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으윽.. 뭐야...”
욱신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통
수에 꼭 무언가에 맞은 것 처럼 혹이 생겨나 있었다. 피
가 좀 흘렀는지 딱지가 굳어져 있는게 느껴진다.
왠지 익숙한 복도인데. 혹시 여긴 우리 학교?
...춥다.
밤공기와 싸늘한 돌바닥이 몸을 차갑게 식혀준 모양이다.
이런곳에서 용캐 잠을 자고 있었구나. 아니 그보다 난 왜
이런곳에서 자고 있었던거지.
머리에 통증이 느껴지고. 이유모를 장소에서의 기상.
이건 설마...
“나, 납치? 난 지금 납치를 당한건가?”
분명히 난 평소처럼 집에 가던 도중이였다. 그리고 거의
다 왔을 시점까지는 분명 기억하고 있지만, 중간의 기억이
끊겨있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고서 기절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까지 끌려와서. 그리고...
왜 학교에 던져놓은거지?
“강도질? 인신매매? 딱히 손이 묶여있는것도 아니고...”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일단 지갑의 돈을 확인해보자. 강도질이 그나마 가장 가까
워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허리춤에서 느껴진 감촉은, 지갑에 앞서서 무언가
차가운 금속 덩어리였다.
“이, 이게 뭐야...?!”
내 손에 들려있는것은 바로 ‘권총’이였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지는 듯 했다.
뭔가가 이상하다. 이 상황은 절대로 이상해.
권총의 탄창을 확인해보니 확실히 실탄이 들어있다. 장난감
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진짜 권총이다. 나름 총기에는 조금
관심이 있었던 탓에 이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총의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나는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 나라에서 총기는 절대로 구하기 쉬운 물건이 아니다. 그
런게 지금 내 손에 쥐어져 있다.
그렇다면 이건 무언가 정체모를, 그리고 꽤나 커다란 의도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
“일단은 나가야겠어.”
별 도리가 없다. 당장 뭔가 알 수 있는 단서가 아무것도 없다.
휴대폰은 품속을 전부 뒤져봤지만 사라지고 없었다.
굳어서 잘 움직이질 않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켰다.
헌데 지나치게 조용하다. 아무리 야간의 학교라곤 하지만 이
렇게 사람이 없을수가 있을까? 아니 애당초 지금은 몇시지?
교실안의 시계는 어두워서 보이질 않는다. 안에 들어가봐야
겠어.
덜컥 덜컥.
이런. 문이 잠겨있잖아.
아마도 복도 끝의 반이 걸쇠가 고장나있던걸로 기억한다. 그
곳이라면 열려있겠지.
적막한 복도에서 오로지 내 발자국 소리만이 울렸다. 살짝
긴장한 탓인지 유난히 커다랗게 들려 거슬린다.
끼이이익.
봐봐. 역시 열려있네. 윗분들의 부족한 방범의식에 오늘만은
감사해야겠다.
달빛의 도움을 받아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반응이 없다.
어라? 불이 켜지질 않잖아?
딸깍 딸깍 딸깍
혹시나 켜질까 싶어 몇 번을 눌러봤지만, 불이 들어올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정전인가?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거야.”
오늘밤은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고개를 저으며 다시
복도로 걸어나간다.
그 순간이였다.
덜커덩!
“뭐, 뭐야?!”
교실 뒤편에서 뭔가 쓰러진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의
자가 넘어진 모양이다.
누군가 있는건가.
“그쪽에 누구야? 여기서 뭐하고 있어?”
물어봤지만 대답이 없다. 대신 커튼 사이로 들어온 달빛 덕분
에 흐릿하게 사람의 형태가 확실히 보였다.
“뭐냐고 정말... 누가 이런 일을 꾸민거야? 무슨 상황인지 알
고있다면 좀 알려줄래?”
그를 향해 가까이 다가가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으으.”
...신음소리?
그리고 왜 움직이질 않는거야?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걸음을 멈추자, 갑자기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향해 똑바로 걸어온다. 그러자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반쯤 썩고 일그러진 시체의 얼굴이였다.
“으,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넘어지며 권총을 떨어뜨렸다. 그
는, 아니 그것은 두 팔을 나를 향해 뻗은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반쯤 벌린 입에선 구더기가 소름끼치게 스멀
거리고 있다.
녀석은 책상이 방해되는지 금방 다가오질 못하고 있다. 덕분
에 나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권총을 손에 쥐려고 했다.
맙소사 방금 떨어뜨린 권총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젠장 손으로 더듬어서라도 빨리!
“어디야, 대체 어디냐고!”
젠장 이 교탁 아래인가? 손을 넣어보자.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좋아 이제 빨리...!
“크어어어어어!”
안심하고 뒤를 돌아본 순간 놈이 바로 정면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는 기겁하며 총구를 들이밀었다.
철컥! 철컥!
어 총이 쏴지질 않아?!
놈은 기다리질 않고 기분나쁜 숨을 토해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전력으로 놈의 머리를 향해 총을 내리쳤다.
두 번! 세 번! 네 번! 죽일듯이 휘두른다!
살점과 뼛조각이 부숴지는걸 느끼고 나는 굴러가듯이 뒤로 도
망쳤다.
놈은 잠시 주춤거리더니 다시 일어나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총의 상태를 확인했다. 왜 발사가 안된거냐고.
“...맙소사 안전장치를 풀지 않았구나. 이런 멍청이가!”
나는 놈의 머리를 조준했다. 뒤뚱거리며 걸어오고 있지만 두세
방에 맞출 수 있는 거리다.
“흐어어어어어어.”
...어째서일까. 갑자기 방아쇠를 당기려던 손가락이 멈췄다.
다시보니 녀석은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지금은 얼굴을
확인할 수 없지만 어쩌면 나와 잘 알던 친구일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인건데 나는 지금 이 총으로 머리를 날려버려도 되는
걸까? 아니 그보다 저건 정말로 죽어있는걸까?
“믿기질 않아. 이건 쏘는게 당연한거 아냐?”
나는 중얼거리며 재빨리 교실문을 닫고 복도로 도망쳤다.
입에서는 수없이 욕지거리가 튀어나왔고 손은 부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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