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푸른 하늘을 좋아했다.
하늘을 누비는 새를 좋아했다.
그는 새가 되어 날고 싶었다.
주름진 팔로 등을 문질었다.
소년은 노인을 좋아했다.
깨끗한 중절모를 쓴 모습을 좋아했다.
그는 어른이 되어 나란히 서고 싶었다.
작은 발끝을 세워 키재기했다.
시간이 흘러 노인은 중절모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하늘을 좋아하던 노인은 날 수는 없지만
언제나 하늘을 보고 있다. 등을 긁으면서.
때가 되어 청년이 된 소년은 자리에 앉았다.
청년이 좋아하던 노인과 같은 높이에 눈을 맞춘다.
그는 중절모를 쓴 노인을 좋아했다.
노인은 중절모를 쓰지 않고
청년은 하늘만 쳐다보는 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등을 긁을 뿐인 노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절모에는 청년이 좋아하던 노인의 향기가 남아있다. 그래서 그는 노인이 마지막으로 등을 긁을 때 그 얼굴에 중절모를 덮어주었다. 고약한 운명의 냄새가 옮았다.
청년은 노인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