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들린 건 예쁜 드레스를 입힌 인형인데 버튼을 눌렀을 때 나오는 인사말이 이상하게 흘러나온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계속 달래보려고 하지만 새 인형도 같은 것도 싫다고 아이를 달랠 방법은 없다.
그러다 자기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잠깐 울음을 멈췄다.
남자는 방금까지 집중하느라 지끈거리는 눈꺼풀에 힘을 뺀 상태라 그런지 반쯤 감긴 눈이 피곤해 보였지만 아이에게 오라는 손짓을 해주자 아이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쏜살같이 그에게 달려가다 철푸덕하고 바닥에 얼굴을 부딪쳤지만 씩씩하게 일어나 다시 달려가서 인형을 불쑥 내민다.
엄마는 놀라서 달려와서는 죄송하다며 인형을 도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남자는 말없이 집고 한 두 번 둘러보고 버튼을 눌러 소리를 들어보고는 바로 드라이버로 인형을 해제해버렸다.
아이는 또다시 울상이 돼서 인형을 바라봤다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움직이는 그를 보고는 간신히 울음을 참아냈다.
이윽고 분리한 음성 판의 끊어진 구리선에 다른 구리를 녹인 것을 덧대서 이어지게 하고서는 다시 한 번 소리를 틀어보았다.
또렷하게 들리는 아이가 좋아하는 귀여운 목소리에 그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역순으로 조립한다.
마지막으로 원래대로 돌린 인형의 버튼을 눌러서 귀여운 목소리를 확인하고 주인에게 돌려준다.
아이 엄마가 그제야 그가 있는 가게가 수리점이라는 걸 알고는 가격을 지불하려는 걸 그가 손짓으로 그냥 가라고 한다.
활짝 웃는 아이와 따라서 미소 지으며 거듭 인사하는 모녀를 힘없이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고는
뒤에서 서슬이 퍼런 검을 들고서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여자와 마주한다.
“너도 차암~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내가 처리해주었을 텐데. 시끄러웠잖아?”
검을 들고 있는 게 아닌 검으로 변한 팔이 끼릭 철컥 하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리고는 사람과 똑같이 돌아온 자기 손을 움직여보고는
과시하듯이 일부러 팔짱을 끼며 자기 가슴을 올리며 그에게 다가간다.
“이제 일 끝? 그러면 이제 남자로서 힘 한 번 내고 한 숨 푹 자지 그래? 솔직히 나 말고는 써먹을 곳도 없잖아?”
누가 들으면 굉장히 야한 부부의 농담으로 들리겠지만 그들의 관계는 그런 게 아니다.
손을 붙잡고 조금 바라보나 싶더니 손가락을 하나하나 집고 움직여보다가 윤활유를 집고서 새끼손가락 마디 전체에 뿌리고는 깨끗한 헝겊으로 닦아내자 먼지와 기름이 섞여 나왔다.
조치 끝난 소지를 움직여 보고는 살짝 미소 짓지만 이미 돌아서 정리하는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자꾸 들러붙어서 귀찮게 굴지만 이미 그는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정리를 계속한다.
그러다 이미 눈앞에 와서 헛기침을 하는 손님이 있었다.
안드로이드는 잠을 잔다 안 잔다 말이 많지만 그들에게는 충전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기에 인간과 비슷하게 잠을 잔다고 말하
“안드로이드인가? 흥 기분 나쁜 것들. 됐수다. 저딴 것들의 힘을 빌려 여기 하고 있는 당신 실력도 보나마나 윽?!”
“아무리 내가 자비로워도 내 걸 모욕하는 건 싫더라. 여기서 죽일까나?”
그는 총에서 탄집을 꺼내 탄알을 한 번 보고는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겨 장전되어 있던 나머지 탄 하나를 꺼내 탄집에 꺼냈다.
그녀는 김 빠졌다며 다시 충전하러 들어갔고 조금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손님에게 되묻는다.
“아, 그 뭐냐. 총을 쏠 때마다 전보다 연기가 더 나는 것 같아서 말이지. 심할 때는 시야가 방해될 정도다.”
