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시도오....”
“...시도...씨이....”
“...오빠아....”
“자, 잠깐만! 토카, 요시노, 코토리...!”
어두운 밤 아래의 이츠카 가의 마당. 그곳에서 장남인 이츠카 시도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뒷걸음을 치려고 하던 찰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크크크...딸꾹, 어딜...도망가는 거야?”
“...애원. 유즈루랑...카구야를 두고...가지 말아주세요.”
“다아알리이잉...너무너무...좋아...해요~.”
“...역시, 훌쩍...나 같은 못난이는 싫어...딸꾹...하는 거지?”
“이츠카구우우운. 좋아해. 너무 좋아해. 사랑해줘....”
“...히이이익?!”
사자나 호랑이들만 모인 사바나에 던져진 토끼도 이런 느낌인 걸까? 비록 아름답고 매력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지나칠 정도로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낙원이라지만, 지금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들의 얼굴은 그녀들이 정상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고, 몸 하나하나의 동작에서 어째 알 수 없는 공포가 느껴지고 있었다. 뭣보다 결정적으로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이는 저 눈들을 본다면 누구라 할지라도 겁을 먹어 기절할 무서운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아아...소년 대핀치네.”
한편, 무리 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인으로 보이는 소녀. 혼죠 니아는 볼을 긁적이면서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약 한 시간 전, 사건의 무대가 된 이츠카 가에서는 시도를 비롯한 몇 몇 소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도, 이 접시는 여기에 두면 되는 거냐?"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머리카락과 수정처럼 생긴 두 눈동자. 그야말로 경국지색이라 표현해도 모자를 사랑스러운 외모를 지닌 소녀. 야토가미 토카는 시도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원래는 세계를 죽이는 재앙이라 불리는 존재였지만, 시도의 능력으로 봉인된 정령 중 하나였다.
"...시, 시도 씨. 이거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 요시노. 그건 저쪽에 두면 될...거야. 아마도....“
체구가 작은 귀여운 2인조. 요시노와 나츠미 역시, 토카와 마찬가지로 시도의 힘에 의해 봉인된 정령이었고 토카처럼 시도의 일을 돕고 있는 중이었다.
“...그, 그건 그렇고...정말로 맛있는 냄새로구나. 시도. 대, 대체 뭘 만드는 것이냐?”
접시를 나르던 도중 토카는 시도가 만들고 있는 요리의 냄새를 킁킁 맡으면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도가 하고 있는 요리는 평소의 토카들이 즐겨먹던 음식들과 다르게 좀서 양식에 가까운 식탁에 놓일 음식들이었고 하나하나 지금까지 맛보지 못 했던 시도만의 오리지널 비법들이 담겨져 있었다.
“아, 좀만 더 기다려줘. 토카. 곧 있으면 완성될 거 같으니까....”
시도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프라이팬에서 볶고 있는 봉골레 파스타에 소금과 후추를 넣으면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우.... 이 이상 참기가 힘들겠다. 시도, 오늘 메뉴를 다시 한 번 알려주겠느냐?”
“으음, 각종 야체랑 치킨 벨루테를 섞어서 만든 키슈랑 최고급 와규(일본 소고기)에 레몬즙 소스로 깃들은 스테이크, 그리고 연어 셀러드...아, 해산물 빠에야랑....”
“오오옷! 잘은 모르겠지만, 듣도 본 적도 없는 요리뿐이라서 정말 기대가 된다!”
토카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양 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기쁨을 표했다. 정작, 이번 파티에 주인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중에서 가장 신나는 인물은 아마 토카일 것이다.
이번에 시도가 이렇게 기합을 넣으면서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요리에 도전하는 것은 전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작년 겨울 말에 만난 새로운 정령. 혼죠 니아의 퇴원을 기념해서 생긴 파티였다.
니아는 얼마 전까지 DEM의 계략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시도와 토카를 비롯한 정령들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목숨을 구지할 수 있었다. 다만, 온전한 상태로 살아남은 것도 아니었기에 요 며칠 동안 프락시너스의 의료시설에서 요양하고 있는 중이었고 오늘 마침 퇴원해도 좋을 거라는 통보가 나왔다.
