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다양한 세계를 드나들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녀는 그 힘을 이용해 수많은 세계를 여행했고, 수많은 존재를 만났답니다.
여느 날과 같이 세계들을 여행하던 그녀는 어느 한 세계에 도착하게 되었답니다.
그 세계는 다른 세계에 비하면 별 볼 일 없는 세계였어요.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낮과 밤이 교차하고, 그곳을 살아가는 존재들만이 유일한 특이점이었답니다.
그녀는 그 존재들을 찾아갔어요. 거기서 그녀는 한 나그네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그녀를 본 나그네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어요.
“아름다운 아가씨, 그대의 모습은 여기 있는 이 산보다 크고, 밤하늘의 별을 몸으로 품고 있군요.”
여신은 나그네의 말을 듣고, 자신의 몸을 나그네와 비슷하게 줄였습니다. 그러자 나그네가 다시 말을 걸었어요.
“그대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신기한 재주도 갖고 있군요. 아가씨,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대의 이름을 말해주지 않겠나요?”
그녀는 갑자기 생각에 빠졌어요. 그래요. 그녀에겐 이름이 없었어요. 그녀에겐 자신은 그저 ‘자신’이었을 뿐이었어요. 그녀는 그 사실을 나그네에게 말했어요.
“그대는 정말로 신비한 분 이로시군요. 또 한 번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그대의 이름을 지어도 되겠나요?”
그녀는 그것을 승낙했습니다. 나그네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어서 말을 꺼냈어요.
“그대의 이름은 오늘부터 “아르 메디나”가 어떻소? 우리들의 언어로 ‘밤하늘 속 빛나는 별’이란 뜻이랍니다.”
그녀는 그 이름이 맘에 들었답니다. 그리고 그 나그네 또한 맘에 들었어요. 그녀는 나그네와 함께 은하수 아래에 앉아 다음 날 아침이 될 때까지 대화를 나눴어요. 나그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어요.
“아가씨, 난 이만 집으로 돌아가야만 해요. 만약 갈 곳이 없다면 우리 마을에서 지내는 건 어떤가요?”
하지만 그녀는 다음 여행으로 나아가야만 했어요. 그녀는 거꾸로 나그네에게 제안했어요.
자신과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 말이죠. 하지만 나그네는 거절했어요.
“제안은 고맙지만, 우리 부족은 현재 전쟁이오, 나는 우리 부족의 족장으로서 부족의 생존과 부족민들의 안전을 위해 남아야만 하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들은 날 필요로 할 거요.”
나그네는 부족의 족장이었고, 부족은 현재 전쟁 중이었답니다. 그녀는 이것을 무척 아쉬워했어요. 그래서 그녀는 나그네에게 몇 가지 선물을 주고자 했어요. 정오가 되자 그녀는 다시 한번 거대한 모습으로 변했어요. 그리고 전쟁 중이던 모든 부족들에게 찾아갔어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하는 자도 있고, 두려워하는 자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곤 한 가지를 느꼈어요. 그녀가 하는 말에서 무척이나 큰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들은 무기를 버렸고, 각 부족의 지도자들은 한자리에 모였어요. 그리고 그들은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를 약속했어요. 그렇게 각기 다른 부족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에게 자신의 권능이 담긴 거대한 수정을 3개를 선물했어요. 그녀의 거대한 힘 일부분이 담긴 ‘모체수정’과 그 거대한 힘을 조절하고 관리하기 위해 양의 수정 ‘아니아’와 음의 수정 ‘자니아’을 말이죠. 그 후 그녀는 나그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곤 그들의 미래를 기원하고 다시 여행을 떠났답니다.
그녀가 떠난 후 나그네는 공동체의 이름을 ‘여행하는 자들’이라 칭하고, 그들의 중심이 되어 공동체를 빠르게 번영 시켜 나갔답니다.
“...이상이,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수정의 기원과 ‘여행하는 자들’의 탄생 이야기를 아카데미 1학년용으로 편찬한 내용입니다. 무언가 궁금하신 것은 없나요 나비양?”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작은 수인 아이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그런 것일까.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우우, 아르.. 아르 메다나…? 모체수정..? 나비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메다나가 아니라 메디나입니다. 나비양, 이해가 힘드시다면, 유아용으로 편찬된 내용도 있으니 그쪽을 읽어드릴까요?”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음. 아니, 괜찮다. 이해는 잘 안 가도. 재미. 있었다.”
“결국. 메디나는 어떻게. 됐을까?”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그 이후 여신이라 불리며 하나의 종교로도 만들어졌답니다.”
“‘여신교’라고도 부른답니다. 그리고 그녀가 준 3개의 수정 중 음의 수정 ‘자니아’가 이 연구소의 동력원이죠.”
“모체수정은 수도에. 양의 수정은 여신의 삼림에 있답니다….”
목소리는 말을 흐렸지만, 아이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수도는. 어떤. 곳이야? 사람 많아? 건물 많아?”
“수도 ‘아이온데’에는 모든 것이 많답니다.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작은 로봇들이 날아다니며, 건물 중엔 하늘을 찌를 듯이 긴 것도 있답니다.”
허공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말을 끝내자, 수인 아이가 있던 방에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서 있던 것은 푸른색 금속로봇이었다. 로봇은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어디 갔나 했더니, 나비. 분명 네 방도 따로 정해줬잖아. 근데 왜 계속 내 방에서 노는지 얘기해 줄래?”
“나비. 수호신님 기다렸다. 아트. 말해줬다. 수호신님 바쁘다고! 그래서. 기다렸다!!”
아이는 기쁘다는 듯이 귀를 쫑긋했다.
“나비양에겐 수정의 기원에 관해 얘기해주고 있었습니다.”
침대 옆까지 걸어 온 로봇은 아이 옆에 앉았다.
“아, 그 여신님과 “초대 관리자” 얘기구나. 그래 나비, 이야기는 잘 이해됐어?”
“처음 듣는 말. 많았다. 하지만. 재밌었다.”
로봇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기쁜 듯이 반응했다.
“그래? 그러면 됐어. 난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소설인가 싶더라고. 자 밥 먹으러 가자. 슬슬 저녁 식사 시간이잖아?”
수인 아이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맞다. 배가 꼬르륵하다!”
“먼저, 식당에 가 있으렴. 저녁 반찬은 고기볶음이란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방을 방방 뛰어다녔다.
“나비. 고기 좋다! 빨리 먹고 싶다!”
“자자, 나비. 먼저 가서 손 씻고 있으렴.”
아이는 짧게 대답을 하곤 방을 뛰어나갔다.
방 안엔 로봇만이 남았다.
“아트, 어디까지 얘기했어?”
짧은 정적이 흐르더니 작은 창에서 말이 이어졌다.
“카일님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수정과 여신, 그리고 수도와 삼림까지입니다.”
“그래, 역시 아트네. 나머진 내가 얘기할게. 나비도 이제야 시설 생활에 적응한 거 같은데, 너무 부담 주기는 싫단 말이야.”
“나비양이라면 분명 힘내라고 응원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너무 나중은 안됩니다. 분명 상처받을 겁니다.”
“너무 걱정 마. 아트, 다음 탐색 전에는 말하려고 했으니까 말이야.”
“그럼 즐거운 식사 되시길, 그리고 다음 탐색을 위한 충전까지 일주일 남았습니다. 카일님.”
말이 끝나자 창이 사라졌다.
“가끔씩은 아트가 참 무섭단 말이야.”
라고 로봇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순진 난만한 그 아이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 로봇이 다른 세계를 여행하며 찾는 것이 사라져버린 로봇의 고향과 다른 수정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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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19.12.10 21: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