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지금 빨리 피하셔야 될 겁니다.” 인자성이 뒤를 돌아보며 얘기하는 순간,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쿠아아앙
폭발음에 놀란 기자들이 로비 입구로 몰려가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안 돼! 천천히 나가! 한꺼번에 몰려나가면 밟혀죽을 수도 있어!” 문 쪽으로 사람들이 쏠리는 광경을 본 인자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우아악! 저리 꺼져! 으악!”
“누르지마! 으아악-!”
청랑 타워 로비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이 비명과 고통과 절규를 들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현실 속에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템푸스 카르베나]
“내 차례인가.” 한 건장한 남자가 자신이 몰던 타임머신을 끌고 카르베나를 탈출했다.
“지금 시간대는?”
-2005년 8월 7일입니다.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그의 말에 응답했고 그는 방향을 틀어서 청랑 타워 뒤편의 하천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목숨은 무사히 건졌다.
“아, 이 얼마 만에 듣는 아름다운 비명이더냐!” 추락한 타임머신에서 기어 나온 그는 힘껏 소리쳤다.
[훈의 집]
전국으로 생중계되던 방송을 보던 훈은 인자성의 폭탄발언 때문에 뒤집어졌다. 곧 훈은 인자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방금 무슨 소리를 하신 거죠? 공습이라니요!”
“말 못해서 미안하다. 네게 미처 얘기할 시간이 없었어.”
“그럼 대충 어느 정도의 공습을 생각하고 계세요?”
“아마 본사만 날려버리고 팩토리(Factory)는 자신들이 취하거나 다른 함대, 혹은 기업이나 국가로 거액을 받고 넘겨버리겠지.”
“어떻게 그런…” 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보다, 또 안 좋은 기분이다….”
“바이서의 기운인가요?”
“이런 걸 두고 이 시대에선 불길하다고 하는 건가?”
“네….”
“놈들이 공습을 시작하면 무슨 무기로 공격해올지 몰라. 나는 여기 그대로 머물 생각이다. 무섭긴 하지만.” 인자성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대로 계셔도 돼요… 저희들이 지켜드리겠습니다.”
“고맙다…. -뚝”
훈은 곧장 채비를 하고 뛰어나갔다. 그러고는 단말기를 통해 수연을 호출하였다.
“수연아?! 지금 뭐하고 있어?”
“너 그렇게 자는 숙녀를 마구 깨우면 너 진짜 인기 없어진다!” 잠에 덜 깬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이 시간 까지 자고 있었던 거야?!”
“그. 래!”
“각설하고 지금 빨리 나와 줘!”
“뭔데?”
“루시타니아 함대로부터 공격 예고장이 날아들었어!”
“…뭔 소리야?”
“그 놈들이 청랑 타워를 공격할거야!”
“뭐?!”
“공격 예고장을 발송한지 50시간 이내에 공격을 한다면, 적어도 이틀정도의 시간은 있지만, 놈들은 곧바로 공격을 감행할거야!”
“회장님은?”
“타워, 아니 기지를 지키실 생각 이신가봐. 자세한건 만나서 얘기하자. 빨리 나와야 돼!”
[타이타닉 함대 지하 본부]
-전 대원들은 H-Class 가동을 시작해라! 이것은 실제상황이다. 포메이션 셸터, H-Class 가동을 시작해라! 기지 방송용 스피커에서 갑작스레 비상방송이 흘러나왔다. 깜짝 놀란 대원들은 방송대로 H-Class의 가동을 시작했다.
“모두 어서 올라타라! 한 사람도 남김없이! 곧 공습이 시작된다!”
대원들은 저마다 바삐 움직였다. 사상최초로 시도되는 대규모 기지대피작전. 훈련도 H-Class의 ‘그것’이 완성되어 실전배치가 되고 난 이후, ‘그것’을 이용하는 훈련은 겨우 3번 했을 뿐이었다.
“H-Class 1호기 도크 오프!”
-쿠아앙 소리와 함께 청랑 타워 앞의 광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지는 뜬금없는 상황에 루시퍼는 적잖이 당황했다.
