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길어서 짤리네요...
용사님의 동료거든요? 용사님이 은퇴한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닌 것 같거든요? -8-
-----------------------
용사님은 다치시고, 유스빈 오라버니는 저에게 욕을 하시고, 보닌 씨는 유스빈 오라버니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저야 용사님의 일행이 된지 1년이 안되었습니다만 이 세 명은 오랫동안 동료였지 않습니까. 그 세 명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냈으니 여간 심각한 게 아닙니다.
단순히 용사님이 은퇴하신다고 일어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일어난 상황만 본다면 가장 큰 문제는 보닌 씨겠죠.
보닌 씨는 다혈질인데다가, 독선적입니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주먹을 휘두릅니다. 물론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한 게 없으면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했다고 해도 자신의 기준으로는 합당한 정도로만 폭력을 휘두릅니다. 저도 몇 대 맞은 적 있습니다만 그 때는 분명히 제가 잘못 한 것이었던 데다가 아프기는 했지만 다치지는 않았기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죠?
유스빈 오라버니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보닌 씨는 오랫동안 함께한 동료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유스빈 오라버니라면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 일을 했을 텐데 말이죠.
아, 물론 유스빈 오라버니가 정말로 죽을 정도의 잘못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전의 상황을 못 봤으니 이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역시 동료를 죽이려 드는 것은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동료를 죽이려 드는 게 잘했다는 거에요? 오라버니도 제정신이세요? 지금 오라버니가 죽을 뻔한 거라고요.”
유스빈 오라버니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내가 소리 지른 건 사과하지. 하지만 단편적인 면만 보고 판단하지는 마라. 자세한 설명은 일을 수습하고 말해줄테니까. 칼리만을 치료해.”
유스빈 오라버니의 목소리는 평온합니다. 방금 전에 소리를 지른 게 거짓말 같습니다.
“칼리만, 너도 다시 말하게 하지마라. 치료를 받아라. 지금 네가 이러는 게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거니까.”
“안 위험해?”
“이젠 괜찮다. 그러니 비켜.”
그제야 용사님은 유스빈 오라버니 앞에서 비켜섰습니다.
물론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기에 불안불안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보닌 씨는 여전히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있습니다. 자기 잘못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네요. 그래도 잠시 동안이나마 동료를 죽이려 든 것을 생각하면 용서하기는 힘듭니다.
유스빈 오라버니는 보닌 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조마조마해하면서 둘을 바라보았습니다.
“치료 안 해?”
용사님을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만 참으세요. 지금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용사님이라면 그 상태로도 버티시잖아요. 그리고 치료한다고 용사님이 무방비해지면 유스빈 오라버니가 위험해질 테고요.
그렇게 잠깐의 대치 후에 유스빈 오라버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보닌.”
보닌 씨가 움찔합니다. 그러나 그걸로 끝입니다.
“보닌. 고개 들어.”
이번엔 미동조차 없습니다. 잠시 동안 기다리다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스빈 오라버니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보닌 씨는 이번엔 좀 더 크게 움찔합니다.
“내가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제대로 설명도 안 해놓고 네가 다 이해했을 거라고 내 멋대로 믿었다. 그래서 이런 일까지 일어나게 만들었다. 미안하다.”
대충 견적이 나오네요. 보닌 씨가 멋대로 오해해서 유스빈 오라버니께 달려든 거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료를 죽이려고 하다니.
누가 보더라도 유스빈 오라버니가 잘못 한 것은 없습니다.
보닌 씨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예쁘장한 얼굴이 보입니다. 약간 수척해지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가련미를 부각시킵니다. 하지만 속지마세요. 미쳤어요.
“화……안내?”
“내가 화를 낼 이유가 없지 않나.”
“하지만……하지만…….”
조금 충격적이긴 합니다. 언제나 인간은 말 할 줄 아는 짐승으로나 보고, 오만방자한데다가 자존감이 넘쳐흐르던 보닌 씨가 저런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뭐, 그래도 동정할 마음은 안 듭니다. 그 정도의 잘못을 했으니까요.
“난 괜찮다. 칼리만이 다치긴 했지만……셰리드가 있으니 괜찮을 거다. 괜찮나, 칼리만?”