그 소식을 접한 시도는 기념으로 다 같이 이츠카 가에서 정령들과 파티를 열게 되었고, 오늘은 특별히 지금까지 도전하지 않았던 양식들을 인터넷이나 요리책으로 조사해보면서 이렇게 주방에서 열심히 만드는 중이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실패를 거듭했지만 지금은 남들이 봤을 때, 침이 절로 흘리게 만드는 걸작들을 차례차례 만들어가고 있었다.
“헤에...정말 레스토랑 하나 차려도 괜찮겠는데?”
소파에서 지켜보고 있던 코토리가 사탕을 입에 넣은 체, 솔직하게 감탄을 하고 있었다.
“...크크크. 그야말로 우리들을 위한 공물.... 시도여, 얼른 내놓아라.”
“동의. 얼른 유즈루들의 배속에 넣고 싶어요.”
“어이!”
똑같이 생긴 얼굴이지만, 표정(뿐만이 아니라 몸매까지 절망적으로)이 전혀 다른 쌍둥이 정령, 야마이 자매가 테이블의 음식들을 향해 손을 뻗으려고 하자, 시도는 스프를 다 저어낸 다음 씻은 국자로 살짝 야마이 자매들의 머리를 때렸다.
“아얏!”
“고통, 아얏!”
“다 같이 테이블에 모이기도 전에 손으로 집으면 안 돼지!”
시도가 그 어느 때에도 보이지 않았던 화난 표정으로 야마이 자매를 향해 억양을 높였다. 이렇게까지 야마이 자매가 시도에게 당하는 것은 예전에 매점 점주로부터 외상이랍시고 빵을 훔치고 도주한 이례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온화한 시도였지만, 적어도 밥상에서의 예절이나 그런 거에 엄격한 소년의 지적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우우...시도는 가끔 너무 엄격해....”
“불만, 정말 너무해요. 유즈루랑 카구야한테만....”
“당연한 걸로 혼내는 걸로 불평하지 마,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다 같이 식사하기 전까지 손으로 집으면 안 돼.”
“그렇게 따지자면, 토카도 똑같다고!”
“제시, 유즈루랑 카구야가 똑똑히 목격했어요.”
“뭣?!”
카구야와 유즈루의 얘기에 시도는 경악하면서 그대로 토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히끗!”
시도와 눈이 마주치자, 토카는 움찔하고 어깨를 떨며 몸을 움츠리기 시작했다. 어째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주인에게 혼나는 대형견 같아 보였다.
“...하아.”
“미, 미안하다. 시도. 그게...닭튀김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한 조각 맛 좀 봤다.”
토카가 솔직하게 사과를 하자, 시도는 고개를 저으면서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서부터는 그러지 마. 알았지?”
“...미, 미안하다. 시도....”
어째 울적한 목소리로 고개를 푹 숙이는 토카의 모습에 시도는 내심 당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토카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으면 카구야나 유즈루에게 불공평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시도는 엄하게 경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시도. 나 좀 봐.”
한편, 아니다 다를까 토카를 지적하는 장면을 목격한 코토리는 사탕을 ‘콰직!’하고 씹으면서 그대로 시도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뭐, 안 봐도 비디오겠지만 분명 정신이 불안정한 토카의 호감도를 내리는 행위에 대한 거겠지만, 시도로서는 야마이 자매가 보고 있는 현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코토리한테 잔소리를 받아야한다는 사실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겨졌지만, 어쩔 수 없이 시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보다 한 참 아래인 여동생 사령관을 따라 가는 신세를 떨칠 수가 없었다.
“...우우. 시도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시도가 코토리한테 잔소리를 듣는 한편, 토카는 자신이 저지른 사소한 만행에 대해 낙심하면서 혼자 훌쩍이고 있었다.
“...아아. 그...미안해. 토카....”
“사죄. 고자질을 해서 미안해요.”
그런 토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카구야는 평소와는 다르게 평범한 말투로 토카를 위로했고, 유즈루 역시 진심으로 미안하다면서 토카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어떡하지? 시도에게 미움을 받았다.”
