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많이...기다리...시지는 않았겠죠? 다 잊었겠죠? 네에...
이번에 처음 보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 전작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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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시도는 진땀을 빼면서 정원으로 도망쳐 나왔고, 방금 전까지 있었던 집을 바라봤다.
겉보기에는 꽤나 조용했지만, 이 집 안에서는 지금 술에 취한 정령들에 의해 무슨 일이 터질지도 모르는 마왕성이나 다름없다. 만약에 이대로 이 집 안에 들어갔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시도의 온몸을 뱀처럼 휘감았고, 일단 라타토스크에서 제일로 신뢰할 수 있는 무라사메 레이네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시도 씨이이....”
“...시도오오오....”
그러던 그 순간, 방금 전의 패턴과 마찬가지로 시도의 바로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면서 시도가 바라본 인물들은 아까 전까지 토카와 함께 테이블의 정리를 도맡았던 요시노와 나츠미. 귀엽게 생긴 작은 2인조 콤비였다.
“...요, 요시노? 나츠미?”
시도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하체 정도의 키를 지닌 작은 정령들을 바라봤다.
[냐하하하하! 시도 구우운. 요시농은 참 글러먹은 토끼야!]
“요시농마저!”
어째 웃는 건지, 우는 건지 구별이 안 되는 목소리로 요시노의 왼손에 있는 퍼펫인형 요시농은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역시 요시노가 취해서 또 하나의 인격으로 분리되어 있는 요시농에게도 영향이 생긴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시도에게 갑자기 나츠미가 시도의 왼팔을 붙잡기 시작했다.
“...시도오오오.”
“...나, 나츠미?”
평소에 화가 난 것 마냥 인상을 쓰거나, 남들하고 시선도 똑바로 마주치지 않던 나츠미였으나 이번에는 평소와는 달랐다. 어째 작은 몸에 비해 반쯤 떠진 그 몽롱한 의식이 담긴 두 눈동자 속에서는 요염한 색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도느으은...내가 못 생겼다고 생각...안 해?”
“...아, 아니지. 물론.”
“...정마아알?”
“...응! 물론이지, 오히려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걸?”
그건 어디까지나 진심이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나츠미가 발산하는 분위기와 표정은 토카나 요시노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훌쩍, 너무...기뻐.”
“...축하...해요오. 나츠미...씨이....”
요시노가 두 눈을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돌리면서 휘청거리자 곧 몸의 균형을 못 잡아 쓰러지려던 그 순간, 나츠미가 곧바로 받아주고서 곧 그녀의 두 어깨를 붙잡았다.
“...요시노오오! 난 사실 예전서부터 너를...! 조, 좋...!”
“나츠미 씨이이이....”
“시도랑 단 셋이서 아무도 없는 오두막에서 같이 살자!”
“네...나츠미 씨이이.... 시도 씨.... 저희를 행복하게...해주세요. 아우우....”
[시도 구우운. 럭키! 쿠후후후!]
“...하, 하하하.”
작은 체구의 두 소녀와 한 마리의 토끼 인형을 바라보고서 시도는 난처한 웃음을 짓고서 뺨을 긁었다.
“꺄아아아아악! 그 자리에 저도 추가해주세요! 다아알링~! 요시노 짜으응~! 나츠미 짜으응~!”
그 때, 바로 뒤에서 맑은 방울소리 같이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도가 봉인한 정령이며, 일본에서 굴지의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돌. 이자요이 미쿠. 그녀가 몸을 배배꼬면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야, 그건 그렇고! 나츠미 짱과 저는 역시 동족이었던 거군요, 어디 한 번 사랑의 포옹을...!”
“안 돼! 나의 정조랑 사랑은 오로지 시도랑 요시노 뿐이야!”
“아잉, 치사해요~!”
그런 언제나의 미쿠의 모습에 시도는 조심스레 그녀를 불러봤다.
“...저, 저기. 미쿠?”
“네에~! 달링~!”
“...그, 아까 술...마시지 않았어?”
분명 방금 전 다 같이 니아가 가져온 와인을 마셨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쿠는 평소와 똑같은 언동을 유지하고 있었다.
