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란트가 황제의 대전에 들어섰다. 이 사실 앞에 ‘순순히’라는 부사가 붙어있자 아벨란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그가 출두하는 과정에서 죽어나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그들은 황제 앞에 출두한 자가 정말로 아벨란트가 맞는지 의심했다.
“죄인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 황제폐하께 출두하였나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벨란트가 죄인이 입는 칙칙한 모직 옷을 입고 황제 앞에 부복하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불충정신이 투철하던 작자가 저러다니. 세상이 멸망할 때가 되었나?’
사람들이 의심에 차거나 말거나 아벨란트는 황제에게 고했다.
“폐하, 소신은 평생을 제국을 위하여 헌신하였나이다. 제국이라는 나라가 나기도 전부터 초대 황제폐하의 곁에서 싸웠으며 제국이 건국된 이후에도 제국의 검으로서 제국의 적을 무찔렀나이다. 소신은 그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았나이다.”
사람들의 표정에 경멸의 빛이 섞이기 시작했다. 죄인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보다 먼저 감형을 위한 변명을 시작한다면 평균적인 도덕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아벨란트가 이어서 말했다.
“그것이 소신의 죄이나이다.”
경멸이 의아로 바뀌었다.
“인간으로 나고서 자긍심이 없는 자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나이다. 살아있지만 단지 살아만 있는 인간을 어찌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나이까. 사람의 영혼에 자긍심은 등불의 불과 같나이다. 잠깐이나마 꺼질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켜지지 않는 등불을 등불이라 할 수 없을 것이나이다. 그러나 그 불이 커져 등불 그 자체를 태울 수 있나이다. 우리는 그것을 오만이라고 하나이다.”
의아가 이해로 바뀌었다.
“자긍심이 있는 자는 스스로를 밝히고 주위를 밝히지만 오만한 자는 스스로를 불태우고 주위를 불태우나이다. 소신의 죄는 오만이나이다. 소신은 오만하여 제가 이룩한 것들을 저의 면벌부라 여겨 방탕하고 퇴폐적인 짓을 거리낌 없이 행하여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되었나이다.
소신을 온전히 폐하께 맡기겠나이다.
소신의 죄를 알려주시옵소서. 소신은 오만하여 스스로의 죄가 얼마나 큰지 알지 못하게 되었나이다. 소신에게 벌을 내려주시옵소서. 소신은 오만하여 스스로의 죄를 씻는 법을 잊었나이다.”
대전을 가득 채운 사람만큼이나 많은 침묵들이 대전에 있었다. 대전에서 일어나는 일은 빠짐없이 기록하는 대전서기관조차도 무의식적인 의무감으로 아벨란트의 말을 전부 기록한 후에 멍하니 자신이 쓴 글을 내려다보았다.
아벨란트는 제국최악의 난봉꾼이었다. 그리고 제국 최고의 검사였다. 아니 그가 이룩한 일을 생각하면 인류 역사상 최고의 검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한 아벨란트는 황제에 대한 불충스러운 태도로도 유명했다. 황제의 소환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거절하고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해 소환에 따를 때에도 마지못해서 나왔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초대 황제를 포함한 제국의 모든 황제를 섬겨본 적이 있는 자이기에 새로운 황제는 아벨란트를 무시하지 못했다. 황제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일개 대공이 아니라 제국의 역사이자 제국의 검이었다. 그것은 대를 이어가면서 두터워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황제조차도 아벨란트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황제가 아벨란트를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귀족들이 서로에게 영광스러운 의무를 떠넘긴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그런 그가 지금 황제 앞에 부복하고 자신의 오만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황제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대전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오만의 죄는 언제나 무지를 동반한다. 스스로를 알지 못하기에 오만하고 오만하기에 스스로를 알지 못한다. 이 악순환은 외부에서 개입하지 않는 한 깨지지 않는다. 허나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는 스스로의 힘으로 그 고리를 깨었다.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는 스스로의 죄를 알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여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스스로의 죄를 알지 못하는 자라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는 스스로의 죄를 씻는 법을 잊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여에게 벌을 내려 달라고 청하고 있다. 스스로의 죄를 씻는 법을 잊은 자라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여는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에게 찬사를 보낸다.”