“아, 아니...딱히 미움 받은 것은 아니라고? 분명 곧 괜찮아질 거야.”
“동의. 시도는 마음이 넓어요. 아마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색골 플레이로 여자들을 농락할 거에요.”
어째 본인이 방금 들으면 심히 상처 입을 말을 하면서 유즈루는 토카를 일으켜 새웠고 곧바로 토카의 양 손을 붙잡았다.
“...고맙다. 카구야, 유즈루. 훌쩍.”
“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잘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게 문제라고? 어떻게든 이 실패를 만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느니라....”
“제안. 그러면 음료수를 따르는 것은 어떨까요? 마침 시도가 깜빡하고 음료 같은 것은 준비 안 한 거 같은데 적당히 찾아서 모두에게 따르는 겁니다.”
“오옷! 그거 획기적인데 유즈루, 과연 나의 반신!”
“그, 그거라면 시도의 기분도 풀릴까?”
“당연히 풀리겠지! 도전할만한 가치는 있다, 나의 권속이여!”
“실행. 지금 당장 이 집 어딘가에서 마실 걸 찾아보는 거예요.”
그렇게 토카와 카구야, 유즈루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하여튼, 다음서부터 정말 조심 좀 해.”
“알겠다니까.”
코토리에게 한소리를 들은 직후, 시도는 서둘러서 주방으로 달려가려던 그 찰나, 현관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라면 정령들 중 오리가미랑 미쿠 혹은 이번 파티의 주인공인 니아 세 사람 중 하나임이 틀림없었다.
“...네에, 잠시만요.”
시도가 서두르면서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자 그곳에서는 예상했던 인물들 중 한 명이 서있었다. 외관으로는 시도보다 한 살 위로 보이는 소녀였다. 쇼트 커트에 빨간 테의 안경이 인상적인 마른 몸매의 소유자. 이번 파티의 주인공인 혼죠 니아였다.
“여어, 어서와.”
시도가 반가운 얼굴로 웃자, 니아는 씩 웃으면서 신발을 벗고 현관문에서 나왔다.
“실례하겠습니다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료실 침대에서 신세를 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쾌활한 웃음소리와 함께 니아는 몹시 기쁘다는 표정으로 시도에게 들고 있던 봉투를 건네 줬다.
“자아, 받아!”
“응? 이건 뭔데...켁?!”
봉투의 내용물이 신경 쓰인 나머지, 시도는 무심코 봉투 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검은색에 기다란 병. 그리고 마치 년도를 나타내는 숫자들과 포도가 그려져 있는 것만으로도 그 병 안에 내용물은 안 물어봐도 뻔했다.
“...야, 니아. 이건....”
“헤헤헤. 이왕 파티인데 분위기를 띄어봐야지.”
“우린 미성년자라고!”
그렇다. 봉투 안에 있던 것은 바로만인 어른들의 특권 중 하나인 술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은 년도며 뭐며 봤을 때, 꽤나 오랫동안 숙성된 고급 와인인 거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원래 술은 어릴 때 배우기 마련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튼 안 돼! 적어도 내년까지는 숨겨둘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에에엑? 치사해!”
“뭐가?!”
“술은 내 삶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네가 무슨 아저씨냐? 어이!”
잠시 잊고 있었지만, 예전에 시도가 니아와 처음으로 만난 직후, 방문한 그녀의 집에서는 무수한 일본주(빈 병)와 맥주(빈 캔)이 몇 박스나 눕혀져있던 현장을 목격한 바가 있었다. 차마 소녀의 외견으로 생긴 그녀로서는 영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으나 니아는 꽤나 지독하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술을 어지간히 아끼는 정령임이 틀림없었다.
“...치잇, 한 번 소년이 취해서 여러 소녀들을 덮치는 광경을 두 눈에 새겨보려고 했는데.”
“대체 어떤 전개를 기대한 거야?!”
경악에 찬 시도의 목소리가 현관에 울리면서 곧바로 와인을 주방까지 가지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즉시, 곧바로 타앙! 하고 와인을 거칠게 두고서 시도는 니아를 향해 말했다.
“애초에 너도 방금 전에 퇴원했으면 술 같은 건 피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술은 절대 안 돼.”
