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음. 결국, 아무것도 못 했구나.”
시도랑 니아가 자리를 비운 사이, 토카는 부엌 주변을 훑어보면서 유즈루가 제시한대로 음료를 찾고 있었지만 그게 생각보다 잘 되지가 않았다. 냉장고 안을 뒤져봤지만 있는 거라고는 물 뿐이었고 이전에 사뒀던 오렌지주스는 시도가 비프스튜를 만들 때, 달달한 맛을 살리기 위해 투척한 것을 목격한 바가 있었다.
하다못해 카구야와 유즈루가 매점에 가서 적당한 음료수를 사오겠다고는 했지만, 결국 자신이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토카의 가슴을 옭아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도에게 민폐만 끼치기만 한 건데. 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더냐…음?”
토카가 머리를 감싸면서 푸념 섞인 혼잣말을 하던 동안, 그녀가 우연찮게 바라본 테이블에는 검은색 병이 눈동자 안에 들어왔다.
“…이건….”
토카는 두 눈을 활짝 뜨면서 가까이에서 병을 유심히 관찰했다. 비록, 영어로는 적혀있어서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병의 표지 정중앙에는 분명 탐스럽게 생긴 포도가 그러져있었다.
“오오오! 틀림없다. 이건 포도주스 아니더냐?”
토카는 활기차게 웃으면서 그 병을 높이 들어올렸다. 포도주스는 분명 맛있는 음료다. 세상에서 제일로 맛있는 콩고물이 들어간 우유만큼은 아니지만 토카가 좋아하는 음료이고, 시도나 코토리도 가끔씩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면서 즐거워하던 장면이 토카의 머릿속에 동영상처럼 재생되고 있었다. 이거라면 분명 시도가 기뻐할 것이다. 민폐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다. 시도가 잘했다면서 칭찬하고 쓰다듬어 줄 수도 있다.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하면서 토카는 곧바로 병의 뚜껑을 따면서 주방에 있는 컵들을 꺼내 그 안의 내용물을 각 컵들에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도가 니아에게 화장실을 안내하거나 카구야나 유즈루가 돌아오는 길에 오리가미와 미쿠를 만나면서 같이 이츠카 가로 들어온 사이, 이번 파티에 참여하기로 한 이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자아, 그럼 다 같이….”
““““““건배애애애!”””””””
시도를 시작으로 토카 오리가미 그 밖의 모든 정령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건배를 하면서 분위기는 그렇게 익기 시작했다.
“크크크! 토카여. 대체 어디서 이 금단의 과실로 만든 음료를 손에 넣었느냐? 이 탐스러운 붉은 빛. 그야말로 피에 물든 진조인 이 몸에게 어울리는 음료니라.”
“감탄. 모처럼 산 유즈루들의 오랜지주스는 등장할 타이밍조차 없을 거 같아요.”
“으음. 사양하지 않고 마셔라!”
토카는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면서 말한 즉시, 곧바로 시선을 시도에게로 돌렸다.
“…하하하.”
“시, 시도. 이걸로 용서해줄 거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방금 전과는 다르게 고개를 숙이면서 눈치를 살피는 토카를 보면서 어째 묘하게 죄책감 같은 게 느껴진 시도는 방금 전에 코토리가 기회를 봐서 토카를 위로하거나 칭찬해주라는 어드바이스가 떠오르더니 곧 볼을 긁으면서 토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괜찮아. 별로 화 안 났어.”
“…정말이냐?”
“응. 정말이야.”
시도의 말에 토카는 금방 해맑은 얼굴로 웃으면서 시도에게 안기기 시작했다.
“우와아앗?!”
한편, 그런 모습을 코앞에서 지켜본 카구야와 유즈루는 샘이 난다는 표정을 들이내면서 볼을 부풀기 시작했다.
“뭐야, 우리한테는 잔뜩 화를 내면서 국자로 때려놓고선!”
“불만. 이건 차별이에요.”
야마이 자매가 그렇게 시도를 노려보면서 호소하자 시도는 난감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짓고서 입을 열었다.
“카구야랑 유즈루도 미안.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어. 다음서부터는 주의할게.”
시도가 그렇게 말하자 야마이 자매들은 각자 그렇게 웃으면 어떻게 나무라면서 새빨개지더니 대답도 없이 잔에 있는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보니 토카. 이 음료수는 어디서 구한 거야?”
시도는 뒤늦게 이 음료수를 어디서 구했는지 물었고, 토카는 여전히 싱긋싱긋 웃으면서 당당히 말했다.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헤에. 테이블이라고? 그러고 보니, 여기에 와인도 있었지, 그건 또 어디로 갔….”