황제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코로 길게 내뿜었다. 황제는 눈과 함께 입을 열었다.
“허나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가 죄를 범한 이상 그에게는 벌이 따라야한다. 규칙을 어긴 자에게는 벌을 내려야한다. 한 사람을 벌하여 앞으로 있을 죄인에게 미리 경고를 보내야한다. 죄인을 벌함으로서 죄인에게 해를 입은 자들에게 위안을 주어야한다. 이에 예외는 없다. 공명정대함을 잃은 법은 영혼이 없는 인간처럼 공허하다.”
황제는 아벨란트를 보며 말했지만 황제의 말은 대전에 있는 모든 사람을 향해 있었다.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는 고개를 들어 여의 명을 들으라.”
아벨란트는 고개를 들었다. 아벨란트의 시선 끝에 제국의 황제가 있었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그 위상이 어떤지는 상관없다. 그 알맹이가 어떻던 상관없었다. 제국민 전체의 목숨과 제국 전체의 부를 가진 자였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인류 문명의 정점에 서 있는 자가 있었다.
황제가 명했다.
“여는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에게 스스로의 죄를 씻을 기회를 주겠노라. 아벨란트 씨아이 디하이거. 겹쳐진 세계로 떠나 제국에 공헌하라. 그 기간은 30년. 그 기간 동안 현 세계로 돌아오는 것을 윤허하지 않겠다. 출발은 한 달 후. 그 전까지는 지금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서기관! 여의 명을 복창하라.”
대전서기관이 자신이 기록한 황제의 명령을 읽었다. 대전에 있던 자들은 생각보다 가혹한 처벌이라고 생각했다. 아벨란트가 저지른 신성모독을 몰랐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황제의 판결이 어떤 의미인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 중에 진실에 도달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서기관의 복창이 끝났다. 아벨란트는 다시 부복하였다.
‘하. 시발. 奀같네.’
아벨란트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그러나 이것이 메이브가 말한 해결방법의 일부였다. ‘황제에게 죄를 고백하고 벌을 받아라. 어떤 말을 해야 할 지는 내가 전부 써주마. 다른 말은 하지 마. 허튼 소리 했다간 전부 물거품이 된다.’ 속마음이야 어쨌든 그는 메이브의 말을 철저히 따를 것이다.
“폐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씨아이 대공령의 중심도시 디하이거. 자신의 성을 딴 도시의 중심에서 아벨란트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사흘밤낮동안 칼을 휘둘러도 피곤해지지 않는 그였지만 3시간 동안 진행 된 회의는 그의 진을 전부 빼놓았다.
회의 장소는 그가 소속된 단체와 이름이 같은 검 회랑. 그곳에서 최고 상석인 검좌에 앉은 채 그는 3시간 동안 검 회랑의 미래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의 의제는 차기 검좌의 주인의 발탁. 아벨란트가 검좌의 주인으로서 권리만 행사했을 뿐 실무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30년 동안 그가 부재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는 건 자명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여러 후보가 거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아벨란트의 제자들이었다. 아벨란트가 창안한 검술이 주류검술이라는 것 외에도 여타 검술들도 알음알음 아벨란트의 검술에 영향을 받았기에 검 회랑에서 아벨란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검 회랑에 소속된 대가들은 대세에 순응하고 빠르게 회의를 진행시켰다. 사실 회의가 길어지면 아벨란트가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는 것이 눈에 보였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검 회랑 내에서 아벨란트는 무소불위의 폭군이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게 방금 전. 아벨란트는 개인 휴게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 사람은 세 명이었다.
발소리가 들리더니 휴게실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이 뛰쳐 들어왔다.
“스승님!”
