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아마 이 부분까지 정발 되려면 1~3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일본에서조차 3장도 다 안끝났고
「나는 옛날부터 약삭빨라서, 뭐든지 적당하게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달리는 것도, 공부도 그럭저럭이었고……주위의 친구들이 좀처럼 할 수 없는 걸 곧바로 할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어째서 모두 할 수 없는 건지 이상해서 말이지」
어린 아이의 잘난 체, 귀여운 전능감이라고 하면 좋을까.
어릴 적의 스바루는 운동도 공부도, 보통 이상으로 빠르게 숙달하는 아이였다.
당연한 듯이 주위보다 발이 빠르고, 당연한 듯이 또래의 아이보다 영리해, 약속처럼 주위의 중심이 되어--.
『역시, 그 사람의 아이다』
그런 스바루를 평가하며, 어른들이나 근처의 사람들은 자주 그렇게 말했다.
그 『그 사람』이라는 것이 아버지인 것을 알고, 그 아버지의 아들인 것을 주위가 인정해준다.
――그 말을 듣는 것은 어린 스바루에게 있어 자랑이었다.
아버지는--스바루의 아버지인 나츠키 켄이치는 아들의 눈으로부터 보기에도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잘 웃고, 잘 말하고, 잘 울고, 잘 화내고, 잘 움직여, 잘 일한다.
아버지는 스바루와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공언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고, 그런 아버지의 주위에는 언제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아버지는 항상 많은 사람들의 미소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스바루에게 있어 최고의 자랑이었으며, 그런 아버지가 가장 소중히 해주는 가족이 자신과 어머니라는 것은 스바루가 몹시 오만해질 정도의 우월감을 가지게 했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 아버지와 같이 되고 싶다.
어린 스바루에게 있어 아버지의 등은 세계의 크기 그 자체였으며, 세계란 아버지의 키 위로부터 보는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날마다 스바루는 행복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기억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달리기에서 졌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제일 잘 할 수 있었던 일이 제일이 아니게 되어갔어. 나보다 발이 빠른 녀석이 나오고, 나보다 문제를 빨리 푸는 녀석도 나왔지. 나의 제일이 조금씩, 그런데도 확실하게 줄어들어 간다는 걸 깨닫고 이런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가면 갈수록, 스바루의 마음 속 하늘을 빛내던 별들은 멀어져 갔다.
손을 뻗어도, 하늘 밑을 돌아다녀도, 스바루의 곁에서 그토록 빛을 내뿜던 별들은 사라지고, 스바루를 감싸는 밤의 어두움과 고요함이 늘어나갔다.
그런 정체 모를 초조감 속에서도,
『역시, 그 사람의 아이다』
그 말만이 스바루의 구원이며, 달라붙은 희망이었다.
달리기에서 져도, 가장 영리할 수 없게 되어도, 그 말이 스바루의 어린 긍지를 계속 유지해주고 있었다.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 숙제를 열심히 푸는 것보다, 솔선해서 바보 같은 일을 하게 되어 갔다.
밤의 학교에 친구와 같이 숨어들거나, 마을을 돌며 흰 선을 긋거나, 위험하다고 유명했던 들개를 모두의 아지트에서 내쫓거나--그렇게 모두를 질리지 않게 하는 것으로, 스바루는 자신의 줄어든 별을 지키려고 했다.
「공부를 노력하다니 어처구니 없어. 발이 빠른 게 무슨 자랑이야. 내가 이렇게, 모두와 웃고 있는 편이 훨씬 대단하고, 훨씬 강해」
그런 착각의 프라이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무서워하는 것을 솔선해서 하고, 누구나 싫어하는 것을 직접 임하며, 그렇게 자신의 위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소중하고 소중하게 지킨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신을 지키려고 했더니, 다음에는 좀 더 큰 일을 해야 하더라고. 앞서 한 것보다 작은 짓은 할 수 없어. 그런 짓을 했다가 작은 놈이라고 생각되면 큰 일이니까」
그렇기에 스바루의 행동은 계속해서 과격하게 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런 일을 하는지 묻는다면, 그것이 나츠키 스바루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래, 그것이 나츠키 스바루가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나츠키 스바루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누구보다 분방하고, 누구보다 자유로우며, 모두가 동경하는 그런 존재로 계속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덮어서, 덮고 덮어서, 덮고 있는 것도 숨겨서, 그런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채, 좀 더 할 수 있다, 아직 더 할 수 있다고 자신도 주위도 속여간다.
