쓴데다 결국에는 데몬 나이트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윽, 흐윽 내가 약해서”
“카리아씨 그렇게 자책하지 마세요,그저 저희들이 약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이에요”
그렇게 자책하는 카리아를 달래는 로리였지만 어쩐지 그 말에는 차가움이 배여있었다, 물론 그녀도 카리아를 책망하거나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그녀 자신에게 가지는 혐오감 떄문이었다.
그녀는...
그녀는 중앙과 달리 수십 개의 나라가 밀집해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서방의 한 왕국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기사가문에서 태어났고 그녀 자신도 무의 길을 걷는 것에 한줌의 거리낌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바로 왼손잡이라는 것이었다.
얼핏 작은 차이로 보이는 이것은 기사를 목표로 하는 그녀에게는 매우 큰 시련이었다, 우수 검법에 비해 좌수검법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매우 좁았고 그렇기에 그녀는 항상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남길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만족할 수준의 검술을 손에 넣기 위해 집도 가족도 모두 버리고 떠났다.
그렇게 여정 끝에 전수 받은 좌수검법과 그와 함께하는 마검술은 그녀가 강해졌다고 실감하기에는 충분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모험가가 되었고 많은 곳에서 활약했고 나름의 성과도 남겼다.
그렇게 무를 연마하며 떠돌던 중 그녀의 발길은 중앙 지방까지 닿았고 때 마침 그녀가 그 곳에 당도했을 때 즈음 일어난 전쟁에 그녀는 참여하게 되었다.
무사수행을 거듭하던 중이던 그녀는 구태여 승산이 떨어지는 쪽으로 붙었고 그렇게 그녀는......
신세계를 맡이하게 된다.
그녀가 참여했던 전쟁은 아홉왕관의 까마귀가 제국을 전복시킨 전쟁 ‘일 년 전쟁’ 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전쟁에서 압도적인 벽을 마주했다.
강하다
이 한 마디로는 도저히 묘사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들을 마주하고서 그녀의 마음은 고양되었고 동시에 반쯤 꺽여버렸다.
물론 그녀도 이 세상에 자신보다 강한 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고 만난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일 년 전쟁에서 본 것은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의 무언가였다.
전쟁이 끝나고 그녀는 맹세했다, 더욱 강해지겠다고.
다시는 이런 비참함을 맛보지 않겠다고.
그랬는데......
‘강해졌다 생각했건만......오만했구나 또 오만했어 어떻게 이렇게 발전이 없는 거냐 로리 스튜어벨!’
그렇게 두 명이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에 빠져있는 사이 병실의 문이 열리고 4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야,얀 길드장...아,아니 안톤 부장 여기에는 무슨일로...?”
“됐다 쓸대없는 배려는 필요없어 로리, 여기 있는 녀석들은 전부 내 정체를 알고 있으니까”
로리의 배려를 가볍게 받아넘기고 길드장은 병실에 누워있는 면면들을 둘러봤다.
경상인 카리아와 로리는 그나마 운신에 제약이 없는 수준의 부상만 입었지만 나머지 세 명은 끔찍했다.
말 그대로 부딪치고 깨지고 부러지고 뭉개졌으며 으깨지고 박살났다.
뱅크는 조금만 더 상처가 깊어으면 팔이 잘렸을 것이고 아일리는 조금 만 지혈이 늦었으면 명을 다했을 것이다.
플레어는 베인 부위가 조금만 안 좋았다면 시력을 잃었을 것이다.
참담하디 참담한 패배를 겪은 파티의 리더 카리아의 상태도 역시나 정상이 아니었고 그나마 연륜이 있는 로리가 정신을 제대로 잡고 있었다.
“소개하지 이쪽은 폴, 그냥 폴이라고 불러라”
그렇게 소개받은 것은 잭슨이었다,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거기에 무슨 조화를 부린 것인지 별로 어둡지도 않음에도 그 안쪽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분명 조니 잭슨이었다.