시도는 그렇게 말하던 도중, 곧 생각이 정지하면서 불길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분명 아까 전에 놓여있었던 와인이 사리지고 나서 니아랑 잘 찾아봤지만, 와인은커녕 병뚜껑조차 찾을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포기하려던 찰나에 모두가 모이는 바람에 그저 가만히 파티를 개최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지금 토카가 따라놓은 이 적보라 색의 음료에서는 어째 고급 향수를 뿌려놓은 것 마냥 향기로운 냄새가 시도의 코를 자극시키고 있었다.
“어이어이. 설마 진짜냐고…?”
더군다나 건배를 하고나서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마냥 기다란 침묵이 유지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방금 전에 토카가 안겼을 때,다른 정령들의 반응은 평소에 비해 유난히 조용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불길한 예감은 적중할 수밖에 없었다.
“…토, 토카! 그건 마시면 안 돼!”
“…음? 왜 그러느냐…? 딸꾹?”
지져스. 하필이면 눈치를 챈 것은 그 순간 토카 역시 남들처럼 와인을 음미한 모양인지 아까에 비해 피부가 유난히 빨개졌고, 어째 바람에 흩날리는 꽃 마냥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시도가 입을 크게 벌리면서 당황하는 한편, 토카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기 시작했고 몸의 균형을 잃은 것 마냥 몸을 그대로 시도의 품에 몸을 기대기 시작했다.
“…헤헤헤. 시도. 나 잘했느…냐?”
“…그, 그래.”
시도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토카는 그대로 시도를 살짝 밀치더니 곧 잃었던 균형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덤으로 살짝이라고 해도 토카의 강력한 힘에 의해 시도는 온몸이 망가지듯이 굴러가면서 엄청난 통증을 맛봐야 했다.
“커어어억?!”
“좋아아앗! 시도가 칭찬해줬다. 더 마셔야지!”
“…뭐, 뭣?!”
지금은 이렇게 아프다고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토카가 취한 상태에서 잔에 술을 더 따르려는 모습을 목격한 시도가 황급히 자리에 일어섰다.
“토, 토카. 그만. 그만 마셔!”
“으음? 왜 그러느냐 시도? 아! 시도도 마시고 싶은 것이냐?”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는 아직 학생이라고!”
사실 이렇게 말해봐야, 취해버린 토카한테는 얘기가 통할 거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는 억양에 힘을 주면서 토카로부터 술을 뺏고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훌쩍.”
“…에?”
“…우우. 시도가 화나쪄….”
토카가 혀를 꼬면서 곧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평소의 패턴대로라면 이제 곧 영력이 폭주할지도 모를 비상사태가 발동될 정도로 토카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나오려고 시작했다. 그걸 본능적으로 캐치한 시도는 곧 토카를 달래면서 진정시켰다.
“자, 잠시만. 토카, 진정해! 화 안 났어.”
“…그, 그치만. 시도 아까 전에도 굉장히 화냈고, 지금도 소리를…우우우!”
“아니야! 그, 그건 토카가 잘못될지 모르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야.”
“…저, 정말이냐?”
“그래. 학생이 술을 마시면 위험하다고, 여러 가지 의미로….”
시도는 이마를 짚으면서 토카의 양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 그럼 화 안 난 거냐?”
“…아아. 물론이지.”
“…훌쩍. 다행이다.”
토카는 그 말을 하는 동시에 그대로 다시 한 번 시도의 품에 몸을 내던졌다. 아무래도 술에 취해서 그대로 정신을 잃은 모양이었다.
“…설마. 한 잔 마시고 이 모양이라니….”
“아아앗! 치사해애!”
“불만. 부조리한 이 상황…설득을 요…구합니다. 딸꾹.”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시도의 등 바로 뒤에서 두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 카구야. 유즈…루?”
그렇다. 술에 취한 정령은 토카 뿐만이 아니었다. 야마이 자매와 그 밖의 모든 정령들이 하나 같이 토카가 따른 술잔을 마시고 말았다. 더군다나 방금 전까지 테이블 바로 앞에서 다 같이 건배를 하고 있던 정령들의 모습은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이 자취를 감췄고, 야마이 자매는 공격적인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도!”
“고함. 시도!”
“히이이이익?!”
“최근 말이야, 우리한테 대하는 게 너무 쌀쌀 맞지 않느냐? 너는…우리의 공유재산…인데도…훌쩍…!”
“격노. 저희로서는…부족한 건지 묻고 싶어요오….”