제일 첫 번째로 도착한 것은 애제자 중 한 명인 ‘검무희’ 비에놀라 나피에였다. 원래는 창 녀였으나 우연히 그녀를 샀던 아벨란트가 그녀가 추는 검무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제자로 받아들인 여인이었다. 길이가 같은 쌍검을 춤을 추듯이 휘두르며 물처럼 빈틈을 파고드는 나피에 검술의 대가이자 전승자였다.
그리고 예뻤다. 엄청.
비에놀라는 거리낌 없이 아벨란트의 품에 뛰어들었다.
“어이쿠. 피에. 너도 옛날만큼 가볍지는 않구나.”
아벨란트는 웃으며 비에놀라를 끌어안아주었다. 비에놀라는 아벨란트의 무릎위에 앉은 채 아벨란트의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스승님. 스승님.”
검의 대가이고 나이도 결코 적지 않았건만 비에놀라는 예나지금이나 아벨란트 앞에선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렸다. 아벨란트는 앞으로 이 사랑스러운 제자를 보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크나큰 상실감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스승님? 사레사 키예르나입니다.”
“들어와.”
두 번째로 도착한 것은 애제자 중 한 명인 ‘천공검’ 사레사 키예르나였다. 원래는 귀족가문의 차녀로서 여타 귀족여인처럼 남자에게 복속되는 삶을 살아야했으나 그것을 거부하고 아벨란트에게 자신의 몸을 팔아 검술을 산 여인이었다. 날이 없고 끝만 뾰족한 송곳 같은 장검으로 모든 것을 꿰뚫는 키예르나 검술의 대가이자 전승자였다.
그리고 예뻤다. 엄청.
휴게실로 들어온 사레사는 아벨란트와 비에놀라를 보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온 사레사는 아벨란트에게 말했다.
“앞으로 스승님을 뵙지 못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무표정하게 아무런 고저도 없이 말하니 예의 때문에 마지못해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 충분했다. 그러나 아니다.
아벨란트는 말없이 사레사에게 비어있는 자신의 무릎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사레사는 잠시 머뭇거린 후에 아벨란트의 무릎 위에 엉덩이를 얹었다. 아벨란트는 사레사의 머리를 끌어 안았다. 사레사는 눈을 감고 아벨란트의 가슴에 기댔다.
아벨란트는 양 무릎에 한 명씩 애제자를 앉힌 상태에서 오지 못한 다른 애제자들도 생각했다. 전갈이 닿지 않은 자도 있을 것이고 전갈이 닿았지만 무시한 자도 있을 것이다. 전갈이 닿아 오고 있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아벨란트가 사랑하는 애제자였다. 30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남아있는 자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아벨란트처럼 인간을 초월하는 초월자가 되지 않는 한 그들은 평범한 인간의 수명대로 살다가 죽게 될 것이다.
아벨란트가 가르친 자는 여럿이었지만 지금까지 아벨란트처럼 초월자가 된 자는 한 명뿐이었다.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벨란트는 인상을 썼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이어서 목소리가 들렸다.
“스승님! 스승님의 제자 베를란입니다!”
“……들어와.”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유일한 그냥 제자인 ‘검자’ 베를란이었다. 아벨란트가 미모만 보고 받아들인 제자였으나 실상은 그 미모를 뛰어넘는 재능을 소유한 자였다. 아벨란트의 문하에서 모든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고 초월자가 된 유일한 제자였다. 그리고 방금 전의 회의로 차대 검좌의 주인으로 발탁된 자였다.
그리고 예뻤다. 엄청.
참고로 다른 제자들은 전부 ‘애제자’이지만 베를란만 유일하게 ‘그냥 제자’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제자들은 전부 여자였지만 베를란은 유일하게 남자였다. 제국역사상 최악의 난봉꾼이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아벨란트의 최악의 과오 중 하나였다. 어떻게든 쫓아내려고 말도 안 되는 과제를 내줬는데 그걸 전부 이룩하고 초월자가 되어버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벨란트의 말이라면 결코 의심하지 않는 열성적인 제자인지라 ‘여자를 멀리 하거라.’라는 아벨란트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수행하는 제자였다. 아벨란트는 다 포기하고 최악의 연적이 생기지 않은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베를란은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스승님 어찌하여 저희를 버리고 떠나시는 것이나이까.”