가명을 쓰는 이유는 간단했다, 애초에 스스로의 정체를 감추는 것에 협조받는 것을 조건으로 협략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에게 구태여 본 모습으로 나타날 필요는 없었다.
물론 길드장과의 대화를 목격한 안톤과 리나의 입막음도 이미 끝난 상태였다.
“로리 힘든 상태겠지만 다시 한 번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말 해주겠나?”
“아, 네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그렇게 로리가 전한 사자의 미궁에서의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들이 조사를 위해 들어간 사자의 미궁은 이미 그 옛날의 사자의 미궁과는 완전히 다른 장소였고 수많은 흑골의 언데드에 데스 나이트에 무수한 벤시와 레이스까지, 말 그대로 인세에 강림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이미 고위 언데드게열 던전의 공략을 몇 번이나 공략해온 카리아 파티가 고전했단 것을 보면 이미 사자의 던전의 추정 등급은 A+~S-사이.
물론 이것조차도 최소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원래의 견습기사의 듀라한이 아닌 데몬 나이트의 존재.
그들은 필사적으로 맞섰지만 그들의 모든 기술은 소용없었고 궁지에 몰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위기의 순간 그들의 파티원 신쥬 하오린이 문파의 비전을 사용해서 잠시지만 데몬나이트의 눈을 끌었고 그 사이에 남은 파티원들이 도망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쥬 하오린이 납치됬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지?”
“......저희들이 3층의 입구에 도착했을 즘 신쥬는 결국 데몬 나이트에게 패배했습니다, 그런데 데몬나이트는 바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음에도 마무리를 짓지 않고 신쥬를 어깨에 짊어지고 사라렸습니다...그리고 그 이후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져서 아일리의 마법으로도 더 이상 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죠...”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길드장이 입을 열었다.
“고생했다, 너희들이 이렇게 많은 부상을 입은 것은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행동한 내 탓이다, 너희들의 치유 비용과 재활 비용 전부를 길드에서 보상하도록 하지
그러니까 이만 너희들은 이 건에서 손을 때라, 물론 신쥬의 일이 걱정되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걱정마라 그 건은 이 쪽에서 준비한 인원이 최선을 다해서 해결할테니까“
거기까지 말한 길드장은 나에게 눈 짓을 보내왔다.
“폴이다 아까 길두장이 소개했으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겠지 지금 이 순간부터 사자의 미궁에 대한 모든 전권은 내가 받아간다. 납치당한 너희들의 동료는 내가 구조해 줄테니 너희들은 이 사항에 대해서 이만 손 때라"
거기까지 말한 잭슨은 돌아서서 길드장을 보고 말했다.
“지금 당장 던전으로 들어간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저 녀석들의 동료의 생존율은 떨어질 테니까.”
“알았다 준비하도록 하지"
거기까지 말했울 때.
“자,잠깐!! 지,지금 지금 사자의 미궁에 들어간다는거야!? 나,나도 나도 데려가줘!! 신쥬를 구하고 싶어!!”
아까전 까지 무릎에 머리를 박고 혼자 절망에 빠져 있던 카리아가 실성한 사람처럼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이 튀어나와 소리쳤다.
“......너를?”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카리아를, 이 던전 거리의 스타라고 불린 남자를 위아래로 훓어보았다.
폴 던전러쉬에서 봤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그 모습, 꼿꼿하게 펴져 있던 허리는 겁에 질려서 웅크려있었고 빛과 총기가 깃들어있던 눈동자에는 이제는 칙칙한 절망과 어둠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음이 꺽여버린 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던전거리에서 살다 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인간군상이다.
던전을 돌다 동료를 잃거나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강한 몬스터에게서 도망쳐 온 이들이 그 전까지 그들을 지탱하던 용기와 희망 그리고 욕망까지 탕진했을 때 도달하는 영락한 몰골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행운아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살아 돌아왔으니까...
이제 저 남자는, 카리아는 글렀다.
그게 잭슨이 내린 결론이었다. 안내역으로든 뭐든 대려간다고 하면...
“거기 동글이 안경 따라와서 안내역을 좀 해주겠나?”
