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이 최초의 디지몬! 『디지털 몬스터 Ver.1』
초대의 디지몬 육성 기어, 통칭 『디지털 몬스터』에는 기본적으로 총 5개의 버전이 존재합니다.
각 버전별로 등장 디지몬의 구성 같은 기본적인 부분은 물론,
컬러 바리에이션 같은 외관도 크게 다르며 종류 또한 다양하여 각각의 개성이 녹아있는 매력적인 제품.
몇개월 정도의 짧은 간격으로 차례차례 발매되어가며 조금씩 변화를 주어가는 등,
이후의 시리즈를 위한 포석을 깔아두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소년들을 열광시키던 디지털 몬스터.
그런 디지몬도 드디어 5번째의 마지막 버전이 발매한다는 소식이 날아듭니다!
최후의 디지털 몬스터란 분명 전례없던 엄청난 것이 되겠죠. 모두 기대해 마지 않았습니다.
▲ 『디지털 몬스터 Ver.5』 색상은 요거 하나뿐.
더해서 패키지 디자인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서 확실히 말해 수수합니다.
▲ 『디지털 몬스터 Ver.5』의 등장 디지몬들.
마침내 등장한 시리즈 5편은 보시다시피 바이러스 디지몬들 투성이.
실제로 엑스티라노몬 이외에는 전원 바이러스 종이라는 묘하게 편파적인 구성입니다.
개성이야 넘치지만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살짝 핀트가 어긋난 느낌.
실제로 최종탄이라는 영광스런 자리임에도
이 Ver.5는 기어 본체는 물론, 등장 디지몬 전부가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냉대를 받고 있어서…
▤컬러 바리에이션이 클리어 그린의 1종류 뿐.(다른 시리즈는 최소 2개)
▤트레이닝 구성은 Ver.2의 것을 재활용.
▤당초 생산수가 타 버전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덕분에 압도적 프리미엄 자랑)
▤패키지 디자인에 상징 디지몬이 그려지지 않은 등 혼자만 차별화.
▤세가새턴 소프트 「~디지몬 테이머즈~ Ver.S」에 유일하게 수록되지 않은 버전.
▤PS1 소프트 「디지몬 월드」에서도 미등장(이 게임은 펜들럼의 디지몬까지 선행 등장하고 있다.)
▤원더스완 소프트 「디지털 몬스터 Ver..WS」에 역시나 미등장.
▤기본적으로 악역풍 몬스터 밖에 없기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나오면 십중팔구 악역(대체로 단역)취급.
▤디지몬 월드2에 등장한 Ver.5의 완전체 디지몬은 궁극체로 진화할 수 없다.
▤Ver.5에 사용된 도트는 약 10년 후의 「디지몬 트윈」 이 나오기까지 재사용된 적이 없다.
마치 스탭중 누군가가 Ver.5를 대놓고 증오하기라도 하는 듯한 역대 최강최악급의 대우를 자랑.
이 나쁜 취급은 바로 2개월 후 신 시리즈 『디지몬 펜들럼』이 발매됐기 때문일까요?
이 시절은 디지몬의 태동기로써 여러 미디어믹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시절이기도 합니다.
과연, 새로운 시리즈에 전념한 나머지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하면 앞뒤는 맞지만
단순히 그렇다고 하기엔 석연찮은 점이 많은 것도 사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등장 디지몬들의 독보적인 차별화.
▲ 「티라노몬 모아모아」 이 중 3마리가 Ver.5 출신.
외적으로는 엄청나게 홀대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등장 디지몬은
'다크티라노몬', '메탈티라노몬', '엑스티라노몬'이라는
Ver.1의 주역인 티라노몬을 이제와서 주목한 호화구성은 어쩐지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집니다.
또한 티라노몬 계열만 3체에(1마리는 가짜지만)
그외에도 사이클로몬, 데블드라몬, 델타몬, 태스크몬 등등 유독 공룡이나 드래곤과 같은…
말하자면 괴수타입의 몬스터가 많은 것도 Ver.5의 주목할 부분 중 하나.
