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2005년 9월 16일]
내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금요일의 수업은 빨리 끝났고, 수많은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 훈과 수연이 친구 한명씩을 데리고 나왔다. 모두 헛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이 4명은 다시 청랑타워 앞 광장에 모여들었다.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서, 누구 하나 찔려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자, 이제 소문의 진상을 밝혀 보실까!” 조아라는 잔뜩 기대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소, 소문은 거짓이야! 대체 누가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린 거야?” 수연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모두 나 때문이야. 얘는 아무런 잘못 없어.” 훈이 수연을 가로막고 나섰다.
“오~ 너희 둘, 역시 그렇고 그런 사이인거지?” 아라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깐!” 결국 훈이 폭발하고 말았다.
“?!” 아라는 갑자기 화를 내며 달려드는 훈을 보고 질겁했다.
“사람이 한번 아니라고 말 한 거면 아닌 거야. 넌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는 게 그렇게 좋아?”
“미, 미안해….”
“남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보는 것도 많이 해보는 게 좋을 거야. 항상 자기주장만 하다가 따돌림 당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훈은 어느새 아라를 훈계하고 있었다.
“알았어…. 정말 미안해….” 아라는 훈이 이정도로 화를 낼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에 대해 당황한 듯 했다.
“알았다면 됐어.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
-쿠우웅
커다란 진동이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설마… 또 놈들이?!” 수연이 소리쳤다.
“섣불리 판단하긴 일러! 일단 피하자!”
“가긴 어딜 가, 이 자식들아!” 그들의 뒤편에서 정체불명의 남자가 엄청난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서있었다.
“너도 바이서냐?”
“그딴 질문에 대답할 시간은 없어. 프로핏은 어디 있지?”
“내가 그걸 왜 가르쳐 줘야하지?”
“난 너희들이 ‘능력자’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를… 안다고?!”
“너희들은 날 아직 모르는 것 같군.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위대한 바이스의 선택받은 능력자, V.alloon이다.”
“우리가 미래 사람을 어떻게 아냐!” 수연이 소리쳤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먼저 피해있을 줄 알았던 아라와 효준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이, 이건 말이지….”
“이건 싸움이다.” 벌룬은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뭐야, 저 녀석은… 기분 나쁘게 스리….” 효준이 말했다.
“역시 뭔가 수상하다 싶더니만. 저 병♡같이 생간 아저씨랑 무슨 얘기를 나눴던 거야?” 아라가 다시 꼬치꼬치 캐묻기 모드로 들어갔다.
“저 사람은 그냥…” 수연이 말을 머뭇거렸다.
“풍선장수야.” 수연이 머뭇거리자 훈이 잔머리를 굴려 말했다.
“그, 그래! 풍선 파는 아저씨야.”
“무슨 풍선?” 아라가 다시 물었다.
“애드벌룬이다, 이 씹♡들아!” 먼지구름 속에서 거대한 애드벌룬이 튀어나왔다.
“이게 뭐야!?” 아이들은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어이, 거기 머리 묶은 여자애! 네가 나보고 아까 전에 병♡같이 생긴 아저씨라고 했냐?”
“아, 아니요….”
“구라까지마라, 씹♡야! 가라, 애디(Ady)!”
벌룬이 끌고나온 것은 평범한 애드벌룬이 아닌, 괴물 애드벌룬이었다.
“나보고 욕한 새♡들은 다 뒤져야 돼, 알것냐, 후장드립(asshole)같은 녀석들아!”
-쿠워어어어! 일명 애디마저 폭주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아라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 주저앉으면 어쩌자는 거야, 빨리 일어나!” 효준이 아라의 손목을 잡고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효준의 체력은 금세 방전되어 버렸다.(워낙에 체력이 약한 애가 무리했으니 방전은 시간문제였다.)
“야, 왜 여기서 멈추는 거야!” 아라가 소리쳤다.
“더, 더 이상 못 뛰겠어…. 그냥 너 혼자 가!” 효준은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
“내가 친구를 남겨두고 그냥 나 혼자 피할 줄 알아!” 이번엔 아라가 효준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나, 난 더 이상 못 달린다니까!” 효준이 힘겨운 듯 말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뛰면 되잖아!”
“그 젖 먹던 힘은 오래전에 다 써버렸어….”