“도,동글이 안경!? 설마 저 말하는 겁니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로리를 무시하고 카리아는 잭슨을 노려보았다.
“내가 가겠다고 했잖아......”
“그만둬라 지금 그 몰골로 가봤자 짐이 되거나 죽기밖에 더 하겠나?”
“으득!”
바보취급 받은 것에 화가난 것일까 그도 아니면 동료를 구하러 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일까?
어느쪽이던 엎어져있던 카리아를 일으켜 세워 전투태세로 바꾸는 대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난 카리아야 A랭크 최고의 유망주! 그런 나한테 뭐가 불만이란거냐!!”
분노,혹은 굴욕감을 연료삼아 다시 일어나 자신을 노려보는 카리아를 마주보면서 폴은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카리아는 후드 안의 어둠이 보이지 않았기에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그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사실만은 전해졌다.
“뭘 비웃는 거야...도댜체 뭐가 웃긴거냔 말이다!!!”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야~그냥 자기 동료 한 명 지키지 못한 떨거지가 자기 자랑을 해대는 모습이 너무 가소로워서 그만~”
흔한 분노의 외침이나 욕설도 없이 카리아는 폴에게로 달려들었다.
한 순간에 폴의 면전까지 뛰어올라 날리는 돌려차기!
그러나
텁!
휘익!~콰앙!!
완벽한 타이밍으로 들어갔다 생각한 돌려차기를 허공에서 허무하게 붇잡혔고 그대로 잭슨의 손에 의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로리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내동댕이쳐진 카리아와 내동댕이친 잭슨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분명 완벽한 타이밍으로 들어간 카리아의 돌려차기가 잭슨에게 막혔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내동댕이치는 그 힘, 그 힘은 잭슨의 완력이 아니었다.
자신을 걷어찬 카리아의 돌려차기의 힘을 막아낸게 아니라 흘려넘기면 서 그 흘려넘기는 힘을 돌려차기를 날린 본인을 내동댕이치는 힘으로 전환했다.
즉, 그는 자신을 향해 공격을 날린 카리아를 바닥에 꽂아넣는데 단 1의 힘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지금 현재 그렇게 자신의 힘으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카리아는 기절하지도 또 다른 중상을 입지도 않고 그저 바닥에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런 카리아의 등 뒤의 나무 바닥은 마치 톳밥마냥 분쇄되어 있었다.
즉, 이것은 내동댕이쳐진 카리아의 몸이 바닥과 격돌하는 순간 카리아의 몸에 작용하던 운동에너지가 온전히 그와 격돌한 바닥에 파괴에너지로서 전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무슨...
“이 무슨 기술의 극치......”
로리 스튜어벨
평샹을 무를 추구하며 살아온 여인의 인생에서 목격한 기술 중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기예를 설마 이런 별거없는 병실에서 보게 될 줄은 그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술을 당한 카리아는 잠시 황당한 표정으로 자리에 대자로 뻗어있다 순간 자신을 내던진 남자를 보고는 몇 일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너, 너는 그 때 던전 러쉬의 후드나...크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리아의 얼굴을 잭슨이 밟았다.
물론 진심으로 밟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진심으로 밟았다면 카리아의 얼굴은 지금 쯤 망치로 내려친 수박마냥 산산히 부숴졌을 테니까.
적당히 쓸대없는 소리를 짓거리려는 카리아의 입을 막고 잭슨은 말을 이었다.
“...네가 지금 이딴 꼴을 겪는 게 뭐 때문이라 생각하나?”
“뭐,뭐!? 젠장 일단 이 발 치우고...윽!?”
시쓰럽게 발버둥치기에 잭슨은 발에 힘을 더한다.
“가르쳐주지...그건 네놈이 약하기 때문이다"
“약...하다고?”
“그래 약하기에 동료도 자기 여자도 하나 못 지키기고 도리어 지켜져서는 이렇게 비참하게 자책하고 있는거다"
아까까지 잭슨의 말에 하나하나 대꾸를 하던 카리아가 더 이상의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일동도 그저 그 말에 침묵할 뿐이었다.