왜냐하면 자신은, 나츠키 켄이치의 아들 나츠키 스바루이기에.
「뭐든지 할 수 있다, 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뭐든지 한다고, 믿어버렸어. 그렇게 하는 일 모두 바보 같이 되어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떠들기만 해서……」
그렇게 불에 이끌린 벌레처럼 타 들어가는 것도 깨닫지 않고 열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것이 정말로 벌레였다면, 불탈 때까지 불에 매혹되어 스바루는 끝났다.
그렇지만, 스바루는 벌레가 아니었고, 스바루의 주위에 있던 친구들도, 스바루보다 쭉 인간이었다.
――딱히, 무언가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스바루가 말하기 시작한 엉뚱함에, 똑같이 장난꾸러기 얼굴의 동료가 모인다.
그 모이는 동료들의 수가, 마치 빗의 이가 빠지듯 줄어들어 갔다.
「바보 같은 놈들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이런 즐거운 일, 내 옆에 없으면 맛볼 수 없다고. 그 애들은 후회든 뭐든 하면서, 재미 없는 시간을 쓸데없이 보내면 된다고. 나는 좀 더, 높은 곳을 보고 있다고」
그렇게 별의 위치를 계속 찾으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던 별들은 잃지 않고 끝난다.
그토록 하늘을 다 메우고 있었던 별들이 사라지고, 스바루에게 남아있던 것은 그 깜박이는 별 하나 뿐이었으며, 그것만을 바라보며 계속 달리다--문득, 밤하늘에서 대지로 눈을 돌렸을 때,
「나의 주위에는, 이제 나 밖에 남지 않았어」
당연한 일이다.
주위를 돌아보지도 않고, 모두에게는 보이지 않는 별을 계속 끝없이 뒤쫓은 스바루.
처음은 그것을 재미있어하던 동료들도, 끝을 보이지 않고 올라가는 분방함에 견디지 못하게 된다.
그것을 깨닫지 않고 떨어져 간 이를 바보 같은 놈이라고 비웃고, 남은 이들도 스바루의 생각에 불안과 의념을 느낀다.
그렇게 한사람, 또 한사람, 스바루의 옆에서 친구가 사라져, 깨달으면 밤하늘 아래에 남겨져 있던 것은 스바루 한사람 뿐이었다.
그것에 부루퉁하게 화내며, 잊고 있던 것처럼 하늘을 올려다 보면--,
「그토록 내 위에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던 별도, 이젠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
별의 빛도 잃고, 주위에 있던 친구들도 잃고, 그저 홀로 외로이 밤의 어둠에 남겨졌을 때, 스바루는 간신히 깨달았다.
――자신은 딱히, 특별한 인간 같은 게 아니었다.
『역시, 그 사람의 아이다』
그토록 어린 스바루에게 자부심을 안기고, 그토록 스바루의 마음에 활력을 가져다주던 마법의 말.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스바루에게 있어 저주의 말이 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 마을을 서성거리고 있으면 알아. 어디에 가도, 어디를 봐도,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걸. ……당연하겠지만」
스바루의 좁은 세계는, 그야말로 아버지의 키 위에서 같은 풍경을 보고 있던 것이다.
어디를 가도 아버지와 같은 높이를 요구하던 스바루에게 있어, 좁은 세계의 어디를 바라봐도 아버지의 잔향을 느끼지 않는 장소 같은 건 없다.
점차 스바루에게 있어, 세계는 무서운 것으로 바뀌어 갔다.
