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형광등처럼
내 삶은
얼마나 부질없던가
약간의 힘에
깨져버리는 나는
얼마나 한심하던가
나를 지켜낼 단단함도 없이
그저
부질없는 기억의 조각 잡고
단단히 버티려던 손부터
결국 깨져버리는 나는
얼마나 부질없는가
내 다리,
돌부리에 부딪히면
깨어져 박살나는
내 다리는 어떤가
아아, 나는 왜 이리도 구차하게
질기게 살아가려 하는가
이 부끄러운 삶을
그렇게 이어 나가려고 하는가
차라리 깨진다면
차라리 깨져버린다면
차라리 산산이 깨어져
가루마저 날려
사라져 버린다면
이 생 그렇게 끝난다면
그리 부질없을까
계속해서 부끄러울까
계속 상처받을까
이 눈물섞인 고백을
계속해야 할까
깨지려면 아예
깨어지고 깨어져
온전한 조각 안남기고
가루조차 깨어져
사라져야지
그리고서는 눈물을 진하게
한잔,
나의 가루를 타서 마시고
내 두 발이 선
이 공간에 사람하나,
나 대신, 이미 죽어 사라진 나대신
새로이 죽을 이, 새 희생양
다시 세워두고
내 가루로 사라져버린
나의 가묘에 내 이름
아로새기고
혼은 고이 접어
가묘 앞에 놓았다가
어떤 날에 한번쯤
깃발처럼 펄럭이면
저 하늘에 날려 보내고
날아오른 이 영혼
태양, 저 뜨거운 불덩어리에
꽂아버리고서
재조차 타버리면
그것으로 소실, 소멸
떠나는 이 목숨, 이 영혼엔
너희들의 기억조차
부질없는 것일 뿐
하찮아진 내 존재에 대한
성토와 성찰을 내뱉으며
나를 토해내고
이렇게 토해낸 나를 보며
자아에 회의와 환멸을 얹으며
깊은 상처를 느낄테니
이것이 나의 유서
이것이 곧 올 내 죽음
이것이 죽음에 대한 내 찬가
유일한 낭만의 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