“…에에…?”
“…우리는…네가 정말 정말 좋아! 정말 정말 사랑해! 그러니까 우리 좀 봐줘, 이 바보얏!”
“…동조. 유즈루도 카구야가 좋아하는 만큼…시도는 소중한 존재에요.”
갑작스러운 말에 시도 역시 술을 마신 것 마냥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혹시…우리가 공유재산이라고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뭐?”
“간파. 틀림없이 유즈루들이 그렇게 대우해서 차갑게 된 것임이 틀림없어요.”
“아, 아니….”
“…그, 그렇다면. 주중관계를 바꿔도 좋아. 우리가 너의 재산이고…하인. 주인님이라 부르면 되는 거지? 시도가 좋아한다면 뭐든 해줄게. 그것도 싫다면 더 한 것도….”
“…동의. 시도가 원한다면 돼지처럼 네 발로 기어드릴 게요. 그러니까 유즈루랑 카구야를 봐주세요.”
“…주인니이임.”
“…애원. 저희를…추잡한 암퇘지들을…귀여워해주세요.”
어째 마니악한 소리를 하면서 야마이 자매는 서서히 자신들이 입고 있던 옷들을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뭐, 두, 두 사람 다 뭐 하는 거얏?!”
시도는 황급히 옷을 벗어던지는 두 사람을 저지하려고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와이셔츠까지 벗겨지면서 카구야의 슬림하고 완벽한 몸매와 유즈루의 탄력이 넘치는 유방이 그대로 시도의 눈 안에 들어오고 말았다.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 멋들어지고 아름다운 곡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잠시 그 아름다운 광경에 시도는 의식하면서 바라보고 있었지만, 곧 이성의 밧줄을 붙잡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아아!”
“충격! 이래도 저희에게 사랑을 나눠주지 않으실 건가요?”
“…아, 아니야! 그, 그치만 역시 이건 아니야!”
그 말을 하면서 시도는 주방에서 빠져나왔고, 그 뒤를 야마이 자매가 공포물의 좀비마냥 나체 상태에서 휘청거리고 느릿느릿하게 쫓아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사, 살았다.”
평소의 야마이 자매와는 다르게 느릿느릿하게 걸어서인지 그녀들로부터 도망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방금 전에 본 광경으로 인해 여러모로 심장에 많은 무리가 생긴 거 같았다.
“…오빠.”
바로 그 때. 시도의 등 뒤에서 방금 전처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 코토리?”
설마 했지만 아무래도 코토리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찾아오고 만 모양이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성숙한 얼굴은 평소의 애교 넘치는 여동생의 이미지나 강압적이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사령관의 이미지 양쪽 다 아니었다. 어째 요염한 이미지의 그 표정은 차마 여동생이라 생각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을 시도에게 안겨주고 있었다.
“…헤헤헤. 오빠가 둘이나 있네? 응…? 가만…셋인 거 같기도 하고….”
“…코, 코토리 씨?”
시도의 주변에 있던 공기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편, 코토리는 갑자기 몽롱해진 얼굴로 마루 밑에서 일어서더니 곧 상의를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코토리! 지금 뭐하려는….”
“…오빠아아.”
“…윽!”
이어서 바지까지 집어던지면서 곧 무방비한 속옷차림과 니삭스를 착용한 음란하기 짝이 없는 코토리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비록 가슴은 작을지언정 부풀다만 사춘기 특유의 탱글탱글한 여동생의 보디가 시도의 두 눈에 들어왔고 그 장면에 시도는 할 말을 잃은 채, 어언 벙벙하게 가만히 서있었다.
“…오빠는 언제까지 나를 애 취급할 거야?”
“…헤?”
“나 이래봬도 오빠에게 한 명의 여성으로…어른처럼 보이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중이야. 언제까지 나를 어린애나 여동생으로만 보지만 말고….”
곧 도토리 같이 생긴 그 두 눈에서 의문에 광체가 보이더니….
“제발 부탁이니까 오빠의 늠름한 ○○로 나에게 ○○를 ○--○해서 ○--○하게 해주고 ○--○를 해줘! 가능하면 ○--○도 허락할게, 아니 해줘! 오빠의 ○--○로 ○--○하고 ○-----○되기를 원해!”
“코토리이이이이잇?!”
살아생전 차마 여동생에게서 들을 수 없는 방송금지 용어들을 들은 시도는 고함을 내지르며 이번에는 코토리를 피해 밖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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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사실 저도 잘 몰라요. 그냥 개그 요소로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넣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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