종합해보면 기존의 디지털 몬스터로서는 짐작하기 힘든 노선에,
이 악의가 느껴지는 취급은 마치 없었던 존재 같은 느낌.
그 시절이야 그렇다쳐도 이후까지도 마치 없던 것 취급하는 대접은 확실히 납득 불가능이죠.
▲ 디지몬처럼 보이지만, 디지몬은 아닙니다.
이쯤에서 살짝 옆으로 넘어가서 당시의 반다이는 디지털 몬스터 시리즈 이외에도
다마고치 프랜차이즈를 응용한 여러 시리즈를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다마고치에서 여성층의 폭 넓은 지지를 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남성(특히 소년층)을 노린 작품이 많았죠.
그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일본의 괴수 영화 고지라 시리즈를 다마고치화한 「모스라의 다마고치」 시리즈였습니다.
(※모스라 : 고지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나방형 괴수.)
▲ 그 이름하여 『모스라의 다마고치』 타이틀 옆에 보이는 것이 모스라.
▲ 괴수 모스라는 곤충과도 같이 성장해간다.
적절한 육성을 통해 모스라 유충을 원하는 괴수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
기본 인터페이스가 동일한 다마고치이고, 소년층을 겨냥한 괴수 타입이라는 테마도 겹치는 만큼
전반적인 도트 디자인이 디지털 몬스터와 판박이입니다.
실제로 상기 진화표에 도트화된 괴수들은 디지몬의 '그것'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괴수를 육성한다는' 참신한 컨셉에도 불구하고 모스라의 다마고치 시리즈는 이 첫번째 버전을 끝으로 종료합니다.
사실 유사한 컨셉의 디지몬에 비해 내세울 점이 적었던 탓도 있겠죠.
어찌보면 디지털 몬스터는 이를 계승한 정신적인 후속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런데 마치, 진작부터 짜여지기라도 했던 듯이
고지라 시리즈와 디지털 몬스터, 아니 Ver.5의 구성은 놀랄 정도로 일치합니다.
※) 아래부턴 고지라 시리즈의 유명 괴수들과 도트화된 버전5의 디지몬들의 비교.
▲ 고지라 시리즈의 괴수들과 Ver.5의 디지몬들.(클릭시 확대)
디지몬은 도트가 우선 제작되고 그에 맞춰 일러스트를 그리는 캐릭터 메이킹 방식을 취하고 있어
도트와 실제 디자인이 다른 건 제법 흔한 일이지만 이 정도로 닮아있다는 건 꽤나 흥미롭습니다.
분명하게 공식 도감의 일러스트 보다 고지라의 괴수와 비슷한 점은 부정이 불가능할 정도.
이쯤되면 Ver.5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다크티라노몬과 고지라가 쏙 빼닮은 건 모티브 이상의 의미가 있음이 분명하겠죠.
"사실, 모스라의 다마고치는 이후에도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도중 모종의 사정으로 기획이 허사로 돌아가버리며
그 손실을 메꾸기 위해 사용기판과 이미 디자인된 도트를 재활용하여 예정에도 없던 5번째 디지털 몬스터를 만들었던 건 아닐까"
이 그럴 듯한 이야기는 출처는 불명이나 와타나베 켄지 씨 본인도 부정하진 않았다는 소문.
즉, Ver.5는 원래는 기획되지 않았던 기종이었기에 당시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찬밥대접을 겪을 수 밖에 없던 것입니다.(두둥)
그 뒤에 어떤 사정이 있었든,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괴수가 많이 나온다는 점은 매력적인 요소이고
솔직히 이 악조건 속, 괴수들의 도트에서 여기까지 개성적인 디자인을 그려낸 와타나베 켄지 선생님의 솜씨가 굉장해질 따름.
결과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공식에선 최악의 대우를 받고있는 Ver.5이지만
이 구성 상의 매력이나 적은 생산갯수가 되려 현재까지도 굉장한 인기와 프리미엄을 구가하게끔 만들었으니
역시, 미래의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를 따름입니다.
평소의 배로 장문에다가 매니악한 내용이 되었네요.
이상,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 5번째 디지털 몬스터에 대한 주저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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