그를 따라 지하사격장까지 가서 분리했던 총신을 결합 후에 탄을 장전 후에 안전을 위해 탄집은 분리한 상태로 방아쇠를 당겼다.
“뭐, 파괴력을 올리기 위해 공이부분을 바꾼 적 있지.”
곧바로 뺏듯이 총을 쥐고는 분리해서 공이뭉치를 꺼내들었다.
사복을 입고 있었어도 알 수 있는 옷이 깔끔하게 되어있는 건 군대에서 말하는 이른바 반듯하게 와 비슷했고 총도 표준 제식소총이
“기존 것에 맞는 이 7.62mm에는 공이가 너무 세. 발사된 탄이 총 내부에서부터 일그러져서 명중률도 떨어지고 깨져서 파편이 내부
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 이미 쐈을 때 전보다 덜 맞는 느낌도 있었을 텐데.”
정확했다. 어떻게 한 번 쏜 걸로 그만큼 알 수 있는지 궁금했다. 심지어 문제됐던 연기가 잘 나오지도 않았는데 거기까지 알아내다니.
“아, 음- 그러죠… 그런데 소염기까지 해서 가격이…”
터무니없었다. 비싼 게 아니라 그가 다녔던 가게들을 전부 비교해도 절반 정도 되는 가격에 이참에 여기서 탄까지 여기서 사가기로 했다.
서로 경어를 쓰며 그제야 거래 관계가 된 손님은 2시간 뒤에 오겠다며 다른 일을 하러 갔다.
그 말을 듣고 거짓말처럼 배에서 꼬르륵거리며 아우성을 해댔다.
그의 어깨를 잡고서 격하게 흔들어대면서 불평을 하는 디어.
“왜 또 2시간인데! 너 또 물도 안 먹었을 거 아냐!”
그리고는 쿵쾅쿵쾅 계단을 부술 듯이 뛰어올라가서는 지하실을 정리하는 그에게 물 한 컵을 내밀었다.
천천히 마시라는 디어의 말은 또 무시한 채로 물 한 컵을 한 번에 다 입에 넣고서 삼키다가 빈속에 한꺼번에 들어가는 물이 거슬려서 아직까지 빵빵한 볼을 천천히 줄여가고 있다.
한 숨을 쉬며 노려보다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서 묻는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정리가 끝난 지하실을 한 번 둘러보는 그에게 되묻는다.
“아까 보니까 냉장고도 비어가던데 간단하게 먹고서 장보러 나갈게.”
전쟁이 끝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기계들이 파손되거나 아예 박살나서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항상 같이 나가며 만약 부득이할 경우에는 무인 드론을 띄우고 그녀의 시야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해서 지켜본다.
“걱정도 팔자다. 너랑 나랑 알고 지내기 전부터 난 군 소속이었고 싸웠었다고.”
안드로이드들 중에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인간 편에 있는 경우도 많았으니 이상한 건 없었지만 같은 안드로이드들과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늘 생각해보긴 해. 그 때 네가 나에게 말 안 걸었으면 계속 군에 있었을까 하고.”
손님 소총을 만지면서 그가 짧게 말하고는 묵묵히 일 한다.
관심 좀 달라는 반려동물 마냥 그의 볼을 옆으로 늘어뜨리면서 장난을 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때의 너의 눈은 지쳤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심한 꼴이었는지 말이지.
뒤에서 그를 끌어안으며 싫어할 만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게 말을 삼킨다.
자기 어깨에 턱을 괴고 있는 그녀 어깨를 잡고 떨어뜨려 놓은 다음에 살펴본다.
안드로이드들도 기본 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살색을 띈다.
본인들이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도 많이 보이며
벽 모퉁이에서 얼굴만 빼꼼 내민 채로 히죽히죽 웃고 있는 애쉬가 보였다.
“딱히 충전이 많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어서 너~무 심심하더라구~ 그래서 지그 이랑 놀아주려고 했는데 네가 가끔씩 여우짓을 하는 게 차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