시도가 그렇게 말하자 니아는 감탄했다는 식으로 씩 웃으면서 말했다.
“...헤에. 소년. 이 누님을 걱정하고 있었던 거야?”
“...거, 걱정은 누가....”
“아? 츤데레? 츤데레? 츤데레야? 소년 얼굴이 빨개지고 있어.”
“제, 제발 그만 좀 놀려 대! 누구는 신경 쓰고 있는데.”
시도가 얼굴을 붉히면서 눈에 딱 힘을 주자, 니아는 그런 시도의 반응이 귀엽다는 식으로 어른스러운 미소로 시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 미안. 소년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후훗.”
“윽!”
이게 연상의 힘인 걸까? 지금껏 시도를 이렇게 대한 정령은 본 적도 없었다.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태도에 적잖게 당황한 시도였지만 이윽고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 아무튼. 올 거라면 올 거라고 전화라도 해놓으라고. 자아, 이대로 오리가미랑 미쿠가 오거든 파티를 하자.”
“오옷! 이거 전부 소년이 만든 거야? 굉장한데?”
“미리 말해두는 건데, 집어서 먹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
“안 그래, 안 그래. 그보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야? 좀 안내 좀 해주겠어?”
니아는 여전히 시도의 반응이 귀엽다는 식으로 웃으면서 길 안내를 부탁했다. 평소의 시도라면 간단하게 말로 위치를 설명했겠지만, 어째 그랬다가는 니아에 의해 또 놀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하는 수 없이 니아를 안내하기로 했다.
“어? 웬 일이야? 분명 말로 설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다가는 또 놀릴 거라는 감이 들었거든.”
“헤에...생각보다 제법인데?”
이런저런 바보 같은 얘기를 하면서 시도는 니아와 천천히 화장실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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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게시판에 처음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한 번 원작의 앙코르나 단편 느낌으로 팬픽을 만들어 봤는데 어떠신지?
다음편은 내일이나 모레에 쓸 생각이고 앞으로 자주 팬픽을 올릴 생각입니다.^^
“...시도...씨이....”
“...오빠아....”
“자, 잠깐만! 토카, 요시노, 코토리...!”
어두운 밤 아래의 이츠카 가의 마당. 그곳에서 장남인 이츠카 시도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뒷걸음을 치려고 하던 찰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크크크...딸꾹, 어딜...도망가는 거야?”
“...애원. 유즈루랑...카구야를 두고...가지 말아주세요.”
“다아알리이잉...너무너무...좋아...해요~.”
“...역시, 훌쩍...나 같은 못난이는 싫어...딸꾹...하는 거지?”
“이츠카구우우운. 좋아해. 너무 좋아해. 사랑해줘....”
“...히이이익?!”
사자나 호랑이들만 모인 사바나에 던져진 토끼도 이런 느낌인 걸까? 비록 아름답고 매력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지나칠 정도로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낙원이라지만, 지금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들의 얼굴은 그녀들이 정상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고, 몸 하나하나의 동작에서 어째 알 수 없는 공포가 느껴지고 있었다. 뭣보다 결정적으로 밤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이는 저 눈들을 본다면 누구라 할지라도 겁을 먹어 기절할 무서운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아아...소년 대핀치네.”
한편, 무리 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인으로 보이는 소녀. 혼죠 니아는 볼을 긁적이면서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약 한 시간 전, 사건의 무대가 된 이츠카 가에서는 시도를 비롯한 몇 몇 소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도, 이 접시는 여기에 두면 되는 거냐?"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머리카락과 수정처럼 생긴 두 눈동자. 그야말로 경국지색이라 표현해도 모자를 사랑스러운 외모를 지닌 소녀. 야토가미 토카는 시도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원래는 세계를 죽이는 재앙이라 불리는 존재였지만, 시도의 능력으로 봉인된 정령 중 하나였다.
"...시, 시도 씨. 이거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 요시노. 그건 저쪽에 두면 될...거야. 아마도....“
체구가 작은 귀여운 2인조. 요시노와 나츠미 역시, 토카와 마찬가지로 시도의 힘에 의해 봉인된 정령이었고 토카처럼 시도의 일을 돕고 있는 중이었다.