“그게 말이 돼?! 빨리 달리기나 해애-!”
이 광경을 애디 위에서 지켜보던 벌룬이 이 들을 가만 놔둘리 없었다.
“저 개♡들은 절대로 가만 안 놔둔다!”
“그럼 우리가 막으면 되지!” 훈과 수연이 벌룬과 애디를 가로막고 나섰다.
“또 다시 가는 거다!”
“좋았어!”
“그렇게는 안 되지!”
자욱한 모래먼지 속에서 그들의 실루엣이 천천히 드러났다.
“호오, 드디어 나오셨군. 그럼 이 애디와 같이 놀아줘라!” 벌룬이 잡고 있던 줄을 놓자, 애디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어떻게 해? 터뜨려 버릴까?” 수연이 사인테 란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것보다 네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아.”
“?”
훈의 두뇌에서 잔머리 프로시저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밑에 물을 뿌리고 있을게. 그럼 네가 날 향해서 오프셋 플레어를 날리면 돼.”
“그, 그건 너무 위험해!” 수연이 소리치는 사이,
-우워어어어어어!!! 애디는 그들을 깔아뭉갰다.
“하하핫! 잘난 척 하시다가 장렬한 죽음을 맞으신 이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건배!!” 벌룬은 캔맥주를 따서 마셨다.
그 사이, 아라와 효준은 이 광경을 모두 보고 있었다.
“쟤들이 설마 그 초능력자였을 줄이야….” 아라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기 가장 친한 친구들이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는 타이타닉 함대의 일원이었다니. 이는 효준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효준이 말을 꺼내는 그 순간, 두 사람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
“여보세요?”
“나는 청랑 코퍼레이션의 회장 인자성이라고 한다. 만나서 반갑군, 제군들.”
“누, 누구라고요? 그 유명한 재벌기업…!” 아라는 자기 앞에 서있는 청랑 타워를 보고 자신들이 있는 위치를 겨우 알았다.
“제군들, 자네들이 들고 있는 핸드폰을 타워방향으로 들어주게.”
“???”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핸드폰을 청랑타워 쪽으로 들었다.
“좋아, 전송 완료됐다. 이제 5초 후면 실행될 거야. 그럼 행운을 빈다. -뚝”
“뭐야?”
그 시각, 타이타닉 함대 본부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스피어(기술을 창조하는 기술의 구체화)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스피어가 폭주중입니다!”
“놔둬! 회장님의 명령이다! 폭주 중단 작업도 멈춰버려!”
-쿠아아아
청랑사 광장에서 밝은 빛 두 줄기가 터져 나와 아라와 효준, 두 사람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이건 뭐야?!” 효준이 밝은 빛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시간에 맞춰서 핸드폰에 설치되어있던 멀티 프로세스가 시동해, ‘능력’이 이 방향으로 오도록 유인해냈다.
그리고 ‘능력의 빛’은 이 두 사람을 강타했다.
“뭐, 뭐지? 저 애들이 왜?!” 훈과 수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저 자식들이 뭔 짓을? 역시 ‘선’의 프로핏과 ‘그 능력’이 여기에 있는 건가!” 벌룬도 역시 놀라움과 확신을 가졌으며,
“역시…!” 인자성은 저절로 감탄을 내뱉었다.
모두의 탄성을 뒤로하고 모습을 드러낸 그들이 소리쳤다.
“뭐가 일어난 거야?!” -아라
“글쎄…?” -효준
……?!
“이제 다들 알게 되겠지.” 인자성의 얼굴은 미소를 띄었다.
“새로운 능력자들인가?!” 벌룬은 깜짝 놀랐다. 아니 저 둘(훈과 수연)만으로도 버거워지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멤버까지 추가되니 안 놀라고 배길쏘냐.
“너… 아, 아라니?” 수연이 아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응. 맞아. 죽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너희들 모두 죽은 줄 알았어….”
“미안하지만 함부로 사람 목숨 좌지우지하는 거 그만해줄래?” 수연이 말했다.
“자, 능력을 지니게 된 소감이 어떠신지 말해주실까, 제군들?” 단말기에서 인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힘이 끓어 넘칠 것 같아요. 어찌됐든 기분이 매우 짜릿해!”
“그러냐? 맘에 든다니 다행이다. 그나저나 아직 남은일이 있지 않은가?”