“뭐, 뭐야 저거는?!”
모터들과 베어링이 굴러가는 소리가 묘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H-Class 플로팅, 프리퍼레이션 시작합니다!”
-구오오오
거대한 기체가 마침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고, 그들은 그것을 이렇게 불렀다.
‘위대한 신의 기체, Hyperion.’
* * *
H-Class, Hyperion이 비상대피를 시작한 그때, 훈과 수연은 청랑타워로 달려가고 있었다.
“잠깐만, 저것 좀 봐봐, 훈아!”
“뭐…히익! 저게 뭐지?”
두 사람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거대한 함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때마침 두 사람에게 통신이 들어왔다.
“얘들아? 지금 H-Class 함선 Hyperion이 이동을 시작했다!” 인자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습 때문에 피하시는 건가요?”
“그래, 하지만 나는 아직 타워 안에 있단다.”
“왜 피하시지 않는 거예요?!”
“아직도 처리해야할 업무가 많아! 공습 걱정은 그 다음이고!”
그때, 미사일 하나가 날아왔다.
“시작이다!”
미사일은 청랑타워를 가리면서 날아오르고 있던 하이페리온 호에 충돌했다. 그러고는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쿠아아아
“함선이!!”
루시퍼와 베를리니아는 자축을 하고 있었다.
“됐다! 이제 타이타닉은 끝장…어?!” 소리치던 루시퍼는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는 지상에서 지켜보던 훈과 수연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하잖아?!”
은빛의 거대 함선은 아무런 손상도 받지 않았다.
“설마, 쉴드(Shield)가 있다는 건가?! 지금 시대에 쉴드를 적용한 함선…이…타이타닉!!!” 베를리니아가 격분해서 소리 질렀다.
“더 퍼부어야지! 추가 공습 시작하라!” 루시퍼의 명령을 받은 란드로이드들이 바삐 움직였다. 이 로봇들은 주인의 명령이라면 순순히 복종해야했던 당시 로봇들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란드로이드는 빠른 속도로 미사일 수백 기를 발사대에 장착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누가 이기든지 간에 지는 쪽은 죽음이다! 가라, 신의 무자비여!”
-푸쉬우욱!
미사일이 하나 둘씩 청랑타워와 하이페리온 쪽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인자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너희가 지고 우리는 이긴다. 악은 지고, 선이 이긴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뜻이지.”
하이페리온 내부에서는 쉴드 준비가 한창이었다.
“모두 함대와 회장님을 보호해라!”
“큰일 났습니다! 쉴드가 생성되지 않아요!”
“뭐야!?”
인자성의 표정도 같이 굳어졌다.
‘쉴드의 장시간 유지는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한번 사용하면 해당 메커니즘의 부활(Rebirth)에까지 한 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쉴드가 생성되는데?! 설마…!?’
미사일들은 하이페리온과 함선이 가리고 있는 청랑 타워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제 곧 충돌합니다!”
“히익!”
“누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했었나!”
-콰아아아
커다란 외침과 함께 미사일들이 동시에 대폭발을 일으켰고, 폭발음에 놀란 인자성은 주저앉고 말았다.
“방금 그 목소리는… 와주었구나….”
엄청난 연기 속에서 그들의 실루엣이 천천히 드러났다.
“우리들이 있는 한 이 사람들에게는 털끝만큼 손도 못 댈 줄 알아라!” 역시 훈과 수연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대원들이 소리쳤다. “살았다!”
그들의 자태에 감동 받은 대원들도 있었다. 몇몇은 울기까지 했다. 하지만 곧 이 분위기를 깨는 기분 나쁜 경고음이 울렸다.
“아직 미사일이 더 남았습니다!”
훈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맙소사…!”
“뭔데!? 힉!!!” 수연은 자신의 눈에 비치는 광경을 보고도 믿지 못하였다. “뭐야?!”
하늘에 수십, 수백 개의 태양이 떠올라있었던 것이다.
“무슨 미사일이길래?! 그리고 발사시간에 갭을 두고 있어?!”
운터베르크에서 루시퍼가 그 소리를 들은 양 소리쳤다.