“...그, 그건 그렇고...정말로 맛있는 냄새로구나. 시도. 대, 대체 뭘 만드는 것이냐?”
접시를 나르던 도중 토카는 시도가 만들고 있는 요리의 냄새를 킁킁 맡으면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도가 하고 있는 요리는 평소의 토카들이 즐겨먹던 음식들과 다르게 좀서 양식에 가까운 식탁에 놓일 음식들이었고 하나하나 지금까지 맛보지 못 했던 시도만의 오리지널 비법들이 담겨져 있었다.
“아, 좀만 더 기다려줘. 토카. 곧 있으면 완성될 거 같으니까....”
시도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프라이팬에서 볶고 있는 봉골레 파스타에 소금과 후추를 넣으면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우.... 이 이상 참기가 힘들겠다. 시도, 오늘 메뉴를 다시 한 번 알려주겠느냐?”
“으음, 각종 야체랑 치킨 벨루테를 섞어서 만든 키슈랑 최고급 와규(일본 소고기)에 레몬즙 소스로 깃들은 스테이크, 그리고 연어 셀러드...아, 해산물 빠에야랑....”
“오오옷! 잘은 모르겠지만, 듣도 본 적도 없는 요리뿐이라서 정말 기대가 된다!”
토카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양 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기쁨을 표했다. 정작, 이번 파티에 주인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중에서 가장 신나는 인물은 아마 토카일 것이다.
이번에 시도가 이렇게 기합을 넣으면서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요리에 도전하는 것은 전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작년 겨울 말에 만난 새로운 정령. 혼죠 니아의 퇴원을 기념해서 생긴 파티였다.
니아는 얼마 전까지 DEM의 계략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 했지만, 시도와 토카를 비롯한 정령들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목숨을 구지할 수 있었다. 다만, 온전한 상태로 살아남은 것도 아니었기에 요 며칠 동안 프락시너스의 의료시설에서 요양하고 있는 중이었고 오늘 마침 퇴원해도 좋을 거라는 통보가 나왔다.
그 소식을 접한 시도는 기념으로 다 같이 이츠카 가에서 정령들과 파티를 열게 되었고, 오늘은 특별히 지금까지 도전하지 않았던 양식들을 인터넷이나 요리책으로 조사해보면서 이렇게 주방에서 열심히 만드는 중이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 실패를 거듭했지만 지금은 남들이 봤을 때, 침이 절로 흘리게 만드는 걸작들을 차례차례 만들어가고 있었다.
“헤에...정말 레스토랑 하나 차려도 괜찮겠는데?”
소파에서 지켜보고 있던 코토리가 사탕을 입에 넣은 체, 솔직하게 감탄을 하고 있었다.
“...크크크. 그야말로 우리들을 위한 공물.... 시도여, 얼른 내놓아라.”
“동의. 얼른 유즈루들의 배속에 넣고 싶어요.”
“어이!”
똑같이 생긴 얼굴이지만, 표정(뿐만이 아니라 몸매까지 절망적으로)이 전혀 다른 쌍둥이 정령, 야마이 자매가 테이블의 음식들을 향해 손을 뻗으려고 하자, 시도는 스프를 다 저어낸 다음 씻은 국자로 살짝 야마이 자매들의 머리를 때렸다.
“아얏!”
“고통, 아얏!”
“다 같이 테이블에 모이기도 전에 손으로 집으면 안 돼지!”
시도가 그 어느 때에도 보이지 않았던 화난 표정으로 야마이 자매를 향해 억양을 높였다. 이렇게까지 야마이 자매가 시도에게 당하는 것은 예전에 매점 점주로부터 외상이랍시고 빵을 훔치고 도주한 이례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온화한 시도였지만, 적어도 밥상에서의 예절이나 그런 거에 엄격한 소년의 지적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우우...시도는 가끔 너무 엄격해....”
“불만, 정말 너무해요. 유즈루랑 카구야한테만....”
“당연한 걸로 혼내는 걸로 불평하지 마,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다 같이 식사하기 전까지 손으로 집으면 안 돼.”