“약해서!! 그저 빌어먹게 약했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의 힘을 필요한 정도로 쓸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렇게 윽박지르며 카리아를 압박하는 잭슨의 모습도 슬퍼보이는 것은?
“그러니까 이렇게 너절하게 잃어버리는 거다, 이렇게 어찌할 바 없이 허무하게 잃어버리는 거다. 태만하게 자신을 과신하고 만족해버렸으니까 이렇게 되버리는거다"
이미 절망한 사람에게 이어지는 이루 말로 표현할 길 없는 비난 속에서 결국 절망한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그 모습에 만족한 듯이 잭슨은 미소지었다.
“없다. 잃어버린 순간 끝난거다 네 녀석은 스스로의 태만 때문에 소중한 것을 영원히 잃어버린거다"
사형선고였다.
그 말을 들은 카리아의 입이 서서히 크게 벌어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규가 울려퍼졌다.
잠시간 그 절규를 듣고 있던 잭슨은...
“하지만!”
이렇게 다시 그의 절규를 그치게 했다.
“넌 정말 운이 좋아, 정말 정말 정말 빌어먹게 부러울 정도로 운이 좋다고”
“뭐...가 뭐가 운이 좋다는 거야!?”
그 말에 잭슨은 조용히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내가 있다"
순간 병실이 조용해졌다.
차가울 정도의 침묵속에서 잭슨은 말을 이었다.
“단 한번, 단 한번만 너의 더러운 태만에 대한 결과를 없었던 걸로 해주마...그 다음 네가 어찌할지는...뭐 너의 선택이지"
거기까지 말하고 잭슨은 카리아의 얼굴에서 발을 땠다.
카리아는 얼떨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에게서 뒤돌아선 폴, 아니 잭슨의 등을 쳐다보았다.
어째서일까? 자신을 모욕하고 내동댕이치고 짓밟은 남자의 등이 이리도 넓고 믿음직해 보이는 것은?
“뭘 멀뚱멀뚱 보기만 하는 거냐? 뺏긴 여자를 되찾으러 가야지?”
“...네....네!”
절망의 어둠이 자리잡았던 카리아의 눈동자에는 희망과는 다른 용기와도 무언가 어긋난 새로운 광체가 깃들어있었다.
그렇게 병실 일동에게 가지각색의 시선을 받고 있던 잭슨은 후회하고 있었다.
너무 나섰다 그리고 나무 거칠게 대했다.
어느정도 자제하려 했지만 카리아의 모습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나약함으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는 절망하는 저 소년의 모습에 아직도 흐릿해지지 않는 과거의 모습을 겹쳐봤기 때문일까?
지금은 어찌돼든 좋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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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걸었던 길을 걸으며 무장을 갖춘 잭슨은 이상한 감회에 젖었다.
생각해보면 요 근래의 이런저런 사건들은 결국 모두 여기서 시작된 거니까...
이전과 달리 삼엄한 경비와 더해진 주법결계를 보면서 잭슨은 자신의 뒤를 따르는 이들과 같이 사자의 미궁의 입구로 향했다.
던전 거리의 유망주 검은 쌍검의 카리아, 그런 카리아 파티의 믿음직한 맏언니이자 좌수검과 마법검의 달인 로리 스튜어벨, 모험가 길드의 한 부서의 장이자 전 A랭크 모험가 안톤 길리베트, 그리고 길드에서 보낸 수수께끼의 조력자 폴...이 아니라 B(?)랭크 모험가 조니 잭슨이 이제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사자의 미궁으로 그 발을 내딛었다.
조연인 리나 케이커스와 시스터 마리아의 컨셉화를 그려봤습니다~
부디 재밌게 보시는 김에 좀 더 즐거워 지셨기를!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서도 연재 중입니다. 한 번 들러주시는 거 만으로 큰 힘이 됩니다~
https://m.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840773&page=1#volume23
다음번에는 더 재밌는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