“위대한 ICBM이여, 천천히 적을 녹여주려무나!”
베를리니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루시퍼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멍청하기는, 아주 단거리의 싸움에서 SRBM(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써도 모자랄 판에 무모하게 ICBM을? 것도 분리과정 없이 그대로 들이박는다고?!”
위성이나 ICBM같이 커다란 로켓에는 탄두를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만큼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루시퍼는 그 비용을 물고 싶지도 않았고 무모하게 일을 벌이면서까지 타이타닉을 물리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가라, ICBM!”
화가 난 수연이 ICBM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안 돼, 수연아! 너무 위험해!” 훈이 소리쳐서 말려봤지만 너무 늦었다.
“저리 꺼져라!” 수연은 하늘에서 슛이라도 할 기세였다.
-카앙!
길이가 무려 25m, 사거리 10,000km에 초속 7km로 날아오는 ICBM을, 수연은 발차기로 저 멀리 날려버렸다.
“말도 안 돼!!!” 이를 지켜보던 인자성은 자신이 지금 뭘 본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사람이 발차기로 거대한 미사일을 날려버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미사일들은 모두 훈이 무력화 시켰다. 안전장치가 작동해 폭발하지 않고 그냥 추락한 것이다. 물론 추락은 한강 쪽으로 유도해서, 사상자는 없었다.
루시퍼는 너무 분했던 나머지 거품을 물고 쓰러져버렸다. “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타이타닉!”
한편, 시간을 거슬러온 그 남자는 둔치에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중얼거렸다.
“저들과 한번 붙어보면 재미있겠군. 오랜만에 몸 좀 풀 수 있겠어! 하하하핫! 윽! 커억!”
입을 너무 벌렸다가 그 구멍이 자기 집 마냥 들어갔던 벌레 때문에 그 남자는 먹는 것까지도 잊고 한동안 그 근처에 있던 벌레들을 잡는데 열중하고 있었다고 한다.
TITANIC - INFINITATI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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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빨리 피하셔야 될 겁니다.” 인자성이 뒤를 돌아보며 얘기하는 순간,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쿠아아앙
폭발음에 놀란 기자들이 로비 입구로 몰려가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안 돼! 천천히 나가! 한꺼번에 몰려나가면 밟혀죽을 수도 있어!” 문 쪽으로 사람들이 쏠리는 광경을 본 인자성이 소리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우아악! 저리 꺼져! 으악!”
“누르지마! 으아악-!”
청랑 타워 로비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이 비명과 고통과 절규를 들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현실 속에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템푸스 카르베나]
“내 차례인가.” 한 건장한 남자가 자신이 몰던 타임머신을 끌고 카르베나를 탈출했다.
“지금 시간대는?”
-2005년 8월 7일입니다.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그의 말에 응답했고 그는 방향을 틀어서 청랑 타워 뒤편의 하천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목숨은 무사히 건졌다.
“아, 이 얼마 만에 듣는 아름다운 비명이더냐!” 추락한 타임머신에서 기어 나온 그는 힘껏 소리쳤다.
[훈의 집]
전국으로 생중계되던 방송을 보던 훈은 인자성의 폭탄발언 때문에 뒤집어졌다. 곧 훈은 인자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방금 무슨 소리를 하신 거죠? 공습이라니요!”
“말 못해서 미안하다. 네게 미처 얘기할 시간이 없었어.”
“그럼 대충 어느 정도의 공습을 생각하고 계세요?”
“아마 본사만 날려버리고 팩토리(Factory)는 자신들이 취하거나 다른 함대, 혹은 기업이나 국가로 거액을 받고 넘겨버리겠지.”
“어떻게 그런…” 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보다, 또 안 좋은 기분이다….”
“바이서의 기운인가요?”
“이런 걸 두고 이 시대에선 불길하다고 하는 건가?”
“네….”
“놈들이 공습을 시작하면 무슨 무기로 공격해올지 몰라. 나는 여기 그대로 머물 생각이다. 무섭긴 하지만.” 인자성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대로 계셔도 돼요… 저희들이 지켜드리겠습니다.”