“조금 아프지만 괜찮아.”
어째 지금 분위기가 보닌 씨를 용서하자라는 분위기인데요?
와.
전부 제정신이 아니네요.
무슨 3류 소설입니까?
동료니까, 괜찮아?
와아아아아아. 유치해서 닭살이 돋습니다.
그래서 저 미친개를 용서해주자? 다음에는 정말로 사람을 죽일지 모르는데?
유스빈 오라버니한테도 실망이네요.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럴 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래도……나……유스빈을……칼리만을”
죽이려고 했죠. 7년 동안 함께한 동료를 죽이려고 했죠. 대신에 다른 동료가 다쳤죠. 이거 이러다가 다음번엔 저에게 불똥이 튀는 거 아닌가요?
“보닌. 다시 말하지만 나와 칼리만은 괜찮다. 화를 낼 생각도 없고.”
화내세요! 지금 저대로 두다간 다음엔 분명히 송장 치운다고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제 마음의 소리는 유스빈 오라버니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유스빈 오라버니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열한 살 꼬마가 울컥해서 주먹을 휘두른 거에 화를 낼 정도로 속이 좁은 놈이 아니다.”
그 주먹에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네?
……네?
……네?
저는 용사님의 옷자락을 잡아당겼습니다. 용사님이 이쪽을 봅니다. 저는 손짓으로 용사님의 귀를 저에게 내밀게 하였습니다. 용사님이 제 손짓대로 하자 저는 작은 목소리로 용사님의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용사님.”
“응?”
용사님도 역시나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주셨습니다.
“용사님 올해 나이가 몇이죠?”
“서른둘.”
이건 알고 있었습니다.
“유스빈 오라버니는요?”
“서른여덟.”
이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요?”
“열여ㅅ……”“잠깐! 숙녀의 나이는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보닌 씨는요?”
이건 모르고 있었습니다. 보닌 씨한테 물어봤다가는 어떤 취급을 받을지 눈에 뻔히 보였으니까요. 비웃음이나 당하고 ‘너보다는 많다.’라는 말을 들었겠지요. 그렇다고 다른 동료들에게 물었다가 나중에 뒤나 캐고 다니는 치사한 놈이라는 말을 듣기는 싫었으니까요.
용사님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뭔 당연한 걸 묻냐는 투로 말했습니다.
“열하나.”
헤에?
헤에.
헤에에에에.
헤에에에에에에에에.
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열하나!?
열하나라고요!?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저는 보닌 씨를 쳐다보았습니다.
겉보기에는 스물 전후.
그러나 보닌 씨의 종족이 수 천 년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겉보기로 나이를 가늠하면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보닌 씨가 적어도 수 백 살은 먹은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반대였어!?
나보다 연하!?
보닌 씨가 아니라 보닌이었어!?
나 지금까지 연하한테 꼬박꼬박 존대해 준거야!?
뭔 꼬맹이가 저렇게 조숙해!?
그러니까……지금까지 보닌이 배려심 부족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했던 이유가 단지 꼬맹이었기 때문이었어!?
그래서 지금까지 유스빈 오라버니가 보닌이 뭔 짓을 해도 참아 준거야!?
꼬맹이니까!?
용사님이 은퇴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을 때보다 더 충격적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충격을 받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충격을 받았든 말았든 유스빈 오라버니는 상냥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보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보닌, 너도 반성하고 있지 않나. 반성하고 있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미련한 짓은 난 안한다.”
이 사람은 무슨 성인군자인가요? 울컥해서 자신을 죽이려 든 사람을 용서합니까? 아무리 꼬맹이가 그랬다고 하더라도 화를 낸다고요.
그러면 이제는 보닌 차례네요.
사람이 이 정도까지 했는데 뭔가를 해야죠. 하지만 보닌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건 무리한 것을 바라는 것이겠죠.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당연히 사과를……
“미안……”
어라~?
“해. 흑! 미안해, 히끅! 미안해. 미안 힝! 해.”
와. 그 천하의 보닌이 경멸해 마지않는 인간 앞에서 사과하면서 울고 있습니다.
와.
와.
와.
신님. 저 대혼란.
------------------------------------------------------------------------------------------------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