혹시 와인을 덜 마셨다거나, 아니면 술에 강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한다면 적어도 이츠카 가 내부에 펼쳐진 트러블을 막아줄 든든한 아군이 한 명 늘어난 셈이었다.
“아잉~. 달링은 제가 설마 술을 마셨겠어요~? 이 이자요이 미쿠. 스캔들이 무서워서 그럴 엄두도 못 낸다고요~.”
...술을 마셨다는 자각이 없다. 그렇다면 술에 강해서 취하지 않았던 셈이었다고 판단한 시도는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미쿠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미쿠. 들어줘. 방금 전에 마셨던 음료수 말인데, 그건 사실....”
“그런 이유로 달링~. 딸꾹~!”
“...딸꾹?”
그 소리와 함께 방금 전, 요시노가 그랬던 것처럼 몸의 균형감각을 잃은 건지 휘청거리는 미쿠의 제스츄어에 극심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시오리 씨로 변신해주겠어요?”
“대체 무슨 이유를 말하는 건데, 왜 얘기가 갑자기 그렇게 되는 거냐고오오오!”
대체 어디에서 꺼낸 건지 모르겠지만, 시도가 다니는 라이젠 고교의 교복과 가발을 거머쥐면서 미쿠는 방금 전 야마이 자매처럼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마냥 시도에게 다가왔다.
“...시오리 씨. 저한테 도망칠 수 없을 거에요오~.”
“히이이익?!”
저 눈빛. 위험하다. 평소의 미쿠도 저런 눈빛을 발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녀의 바로 뒤에서는....
“저...도...시오리 씨가 보고...싶어요오.”
“그거...재밌겠네, 남자주제에...여자보다 예뻐 가지고...말이야, 나 같은 못난이 입장도...생각해 달라고. 딸꾹!
요시노랑 나츠미라는 작은 아군이 둘씩이나 붙어있었다.
“...자아, 그럼....”
“...아우....”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정신을 반쯤 놓은 세 정령이 시도를 덮치기 시작했다.
도망칠 곳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다시 집 안으로 피신한 시도는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현관 쪽을 바라봤다.
“...하아, 하아. 정말이지...어떻게 된 거야, 이건?”
대체 그 와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단순히 취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 좀비로 바꿔주는 바이러스라도 주입된 게 아닐까? 그럼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지금 시도의 처지는 매우 난처했다.
맨 처음의 토카의 주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카구야와 유즈루, 코토리, 요시노, 나츠미, 미쿠. 이 세 사람의 모습을 봤을 때, 적어도 다음서부터 술을 마시게끔 해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시도는 굳게 마음먹었다.
더군다나 방금 전까지의 정령들은 그나마 괜찮은 케이스였을지 모른다. 평소에 얌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했던 정령들이 그렇게 변한 것을 봤을 때, 앞으로 나머지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취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을 것만 같았다.
평소에도 시도의 정조를 탐내던 대마왕이 다른 정령들처럼 한 단계 더 육식계로 변했고, 이대로 마주치게 된다면...적어도 내일 아침 해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제발, 제발 오리가미만큼은 피할 수 있기를...!’
그렇게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던 시도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찌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히익?!”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기습에 시도는 재빨리 자신의 등을 찌른 인물을 바라봤다.
청조한 일본풍의 인형처럼 생겼으면서도 이국의 공주님처럼 생긴 마른 채구의 아름다운 소녀. 시도는 천천히 그 소녀의 이름을 읊으며 온몸을 떨었다.
“...오, 오리가미?”
말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마주친 소녀를 바라보고서 시도는 스마트폰 진동마냥 부들부들 떨면서 오리가미를 바라봤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오리가미다.
정령들 중에서도 유독 시도에 대한 집착욕이 강한 이 소녀가 토카들처럼 취해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위험하다. 정말로 위험하다.
“...오, 오리가미 씨? 아까서부터 말이 없는데...괜찮은...거지? 응? 제발!”
“.......”
“히이이익?!”
...말이 없다. 그저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면서 시도에게 다가왔고, 시도는 경직된 채 비명을 질렀다.
틀렸다. 아, 이제 정말로 끝이구나. 그런 생각이 시도의 주변을 맴돌던 그 때.