“고맙다…. -뚝”
훈은 곧장 채비를 하고 뛰어나갔다. 그러고는 단말기를 통해 수연을 호출하였다.
“수연아?! 지금 뭐하고 있어?”
“너 그렇게 자는 숙녀를 마구 깨우면 너 진짜 인기 없어진다!” 잠에 덜 깬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이 시간 까지 자고 있었던 거야?!”
“그. 래!”
“각설하고 지금 빨리 나와 줘!”
“뭔데?”
“루시타니아 함대로부터 공격 예고장이 날아들었어!”
“…뭔 소리야?”
“그 놈들이 청랑 타워를 공격할거야!”
“뭐?!”
“공격 예고장을 발송한지 50시간 이내에 공격을 한다면, 적어도 이틀정도의 시간은 있지만, 놈들은 곧바로 공격을 감행할거야!”
“회장님은?”
“타워, 아니 기지를 지키실 생각 이신가봐. 자세한건 만나서 얘기하자. 빨리 나와야 돼!”
[타이타닉 함대 지하 본부]
-전 대원들은 H-Class 가동을 시작해라! 이것은 실제상황이다. 포메이션 셸터, H-Class 가동을 시작해라! 기지 방송용 스피커에서 갑작스레 비상방송이 흘러나왔다. 깜짝 놀란 대원들은 방송대로 H-Class의 가동을 시작했다.
“모두 어서 올라타라! 한 사람도 남김없이! 곧 공습이 시작된다!”
대원들은 저마다 바삐 움직였다. 사상최초로 시도되는 대규모 기지대피작전. 훈련도 H-Class의 ‘그것’이 완성되어 실전배치가 되고 난 이후, ‘그것’을 이용하는 훈련은 겨우 3번 했을 뿐이었다.
“H-Class 1호기 도크 오프!”
-쿠아앙 소리와 함께 청랑 타워 앞의 광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지는 뜬금없는 상황에 루시퍼는 적잖이 당황했다.
“뭐, 뭐야 저거는?!”
모터들과 베어링이 굴러가는 소리가 묘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H-Class 플로팅, 프리퍼레이션 시작합니다!”
-구오오오
거대한 기체가 마침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고, 그들은 그것을 이렇게 불렀다.
‘위대한 신의 기체, Hyperion.’
* * *
H-Class, Hyperion이 비상대피를 시작한 그때, 훈과 수연은 청랑타워로 달려가고 있었다.
“잠깐만, 저것 좀 봐봐, 훈아!”
“뭐…히익! 저게 뭐지?”
두 사람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거대한 함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때마침 두 사람에게 통신이 들어왔다.
“얘들아? 지금 H-Class 함선 Hyperion이 이동을 시작했다!” 인자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습 때문에 피하시는 건가요?”
“그래, 하지만 나는 아직 타워 안에 있단다.”
“왜 피하시지 않는 거예요?!”
“아직도 처리해야할 업무가 많아! 공습 걱정은 그 다음이고!”
그때, 미사일 하나가 날아왔다.
“시작이다!”
미사일은 청랑타워를 가리면서 날아오르고 있던 하이페리온 호에 충돌했다. 그러고는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쿠아아아
“함선이!!”
루시퍼와 베를리니아는 자축을 하고 있었다.
“됐다! 이제 타이타닉은 끝장…어?!” 소리치던 루시퍼는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는 지상에서 지켜보던 훈과 수연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하잖아?!”
은빛의 거대 함선은 아무런 손상도 받지 않았다.
“설마, 쉴드(Shield)가 있다는 건가?! 지금 시대에 쉴드를 적용한 함선…이…타이타닉!!!” 베를리니아가 격분해서 소리 질렀다.
“더 퍼부어야지! 추가 공습 시작하라!” 루시퍼의 명령을 받은 란드로이드들이 바삐 움직였다. 이 로봇들은 주인의 명령이라면 순순히 복종해야했던 당시 로봇들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란드로이드는 빠른 속도로 미사일 수백 기를 발사대에 장착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누가 이기든지 간에 지는 쪽은 죽음이다! 가라, 신의 무자비여!”