“―아차!” 훈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에디가 서있던 아이들을 덮쳤다.
“우하하하하! 어떠냐, 방심을 하면 크게 다치게 된다는 것을 알았겠지?” 자신에 찬 벌룬은 크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건 예전부터 다 알고 있었다!”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에디는 반 토막이 났다.
-쿠워어어어어!!! 갇혀있던 압력이 높은 공기가 압력이 낮은 대기 중으로 나오면서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발생했다.
“에, 에디?!!! 내 피조물이!!! 이… 이 녀석들이!!!”
“에디 좋아하시네, 겨우 풍선 주제에. 당신 어린애야?” 벌룬을 노려보며 소리친 건 아라였다. 그의 손에는 특이한 검이 들려있었다.
“이건 Ensis IRÆ, 분노의 검이다. 대기의 분노를 머금고 태어난 칼이지.” 엔시스 이레는 인자성이 자신이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 완성했다는, 능력자를 위한 무기들 중 가장 성능이 좋은 무기로 알려진 검이다. 그 모양은 성능에 걸맞춰서 특이하게 생겼는데, 가운데 손잡이를 제외한 양쪽은 모두 무시무시한 날이다. 이 검은 휘두르는 사람의 팔 힘이 좋아야 제 성능을 발휘하는데, 악력이 무시무시하기로 소문난 아라에게로 왔으니 다행이었다.
“풍선은 내 인생이나 마찬가지야. 넌 방금 내 인생을 깔아뭉개는 말을 했어! 이곳에 있는 모든 풍선들을 띄워서 너희를 없애겠다!” 벌룬은 근처 시내에 있는 모든 풍선들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풍선들은 벌룬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고, 풍선이 뭉친 모습은 사람의 형태를 띄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싶을 때, 누군가 걸어 나왔다.
“정전기를 맛보고 싶나?” 효준이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뭐? 설마 너… 네 능력은 번…?” 벌룬은 순간 당황하였다.
“Nimbus Circus!” 효준이 외치자마자, 먹구름 고리가 생겨나 거대한 풍선인형을 감싸고돌기 시작했다.
“번개냐!!!” 사태를 직감한 벌룬은 풍선인형안에서 도망가려 아우성을 쳤다.
“Attonare Circumvado!”
“저 녀석이 생각없이…?! 수연아, 보호막!” 훈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왜 일일이 말대꾸야! 저 크기의 풍선이 터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아…!!” 이제야 사태를 이해한 수연은 불로 된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거 버틸 수 있을까?!”
“여기가 날아가는 것보단 나아!”
“터뜨린다!!!” 효준이 소리치자마자 -쿠어어어어어어 거대한 풍선의 파열음과 폭발음이 천지를 흔들었다.
“이야아앗!!!” 수연이 온힘을 다해 충격파를 막고 있었다. 불로된 보호막은 충격파를 흡수하면서 더 빛나고 있었다.
“버텨라, 수연아!!!” 훈과 아라가 응원하고 있었다.
“흐아아아아-!”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불 보호막은 안쪽으로 꺼져 들어갔고,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되, 된건가?” 효준이 말했다.
“됐다-! 또 바이서를 무찔렀어!” 훈이 소리쳤다.
“그 남자는?” 아라는 우선 자신을 죽이려 했던 벌룬을 찾기 시작했다.
벌룬은 꽤 높은 하늘에 있다 떨어졌지만, 풍선 조각이 낙하산 구실을 해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폭음 때문에 고막이 완전히 나가버린 상태였다.
“이거, 이래서….” 뛰어 나온 인자성이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아라와 효준이 인자성에게 물었다.
“뭐, 너희들도 이제부터 정례회의에 나와야 하고, 그 이외의 일은 전부다 알려주겠다. 너희들의 위치는 간부자리니까 안심하고.”
“뭐라구요~?!”
타이타닉과 ‘탑 브레스’는 뜻하지 않게 동료를 구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할 때, 먼 미래의 누군가는 굳은 다짐을 하고 있었다.
“역시 저 놈들이 문제로군. 언젠가는 깔아뭉개주고 말겠어…. 으하하하하핫-!”
TITANIC - INFINITATIS STORY
Copyright ⓒ Jang Hun(트릴리언, Æterna). All Rights Reserved.