그와 동시에 스바루의 마음을 침식해 간 것은, 스스로 깨달아버린 자신의 범용이며, 그 범용를 부모에게, 부모를 아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다는 수치심이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누구에게도 의지가 되어, 누구에게나부터 미소를 받는다.
그런 나츠키 켄이치의 아들인 나츠키 스바루가, 남의 눈에 벌벌 움츠러들어, 세계의 넓이에 공포해 머리를 움켜쥐는 겁장이라고 여겨져서는 안된다.
자신의 악평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단언하는 아버지에 대한 모욕이며, 그것은 머지않아 그 커다란 아버지에게로의 실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스바루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무섭다.
초·중학교를 스바루는 오로지 자신이 눈에 띄지 않도록 철저하게 보냈다.
저학년 때의 스바루를 아는 급우들은, 그렇게 얌전해진 스바루의 모습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지만--다감한 시기의 아이들은, 동급생이 안는 마음의 어둠 같은 건 조금도 깨닫지 않고, 나날을 건강하게 보내며 사소한 일 같은 건 잊어간다.
그렇게 묻혀나가는 시간 속에서 스바루가 교묘했던 것은, 동급생들과 보내는 시간 속에서는 그림자에 충실했으면서, 가족끼리가 되면 변함없이 장난꾸러기 아들을 연기하던 일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마치 그늘진 잡초처럼 얌전하지만, 집 안에서는 한 때의 분방함을 되찾아 다른 사람처럼 행동한다.
하교길의 그가 말하는 여러가지 무용담은 집안일을 하는 어머니의 입가를 띄우고, 일로 지쳐 돌아온 아버지에게 미소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것들이 모두, 스바루의 입에서 나온 거짓말이었던 것을, 부모님은 깨닫고 계셨을까. 지금의 스바루는 모른다.
그렇게 해서 초·중학교, 자신의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시간을 거짓말로 채워, 나츠키 스바루라는 인간은 허상을 만들어내 갔다.
누구나 과거의 스바루의 악행들을 잊고, 눈에 띄지 않는 클래스 메이트를 이름만 아는 존재라고 인식해 나간다.
그렇게 희박한 관계에 일말의 외로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스바루의 마음을 덮는 것은 그 이상의 공포.
자신의 나츠키라는 성씨가 가진, 어떤 종류의 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둡게 사는 방식이었는 걸. 그렇지만 그렇게, 나는 초·중학교를 어떻게든 극복했어. 그렇게 해서 극복해, 고등학생이 되어……지역 학교인 주제에 편차치의 문제이겠지. 동급생이 거의 같은 학교로 진학하지 않았으니……」
모두를 뒤로 생각하는 버릇이 붙어있던 스바루도, 환경의 격변을 기회 중 하나로서 긍정적으로 파악할 정도의 용기가 조각만은 남아 있었다.
그 있을까 말까한 용기를 쥐어짜, 스바루는 이를 악물면서 얼굴을 올렸다.
고등학교 진학, 새로운 장소.
모르는 얼굴들과 쌓아 올리는 완전히 미지의 관계.
거기서라면, 스바루를 나츠키 스바루라고 판단해도, 『나츠키 켄이치의 아들』로서 보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리고 그 장소로라면--일찍이 허망히 져버린 밤하늘의 반짝임을, 또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용기의 용도가, 결정적으로 스바루를 길에서 벗어나게 했다.
「내가 생각해도 성대한 고교 데뷔 실패였다고 생각해. 그야 그렇겠지. 초-중학교 때도 제대로 인간 관계를 구축하고 있지 않았던 놈이, 모르는 얼굴 뿐인 장소에서 씩씩대면서 무리하게 엉뚱한 짓을 해대면……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바보라도 알거야」
그 바보라도 아는 것을 몰랐기에, 스바루는 바보조차 아니었다며 자신을 되돌아 본다.
자세한 것은 말하고 싶지 않다. 결과는 짐작이다.
사람과 접하는 관계에 있어, 아버지 이상의 견본을 가지지 않았던 스바루에게 새로운 환경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쌓아 올리라고 한다면, 참고로 하는 것은 그 아버지에 밖에 없다.