“그렇게 따지자면, 토카도 똑같다고!”
“제시, 유즈루랑 카구야가 똑똑히 목격했어요.”
“뭣?!”
카구야와 유즈루의 얘기에 시도는 경악하면서 그대로 토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히끗!”
시도와 눈이 마주치자, 토카는 움찔하고 어깨를 떨며 몸을 움츠리기 시작했다. 어째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주인에게 혼나는 대형견 같아 보였다.
“...하아.”
“미, 미안하다. 시도. 그게...닭튀김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한 조각 맛 좀 봤다.”
토카가 솔직하게 사과를 하자, 시도는 고개를 저으면서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서부터는 그러지 마. 알았지?”
“...미, 미안하다. 시도....”
어째 울적한 목소리로 고개를 푹 숙이는 토카의 모습에 시도는 내심 당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토카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으면 카구야나 유즈루에게 불공평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시도는 엄하게 경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시도. 나 좀 봐.”
한편, 아니다 다를까 토카를 지적하는 장면을 목격한 코토리는 사탕을 ‘콰직!’하고 씹으면서 그대로 시도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뭐, 안 봐도 비디오겠지만 분명 정신이 불안정한 토카의 호감도를 내리는 행위에 대한 거겠지만, 시도로서는 야마이 자매가 보고 있는 현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코토리한테 잔소리를 받아야한다는 사실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겨졌지만, 어쩔 수 없이 시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보다 한 참 아래인 여동생 사령관을 따라 가는 신세를 떨칠 수가 없었다.
“...우우. 시도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시도가 코토리한테 잔소리를 듣는 한편, 토카는 자신이 저지른 사소한 만행에 대해 낙심하면서 혼자 훌쩍이고 있었다.
“...아아. 그...미안해. 토카....”
“사죄. 고자질을 해서 미안해요.”
그런 토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카구야는 평소와는 다르게 평범한 말투로 토카를 위로했고, 유즈루 역시 진심으로 미안하다면서 토카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어떡하지? 시도에게 미움을 받았다.”
“아, 아니...딱히 미움 받은 것은 아니라고? 분명 곧 괜찮아질 거야.”
“동의. 시도는 마음이 넓어요. 아마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색골 플레이로 여자들을 농락할 거에요.”
어째 본인이 방금 들으면 심히 상처 입을 말을 하면서 유즈루는 토카를 일으켜 새웠고 곧바로 토카의 양 손을 붙잡았다.
“...고맙다. 카구야, 유즈루. 훌쩍.”
“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잘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게 문제라고? 어떻게든 이 실패를 만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느니라....”
“제안. 그러면 음료수를 따르는 것은 어떨까요? 마침 시도가 깜빡하고 음료 같은 것은 준비 안 한 거 같은데 적당히 찾아서 모두에게 따르는 겁니다.”
“오옷! 그거 획기적인데 유즈루, 과연 나의 반신!”
“그, 그거라면 시도의 기분도 풀릴까?”
“당연히 풀리겠지! 도전할만한 가치는 있다, 나의 권속이여!”
“실행. 지금 당장 이 집 어딘가에서 마실 걸 찾아보는 거예요.”
그렇게 토카와 카구야, 유즈루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하여튼, 다음서부터 정말 조심 좀 해.”
“알겠다니까.”
코토리에게 한소리를 들은 직후, 시도는 서둘러서 주방으로 달려가려던 그 찰나, 현관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라면 정령들 중 오리가미랑 미쿠 혹은 이번 파티의 주인공인 니아 세 사람 중 하나임이 틀림없었다.
“...네에, 잠시만요.”
시도가 서두르면서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자 그곳에서는 예상했던 인물들 중 한 명이 서있었다. 외관으로는 시도보다 한 살 위로 보이는 소녀였다. 쇼트 커트에 빨간 테의 안경이 인상적인 마른 몸매의 소유자. 이번 파티의 주인공인 혼죠 니아였다.
“여어, 어서와.”
시도가 반가운 얼굴로 웃자, 니아는 씩 웃으면서 신발을 벗고 현관문에서 나왔다.