-푸쉬우욱!
미사일이 하나 둘씩 청랑타워와 하이페리온 쪽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인자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너희가 지고 우리는 이긴다. 악은 지고, 선이 이긴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뜻이지.”
하이페리온 내부에서는 쉴드 준비가 한창이었다.
“모두 함대와 회장님을 보호해라!”
“큰일 났습니다! 쉴드가 생성되지 않아요!”
“뭐야!?”
인자성의 표정도 같이 굳어졌다.
‘쉴드의 장시간 유지는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한번 사용하면 해당 메커니즘의 부활(Rebirth)에까지 한 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쉴드가 생성되는데?! 설마…!?’
미사일들은 하이페리온과 함선이 가리고 있는 청랑 타워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제 곧 충돌합니다!”
“히익!”
“누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말했었나!”
-콰아아아
커다란 외침과 함께 미사일들이 동시에 대폭발을 일으켰고, 폭발음에 놀란 인자성은 주저앉고 말았다.
“방금 그 목소리는… 와주었구나….”
엄청난 연기 속에서 그들의 실루엣이 천천히 드러났다.
“우리들이 있는 한 이 사람들에게는 털끝만큼 손도 못 댈 줄 알아라!” 역시 훈과 수연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대원들이 소리쳤다. “살았다!”
그들의 자태에 감동 받은 대원들도 있었다. 몇몇은 울기까지 했다. 하지만 곧 이 분위기를 깨는 기분 나쁜 경고음이 울렸다.
“아직 미사일이 더 남았습니다!”
훈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맙소사…!”
“뭔데!? 힉!!!” 수연은 자신의 눈에 비치는 광경을 보고도 믿지 못하였다. “뭐야?!”
하늘에 수십, 수백 개의 태양이 떠올라있었던 것이다.
“무슨 미사일이길래?! 그리고 발사시간에 갭을 두고 있어?!”
운터베르크에서 루시퍼가 그 소리를 들은 양 소리쳤다.
“위대한 ICBM이여, 천천히 적을 녹여주려무나!”
베를리니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루시퍼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멍청하기는, 아주 단거리의 싸움에서 SRBM(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써도 모자랄 판에 무모하게 ICBM을? 것도 분리과정 없이 그대로 들이박는다고?!”
위성이나 ICBM같이 커다란 로켓에는 탄두를 분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만큼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루시퍼는 그 비용을 물고 싶지도 않았고 무모하게 일을 벌이면서까지 타이타닉을 물리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가라, ICBM!”
화가 난 수연이 ICBM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안 돼, 수연아! 너무 위험해!” 훈이 소리쳐서 말려봤지만 너무 늦었다.
“저리 꺼져라!” 수연은 하늘에서 슛이라도 할 기세였다.
-카앙!
길이가 무려 25m, 사거리 10,000km에 초속 7km로 날아오는 ICBM을, 수연은 발차기로 저 멀리 날려버렸다.
“말도 안 돼!!!” 이를 지켜보던 인자성은 자신이 지금 뭘 본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사람이 발차기로 거대한 미사일을 날려버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머지 미사일들은 모두 훈이 무력화 시켰다. 안전장치가 작동해 폭발하지 않고 그냥 추락한 것이다. 물론 추락은 한강 쪽으로 유도해서, 사상자는 없었다.
루시퍼는 너무 분했던 나머지 거품을 물고 쓰러져버렸다. “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타이타닉!”
한편, 시간을 거슬러온 그 남자는 둔치에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중얼거렸다.
“저들과 한번 붙어보면 재미있겠군. 오랜만에 몸 좀 풀 수 있겠어! 하하하핫! 윽! 커억!”
입을 너무 벌렸다가 그 구멍이 자기 집 마냥 들어갔던 벌레 때문에 그 남자는 먹는 것까지도 잊고 한동안 그 근처에 있던 벌레들을 잡는데 열중하고 있었다고 한다.
TITANIC - INFINITATIS STORY
Copyright ⓒ Jang Hun(트릴리언, Ætern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