[2005년 9월 16일]
내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금요일의 수업은 빨리 끝났고, 수많은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 훈과 수연이 친구 한명씩을 데리고 나왔다. 모두 헛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이 4명은 다시 청랑타워 앞 광장에 모여들었다.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서, 누구 하나 찔려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자, 이제 소문의 진상을 밝혀 보실까!” 조아라는 잔뜩 기대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소, 소문은 거짓이야! 대체 누가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린 거야?” 수연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모두 나 때문이야. 얘는 아무런 잘못 없어.” 훈이 수연을 가로막고 나섰다.
“오~ 너희 둘, 역시 그렇고 그런 사이인거지?” 아라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깐!” 결국 훈이 폭발하고 말았다.
“?!” 아라는 갑자기 화를 내며 달려드는 훈을 보고 질겁했다.
“사람이 한번 아니라고 말 한 거면 아닌 거야. 넌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는 게 그렇게 좋아?”
“미, 미안해….”
“남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보는 것도 많이 해보는 게 좋을 거야. 항상 자기주장만 하다가 따돌림 당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훈은 어느새 아라를 훈계하고 있었다.
“알았어…. 정말 미안해….” 아라는 훈이 이정도로 화를 낼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에 대해 당황한 듯 했다.
“알았다면 됐어.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
-쿠우웅
커다란 진동이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설마… 또 놈들이?!” 수연이 소리쳤다.
“섣불리 판단하긴 일러! 일단 피하자!”
“가긴 어딜 가, 이 자식들아!” 그들의 뒤편에서 정체불명의 남자가 엄청난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서있었다.
“너도 바이서냐?”
“그딴 질문에 대답할 시간은 없어. 프로핏은 어디 있지?”
“내가 그걸 왜 가르쳐 줘야하지?”
“난 너희들이 ‘능력자’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를… 안다고?!”
“너희들은 날 아직 모르는 것 같군. 내 소개를 하지. 나는 위대한 바이스의 선택받은 능력자, V.alloon이다.”
“우리가 미래 사람을 어떻게 아냐!” 수연이 소리쳤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먼저 피해있을 줄 알았던 아라와 효준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이, 이건 말이지….”
“이건 싸움이다.” 벌룬은 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뭐야, 저 녀석은… 기분 나쁘게 스리….” 효준이 말했다.
“역시 뭔가 수상하다 싶더니만. 저 병♡같이 생간 아저씨랑 무슨 얘기를 나눴던 거야?” 아라가 다시 꼬치꼬치 캐묻기 모드로 들어갔다.
“저 사람은 그냥…” 수연이 말을 머뭇거렸다.
“풍선장수야.” 수연이 머뭇거리자 훈이 잔머리를 굴려 말했다.
“그, 그래! 풍선 파는 아저씨야.”
“무슨 풍선?” 아라가 다시 물었다.
“애드벌룬이다, 이 씹♡들아!” 먼지구름 속에서 거대한 애드벌룬이 튀어나왔다.
“이게 뭐야!?” 아이들은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어이, 거기 머리 묶은 여자애! 네가 나보고 아까 전에 병♡같이 생긴 아저씨라고 했냐?”
“아, 아니요….”
“구라까지마라, 씹♡야! 가라, 애디(Ady)!”
벌룬이 끌고나온 것은 평범한 애드벌룬이 아닌, 괴물 애드벌룬이었다.
“나보고 욕한 새♡들은 다 뒤져야 돼, 알것냐, 후장드립(asshole)같은 녀석들아!”
-쿠워어어어! 일명 애디마저 폭주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아라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 주저앉으면 어쩌자는 거야, 빨리 일어나!” 효준이 아라의 손목을 잡고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효준의 체력은 금세 방전되어 버렸다.(워낙에 체력이 약한 애가 무리했으니 방전은 시간문제였다.)
“야, 왜 여기서 멈추는 거야!” 아라가 소리쳤다.
“더, 더 이상 못 뛰겠어…. 그냥 너 혼자 가!” 효준은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
“내가 친구를 남겨두고 그냥 나 혼자 피할 줄 알아!” 이번엔 아라가 효준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나, 난 더 이상 못 달린다니까!” 효준이 힘겨운 듯 말했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뛰면 되잖아!”