“실례하겠습니다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료실 침대에서 신세를 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쾌활한 웃음소리와 함께 니아는 몹시 기쁘다는 표정으로 시도에게 들고 있던 봉투를 건네 줬다.
“자아, 받아!”
“응? 이건 뭔데...켁?!”
봉투의 내용물이 신경 쓰인 나머지, 시도는 무심코 봉투 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검은색에 기다란 병. 그리고 마치 년도를 나타내는 숫자들과 포도가 그려져 있는 것만으로도 그 병 안에 내용물은 안 물어봐도 뻔했다.
“...야, 니아. 이건....”
“헤헤헤. 이왕 파티인데 분위기를 띄어봐야지.”
“우린 미성년자라고!”
그렇다. 봉투 안에 있던 것은 바로만인 어른들의 특권 중 하나인 술이었다. 더군다나 이것은 년도며 뭐며 봤을 때, 꽤나 오랫동안 숙성된 고급 와인인 거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원래 술은 어릴 때 배우기 마련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튼 안 돼! 적어도 내년까지는 숨겨둘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에에엑? 치사해!”
“뭐가?!”
“술은 내 삶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네가 무슨 아저씨냐? 어이!”
잠시 잊고 있었지만, 예전에 시도가 니아와 처음으로 만난 직후, 방문한 그녀의 집에서는 무수한 일본주(빈 병)와 맥주(빈 캔)이 몇 박스나 눕혀져있던 현장을 목격한 바가 있었다. 차마 소녀의 외견으로 생긴 그녀로서는 영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었으나 니아는 꽤나 지독하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술을 어지간히 아끼는 정령임이 틀림없었다.
“...치잇, 한 번 소년이 취해서 여러 소녀들을 덮치는 광경을 두 눈에 새겨보려고 했는데.”
“대체 어떤 전개를 기대한 거야?!”
경악에 찬 시도의 목소리가 현관에 울리면서 곧바로 와인을 주방까지 가지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즉시, 곧바로 타앙! 하고 와인을 거칠게 두고서 시도는 니아를 향해 말했다.
“애초에 너도 방금 전에 퇴원했으면 술 같은 건 피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술은 절대 안 돼.”
시도가 그렇게 말하자 니아는 감탄했다는 식으로 씩 웃으면서 말했다.
“...헤에. 소년. 이 누님을 걱정하고 있었던 거야?”
“...거, 걱정은 누가....”
“아? 츤데레? 츤데레? 츤데레야? 소년 얼굴이 빨개지고 있어.”
“제, 제발 그만 좀 놀려 대! 누구는 신경 쓰고 있는데.”
시도가 얼굴을 붉히면서 눈에 딱 힘을 주자, 니아는 그런 시도의 반응이 귀엽다는 식으로 어른스러운 미소로 시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 미안. 소년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후훗.”
“윽!”
이게 연상의 힘인 걸까? 지금껏 시도를 이렇게 대한 정령은 본 적도 없었다.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태도에 적잖게 당황한 시도였지만 이윽고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 아무튼. 올 거라면 올 거라고 전화라도 해놓으라고. 자아, 이대로 오리가미랑 미쿠가 오거든 파티를 하자.”
“오옷! 이거 전부 소년이 만든 거야? 굉장한데?”
“미리 말해두는 건데, 집어서 먹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
“안 그래, 안 그래. 그보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야? 좀 안내 좀 해주겠어?”
니아는 여전히 시도의 반응이 귀엽다는 식으로 웃으면서 길 안내를 부탁했다. 평소의 시도라면 간단하게 말로 위치를 설명했겠지만, 어째 그랬다가는 니아에 의해 또 놀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하는 수 없이 니아를 안내하기로 했다.
“어? 웬 일이야? 분명 말로 설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다가는 또 놀릴 거라는 감이 들었거든.”
“헤에...생각보다 제법인데?”
이런저런 바보 같은 얘기를 하면서 시도는 니아와 천천히 화장실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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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게시판에 처음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한 번 원작의 앙코르나 단편 느낌으로 팬픽을 만들어 봤는데 어떠신지?
다음편은 내일이나 모레에 쓸 생각이고 앞으로 자주 팬픽을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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