“...이...츠카...구우운.”
“...하?”
시도는 전율하고 말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오리가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딱히 외관이 바뀐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언제나 아무런 감정이 없는 인형마냥 무표정했던 그 얼굴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달랐다.
마치 토비이치 오리가미란 용기의 내용물이 순식간에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비록 함께했던 시간은 짧았으나 시도는 분명 ‘그녀’와 만났다.
바로 세계가 개변되고 나서 만난 또 하나의 오리가미였다.
“...이, 이럴 때는 토비이치 씨라고 불러야 하나?”
시도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서 오리가미가 아닌, 오리가미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취하지 않았지...?”
“...흐음? ...뭐가아...?”
마치 혼자 꿈속 세계에 갇힌 것 마냥 좌우로 휘청거리는 그 모습은 틀림없이 방금 전까지 만났던 정령들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취했다고 할지라도 세계가 개변되고 나서의 오리가미는 기존의 오리가미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딱히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만약에 기존의 오리가미였다면, 상당히 위험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눈앞에 보이는 오리가미는 적어도 시도의 정조를 위협할 만큼 무시무시한 오리가미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하, 하하....”
안심해서 그런 걸까? 갑자기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후우...다행이다.”
“...이츠카 구운.”
“...응?”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던 찰나, 오리가미가 부드럽게 시도의 볼을 양 손으로 쓰다듬었다.
“...에?”
“...이츠카 군은...정말 피부가 곱네. 꼭 여자애...같아서 귀여워.”
“...에?”
“...거기다가...골반도 부드러워 보이고, 어째 핥으면 단 맛이 날 거...같아.”
“......하아?”
“...저기, 이츠카 구운...부탁 하나만 해도 돼?”
잠시 동안 안심했던 시도에게 방금 전에 했던 언동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임과 동시에 공포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곧 이 오리가미에게서 기존의 오리가미와는 전혀 다른 무시무시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이츠카 구운...나 이츠카 군의 아기가 갖고 싶어.”
“푸우우우웁?!”
“...지금 당장....”
“뭐, 뭐...뭐뭐...뭐라고?”
“...안 돼애애...?”
“...읏!”
마치 지금 자신의 기분을 억제하느라 고생하는 것처럼 무척 괴로운 얼굴을 하고서 애타게 뭔가를 바라는 오리가미의 그 시선은 시도의 이성을 자극시켰다. 기존의 오리가미에게서는 찾을 수 없던 야릇한 분위기가 그녀에게서 맴돌고 있었다.
“...나, 나, 상스러운 여자 아니야. 단지, 이츠카 군만 보면 달아오르면서...자꾸....”
오리가미는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대로 온몸의 무게를 시도에게 실으며, 말을 이었다.
“...전부 이...츠카 군이 나쁜 거야, 이츠카 군이 날 이렇게...만들었으니까...책임....”
이 이상 들으면 안 된다. 그러면 무언가가 끊어지고, 학생의 신분으로 뭔 짓을 할지 모른다. 머릿속에 그런 말들이 맴돌면서 시도는 자리에 일어서고는 외쳤다.
“...우, 우아아아아악!”
“...이, 이츠카 군...?”
“미, 미안. 오리가미! 갑자기 소리 질러서, 그...그렇지만, 역시....”
“...나, 이츠카 군에게라면...뭐든...당해도 좋아....”
“안 돼! ...그... 우, 우린 아직 학생....”
“...역시...내가 싫은 거야?”
오리가미가 도중에 말을 끊으면서 글썽거리자, 시도는 ‘헉!’하고 소리를 내면서 곧바로 오리가미의 양 어깨를 붙잡고서 대답했다.
“...마, 마음은 기뻐! 하지만, 그런 건 좀 더 나중에 시간이 지나거든....”
“아, 오빠 발겨어어언!”
“...에?”
말을 하던 도중, 시도의 바로 뒤에서 코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정말! 시도 찾았다아아. 헤헤....”
“발견. 시도오오.”
“달리이이잉~.”
“...시도오...씨이....”
“...시도오....”
“히이이이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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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이번 단편의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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