“그 젖 먹던 힘은 오래전에 다 써버렸어….”
“그게 말이 돼?! 빨리 달리기나 해애-!”
이 광경을 애디 위에서 지켜보던 벌룬이 이 들을 가만 놔둘리 없었다.
“저 개♡들은 절대로 가만 안 놔둔다!”
“그럼 우리가 막으면 되지!” 훈과 수연이 벌룬과 애디를 가로막고 나섰다.
“또 다시 가는 거다!”
“좋았어!”
“그렇게는 안 되지!”
자욱한 모래먼지 속에서 그들의 실루엣이 천천히 드러났다.
“호오, 드디어 나오셨군. 그럼 이 애디와 같이 놀아줘라!” 벌룬이 잡고 있던 줄을 놓자, 애디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어떻게 해? 터뜨려 버릴까?” 수연이 사인테 란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것보다 네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아.”
“?”
훈의 두뇌에서 잔머리 프로시저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밑에 물을 뿌리고 있을게. 그럼 네가 날 향해서 오프셋 플레어를 날리면 돼.”
“그, 그건 너무 위험해!” 수연이 소리치는 사이,
-우워어어어어어!!! 애디는 그들을 깔아뭉갰다.
“하하핫! 잘난 척 하시다가 장렬한 죽음을 맞으신 이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건배!!” 벌룬은 캔맥주를 따서 마셨다.
그 사이, 아라와 효준은 이 광경을 모두 보고 있었다.
“쟤들이 설마 그 초능력자였을 줄이야….” 아라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기 가장 친한 친구들이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는 타이타닉 함대의 일원이었다니. 이는 효준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효준이 말을 꺼내는 그 순간, 두 사람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
“여보세요?”
“나는 청랑 코퍼레이션의 회장 인자성이라고 한다. 만나서 반갑군, 제군들.”
“누, 누구라고요? 그 유명한 재벌기업…!” 아라는 자기 앞에 서있는 청랑 타워를 보고 자신들이 있는 위치를 겨우 알았다.
“제군들, 자네들이 들고 있는 핸드폰을 타워방향으로 들어주게.”
“???”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핸드폰을 청랑타워 쪽으로 들었다.
“좋아, 전송 완료됐다. 이제 5초 후면 실행될 거야. 그럼 행운을 빈다. -뚝”
“뭐야?”
그 시각, 타이타닉 함대 본부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스피어(기술을 창조하는 기술의 구체화)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스피어가 폭주중입니다!”
“놔둬! 회장님의 명령이다! 폭주 중단 작업도 멈춰버려!”
-쿠아아아
청랑사 광장에서 밝은 빛 두 줄기가 터져 나와 아라와 효준, 두 사람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이건 뭐야?!” 효준이 밝은 빛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시간에 맞춰서 핸드폰에 설치되어있던 멀티 프로세스가 시동해, ‘능력’이 이 방향으로 오도록 유인해냈다.
그리고 ‘능력의 빛’은 이 두 사람을 강타했다.
“뭐, 뭐지? 저 애들이 왜?!” 훈과 수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저 자식들이 뭔 짓을? 역시 ‘선’의 프로핏과 ‘그 능력’이 여기에 있는 건가!” 벌룬도 역시 놀라움과 확신을 가졌으며,
“역시…!” 인자성은 저절로 감탄을 내뱉었다.
모두의 탄성을 뒤로하고 모습을 드러낸 그들이 소리쳤다.
“뭐가 일어난 거야?!” -아라
“글쎄…?” -효준
……?!
“이제 다들 알게 되겠지.” 인자성의 얼굴은 미소를 띄었다.
“새로운 능력자들인가?!” 벌룬은 깜짝 놀랐다. 아니 저 둘(훈과 수연)만으로도 버거워지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멤버까지 추가되니 안 놀라고 배길쏘냐.
“너… 아, 아라니?” 수연이 아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응. 맞아. 죽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너희들 모두 죽은 줄 알았어….”
“미안하지만 함부로 사람 목숨 좌지우지하는 거 그만해줄래?” 수연이 말했다.
“자, 능력을 지니게 된 소감이 어떠신지 말해주실까, 제군들?” 단말기에서 인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힘이 끓어 넘칠 것 같아요. 어찌됐든 기분이 매우 짜릿해!”