아벨란트난 마지못해 대답했다.
“내가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것이겠느냐. 나의 과오가 나를 그곳으로 이끄는 것이겠지.”
“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가혹한 벌을 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과오만 있고 업적은 없단 말입니까? 스승님만큼 인류에 헌신한 자가 또 누가 있단 말입니까! 짐승도 은혜를 입으면 잊지 않는 법인데!”
‘그……저기……사람한테 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신한테 죄를 저지른 거라……’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벨란트가 말을 삼키느라 잠시 머뭇거리자 베를란은 탄력을 받아 외쳤다.
“배은망덕한 자가 활보하고 스승님 같은 자가 세상을 떠나는 것은 잘못 된 일입니다! 스승님! 말씀만 하십시오. 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습니다!”
아벨란트의 무릎 위에 앉아있는 두 애제자도 베를란의 말에 동조하는 듯이 아벨란트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아벨란트의 허락이 떨어진다면 세 제자들을 물론이고 다른 제자들. 그리고 검 회랑에 소속된 모든 대가들. 그리고 그 대가들의 모든 제자들이 제국에 반기를 들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벨란트도 조금 솔깃하기는 했다. 황제를 몰아내고 자신이 황제가 된다면 자잘한 일로 자신을 귀찮게 할 사람은 없어질 테니까. 기습을 한다면 승산도 있었다. 그러나 아벨란트는 고개를 저었다. 충심이나 의무와 책임 때문은 아니었다.
아벨란트는 메이브의 말을 떠올렸다. ‘죽을 사람처럼 신변을 정리해. 하지만 네가 신변을 정리할 때 네 제자들이 널 위해서 황제와 싸우겠다고 날뛸 거다. 진정시켜. 만약에 네가 황제와 대립하겠다면 난 너의 편을 들지 않을 거다. 절대로 잊지마라.’
아벨란트는 잊지 않았다. 그래서 외쳤다.
“불경한 놈! 제국의 은혜를 받으며 살아가는 주제에 감히 황제폐하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황제를 경멸하고 황제가 없는 자리에선 황제를 욕하고 황제의 말을 따르겠다고 하면서 속으로 욕을 하는 자의 말이었다.
“더 이상 듣기 싫다! 물러나라!”
스승의 명이 떨어지자 베를란은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베를란은 휴게실에서 나간 후에야 자신의 간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베를란은 그것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역시 스승님은 훌륭하신 분이시다. 비록 부당한 처우를 받으시더라도 자신의 의무를 다 하시는 분이시다.’
오히려 스승의 인격에 감동하고 있었다. 아벨란트가 제일 싫어하는 제자, 아니 아벨란트가 유일하게 싫어하는 제자이지만 아벨란트를 가장 따르는 제자였다. 만약 아벨란트 대신 죄를 치를 수 있으면 주저없이 치를 자였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베를란은 그런 스승님을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생각나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검좌의 주인이신 스승님이 귀환하시는 그날을 위해 스승님의 자리를 보존하는 것. 검 회랑을 더욱더 강성하게 하는 것. 베를란은 그 의무를 위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숙고하며 휴게실에서 멀어졌다.
휴게실의 안. 자신의 제자 중에서 제일 재능이 뛰어나지만 제일 싫어하는 제자를 쫓아낸 아벨란트는 남은 사랑하는 제자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크흐흐. 우리 피에가 못 본 동안 얼마나 컸는지 볼까?”
“아이참. 스승님. 저는 이제 컸다라는 말보다 늙었다라는 말을 들을 나이라니까요.”
“어허! 무슨 소리! 네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든 너는 언제나 나의 사랑스러운 피에다!”
“…….”
“질투하는 게냐, 사레사?”
“……예.”
“어구. 어구. 이 귀여운 녀석.”
……이래봬도 인류역사상 최강의 검사와 그 검사에게 검술을 전수받은 대가들의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