――어릴 적이라면 웃음 거리의 계기가 될 수 있던 그런 행동도, 제2치 성징기를 맞이해 정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동창에게는 독에 불과했다.
「독도 독. 맹독이야. 그것도, 독버섯처럼 흰 바탕에 빨강 반점이 떠서 한눈에 『맹독, 먹으면 고통스럽게 죽음』이라고 알아보는 종류의 녀석」
그런 놈이 어떻게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새로운 환경으로 내딛으려고 한 다리를, 첫 걸음부터 미끄러져 스바루는 나락의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그렇게 해서 공기를 읽을 수 없는, 알 수 없는 놈으로서의 지위를 얻어 고립한 시간을 보내며, 어느날 아침에 문득 생각했던 것이다.
――아, 오늘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마침 용무로 아버지나 어머니도 부재중인 아침이었다고 생각해. 그런 식으로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언제나 몸을 일으키는 시간에 뒹굴거리다가……당황해서 몸을 일으키니 한 낮이라는데 놀라고, 갈아입어야 한다고 일어서려 했을 때」
자신의 몸과 마음이, 몹시 침착하고 있었던 것을 스바루는 깨달았다.
등교해서, 창가의 자리에 홀로 앉아 자는 척하면서, 말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스바루의 마음은 항상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학교에 도착한 시점부터 돌아가는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눈을 뜬 그 때부터, 학교로부터 돌아가는 일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따돌림 당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무시를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스바루로부터 벽을 만들고 있었을 뿐이다.
누군가의 상냥함에 닿아, 희망을 품어버리는 것이 무섭다.
또 다시 별의 빛남을 봐버린다고 생각하면,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고통 뿐인 시간을 보내지 않고 끝난 하루.
그 해방감과 안도감, 그리고 탈진감에 매료되어, 스바루의 다리는 학교로부터 서서히 서서히 멀어져 갔다.
「주1회의 땡땡이가 3일에 1번이 되고, 금새 2일에 1번이 되어선……학교에 완전히 가지 않게 될 때까지, 2개월도 걸리지 않았어」
그 이후부터의 나날은 말할 것도 없다.
학교에 가지 않게 된 스바루의 마음에는 안도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교에서 떨어진 해방감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스바루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던 것은, 어떤 종류의 체념과 납득이었다.
별 다른 이유도 없이, 고집스럽게 불등교아가 된 스바루.
그런 스바루를 보고 『역시, 그 사람의 아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너무 한심한 스바루의 모습에 부모님이 실망해주면
, 아버지나 어머니도 반드시 스바루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만둬준다.
사랑하지 않은 아들에게로의 시시한 평가 따위, 그 2명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들이 시시하다고 욕먹는다면, 반드시 두사람을 화낼 것이다. 슬퍼할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주위는 불쌍하다며 한층 더 두 사람을 깍아내린다.
스바루와 부모님의 사이의 관계가 희박하게 되면 될수록,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되어 분명 좋아진다.
그러니까, 나츠키 스바루는--.
「너 같은 건 사랑하지 않는다. 너 같은 건 정말 싫다. 너 같은 건……내 아이가 아니다.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내던져주기를 원했어. 나를, 포기해주기를 원했어」
있을 리도 없는 별의 존재에 기대해, 덧없는 희망으로 하늘만을 올려다 본다.
그런 연약하고 한심한 스바루라는 인간을, 나츠키 켄이치의 아들에 어울리지 않는 어리석은 존재를, 해방해주었으면 했다.
――그것이야 말로, 스바루가 스바루 자신조차 깨닫지 않았던 본심이었다.
이후에 멋드러지는 독백이 이어지긴 하지만 그건 정말 본편 관련된 스포이기에 컷.컷.컷
기억이 좀 가물가물했는데 이걸 보니 제대로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스바루가 이세계에 떨어져서 어느 정도 태연하던 것도 이게 이유 중 하나가 되겠네요.
나중에 본심 털어놓을 때 보면 자기에게 새로 준 기회인 줄 알았다는 말이 있던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