“그러냐? 맘에 든다니 다행이다. 그나저나 아직 남은일이 있지 않은가?”
“―아차!” 훈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에디가 서있던 아이들을 덮쳤다.
“우하하하하! 어떠냐, 방심을 하면 크게 다치게 된다는 것을 알았겠지?” 자신에 찬 벌룬은 크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건 예전부터 다 알고 있었다!”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에디는 반 토막이 났다.
-쿠워어어어어!!! 갇혀있던 압력이 높은 공기가 압력이 낮은 대기 중으로 나오면서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발생했다.
“에, 에디?!!! 내 피조물이!!! 이… 이 녀석들이!!!”
“에디 좋아하시네, 겨우 풍선 주제에. 당신 어린애야?” 벌룬을 노려보며 소리친 건 아라였다. 그의 손에는 특이한 검이 들려있었다.
“이건 Ensis IRÆ, 분노의 검이다. 대기의 분노를 머금고 태어난 칼이지.” 엔시스 이레는 인자성이 자신이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 완성했다는, 능력자를 위한 무기들 중 가장 성능이 좋은 무기로 알려진 검이다. 그 모양은 성능에 걸맞춰서 특이하게 생겼는데, 가운데 손잡이를 제외한 양쪽은 모두 무시무시한 날이다. 이 검은 휘두르는 사람의 팔 힘이 좋아야 제 성능을 발휘하는데, 악력이 무시무시하기로 소문난 아라에게로 왔으니 다행이었다.
“풍선은 내 인생이나 마찬가지야. 넌 방금 내 인생을 깔아뭉개는 말을 했어! 이곳에 있는 모든 풍선들을 띄워서 너희를 없애겠다!” 벌룬은 근처 시내에 있는 모든 풍선들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풍선들은 벌룬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고, 풍선이 뭉친 모습은 사람의 형태를 띄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왔다 싶을 때, 누군가 걸어 나왔다.
“정전기를 맛보고 싶나?” 효준이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뭐? 설마 너… 네 능력은 번…?” 벌룬은 순간 당황하였다.
“Nimbus Circus!” 효준이 외치자마자, 먹구름 고리가 생겨나 거대한 풍선인형을 감싸고돌기 시작했다.
“번개냐!!!” 사태를 직감한 벌룬은 풍선인형안에서 도망가려 아우성을 쳤다.
“Attonare Circumvado!”
“저 녀석이 생각없이…?! 수연아, 보호막!” 훈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왜 일일이 말대꾸야! 저 크기의 풍선이 터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아…!!” 이제야 사태를 이해한 수연은 불로 된 보호막을 만들었다. “이거 버틸 수 있을까?!”
“여기가 날아가는 것보단 나아!”
“터뜨린다!!!” 효준이 소리치자마자 -쿠어어어어어어 거대한 풍선의 파열음과 폭발음이 천지를 흔들었다.
“이야아앗!!!” 수연이 온힘을 다해 충격파를 막고 있었다. 불로된 보호막은 충격파를 흡수하면서 더 빛나고 있었다.
“버텨라, 수연아!!!” 훈과 아라가 응원하고 있었다.
“흐아아아아-!”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불 보호막은 안쪽으로 꺼져 들어갔고,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되, 된건가?” 효준이 말했다.
“됐다-! 또 바이서를 무찔렀어!” 훈이 소리쳤다.
“그 남자는?” 아라는 우선 자신을 죽이려 했던 벌룬을 찾기 시작했다.
벌룬은 꽤 높은 하늘에 있다 떨어졌지만, 풍선 조각이 낙하산 구실을 해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폭음 때문에 고막이 완전히 나가버린 상태였다.
“이거, 이래서….” 뛰어 나온 인자성이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저나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아라와 효준이 인자성에게 물었다.
“뭐, 너희들도 이제부터 정례회의에 나와야 하고, 그 이외의 일은 전부다 알려주겠다. 너희들의 위치는 간부자리니까 안심하고.”
“뭐라구요~?!”
타이타닉과 ‘탑 브레스’는 뜻하지 않게 동료를 구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할 때, 먼 미래의 누군가는 굳은 다짐을 하고 있었다.
“역시 저 놈들이 문제로군. 언젠가는 깔아뭉개주고 말겠어…. 으하하하하핫-!”
TITANIC - INFINITAT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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